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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고 님의 서재입니다.

오늘까지만 탱커하겠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순딘이
작품등록일 :
2022.06.30 21:17
최근연재일 :
2022.07.25 16:53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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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수 :
83,559

작성
22.07.1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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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DUMMY

"와. 크다. 내가 다니던 학교 같아."


유주의 말에 고개를 들어 던전을 바라보았다.


"정말 그러네. 학교 같아.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입구 앞에 한 줄로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문득 고등학교 입학할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이렇게 한 줄로 서서 반 배정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들 기다리고 있나 본대. 다 같이 들어가는 게 아닌가 봐. 오래 걸리겠다."


미선이는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더니 툴툴거렸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우리도 줄을 서서 기다려요."


나는 리나의 말에 자연스럽게 맨 뒤에 가서 줄을 섰다.

이 중에서 내가 제일 컸으니까.


시간이 흐르고 줄은 점점 줄어들었지만 이상하게 나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뭔가 이상한데."

"뭐가?"

"들어가는 사람들은 많은데 나오는 사람은 없어."

"걱정도 많네. 이번 던전은 쉽나 보지."


앞에 있던 미선이의 말에 괜한 걱정인가 싶었지만 불안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쉬웠으면 좋겠는데.'


우리는 입구에서 건물 안의 복도로 들어갔다.


복도에는 교실을 연상케 하는 문들이 여러 개 보였다.

다시 한번 학교가 떠오르게 하는 풍경.


복도에는 남자 한 명만이 돌아다니며 우리들을 안내해주고 있었다.


"이번 던전은 혼자 들어가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준비를 철저히 해주세요. 순서가 되면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안내자는 교실 안을 체크하다가 맨 앞에 있던 여행자를 불러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교실에 다 들어가 있을 때면 우리에게 이어서 설명해주었다.


"들어가셔서 실패하신다면 기억은 다 사라지고 셰임마을로 자동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래서 들어가는 사람은 많아도 나오는 사람은 없었구나.


잠깐만. 그럼 나도 다시 셰임마을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거잖아.


"이동 후에는 던전에 대한 모든 기억이 사라지게 됩니다."


쾅.


문을 세차게 연 주인 주인공은 유주였다.


"다음 마을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문이 닫히고 안내자는 다른 문에서 유하를 불렀다.


리나, 하지, 미선이까지 안내를 받아 각자의 문으로 들어갔다.


이제 남은 건 나. 뒤에는 아직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이 가득했다.


안내자가 다가왔다.


"다음은 당신 차례네요. 준비되셨습니까?"

"네. 그런데 질문을 하나만 해도 될까요?"

"그러시죠. 아직 문을 열지 않았으니까요."


잠시 숨을 골랐다.


"안에 보스가 있는 건가요? 먼저 들어간 친구들이 걱정돼서요."

"보스는 없습니다. 선택만 있을 뿐."

"선택이요?"

"네. 코마에는 선택만이 존재하죠. 이곳에 남을지 아니면 현실로 돌아갈지에 대한 선택. 이제 당신 차례이네요."


안내자는 나를 세 번째 문으로 데려갔다.


"문을 여는 것도 당신의 선택입니다."


쾅.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향했다.


"이게 제 선택입니다."


***


문 안의 공간은 생각보다 단조로웠다.


커다란 거울만이 방 중간에 떡 하니 있었다.


거울에 앞에 다가가 섰다.


"뭐지? 이게 다인가?"

"재미있는 아이가 왔네."


거울에서 소리가 들렸다.


"이제 저는 뭘 하면 될까요?"

"마주하면 돼. 너의 기억과."

"제 기억이요?"

"그래. 네가 숨기고 살아왔던 기억들."


거울 속에는 나타난 건 막자였다.


"뭐야? 왜 막자가 여기 있는 거야?"


막자는 거울 속에서 울고 있었다.

그 앞에서 나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나랑 놀아 달라니까."

"나 게임하잖아. 그냥 혼자 놀아. 계속 울면 또 때린다."


뭐야? 어릴 때잖아. 부모님이 일하러 가셔서 둘만 있을 때가 많았지. 그런데 이건 왜 보여주는 거지?


"그러니까 놀아 달라고 했잖아."

"제발. 조용히 하고 있어. 이래서 동생은 없어야 해. 왜 저런 애가 내 동생인 거야?"

"으앙~~~~~."


내가 저렇게까지 심하게 했다고? 아니야. 그럴 리가 없는데.


거울 속 막자는 이번에는 탁자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에 막기 오빠가 또 1등을 했다니까."

"오빠가 좋은 유전자를 다 받아서 그래."

"우리 딸도 할 수 있어."


이번에도 나는 막자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막자는 안될 걸요. 너무 끈기가 없어요. 그렇지?"

"그래. 난 끈기도 없고 좋은 유전자도 없지."


왜 자꾸 이런 것만 보여주는 거야? 이제 그만해.


바람과는 다르게 또 다른 장면이 이어졌다.


"막기 오빠. 나랑 오늘 옷 사러 가자."

"네가 미쳤구나. 왜 나랑 가려고 하는 거야?"

"다른 친구들은 다들 오빠랑 데이트도 하고 재미있게 논다고 자랑하잖아."

"그게 이상한 거라니까. 귀찮게 하지 말고 나가."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오빠가."


최근의 기억. 마지막으로 싸웠던 때구나.


미안하다고 말이라도 할걸.


그때 거울이 깨지기 시작했다.


와장창.


거울 속에 있던 막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오빠가."

"뭐야? 내 앞에 나타난 거 맞지?"


막자의 손에는 커다란 대검이 들려있었다.


"어."


대검을 휘두르며 다가오기 시작한 막자.


쾅.


다행히 방패를 들어 막자의 공격을 막았다.


"막자야. 흥분하지 말아봐. 정말 죽일 셈이야?"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오빠가."

"그때 내가 한 말들은 진심이 아니었어."


하지만 막자는 내 말은 무시한 채 끊임없이 대검을 휘두르며 다가왔다.


쾅. 쾅. 쾅.


충격은 없었지만 반격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잘못한 게 맞으니까 분이 풀릴 때까지 공격해. 하지만 너한테 죽어주지는 않을 거야. 살아서 꼭 미안하다고 사과 할 거야."


쾅. 쾅. 쾅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체력이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자는 처음과 같은 속도로 대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빠져나갈 방법은 알고 있었다.


막자를 공격해서 쓰러트린다면 다음 마을에 갈 수 있겠지.


하지만 포기했다. 내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니까.


"다들 미안해. 난 이번에는 다음 마을로 못 갈 것 같아."


방패를 벗어 던졌다. 더 이상 공격해오는 막자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푹.


대검이 배를 관통하는 순간 막자의 손을 잡고 내 쪽으로 끌어당겨 안아주었다.


"그러니까 왜 네가 아팠을 거라는 걸 몰랐을까? 미리 알았으면 사과라도 할 텐데."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오빠가."


막자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내 품 안에서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또다시 올 거야. 그때도 이렇게 꼭 안아주겠지. 화가 풀릴 때까지 와서 안아줄게. 기다리고 있어."


이제는 내가 사라질 차례였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몸의 변화는 생기지 않았다.


"뭐지? 왜 안 없어지는 거야?"

"어떻게든 살았으면 좋겠다고. 오빠가."

"뭐라고?"


막자는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리고 거울이 있던 자리에는 하나의 문이 생겼다.


그 옆으로는 안내해주던 남자가 나타났다.


"어떻게 된 거죠?"

"저도 처음이네요. 이렇게 오래 계신 분은. 당신이 계실 동안 오늘의 던전 입장 시간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럼 전 어떻게 되는 건가요?"

"다음 마을로 가시면 됩니다."


문을 열어주었지만 나가지 않았다.


"혹시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몇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러시죠. 저에게는 시간이 많으니까요."

"전 분명 막자의 칼에 찔렸어요. 그런데 어떻게 다음 마을로 갈 수 있죠?"

"칼이라고 모두 아픈 건 아니지요. 당신도 아시지 않았나요?"


그랬다. 막자에게는 내가 했던 말들이 더 아팠을 테니까.


"저의 기억이었죠?"

"네. 모든 건 당신의 기억이었습니다. 잊었을 뿐이지만. 그래서 이곳을 망각의 던전이라고도 부르죠."

"그런데 막자가 마지막에는 기억에 없는 말을 했어요."

"잘못 들으신 거 아닙니까?"


분명 기억과는 다른 말을 했다.


"아니에요. 분명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마지막에는..."

"마지막에는?"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런가요? 이상하네요."


안내해주던 남자는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러더니 위아래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닿았을 수도."

"네?"

"아주 가끔이지만 현실의 목소리가 닿기도 하니까요. 당신이 살았으면 하는 사람이 많나 보네요. 아니면 조만간 현실로 돌아갈 수도 있고. 인제 그만 가셔야 하지 않을까요?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나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에서 나왔을 때 나무들이 우거진 숲속에 내가 있었다.


"봐봐. 내가 기다리자고 했잖아. 막기가 통과를 못할 리 없잖아."


미선이가 나에게 달려왔다.


"막기님 걱정했어요. 혹시 못 오시는 건 아닌가 하고요."

"아니야. 조금 늦었지? 미안."


유주와 유하의 모습도 드러냈다.


"빨리 오지 그랬어. 힐러가 없으니까 다음 마을로 가지를 못했잖아."

"걱정했어요."


하지만 하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는 어딨어? 혹시 아직 안 온 거야?"


과거의 기억을 보았다면 하지가 돌아오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보다 더 많은 아픔이 있을 테니까.


"여기 있어."


털썩.


하지의 모습에 긴장이 풀린 탓인지 다리에 힘이 풀려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제일 어린 내가 먼저 나왔잖아."

"그랬구나. 방에서 뭘 보았는데?"

"뭐. 별건 없었는데. 거울을 한참 동안 쳐다보긴 했는데 그냥 내 모습만 보이더니 문이 생겨서 나와버렸지. 유하야. 너도 그랬지?"


유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학원 선생님이 나와서 공부하라고 하던데. 그래서 오랜만에 공부를 하다가 나왔어. 없애고 싶어도 힐러라서 공격을 못 하겠더라."


미선이는 아직도 공부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보였다.


"리나는?"

"저도 보인 게 없어서."


하지에게는 묻지 않고 싶었지만 상처를 받을까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하지야. 괜찮았어?"

"어. 살고 싶다고 했어."


미선이가 나를 바라보았다.


"넌 왜 말 안해? 괜찮았어?"

"어. 동생이 나왔어."

"동생?"

"막자. 다막자. 내 동생."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동생이 만약에 이세계에 온다면 최고의 탱커가 되겠는데. 너처럼."

"아니야. 막자는 최고의 딜러가 될 거야. 왜냐하면 오늘은 내가 막자한테 졌거든."

"뭐라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가자. 그런데 이번에는 마을이 아니네."

"이제는 마을을 선택해서 갈 수 있어요. 저기 이정표가 있거든요."


이정표를 보니 총 네 개의 길이 있었다.


<백호의 길>

<청룡의 길>

<현무의 길>

<주작의 길>


"마을이 다 다른 건가?"

"각자의 마을마다 아이템도 다르고 배울 수 있는 스킬도 다르지 않을까요?"


미선이가 끼어들었다.


"저번에 건틀릿을 끼고 파란색 양복을 입은 사람들을 봤다며?"

"어. 그랬지."

"전에 들은 적이 있어. 각 마을로 가면 기본 무기나 갑옷이 아닌 자신의 무기나 방어구를 만들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잘 정해야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희는 어떻게 할 거야?"

"유하랑 나는 백호의 길을 가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리나한테 부탁해서 유하는 청룡의 길로 보내도 되고."


음. 각자의 관리인에게 가는 게 가장 좋을 것 같기는 한데.


"미선이는 주작의 길?"

"어. 아쉽지만 잠시 헤어져야겠지."


이제 하지만 남았다.


"하지는?"

"잘 모르겠어. 너는?"


"난 당연히 주작의 길로 가야지. 그래야 힐을 배우잖아."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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