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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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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96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6.14 07:08
조회
391
추천
4
글자
12쪽

네크로맨서 5

DUMMY

“다 도착했습니다요! 여기까지면 되는게지요? 나리들!”


모렉 공작과 나는 잠을 청하지 않았다. 숙소를 잡으려 했지만, 아무래도 시간낭비인 것 같았다. 마부 한 명과 용마를 구해서 마차 안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보통, 어지간히 마차를 타본 사람이 아니라면 그 안에서 잠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덜컹거리는건 기본이고 시끄러운 소음과 자리도 불편하니까. 다만, 우리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흐음! 고맙군.”


잠에서 깨어난 나와 모렉 공작은 얼굴을 탁탁 두드렸다. 묘하게 같은 동작에 기분이 나빴지만 신경쓰는 쪽이 지는거다.


“뭐냐? 네놈도 일어나면 얼굴을 치는 편이더냐?”


신경쓰는 쪽이 지는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신경쓰네. 나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 그냥 정신차리려고 흔든 것 뿐이다.


“수고비는 여기있다.”


모렉 공작은 수고비를 마부에게 건네주고 어깨가 뻐근한지 빙빙 돌렸다. 나는 앞을 쳐다보았다. 황금빛 밭이 펼쳐진 코펜하임 농업지의 밭이었다. 불과 얼마전에 왔으니만큼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아, 감사합니다요! 나리들. 그럼 소인은 이만!”


넉넉히 돈을 건네주고 마치 간신같은 수염을 기른, 당나귀 상의 마부가 떠나자 나와 모렉 공작의 표정이 금세 바뀌었다.


“애송아. 네놈도 느끼고 있겠지?”


“당연하죠. 알 수 밖에 없을텐데요.”


“비단 언데드뿐만이 아니다. 성기사들도 이미 도착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네 말이 들어맞은 모양이군. 얼른 가자!”


“그 얼른 가자란 소리 한번만 더 들으면 노이로제 걸리겠어요! 말 안해도 간다고요!”


모렉 공작과 리드 도착까지 남은시간 삼십분.




***




벤자민은 눈을 감고 말았다. 오, 제기랄. 저 저주받은 네크로맨서가 또 신념있는 기사들을 둘이나 죽이고 만것인가? 전투중에서도 그들에게 나름의 애도를 보내고서 벤자민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말았다.

주먹을 쥐자 자연스레 검자루가 꽉 잡혀들어 손바닥이 다 아파올 지경이었다.


“어디까지, 어디까지 그렇게 살육을 해야 만족하겠나!”


날카롭게 휘둘러진 검은 노장老將의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많은 경험과 절도 있는 동작, 그리고 허를 찌르는 듯한 타이밍이었지만 네크로맨서는 더욱 많은 경험을, 더욱 세련된 기술을, 더욱 지독한 심성을 지니고 있었다.


“크흐흐! 걱정하지 않아도 곧 끝날게다. 이 세상에서 인간들이 사라지게 될테니···”


“그게 네 목적이더냐!”


마법사답지 않게 네크로맨서는 뼈창을 직접 들고 벤자민과 부딪혔다. 하지만, 역시 근접전에는 능하지 못한지 몇합 되지 않아서 뼈창은 튕겨나가고 말았다.


“성기사야. 성기사야. 늙고 병든 성기사야. 아둔하구나. 아둔해!”


네크로맨서는 맨손으로 벤자민의 날아오는 벤자민의 검을 잡아챘다. 벤자민은 네크로맨서의 팔째로 그를 양단하려했지만, 마치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뭣이?!”


힘을 잔뜩담아 쳐냈는데 맨손에 잡혀버리니 벤자민은 황망할 지경이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단말인가?


“왜 그러느냐? 당황스러우냐? 늙은 성기사야!”


끄드득. 끄드득! 네크로맨서는 잡아채는것에 멈추지 않고 자신의 손을 검신과 마주비볐다. 그런데도 네크로맨서의 뼈밖에 없는 팔이 잘리거나 가루가 될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되려 부숴지려하는건 벤자민의 검이었다.


“네놈들의 검이 내게 닿지 않으리란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잘 봐두거라.”


뿌드득. 드득. 드득. 쩌적. 쩡!

검신에 금이 가기 시작하자 금세 거미줄처럼 번지고 이내 유리창처럼 깨지고 말았다. 누구라도 당황할 법 했지만, 벤자민은 정신을 수습하고 검자루를 놓았다.


“무슨짓을 한거냐··· 네크로맨서!”


“벤자민 경! 괜찮으십니까?!”


마셸이 벤자민을 부축하려했지만, 벤자민은 손을 들어 괜찮다 거절했다. 그는 다친게 아니라 그저 무기를 잃었을 뿐이니 부축받을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 난 괜찮네.”


그리고 주변에 아무렇게나 떨어져있는 무기 하나를 집었다. 일반 병사들이 쓰는 창인것 같았는데, 아쉬운대로 사용할 수 밖엔 없었다.


“어떻게 검을 부러뜨렸는지 궁금하더냐? 하지만 네놈의 아둔한 머리로도 이해하고 있을터인데?”


그건 사실이었다. 네크로맨서는 다른 마법같은걸 사용한게 아니었다. 물론 그의 실력이라면 그런 기색조차 없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이건 그런게 아니다. 그저 완력으로 부숴버린것이다.

마치 손으로 사과를 으깨는듯한 감각으로.


“그런게 가능하단 말인가!”


강체력을 익힌 몸도 아닐진데··· 아니, 아니다. 놈은 인간이 아니었다. 수백년을 산 리빙데드라면 그 육체적 능력으로 어떻게든 가능할지도.


“몇번이고 부러뜨려주마. 클클클···”


네크로맨서가 손을 휘두르자 지면 아래로부터 뼈창이 솟아올랐다. 벤자민과 마셸은 피한다고 황급히 피했지만 찰과상과 같은 미약한 상처를 입고 말았다. 물론 아무래도 상관없는 ‘미약한 상처’일 뿐이다.

그저 상처였다면.


“···독!?”


허나 그 미약한 상처속으로 독이 파고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언제 독을! 마법으로 일으켜낸 창이 아니었던가!”


“클클클! 독은 이 일대에 만연해있는데 굳이 내가 만들어낼 필요가 없지않느냐?”


마셸이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사망자들의 시독屍毒···?!”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구나. 그 창은 마법으로 만들어내긴 했으나, 시체를 꿰뚫고서 뻗어나간것이니 시독이 묻었음에 당연하지! 당연하고 말고!”


과연, 그 창은 시체를 꿰뚫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보니 그건 주민의 시체가 아니라 이미 죽은지 시간이 제법 지난듯한 썩어 문드러진 시체였다.

죽은자를 일으켜 세울뿐만 아니라 그 뼈와 시체의 부패까지 이용하다니 그야말로 악랄함의 끝이 아닌가?

마셸은 네크로맨서의 수법에 치를 떨었다.


“너흴 위해 준비해두었다. 클클클!”


“···다행이군.”


마셸은 지난 5년간 허송세월을 한게 아니었기에 그동안 익혔던 신성을 사용했다. 일반 사제들보다도 훨씬 나은 신성은 시독따위는 단숨에 몰아냈고 이어서 신성을 사용하지 못하는 벤자민에게도 그 힘을 베풀었다.


“고맙네. 그 동안 신성을 익혔나보군. 하긴 자네는 재능이 있었지.”


애초 마셸이 신성을 익히지 않았던 이유는 하쉬의 등을 쫓았기 때문이다. 신성을 익혔다는것은 더 이상 하쉬를 쫒으려하지 않는단 소리겠지. 어떻게보면 아쉬운 일이라 볼 수도 있으나, 스스로의 길을 걸어나간다는 점은 평가해야할 점이었다.


“감사합니다. ···네놈의 시독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그런 미약한 독이 신전의 인물들에게 통할 성 싶나?!”


마셸이 크게 소리치며 네크로맨서에게 달려들었다. 네크로맨서는 이번에는 조금 짜증난다는 표정이었다.


“제법이구나. 하지만 그만하면 의미는 있었지. 클클.”


그 또한 사실이었다. 시독 정도를 신전의 인물들이 해독하지 못할리는 없지만, 신성이란것은 본디 생명 그 자체를 신에게 바쳐 사용하는 힘이라 할 수 있었다. 시독을 해독한만큼 마셸의 피로가 쌓인것이다.

에르네스 메르실처럼 강대한 신성력에 몸이 따라가질 못해 쓰러지거나 할 일은 없겠지만, 그것도 한계는 있었다.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피로가 쌓여가기만해도 이득.


“그만한 신성을 사용하는 놈이라! 거슬리는구나!”


다크 울프가 마셸과 벤자민의 등 뒤에서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단숨에 도약해 물어뜯고 찢어발길 기세로 달려들었지만 이미 이를 읽고 있었던 둘은 가볍게 다크 울프 한 마리를 처치해버렸다.


“저놈을 죽여라!”


이번엔 지면이 울렁거렸다. 또 뼈창이 쏟아져 올라오는가 싶었지만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대신, 드러난건 뼈창을 수백개나 엮고 이은 것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는 괴물이었다.


“뼈가시?!”


마셸은 놈을 본 적이 있었다. 뼈로 이루어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거대한 뱀의 형상을 하고 있는 그것은 일전에 네크로맨서가 뼈가시라 불렀던 놈이었다. 분명 언데드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인것이 분명한데 살점 하나 없는 괴상한 놈이다.


“놈은 재빠르고 강력합니다. 요주의하셔야합니다! 벤자민 경!”


네우스 백작과 뼈가시가 싸우는건 지켜보았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마셸은 자신이 네우스 백작에게 뒤쳐진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클클클! 뼈가시긴 뼈가시여도 그놈은 보통 뼈가시가 아니다! 암. 아니고말고!”


뼈가시는 끝도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러마리라는게 아니라, 한 마리가 그만큼 크다는 소리였다. 마침내 뼈가시가 지면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그 길이는 붉은 숲의 나무 두 그루를 이어붙인 것 만큼이나 길었고, 통나무를 몇 개나 붙인것만큼이나 굵었다.


“······!”


“가시어미! 클클클. 네놈들이 이 놈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전설속의 드래곤이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날개와 다리만 붙어있다면 영락없는 본 드래곤이리라. 거대한 뼈가시는 흙을 뚫고 나와 크게 울부짖었다.


“쿠오오오오! 샤아아아아아아!”


덩치가 덩치인만큼 소리가 엄청났다.


“가시어미···”


역시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생김새는 영락없는 뼈가시였으나 덩치가 배로 컸다. 도대체 세상 어디에 저런 몬스터가 존재한단말인가? 그 전에 생물인지부터가 의심됐다.


“마셸 경. 상대할 수 있겠나?”


벤자민이 쓰게 웃으며 물었다. 그건 이길 자신이 있겠냐는 물음이 아니라 버틸 수 있겠냐는 물음이었다. 이만한 놈을 이길 방법은 없을게 뻔하니까 시간을 끌어주면 네크로맨서를 공격해보겠다는 뜻이었다.

마셸은 대번에 그의 뜻을 알아들었지만 섣불리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자신없지만··· 제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겠군요.”


이미 병사들은 가시어미가 등장하자마자 전의를 상실해버렸다.

상상해보라. 당신의 눈 앞에 당신만한 뱀이 있다면 싸울 수 있겠는가? 맨손이라면 물론 도망칠테고, 무기가 있더라도 싸우려하지 않을것이다.

하물며 사람 몸뚱아리의 몇십배는 됨직한 거대한, 그것도 기이한 생김새의 뱀을 만난다면 기가 질려버리는게 당연했다.


“부탁하네.”


“하지만 가능하겠습니까?”


마셸은 벤자민에게 네크로맨서를 처치하는게 가능하느냐고 물었다. 실제로 네크로맨서를 처리하지 못한건 네크로맨서의 소환물들이나 언데드들이 강해서가 아니라 그 자신이 너무나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크 울프나 뼈가시같은 것들이 없더라도 네크로맨서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존재하지 않으리라.


“못해도 해야하지않겠나? 하쉬 경처럼.”


“···하하. 그렇죠. 그게 우리 일이니까.”


“음!”


일전에 그 하쉬는 결코 이길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네크로맨서보다 훨씬 강했던 푸른 악마를 상대로 싸워 최후에는 푸른 악마를 봉인시켰다.

물론 거기에는 마셸과 벤자민을 비롯해 리드와 비루 그리고 모던의 여섯 사람의 협력이 있었지만, 그가 없었더라면 결코 푸른 악마를 봉인하지 못했을 것도 사실이다.

하쉬라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했겠는가?


“그 놈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지. 안 그런가?”


샤아아아앗!

마치 말을 알아듣는것처럼 가시어미가 혀를 낼름거리며 그들을 위협했다. 아마 본능적으로 이 자리에서 가장 강한 적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물론입니다.”


마셸은 벤자민의 앞을 가리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검을 까닥이자 가시어미의 시선이 그를 따라 돌아갔다.

약간 강아지 앞에서 강아지풀을 흔드는 느낌이라 마셸은 피식 웃어버렸다.


“샤아아아악!”


그리고, 가시어미가 덮쳐들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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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네크로맨서 12 18.06.26 226 5 12쪽
135 네크로맨서 11 18.06.25 22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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