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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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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우(雪雨)
작품등록일 :
2015.06.29 11:01
최근연재일 :
2015.07.16 1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72,226
추천수 :
1,588
글자수 :
132,756

작성
15.07.03 11:00
조회
3,236
추천
72
글자
11쪽

서큐버스 <1>

DUMMY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에 기르는 동물이 있다. 그게 강아지여도 좋고 고양이어도 좋다.

단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뭔가가 자신의 곁에 있으면 좋겠다고 어릴 적의 서재일은 늘 간절히 바랐다.

부모님은 각자 방에서 지내고, 누나와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각방을 쓰게 됐으니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훤한 방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이 싫었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마음이 맞는 여자와 결혼을 하려고 했다. 자고 일어나면 늘 사랑하는 반려자가 옆에 있으니까.

물론 군 전역 후, 자신이 걷게 된 길 때문에 모든 계획이 무너졌지만 그걸 바라는 마음조차 사라진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부로는 그 꿈을 이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가.”

잠에서 깬 서재일은 부스스한 머리를 긁으며 머리맡을 바라봤다. 곱게 접어진 담요 위에는 자신의 주먹만 한 생물체가 곤히 자고 있었다.

어젯밤.

서재일은 정체불명의 알에서 뭔가가 부화하는 걸 실시간으로 바라봤다.

바라보는 동안 수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만약 몬스터가 태어나면 어떡하지? 폭발물이면 이 일대가 날아갈 텐데. 지금 당장 누나를 깨워서 피해야 하나? 하지만 보상으로 주어진 게 독 일리는 없는데?

머리는 안전을 위해 알을 밖으로 던지라 말했지만, 호기심이 가슴을 꽉 붙잡아서 서재일은 부화의 현장을 마지막까지 지켜만 봤다.

그리고 알에서 태어난 그걸 보고 기운이 쏙 빠졌다.

화살표 같은 꼬리와 작은 날개. 그리고 머리 양옆에 달린 뾰족한 뿔. 주먹만 한 크기의 몸체.

직감적으로 서큐버스라는 걸 알아차렸다.

서큐버스.

유럽에서 제일 먼저 알려진 환상종의 일종으로 남성들의 꿈에 나타나 정기를 빼앗아 생명을 연장한다고 한다.

‘그 알…… 크리쳐 알이었구나.’

관문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다보면 아주 드물게 크리쳐 알이 등장한다.

소문에 의하면 천 번에 한 번 보상으로 주어진다는데, 안 나오는 만큼 스테이지 클리어에 상당히 유용한 도움을 준다.

‘설마 크리쳐를 얻게 될 줄이야.’

여태껏 관문을 돌아다니면서 크리쳐를 실제로 본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상당한 위용을 내뿜는 진입자였는데, 대형견 크기의 흰색 하마를 크리쳐로 데리고 다녔다.

그때의 기억을 살리면 그 진입자는 이 하마가 네임드 몬스터까지는 전부 한 방에 씹어 삼킨다고 자랑했다. 게다가 일정시간 동안 자신의 능력을 강화까지 해준다고.

그 당시의 서재일은 관문에 관심이 없어서 별로 부러워하지 않았지만, 다른 진입자들은 침을 질질 흘리는 걸로 기억했다.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본격적으로 관문 클리어에 돌입했을 때, 서재일은 내심 크리쳐의 등장을 바랐다. 그러면 한 달에 한 관문 클리어가, 3주, 2주에 한 번씩 클리어로 변할지도 모르니까.

“야, 일어나봐.”

서재일은 하품하면서 서큐버스의 볼을 살짝 찔렀다. 연보랏빛 머리카락이 흩트리면서 서큐버스가 우웅 하고 가볍게 신음한다.

깜빡깜빡.

이윽고 눈을 뜬 서큐버스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서재일을 지그시 응시하기 시작했다.

“퍄퍄!”

서큐버스가 손을 파닥이면서 뭐라 말했다. 알아듣지 못하자 작은 날개로 퍼덕이면서 서재일의 머리 위로 올라와 머리를 마구 때리기 시작한다.

“퍄퍄!”

“…… 뭐라는 거야?”

그 질문에 대답하듯 눈앞에 안내문구가 떠올랐다.


<크리쳐의 이름을 정해주십시오>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 현실에서 이런 문구가 보인다고?’

진입자는 관문을 벗어나는 순간 일반인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점은 부와 명예를 갖고 있거나, 혹은 잠시나마 일반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뿐.

관문에서 안내문구가 떠오르는 건 당연한 거지만, 현실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관문의 물건을 밖으로 가져온 것도 신기한데, 이제는 안내 문구까지 나온다니. 혹시 나, 엄청 특별한 건가?’

다들 세상의 주인공은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자신에게 벌어지는 모든 사건이 한 편의 드라마라고 여긴다.

하지만 세상의 삭막함을 몸소 느끼면서 그 생각은 점점 옅어지고, 끝내 자신은 주인공이 아닌 엑스트라에 불과하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에게는 연속해서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자신은 이 세상의 주인공이라 생각해도 모자람이 없다.

‘이름을 뭐로 하면 좋을까?’

남자라면 늘 하는 고민.

바로 자신이 키울 캐릭터의 이름 정하기!

서재일은 자신의 책장으로 향했다. 어릴 적에 용돈으로 구매했던 소설책이 백 권 가량 꽂혀 있다. 그 중 하나를 꺼내 들어 히로인의 이름을 확인했다.

‘사나였지.’

아름다운 외모와 보잘 것 없던 주인공을 일편단심 하던 한 나라의 공주 캐릭터. 학생시절의 서재일이 가장 좋아한 소설 속 인물이었다.

‘이걸로 하자.’

앞으로 자신의 인생을 한 편의 소설처럼 만들고자 하는 의미를 담아 서큐버스의 이름을 사나로 정했다.


<서큐버스의 이름이 ‘사나’로 정해졌습니다.>

<크리쳐 상태창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재일은 바로 사나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서큐버스 : 사나>

<Lv :1 / 호감도 : 10 / 0%>


<희미한 매력>

<매력이 영구적으로 20만큼 상승합니다.>


<유혹>

<특정 대상을 유혹해 아군으로 만듭니다. 네임드의 경우 20% 확률로 보스의 경우 5%확률로 성공합니다. 인간에게도 통합니다.>

<사나의 기분에 따라 발동여부가 결정됩니다.>


<총 10레벨까지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성장할 때마다 외형이 변합니다. 호감도의 수치에 따라 스킬이 강화되거나 추가됩니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건 바로 사나의 스킬이었다.

‘인간에게도 통한다고?’

말도 안 되는 스킬이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유혹 스킬의 사용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지니까.

‘…… 이미 말도 안 되는 일이 여러 번 벌어졌는데, 더 벌어져도 상관없으려나.’

이제는 이 현상에 의문을 가지기도 힘들다.

서재일은 그러려니 하고 사나에게 말을 걸었다.

“야, 네 이름은 앞으로 사나다. 마음에 드냐?”

“퍄퍄!”

사나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서재일의 머리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뭐, 나름 귀엽네.’

독 개구리나 독사에 비하면 훨씬 마음에 들었다.

관문에 진입하기 전, 서재일은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다.

“누나, 잘 잤어?”

거실에는 이미 누나가 깨어나 있었다.

자기 때문에 갑작스레 백수가 된 누나. 그동안 열심히 일만 해서 그런 지, 휴일을 사용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만 같았다.

그러지 않은 이상 매일 TV만 볼 리가 없으니까.

“아, 일어났구나. 아침 바로 먹을래?”

“차려주면 나야 고맙지.”

“그래. …… 근데 재일아.”

“왜?”

소파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하던 누나가 갑작스레 서재일을 바라봤다.

“어째 오늘따라 조금 멋있어 보이네?”

“…… 뜬금없이 뭔 소리야?”

“기분 탓인가? 어제랑은 사뭇 달라보여서. 남자다워졌다고 해야 하나?”

“잘 모르겠는데?”

태연하게 대답하면서 서재일이 부엌 의자에 앉았다.

고개를 숙인 서재일은 입 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는 걸 느꼈다.

‘매력이 상승했다는 게 이거야?’

그동안 누나로부터 잘 생겼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족이기에 건넨 말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방금 건 달랐다.

마음에서 우러나왔다고 해야 할까?

자신을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다는 느낌이 강렬했다.

‘혹시 모르니까 아침 먹고 가볍게 번화가나 갔다 와볼까? 어차피 관문 진입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사람의 관심이 조금 그리웠다.

그동안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았으니까.

밖에 나가서 좀 더 자신의 능력을 경험해보라는 건지, 어깨에 매달려 있는 사나가 꺄르륵 웃었다.

‘잠깐! 근데 나가면 얘는 어떡하지?’

주먹만 한 크기지만 사람을 닮은 생물체.

아무리 현대인이 관문 때문에 신기한 뭔가 로부터 익숙해졌다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네임드 및 보스 전리품에 한해서다.

만약 사나를 밖에 데리고 나갔다가는 순식간에 불필요한 관심을 얻을 지도 모른다.

“저기, 누나.”

혹시 하는 마음으로 서재일이 물었다.

“내 어깨에 있는 거 보여?”

“어깨에 뭐가 있는데?”

아침으로 고소한 된장찌개를 끓인 누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냐, 농담이야.”

“얘도 참, 일어나자마자 싱겁게 뭐니.”

누나는 후훗 웃으며 다시 요리에 신경을 옮겼다.

‘아무래도 내 눈에만 보이나 보네. 그게 아니라면 진입자의 눈이라거나.’

진입자의 눈에는 보여도 딱히 상관없다.

어차피 그들은 비 일상에 몸 담구고 있는 사람이니까. 보여 봤자 부러움을 사는 게 고작이다.

잠시 후.

아침 식사를 마친 서재일은 나갈 채비를 차렸다.

“관문 가니?”

현관문을 열려고 하자 누나가 약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산책 가는 거니까 걱정하지 마. 관문도 잠깐 들르기는 할 테지만.”

“조심해야 돼. 이 누나는 돈보다 네 목숨이 가장 소중해.”

“알겠어, 너무 걱정 하지 마. 참, 오늘 저녁에 외식할 거니까 뭐 먹을 지 생각하고 있어.”

“…… 돈 생겼다고 너무 막 쓰는 거 아니니?”

“몇 천 만원에서 몇 십만 원 쓰는 거야. 그리고 난 앞으로 더 벌 거야.”

서재일이 누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의 눈동자에는 강한 신념이 담겨 있었다.

“고작 이 정도로 만족하지 않아.”

“…… 알겠어. 너도 성인이니까, 알아서 잘 할 거라 믿어.”

“당연하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서재일은 집에서 나와 바로 번화가로 향했다.

평일 오후건만, 번화가는 제법 북적였다.

‘여기는 언제와도 익숙하지가 않네.’

게임폐인으로 생활했던 예전. 서재일은 사람과의 만남을 극도로 꺼렸다. 번화가는 노는 곳이 아닌, 그저 관문에 진입하기 위해서 지나쳐가는 길일뿐이었다.

관문 잡상인으로 생활했던 것도 돈 때문에 어렵게 용기를 냈던 거였다.

‘자신감을 가지자! 지금의 나는 더 이상 게임폐인이 아니니까!’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면서 서재일은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느꼈다.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변했음을.

남자는 약간 시샘하는 눈빛으로, 여자는 저 사람 괜찮지 않냐는 눈빛으로.

물론 나오기 전에 간단히 꾸민 것도 있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사나의 스킬 때문이었다.

우우웅.

그때였다.

누나 말고는 누구의 번호도 저장되어 있지 않은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오고 있었다.

“여보세요?”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재일 씨, 저 미랑인데요. 혹시 지금 밖에 있어요?”

“네.”

“역시 맞나? 뒤 좀 돌아보세요.”

그녀의 말대로 서재일이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저 멀리, 눈에 익은 모습이 들어왔다.

“아 역시 재일 씨구나.”

깔끔한 정장을 입은 서미랑이 가방을 들고 자신에게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작가의말

오늘은 오전에도 하나 올립니다^^

오후에도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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