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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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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720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7.02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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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추천
3
글자
12쪽

전쟁의 조짐

DUMMY

“걸작이군.”


남자는 만족스레 미소지었다.

처음엔 기대하지 않았었다. 영웅의 자질을 보인다고는 하나, 이미 스러진 영웅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남자는 영웅을 기다리다 완성되지 않은 영웅들이 하나 둘 스러지는걸 보고 언젠가부터 기대하지 않기로했다.

수백, 수천번··· 어쩌면 만 번에 이를지도 모른다. 그 만한 영웅의 자질들이 모두 꽃을 피우지 못하고 스러졌다.

그렇게 일만년이 지나 현재에 이르러서야 다음대의 영웅이 탄생하게 됐다.


“비록 영혼들을 모두 받아들이진 못했지만···”


남자는 아쉬운듯이 말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당장 남자 자신도 십만의 영혼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소년이 받아들인건 기껏해야 만명이나 될까?


“···잘 했다고 해둘까.”


남은 영혼들을 모조리 해방시켜두었다. 시련을 견뎌낸 소년에게의 선물이라고나할까? 물론 그들에 대한 연민이 없는건 아니었지만.


“고마님.”


어느새 다가온 인영 하나가 말을 건다. 남자는 고개를 돌렸고 그 곳에는 어느 소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 네 말대로 영웅이 확실했다.”


“이겨낼거라 믿었어요”


남자는 재밌다는듯이 웃었다. 그 믿음이 수백번 꺾여도 같은 소리가 나올지가 궁금했다. 하지만 굳이 그걸 입밖으로 내진 않는다.


“소년에게 가라. 네가 인도해야할것이다.”


“···하지만 아직 상처가.”


“네가 있다고 낫는건 아니지.”


남자의 말에 수호자는 입술만 씹었다. 약간의 정적이 둘 사이에 감돌고 수호자는 몸을 돌렸다.


“···미안하다.”


수호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가 그러라고 한다면 그래야 하는 것. 그것이 영웅의 그림자, 수호자의 역할이니.




***




“하?”


어이없는 소리를 들었다. 마치 한 대 맞은것처럼 귓가가 얼얼했다. 내 귀가 잘못된건지 아니면 그녀의 입이 잘못된건지.


“뭐라구요?”


“한달이 지났다고 했어. 잘 안들리니?”


아무래도 양쪽 모두 아닌 모양이었다. 한달 동안 죽은듯이 잠만 자고 있었다는게 사실이란말인가? 아니 그럴수가 있나?


“안 들리는게 아니라··· 진짜로 한달이요?”


“응.”


이쯤되면 숫제 어이가 없어진다. 그 싸움이 격렬했단건 인정하겠다. 하지만 한달이나 잠들어있는건 이상하지않은가?


‘분명 그 재생과 관련이 있는것 같은데···’


그 재생에 모종의 리스크가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래선 곤란했다. 격렬한 싸움의 끝에 매번 긴 시간 잠들게된다면···


‘별로 상관없나?’


죽는것보다는 몇 배나 나은데다가 어차피 내 싸움은 끝난셈이 아닌가? 네크로맨서와의 싸움이 끝난것과 동시에 나는 목표를 잃었다.

싸울일이 더 이상 없을거란 소리다.


“괜찮니?”


성자 아줌마가 내 머리에 손을 얹고 그렇게 물었다. 그렇게 짚어봐도 열은 없을텐데···


“괜찮아요. 잠깐 뭣좀 생각하느라···?”


뭔가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뭔가를 잊고 있는것 같은데 그런거같기도 했고, 아닌것같기도했다. 마치 내 머리에 누가 손을 넣고 마구 휘저은 것 같다.


‘파멸이 너를 찾아가리라!’


······그런 목소리가 들린 것 같다.

하지만 그럴린 없다. 푸른 악마는 확실하게 봉인되었고, 봉인된 푸른 악마를 일깨울 네크로맨서도 내 손에 소멸되버렸으니까.


‘뭔가를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아.’


굉장히 중요한거고 생각나지 않으면 위험할것 같은데.

그게 뭔지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리드!”


마셸 형의 화색을 띄고 방으로 뛰쳐들어오다가 아줌마를 보고는 흠칫 놀라서 헛기침을 한다. 그 모습이 여간 웃긴게 아니었다.


“큭큭. 한달만에 일어났다고 들었어.”


“그래! 한달동안 쥐죽은듯 자고 있었어. 몸은 좀 어때? 괜찮아?”


“벌써부터 그 말 지겹게 들은거같네. 괜찮아.”


“···다행이야. 그리고 잘 했어.”


잘했다라. 네크로맨서에 대한 건이겠지.


“응. 이제 푸른 악마가 부활할 일은 두번 다시 없을거야.”


그 이야기는 비밀이었지만, 어차피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중에 푸른 악마에 관한 일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아니. 푸른 악마는 다시 부활할지도 몰라.”


“아하하. 농담이라도 그런 소린···”


표정이 무척이나 진지했다. 나 지금 농담하는거 아니라고 써 붙인것마냥 마셸 형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살짝 진위판별을 하려고 옆을 슬쩍 보았더니 성자 아줌마의 표정 또한 좋지 않았다.

···농담이 아니라고?


“누가? 누가 부활시킨다는거야?”


“···잊어버린거니?”


잊어버린거니? 라는 말에 또 한번 무언가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이번에는 거의 떠오를 뻔 했는데 아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누가 푸른 악마를 부활시킨단 거냐니까요!”


“이름없는 악마. 네임리스.”


“······!”


그랬다.

네크로맨서는 처리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지 않았나. 끝이란건 내 복수가 끝이 났을 뿐이다.

직접적으로 하쉬를 죽였던 푸른 악마를 처치했고, 화촌을 습격하고, 푸른 악마를 부활시킨 네크로맨서를 처치했다.

복수는 끝. 그러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푸른 악마가 부활할 가능성이 남았다면 나는 아직 좀 더 움직여야했다.


“네임리스···!”


하지만 어떻게? 네임리스는 감히 내가 대적할 수조차 없을만큼 강하다. 지금의 나라도 분명 이길 수 없겠지.

싸움이나 되면 다행이다. 그때의 압도적인 느낌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녀석이 직접 나선다면 도대체 누가 이길 수 있단거죠?”


“······.”


그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그래. 애초부터 이길 수 있는 상대였더라면 표정이 굳지도 않았을거다.


“···십만명의 영혼을 모으지 못하게 해야해.”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들어본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분명 ‘네임리스’는 ‘고마’라는 존재를 두려워하고 있고, 그 고마라는 존재는 나서지 않는다. 다만, 네임리스가 직접 인간에게 개입하는것만은 좌시하지 않는 듯 하다.

···여전히 무언가가 떠오르지 않는 느낌이었지만 해야할건 알겠다.


‘십만명의 영혼을 모으지 못하도록!’


사람끼리의 분쟁을 없애야했다. 만약 전쟁같은게 일어난다면··· 그건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푸른 악마가 부활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되리라.

하기사, 전쟁같은게 갑자기 일어날리는 없지만.


“큰일입니다!”


그 때, 마치 노린것처럼 문을 쾅! 열고 들어왔다. 처음보는 사람···은 아니고, 헤이즈 정보사제? 저 사람이 도대체 왜 여기있단말인가?


“여러분! 전쟁!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제기랄.”


이 사람은 도대체 도움이 되는게 없다.




***





시간은 보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드디어! 드디어 모렉 공작이 쓰러졌단말이냐! 크하하하! 놈들아! 이제 전쟁의 때다!”


코아티르 왕이 울부짖었다. 늙은 호랑이의 이빨과 발톱은 날이 갈수록 매서워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건만, 이제는 부러진것이다.

그렇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호랑이 없는 산중을 지배하는건 레너 왕같은 여우가 아니라 자신같은 늑대임을 보여주리라!


“전하! 실로 지당하신 말씀이오나···”


코아티르 왕은 성큼성큼 일어나 반대를 외치려는 대신의 목을 두 손으로 잡아 그대로 꺾어버렸다. 우두둑! 하고 꺾인 목이 옆으로 축 늘어지자 함께 입을 열려던 신하들의 입이 그대로 다물어졌다.


“또 어떤 버러지가 전쟁을 막겠는가!”


그제서야 대신들은 자신들의 왕이 둘도 없는 폭군임을 다시금 깨닫게되었다. 코아티르의 왕은 대대로 가장 강한 전사가 오르는 자리! 가장 강한 전사가 평화주의자일리가 있겠는가! 피에 굶주린 늑대가 먹잇감을 앞에 두고서 멈출 리가 없다!


“아니옵니다! 전하! 모든것은 전하의 뜻대로 될 것이옵니다!”


급히 생각의 노선을 꺾은 그들이 전쟁은 이루어질거라 말하자 코아티르 왕이 다시 옥좌에 앉았다. 화난 짐승이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무엇이 그리 두려운가! 성자라는 것이 모렉 공작을 치유하고 있다고는 하나, 분명 시간이 걸릴것이다! 누누히 말해왔지 않던가! 모렉 공작이 없는 아르미안은 송사리들의 모임일 뿐이노라고!”


“···알겠나이다. 폐하!”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레너 왕은, 전쟁이 일어날것이란걸 예견하고 있었다. 코아티르의 늑대들을 막고 있던건 모렉 공작이란 이름이다. 따라서 모렉 공작이 쓰러지거나 사망 혹은 그에 준하는 상처를 입게되면 코아티르는 준동할 것이란건 불보듯 뻔한 일이다.


“코아티르가 움직였는가.”


그리고 드디어 그 소식을 코아티르가 입수했다. 첩자들을 색출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모든 첩자를 색출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걸로 괜찮다. 전쟁이 일어나는건 사실 레너 왕도 바라던 일이었으니까.


‘사실···’


코아티르는 이제 아르미안을 잡아먹을 시간이 되었노라고 굳게 믿고 있을것이다. 실제로 아르미안과 코아티르가 전쟁을 벌이면 아르미안의 승산은 적었다.

그래. 아르미안과 코아티르만이 전쟁을 벌인다면.


‘···그 첩자들이 모렉 공작의 동선을 어떻게 알았을까?’


코아티르의 첩자들은 모렉 공작을 습격했다. 턱없이 부족한 전력으로 습격했으니만큼 모렉 공작은 변변찮은 상처도 입지않고 되려 몰살시켜버렸다.

여기서 이미 코아티르는 아르미안에게 명분을 줘버렸다.


‘후후···’


명분이 도대체 뭐가 중요한가? 라고 묻는다면···


‘늑대와 여우만의 싸움이 아니라 산의 온갖 동물들이 늑대를 물어뜯게 만들 수 있지.’


레너 왕이 파놓은 함정은 물론 그런 간단한게 아니다. 정말 중요한건 네크로맨서와 첩자들을 역을 수 있단것이다.

볼드 남작령의 사태만 해도 그렇지만, 코펜하임 농업지의 두번이나 연이은 참사로 레너 왕은 더 이상 일을 숨길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노선을 변경한것이다.


‘첩자들이 네크로맨서들과 연결되어있었고, 그래서 모렉 공작의 동선을 알았다···’


만약에 네크로맨서와 첩자들과 연결되어있다고 한다면··· 과연 어떻게될까?


‘신전, 교국이 나선다.’


교국의 힘은 약하지않지만 교국은 작다. 비록 성기사와 사제들이 막강하다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언데드를 상대로였다. 기사나 병사들을 상대로 싸운다면 그들과 크게 다를것도 없었다.


‘그리고 교국이 나서는데 제국이 가만히있을까?’


비어드 제국은 교국의 형제국.

심지어 교국은 비어드 제국의 영토 안에 있을정도였다. 사실상, 듀란드 신성교국은 비어드 제국의 심장부라고도 할 수 있었다.


‘비어드 제국이 움직인다면.’


제국이 어째서 제국이라 불리겠는가? 그건 대륙에 따를 왕국이 없기 때문에 제국帝國이라고 불리는것이다. 제아무리 북방의 코아티르라해도 비어드 제국을 이길 순 없다.


‘물어뜯기는건 코아티르지.’


삼국의 공격 아래에서 코아티르가 과연 존속을 유지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다만 주의해야할점은.’


주의해야할점은 그 이후 신전과 제국이 아르미안 왕국을 표적으로 삼는 것이다. 사실, 제국은 동쪽의 국가와도 그 영토를 맞대고있어서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것인데 코아티르까지 없는데다가 이미 진출해놓은 상태라면 그대로 아르미안을 집어삼키려 할 수도 있다.


‘제국을 충동질할 수는 없다. 제국을 움직일 카드는 없어. 하지만 교국을 움직일수는 있지.’


일단 거기까지는 벌어지지 않은 일이다.

코아티르를 처리하고, 그 다음에 제국을 처리하자.

레너 왕은 다시 한번 체스를 두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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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전쟁의 조짐 3 18.07.04 196 5 11쪽
141 전쟁의 조짐 2 18.07.03 206 6 12쪽
» 전쟁의 조짐 18.07.02 212 3 12쪽
139 네크로맨서 15 18.06.29 234 5 12쪽
138 네크로맨서 14 18.06.28 218 6 12쪽
137 네크로맨서 13 18.06.26 376 5 14쪽
136 네크로맨서 12 18.06.26 226 5 12쪽
135 네크로맨서 11 18.06.25 220 4 12쪽
134 네크로맨서 10 18.06.22 231 4 24쪽
133 네크로맨서 9 18.06.21 245 4 12쪽
132 네크로맨서 8 18.06.20 226 4 16쪽
131 네크로맨서 8 18.06.19 234 4 14쪽
130 네크로맨서 7 18.06.18 228 4 14쪽
129 네크로맨서 6 18.06.15 228 4 22쪽
128 네크로맨서 5 18.06.14 392 4 12쪽
127 네크로맨서 4 18.06.13 353 7 12쪽
126 네크로맨서 3 18.06.12 233 6 13쪽
125 네크로맨서 2 +1 18.06.11 217 7 13쪽
124 네크로맨서 18.06.08 239 5 13쪽
123 움직여야 할 시간 11 18.06.07 247 4 14쪽
122 움직여야 할 시간 10 18.06.06 208 4 13쪽
121 움직여야 할 시간 9 18.06.05 214 4 16쪽
120 움직여야 할 시간 8 18.06.04 205 4 12쪽
119 움직여야 할 시간 7 18.06.01 225 4 14쪽
118 움직여야 할 시간 6 18.05.31 21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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