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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고 님의 서재입니다.

오늘까지만 탱커하겠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순딘이
작품등록일 :
2022.06.30 21:17
최근연재일 :
2022.07.25 16:53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307
추천수 :
14
글자수 :
83,559

작성
22.07.2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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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6화

DUMMY

한순간에 승부는 끝나버리고 말았다.


분명 창과 목검이 부딪치는 것까지는 보였는데.


어느새인가 엔드씨의 목도가 칼리의 목에 있었다.


"이제 서열정리는 끝난 것 같은데. 안 그런가?"


칼리는 엔드씨에게 향했던 창을 내렸다.


"네. 제가 서열이 가장 낮아졌군요."

"그럼 지금부터는 조용히 따라오게."

"네. 확인하고 싶은 것도 확인했으니 조용히 따라다녀야죠. 엔드씨."


순간이었지만 칼리는 미소 지었다.


아주 기분 나쁜 미소였다.


출구로 나간 후 우리는 마을로 향했다.


"엔드씨 저 현세의 가게를 가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현세의 가게?"

"네. 앙갈라씨가 말한 게 생각나서요."


앙갈라씨는 나에게 현세의 가게를 가보라고 했었다.


"그러면 다녀오게. 나는 하지와 대련을 하고 있겠네."

"대련이요?"

"사신만이 알려줄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아직 배우지 못한 것들이 많아 보여서 말이야."

"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또 한 명의 파티원이 생각났다.


나는 칼리에게 다가갔다.


"혹시 칼리씨도 마을에 가실 건가요?"


칼리가 나를 쳐다보았다.


기분 나쁜 눈빛을 바라보고 있자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저를 걱정해주시는 건가요?"

"걱정까지는 아니고 혼자 계시면 심심하실까 봐요."

"제가 마을에 들어가면 현무 마을의 모든 사람이 저를 죽이려고 달려들 겁니다. 굳이 죽으러 마을에 들어갈 필요는 없죠."


살인자인 칼리의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네. 알겠습니다. 혹시 뭐를 하실 생각인가요?"

"적어도 사람은 죽이지 않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죠."


그렇게 나는 혼자서 현세의 가게로 향했다.


가기 전에 엔드씨가 나를 불렀다.


"잠깐. 막기군."

"네."

"이것으로 방어구를 맞추고 오는 게 좋겠는데."


크라켄의 다리와 비늘이 보였다. 그리고 금화까지.


"이건 다 같이 얻은 거잖아요."

"하지는 내가 사신이 사용할 만한 아이템을 줄 것이니 걱정하지 말게. 그리고 칼리도 필요하지 않을 거야. 자네보다도 더 높은 레벨이니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아이템들을 챙겼다.


그리고 마을로 들어가 현세의 가게로 향했다.


처음에 현세의 가게에 도착했을 때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놀랐다.


"여기가 맞나? 물건을 파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왜 앙갈라씨는 나보고 여기를 와보라고 했을까?'


가게라고 해봤자 이상하게 생긴 기계만 있을 뿐 물건을 파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이시죠?"


뒤를 돌아보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네. 맞습니다. 손님이긴 한데 제가 처음이라서요."

"다들 처음 오면 당황하기 마련이죠. 이리 오시죠."


할아버지는 나를 카운터로 데리고 갔다.


"이곳은 현세의 가게입니다. 현실에서 가져온 물건을 그만큼의 가치로 환산해서 돌려드리는 가게이죠."

"현실에서 가져온 물건이요?"

"네."


현실에서 물건을 가져올 수가 있나?


가져올 수 있다고 해도 나에게는 현실에서 가져온 물건이 없었다.


"죄송해요. 제가 잘못 온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앙갈라씨가 가보라고 해서 온 것뿐이에요. 현실에서 가져온 물건은 없거든요."


할아버지는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아닙니다. 가지고 오셨는데요."

"네?"

"주머니에 갖고 계시지 않습니까?"


바로 주머니를 뒤져보았다.


주머니에서 묵직한 무엇인가가 손에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뭐지? 있을 리가 없는데?"


주머니의 물건은 거북이 모양의 목걸이였다.


코마로 오기 전에 이름 모를 할머니에게 받았던 목걸이.


"이건 제가 가지고 온 게 아닌데요. 그리고 있는 줄도 몰랐어요."


정말로 주머니 속에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고가 난 당일에 주머니 속에 챙긴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가요? 물건을 가지고 올 수 있다는 게?"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이리 주시겠습니까?"


나는 할아버지에게 목걸이를 건네주었다.


할아버지는 안경을 착용하고 목걸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신기한 물건이네요. 참 신기해요. 이런 건 본 적이 없어요."

"네?"

"이건 환산하지 못할 것 같군요."

"왜요?"


할아버지는 이번에는 목걸이를 이상한 기계로 가지고 갔다.


"이곳에서 쓸모없는 목걸이가 아니니까요. 대부분은 이곳에서 필요 없는 물건들을 가지고 오는데 적어도 이건 유용하게 쓰일 것 같군요."


지잉~~~~


기계가 빛나기 시작하자 할아버지는 목걸이를 기계 속에 넣어버렸다.


삐~~~~


소리가 들리고 할아버지는 기계에 손을 집어넣어 목걸이를 꺼냈다.


"자 다 됐습니다. 이제 착용하고 다니시면 됩니다."


목걸이의 모양은 그대로였다.


"달라진 게 없어 보이는데요?"

"지금은 저에게도 어떠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지고 계신다면 분명히 현실로 돌아가시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목걸이를 착용해 보았다.


몸에서는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유용하게 사용할게요."

"네. 현무의 가호가 있기를."


현세의 가게로 나온 후에는 바로 방어구 상점으로 향했다.


아까와는 다르게 방어구를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목걸이를 만져보았다.


"아무런 느낌이 없는데. 그런데 왜 이게 내 주머니에 들어 있었지?"


생각에 빠지는 것도 잠시 내 차례가 되었다.


"손님. 무엇을 구입하러 오셨나요?"


나는 크라켄의 다리와 비늘을 보여주었다.


"방어구를 만들려는데 가능한가요?"

"저희는 방어구를 파는 곳이기에 제작하는 곳으로 가보시겠어요? 바로 반대편에 있습니다."


방어구 제작 상점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제작상점에는 사람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카운터에 다가가 크라켄의 다리와 비늘을 내려놓았다.


"방어구 제작 좀 부탁드리려고 왔는데요."


이번에는 젊은 여자가 나를 반겨주었다.


"네. 잠시만 기다리시죠. 그런데 방어구 없이 지금까지 돌아다니셨던 거예요?"

"네? 방패가 있어서 불편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여자가 제작을 하러 간 사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 소문 들었어?"

"어떤 소문?"

"오늘 크라켄을 잡으러 간 사람들한테 들었는데. 사신하고 살인자를 만났대."


두근두근.


우리 이야기였다.


모른 척 조용히 엿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살아 돌아 온 거야?"

"어. 둘이 같이 파티했다는 거 같은데. 아니다. 사신은 두 명이라고 했어. 그리고 탱커가 한 명 있었다고 했을걸."


하. 탱커가 아니고 힐러인데. 이래서 빨리 힐을 배워야 해.


"이상한 파티 조합이네. 그런데 설마 그 파티 우리 마을에 들어오는 건 아니겠지?"

"들어오면 싸워야지. 우리가 별수 있나?"

"사람을 죽인 사람하고 자살을 한 사람들까지 이런 기회를 받는 건 불공평해. 혹시 모르니까 우리도 단단히 준비하고 있자고. 그런 놈들한테 죽으면 억울하잖아."


잠시 후 여자가 방어구를 들고나왔다.


푸른색의 갑옷과 투구가 보였다.


"재료가 부족해서 신발은 만들지 못했어요. 괜찮으신가요? 아니면 한 번 더 재료를 가져 온신다면 만들어 드릴게요."

"아닙니다. 이거면 충분해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사람들이 마치 나를 노려보고 있는 기분이 들어 빠르게 계산하고 밖으로 나왔다.


살인자와 사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저 멀리서 엔드씨와 하지가 대련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왔어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엔드씨."

"멋있군."

"잠시만요."


나는 칼리에게 다가갔다.


"저한테까지 자랑하려는 겁니까? 전 칭찬을 잘하는 성격이 아니라서요."

"아니요. 물어볼 게 있어요?"

"물어보시죠."


심호흡을 한 후 칼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왜 살인을 하신 겁니까?"

"방금 질문 저한테 한 거 맞으십니까? 너무 예의가 없어서 듣기가 불편해서요."


엔드씨의 손이 목도로 향하는 것이 보였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저희에게는 확신이 필요해요. 당신이 우리를 헤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칼리는 또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확신하지 못합니다. 당신들을 죽이지 않을 거라고는."

"뭐라고요?"

"질문은 거기까지. 이제 제 질문입니다. 당신은 지금 저희랑 같이 다니는 게 불행하십니까?"


저희라고 했다. 그러면 분명히 엔드씨와 하지도 포함해서 물어보는 거였다.


"아니요. 엔드씨와 하지는 아니에요."

"왜죠? 저들도 살인자인데요. 자신을 죽인 살인자."

"그건....."


엔드씨가 끼어드는 바람에 대화가 멈추고 말았다.


"둘 다 그만하지."


하지만 칼리는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당신도 실력을 보여주셔야겠는데요. 저 어린 사신하고 같이. 이대로 저와 같이 간다면 제 도움을 받는 것밖에 더 되겠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엔드씨와 같이 다닌 후부터 의지를 많이 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네. 보여드리죠. 어떻게 보여드릴까요? 한판 붙기라고 할까요?"

"아니요. 나가를 잡아 오시죠. 두 분이."

"나가요?"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네. 이곳에 있는 던전 중에 하나죠. 나가의 소굴."


엔드씨는 이제 칼리 앞으로 다가갔다.


"이제 그만하게. 장난이 심하군."


칼리는 미소를 거두며 진심임을 드러냈다.


"진심입니다. 둘이서 충분히 깰 수 있는 던전 아닌가요?"

"그래도 처음 가는 사람들에게는 무리야."


이번에는 내가 소리치는 바람에 엔드씨와 칼리의 대화가 끊어졌다.


"아니요. 다녀올게요. 어차피 다음 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레벨이 부족하거든요. 칼리씨 이것만 약속해주시죠."

"네. 말씀하세요."

"제가 만약에 하지와 던전을 깨고 온다면 어떤 질문이든 대답해주셔야 합니다."


칼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하지에게 다가갔다.


"미안. 마음대로 정해서. 부담스러우면 말해."

"아니야. 가자. 이대로면 우리는 강해지지 못해."


엔드씨는 우리에게 다가왔다.


"오늘은 안돼. 푹 쉬었다가 내일 가지."


우리는 전에 있던 여관으로 갔다.


주인 할아버지는 엔드씨와 하지를 반겨주었지만 칼리를 보더니 손을 떨기 시작했다.


"괜찮습니다. 저의 동료니까요. 저 친구와 제가 한방을 쓰겠습니다."


엔드씨의 말에 칼리도 여관에 들어올 수 있었다.


밤이 찾아왔지만 쉽게 잠들지 못했다.


똑.똑.똑


노크 소리에 나가보니 엔드씨가 서 있었다.


"자는데 깨운 건 아닌가?"

"아니에요. 잠이 안 와서 생각하고 있었어요."

"들어가도 될까?"

"네."


엔드씨는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앉았다.


"내일 던전에 가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가지 않아도 되네."


걱정해주는 엔드씨의 마음이 느껴졌다.


"아니에요. 갈게요. 칼리씨 말대로 이대로 있으면 저랑 하지도 강해지지 못할 것 같거든요."

"그렇군. 내가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아."

"이렇게 와주신 것만 해도 감사하죠. 그런데 엔드씨. 혹시 나가의 소굴은 어떤 곳인가요?"


엔드씨는 미소 지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자네와 하지라면 충분히 깰 수 있으니까."

"네."


엔드씨가 나가자마자 피곤함이 몰려와 침대에 누웠다.


바로 잠이 드는 바람에 목걸이에서 빛이 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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