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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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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우(雪雨)
작품등록일 :
2015.06.29 11:01
최근연재일 :
2015.07.16 1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72,225
추천수 :
1,588
글자수 :
132,756

작성
15.07.08 19:00
조회
2,533
추천
55
글자
8쪽

태엽마을 <2>

DUMMY

마크 3의 뒤를 따라가기를 몇 분.

아직까지는 이상한 낌새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자신을 도와줬다. 비록 그것이 효율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선의였다 하더라도.

‘경계 할 필요는 없겠어.’

처음 만나는 이세계인이라 필요 이상으로 경계한 모양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행동이다.

이세계인이 무조건 진입자를 호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는 그 누구도 함부로 말하지 못할 테니까.

끼릭.

휴식시간 종료까지 4분 정도 남았을 때쯤, 마크 3이 멈췄다. 녀석의 앞에는 동굴이 하나 있었는데, 서재일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작았다.

“망원경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이 훨씬 더 깔끔하네.”

그곳에서 여자애 한 명이 나왔다.

150cm 조금 넘는 듯한 신장에 동글동글하고 앳된 얼굴, 웨이브 진 붉은색 머리카락은 바닥에 질질 끌려 다니고 있었다.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보다 절반 정도 작은 기계를 등에 메고 다녀서인지는 몰라도, 나이가 많이 어려 보이지는 않았다.

“만났으면 통성명부터 해야겠지. 난 아르제야, 아저씨는?”

아르제가 노랗게 빛나는 눈으로 가볍게 웃음 지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서재일은 넋을 놔버렸다.

‘이세계인은, 원래 이렇게 예쁜가?’

어지간한 연예인은 가볍게 웃돌고 지나갈 외모였다. 저 작은 체구에서 저리도 매혹적인 미소가 나온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왜 대답이 없어? 초면에 미안하지만, 나 무시당하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 말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아, 미안. 내 이름은 서재일이야. 음…… 네가 날 도와준 장본인이지?”

“그러니까 아저씨 앞에 있는 거겠지?”

아르제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귀여웠지만, 할 말은 해야 했다.

“있잖냐, 아저씨라고 부르는 건 관둬줄래?”

이제 겨우 24년을 살았을 뿐이다. 제 아무리 남자는 군대를 갔다 오면 아저씨라는 농담이 존재한다지만, 애 아빠도 아니고 나이가 마흔이 넘은 것도 아닌데 아저씨라 불리는 건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아저씨 말고 다른 호칭이 필요해?”

“오빠라고 부르면 듣기는 좋겠네.”

“음…… 미안하지만 그건 기각. 부르는 쪽이 창피해.”

아르제가 얼굴까지 붉히며 말했다. 무엇 때문에 저렇게나 부끄러워하는 지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 않기로 했다.

휴식시간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미안한데, 용건만 어서 말하자. 3분하고 조금 더 지나면 또 싸우러 가야 하거든.”

“그래? 그럼 자세한 얘기는 태엽마을에서 해야겠네.”

“태엽마을?”

“응. 내가 사는 세계.”

아르제가 어서 따라오라는 듯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서재일도 허리를 굽혀가며 겨우 겨우 아르제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입구 쪽만 좁았지, 어느 정도 걷자 광활한 크기의 동굴로 변해 허리를 쫘악 펴고 걸을 수 있게 됐다.

동굴 곳곳에 횃불이 걸려 있어서 시야확보에도 지장이 없다.

“혹시 여기서 살아?”

한참을 걷던 서재일은 동굴 곳곳에 널브러진 음식물을 봤다. 자신의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신기한 음식들이었다.

“응.”

“어째서?”

“날 도와줄 진입자를 조사하려면 이곳만큼 적절한 곳도 없거든. 이사한 마을은, 더 이상 사도들의 습격을 받지 않으니까.”

“사도?”

“아저씨가 지금까지 잡은 이상한 애들 있잖아. 우리는 녀석들을 사도라고 불러. 혹시 진입자들은 다른 명칭으로 부르는 거야?”

“뭐…… 우리는 몬스터나, 괴물이나.”

“흐음, 별로 멋지지는 않은 이름이네.”

서재일도 방금 막 그 생각을 한 참이었다.

제법 걸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동굴은 출구를 쉽게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서재일은 휴식시간을 확인했다. 앞으로 40초. 그 뒷면 이 동굴은 전장이 될 테고, 자칫하면 아르제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자신의 일에 타인이 휘말리는 건 원치 않았다.

그때 아르제가 말했다.

“다 왔어.”

그녀가 막다른 길 앞에 섰다. 어디를 봐도 문은 없건만. 천천히 벽면에 손을 대자 아르제의 손등에 진입자의 증표와 비슷한 문양이 생겨났다.

화아악.

끼이익.

이윽고 증표가 회색으로 빛났다. 자신의 걸음을 막던 벽면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저 멀리 퍼진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서재일은 아르제와 함께 동굴 밖으로 나갔다.

낭떠러지가 바로 앞에 있었다. 조심하지 않으면 거센 바람에 휘말려 떨어질 것만 같다.

“이제 저 다리만 건너면 돼.”

아르제가 왼쪽을 가리켰다. 중간에 길이 끊긴 다리가 하나 있었는데, 묘하게 다리의 끝 부분 주변이 일렁이고 있었다.

“혹시, 저게 포탈이야?”

“응. 태엽마을의 주민인 메카로스 종족의 힘이 없다면 아무나 침입할 수 없게 일부러 이곳에 만들었어.”

“종족이 따로 있는 거야?”

그 질문에 아르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메카로스 종족.

그 외로 아홉 개의 종족이 추가로 있다고 했다. 자세히 들려달라고 물어봤지만, 자신의 의뢰를 해결해주면 그때 알려준다고 말할 뿐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날 자기편으로 만들려 하네.’

아르제가 조금씩 영악해보이기 시작했다.

서재일은 아르제와 함께 다리를 건넜다.

중간에 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발을 헛디뎌 떨어질 뻔 했지만, 주변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지 다행히 추락하는 일은 없었다.

그때, 서재일의 시야에 뭔가가 들어왔다.

‘저건…… 폐허인가?’

저 멀리, 요일 스테이지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느낌의 폐허가 자리 잡고 있었다. 80년대 서양의 느낌이 나는 건물이 죄다 허물어져 있고, 그 일대에는 잡초 하나 자라지 않아 온통 흙 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관문 두 번째 스테이지부터는 이세계인이 살던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했지.’

그제야 휴식시간 종료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덧붙여 진영을 찾지 못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지 못한다는 사실도.

폐허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자, 아르제가 말했다.

“태엽마을이었던 곳이야.”

어느 사이 아르제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슬픔이 담겨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아무도 살지 않아. 사도의 침공이 있었거든.”

걸음을 멈춘 아르제가 고개를 숙여 구 태엽 마을을 바라봤다.

“많은 사람이 죽었어. 누구는 가족을, 누구는 연인을, 다행히 나는 아무도 잃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남의 슬픔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야.”

“…… 그때는, 진입자가 없던 거야?”

“아쉽게도.”

더 이상 과거의 아픔을 떠올리는 게 괴로워졌는지.

아르제가 다시 태엽마을 포탈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알지는 모르겠지만, 진입자라는 존재가 처음 관문에 진입한 건 15년 전이야. 그 전부터, 훨씬 전부터 우리는 이 세상에 살았어.”

이건 또 처음 듣는 얘기다.

어쩐지.

모르고 있었어야 할 거대한 비밀과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진입자의 눈에는 우리가 이세계인으로 보이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그 반대야. 하지만 딱히 싫진 않아. 그들이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거든.”

그 말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포탈 앞에 도착했다.

“내 손을 잡아.”

“응.”

서재일이 아르제의 손을 잡았다. 누나 이외 다른 여자의 손을 잡는 게 얼마만인지. 몹시 부드럽고 따뜻한 손이었다.

“자, 그럼. 태엽마을로 출발하겠습니다.”

안내 가이드처럼 말한 아르제가 방긋 웃으며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서재일은 전신이 빨려 들어가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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