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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고 님의 서재입니다.

오늘까지만 탱커하겠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순딘이
작품등록일 :
2022.06.30 21:17
최근연재일 :
2022.07.25 16:53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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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3,559

작성
22.07.0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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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DUMMY

"힐러를 하지 못한다니까."

"왜요?"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대부분 직업은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지 않나?


"각자의 신체 능력에 맞는 시작점이 존재해. 네가 온 곳은 탱커를 위한 시작점이고."


'터벅터벅.'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아주 큰 거북이 한 마리가 모습을 보였다.


"난 이세계의 관리자 중 하나인 현무다. 이곳은 탱커로 시작하는 여행자를 위한 장소지. 힐러는 내가 아니라 주작으로 갔어야 해."

"그러니까 저는 탱커밖에 하지 못한다는 건가요?"

"그것도 아니야. 이곳에서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건 탱커에 관한 스킬과 아이템이라고 말을 해주는 거야."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정말 이곳에서까지 탱커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싫었다.


"다른 방법은 없나요? 정말 힐러가 하고 싶어요."

"시작점이 탱커라고 해서 탱커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막상 세계로 들어가 보면 자신의 시작점과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그러면 아직 희망이 있었다. 시작은 여기서 하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 힐러를 하면 되니까.


"네. 그럼 상관없어요. 그런데 전 죽은 거 맞죠?"


당연히 죽었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아니다. 이곳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코마월드. 이곳에서 살아남는다면 넌 다시 눈을 뜰 테지만 잘못하다 죽기라도 한다면 정말로 죽는 거지."


그랬구나. 나는 아직 죽은 게 아니었다. 흔히 말하는 코마상태에 빠져 이세계로 온 것이었다.


"그럼 전 어떻게 해야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건가요?'

"이래서 내가 관리자를 하기 싫다니까. 정말로 귀찮아. 그런데 나도 하나만 물어보자. 넌 어떻게 여기로 온 거지?"

"눈을 떠보니 여기였는데요."


현무의 무서운 얼굴이 갑자기 내게 다가왔다.


"그러니까 물어보는 거야. 나는 탱커를 관리하는 관리자 중에서도 최고 관리자. 이런 내게 왔던 인간은 없었거든."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의 현무는 내가 한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다시 살아날 방법은 최상급 던전에서 마왕을 없애고 아이템을 얻으면 돼. 하지만 지금의 너에게는 꿈만 같은 이야기니 우선 세계로 보내줘야겠구나."


갑자기 내 앞에 이상한 선택창이 생겼다.


1. 아이템을 받으시겠습니까? /네/ /아니오/


당연히 '네'를 선택했다. 그러자 목검과 방패가 양팔에 생겼다.


2. 스킬을 배우시겠습니까? /네/ /아니오/


이번에는 신중하게 생각했다. 잘못 선택했다가는 나중에 힐러를 하는데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관리자님. 혹시 어떤 스킬을 받게 되는 건가요?"

"당연히 탱커에 관련한 스킬이지. 관리자는 여행자에게 3개의 스킬을 주게 되어있다. 넌 운이 정말 좋은거야. 나에게는 일반 관리자보다 훨씬 좋은 스킬밖에 없거든."


그래도 힐이 필요하긴 할 텐데. 용기를 내서 다시 물어보았다.


"혹시 힐을 주실 수 있을까요? 뭐라고 해야 할까? 그 힐러의 기본은 힐이잖아요."


현무는 또 다시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아까도 말했지 않았었나? 나는 탱커에 관련한 스킬밖에 주지 못한다고. 그리고 내가 주려는 스킬이 힐 같은 것보다 100배는 더 좋을 텐데. 왜 그렇게 힐에 집착하는 거지?"

"아닙니다. 그냥 주시면 될 것 같아요."


더 이상 말하면 아예 주지 않을 것 같아 빠르게 받기로 했다.


"우선 첫 번째 책을 주겠다."


내 앞으로 책이 한 권 생겼다. 책은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좋아 보였다.


책을 펼치니 적혀있던 글이 눈에 들어왔다.


<현의 침묵> : 상대방에게 공격을 가할 시 100%로의 확률로 10초간 침묵에 걸립니다. 침묵 상태시 대상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대폭 하락합니다.


침묵 스킬은 게임에서도 많이 사용해 보았다. 힐러가 가지고 있어도 나쁘지 않은 스킬이었다. 그런데 100%로의 확률이라니.


"어때 마음에 들어? 앞에 현이라고 붙이는 기술은 나밖에 주지 못해. 그리고 유일하게 너만 사용하게 될 거다. 왜냐하면 난 이제 그 어떤 여행자도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 거니까."

"네. 사용할게요. 힐러로서 가지고 있기 좋은 스킬 같아요."

"그럼 다음 스킬을 전달해 주마."


<현의 침묵>이 적혀 있던 책이 내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간 몸이 환하게 빛났다.


다음 책도 아까와 마찬가지로 황금색의 책이었다.


펼쳐보니 이번에는 다른 스킬이 적혀있었다.


<현의 무적> : 상대방의 어떠한 공격에도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일정 확률로 파티원에게도 무적 효과가 적용됩니다. 여행자의 능력에 따라 사용 시간이 달라집니다.


이번에는 힐러가 가지고 있기에는 애매한 스킬이었다. 무적은 탱커의 역활로 앞에 서 있는 사람이 가지고 있기에 적합했다.


그래도 일정 확률로 파티원에게 무적 효과가 적용된다고 하니 이것도 우선은 유용할 것 같았다.


"이것도 사용할게요."

"그래야지. 이렇게 좋은 스킬들을 주는데 받지 않는다는 게 이상한 거야."


또다시 책이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


이제 마지막 책이 생겼다.


<현의 도발> : 주위에 있는 모든 몬스터에게 도발을 걸어 자신을 공격하게 됩니다. 도발에 걸린 몬스터들의 공격력이 대폭 감소합니다. 도발을 건 당사자의 경우 체력과 방어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좋아 보이기는 했지만 이건 아니었다. 후방에 서 있다가 도발 기술을 잘못 사용하기라도 한다면 나와 같이 싸우던 사람들만 위험에 빠질 게 분명했다.


"이건 안 할게요. 다른 거 보여주세요."

"왜 안 하려는 건데? 이것 만큼 좋은 스킬이 어디 있다고?"

"힐러가 가지고 있기에는 부담이 되는 스킬인 거 같아요. 다른 거 없어요?"


그러나 책이 마음대로 내 몸속으로 들어갔다.


"선택권은 없어. 그냥 가져가. 귀찮으니까."

"아니. 싫다니까요."

"그럼 가라. 안녕. 나중에 네가 살아남게 된다면 나와 다시 만나겠지."


발밑에 불이 빛나기 시작하더니 몸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


눈을 떴을 때는 초원에 누워있었다. 맑은 하늘이었다.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초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흔한 마을도 보이지 않아 앉아서 생각을 했다.


'양팔에 목검과 방패가 있는 걸로 보아서는 꿈을 꾼 건 아니야. 분명 스킬을 세 개나 배웠었지.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니까 연습이나 해보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혹시 모를 생각에 대비해 칼과 방패를 챙긴 후 외쳤다.


"침묵."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한번 외쳐보았다.


"침묵."


이번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가 문제였을까? 스킬의 정확한 명칭을 말해야 사용이 되는 걸 수도 있다.


"현의 침묵."


그제야 들고 있던 목검에 빛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격할 대상이 없었기에 가만히 서 있었다. 잠시 후 목검의 빛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기술의 사용방법을 알았기에 다음 기술을 외쳤다.


"현의 무적."


이번에는 목검이 아닌 몸 전체에 빛이 나기 시작했다. 이 스킬의 경우 분명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지속시간이 결정된다고 했었다. 그래서 얼마나 오래 유지가 되는지 시험해보기로 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지치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나중이 되니 진짜 기술이 써진 건 맞는지도 의문이 들었다.


"현의 무적."


한 번 더 외치는 빛이 사라지며 무적상태에서도 벗어났다. 현의 침묵이나 현의 무적이나 시험해볼 상대가 필요했다. 그래. 다음 스킬이 도발이구나.


"현의 도발."


이번에는 발밑으로 빨간색 빛이 나기 시작했다. 빨간빛은 멀리까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떠한 몬스터도 나오지 않았다. 그때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


멧돼지 무리가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무섭게 달려오는 멧돼지를 보니 순간 겁이 나서 외쳤다.


"현의 무적."


어느새 나를 둘러싼 멧돼지들은 나를 향해 한 마리씩 몸통 박치기를 하기 시작했다.


"쾅"


"쾅."


소리는 차에 치일 때보다도 무서운 소리가 났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까와 달리 공격받으니 피곤함이 빨리 찾아왔다.


'이러다가는 무적 상태가 금방 풀리겠는데.'


"현의 침묵."


순간 목검에서 빛이 났다. 달려오는 멧돼지들의 머리를 하나씩 가격했다. 침묵에 걸린다더니 타격을 받은 멧돼지들은 정신을 못 차리고 주위를 맴돌았다. 그래서 한마리씩 헤치울 수 있었다.


무난히 해치울 수 있다고 생각을 하던 순간 무적 상태가 풀리고 말았다. 마지막 남은 한 마리가 달려와 몸통 박치기를 했다.


"쾅."


이번에는 고통이 느껴졌다. 명치에 공격에 당해서였는지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침묵 스킬도 풀려서 제대로 공격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죽는구나. 아쉽다. 제대로 힐러를 해보지도 못했네.'


그때였다.


"파이어 볼."


불덩이 하나가 멧돼지를 향해 날아가더니 불태웠다.


이윽고 불덩이가 나온 자리에서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괜찮으신가요?"

"네. 괜찮습니다. 갑자기 멧돼지들이 달려와서 놀랐어요.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자는 내 머리 위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레벨이 오르셨는데요."


머리 위를 바라보았다. 숫자가 새겨지더니 금방 사라졌다.


<5>


"레벨이 오른 건가요?"

"네. 능력치는 저절로 분배돼요. 처음에 관리자를 만난 기준을 토대로요. 참,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전 리나라고 해요."


자신을 리나라고 설명한 여자는 한국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네. 전 한국에서 온 다막기라고 합니다. 혹시 어느 나라 사람이시죠?"

"미국이에요. 그리고 말 편하게 하셔도 돼요. 저보다 어른인 것 같으신데요. 그리고 저도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리나의 머리 위에도 <5>라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코마월드에서 첫 친구가 생겼다. 그래서인지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온 거야?"

"전 기억이 잘 안 나요. 아마 사고가 나지 않았을까 싶은데 마지막 기억은 집이 불에 타고 있었어요."


현무의 말이 맞았다. 이세계는 삶과 죽음이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너도 말 편하게 해.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의사소통이 되는 거지?"


리나는 웃었다.


"이곳에 언어는 하나로 통일이 되었다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던데요. 그런데 혼자서 저 멧돼지를 다 잡으신 거예요?"


주위에는 송곳니들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나는 하나씩 챙겨가며 대답해주었다. 몬스터를 잡은 후 나온 아이템은 어딘가에 꼭 필요하니까.


"다 잡은 건 아니고. 네가 도와줘서 잡았지. 그런데 혹시 마법사야?"


리나는 송곳니를 같이 주워주었다.


"네. 제 관리자는 청룡이었거든요. 마법사와 어울린다고 해서 마법사가 되었어요."


송곳니를 다 주운 후에 리나는 나에게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저도 멧돼지를 잡고 있었거든요. 전 한 마리씩 밖에 못 잡는데 멧돼지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어요."

"그랬구나. 아마도 혼자서는 힘들겠지. 마법사니까."

"그런데 멧돼지들 눈이 빨갛게 변하더니 이곳으로 오는거 아니겠어요. 덕분에 살았어요."


도발이 강력하긴 했나 보다. 수많은 멧돼지들이 도발에 걸리는 걸 보면.


"그런데 탱커 맞으시죠? 저랑 같이 다니실래요?"

"미안한데 난 힐러야."

"네? 힐러라고요?"


그때 숲속에서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새빨개진 눈은 분명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와일드킹이에요. 이곳 필드보스라고요. 도망쳐야 해요."


리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하지만 와일드킹은 우리에게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이러니까 탱커를 안한다고 한 건데.'


<현의 도발>에 필드보스가 걸려버리고 말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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