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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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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95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6.21 07:34
조회
244
추천
4
글자
12쪽

네크로맨서 9

DUMMY

모렉 공작을 압도하고 있던 네크로맨서가 갑작스레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도 그럴것이 어둠의 구체에 누군가가 접근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어떤놈이!”


십만의 영혼이 담긴 그 구체를 누가 건드린단 말인가! 네크로맨서는 손 안의 구슬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설마 그 많은 영혼들을 모두 해방시킬 수 있을리는 없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리빙데드 헨리가 알아서 막아주리라곤 생각하지만···


‘직접 가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겠다. 안심이 되지 않겠어!’


네크로맨서는 모든 마력을 거두고 재빨리 그곳으로 향하려했다. 하지만 몸을 돌린순간 섬뜩한 무언가가 자신을 엄습하는 착각에 다시 몸을 돌리고 말았다.


“···네놈!”


그 섬뜩한 기운은 모렉 공작이 뿜어낸 것이었다. 눈 한쪽이 파열되고 호흡기가 막혀 숨을 쉴 수 없었다. 몸상태는 최악에다가 부상이 없는곳이 없었다. 누구라도 당장에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상황.

그런데도 싸우려들고 있다.

네크로맨서는 그 의지에 일순 아연해지고 말았다. 무엇이 인간을 이렇게까지 만든단 말인가? 아니, 알고있다. 그 자신이 그랬으니까!


“······.”


반면 모렉 공작은 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눈이 흐리멍덩해서 시야는 보이지 않는다. 숨은 쉴 수 없었으나 그게 오히려 편안하다고 느꼈다. 가슴은 답답했고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어떤 생각도 하기 어려웠다.

다만, 맹목적이게 이것 하나만을 위해서.


‘눈 앞의 적을 쓰러뜨린다.’


그것은 팔십년이 넘는 생에 모렉 공작이 다짐한 스스로의 긍지이자 신념이다. 결코 깨어질만한게 아니란 소리다. 그걸 증명이라도하듯 모렉 공작의 정신은 이미 날아가고 없었다. 육체는 죽어가고 있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데···!


“크흐흐··· 스스로의 영혼을 갉아서라도 내 길을 막겠다는게냐.”


네크로맨서의 안광이 다시 한번 번쩍였다.

정신도 육체도 안 된다면 영혼을 갉아서라도 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 잘 알겠다. 네크로맨서는 이 남자의 숨통을 확실히 끊어두지 않는다면 어디에도 가지 못한다는걸 알았다.

밧줄로 묶어놓으면 그 밧줄을 이빨로 갉아서라도 올 것이다. 사지를 잘라놓아도 이 남자는 이빨로 땅을 끌어서라도 오리라. 몸 속의 장기가 모두 날아가도 살아있는 동안엔 자신을 물어뜯을 늑대였다.

늑대? 아니다. 늑대같은거라면 불가능하다. 사자도 호랑이도 아니다. 모렉 공작은 그저 모렉 공작일 뿐이다. 굳이 그를 미사여구로 칭송하겠다한다면 노영웅이라 불러야겠지. 네크로맨서조차 그에 경의를 표한다.


“좋다! 좋아! 내 끝까지 상대해주마.”


그 시간은 아주 짧을테지만.




***




“이건···”


나는 또 다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지난번에 보았던 어둠의 구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크기였다. 어지간한 대형몬스터 만하다.

하지만 거기서 흘러나오는 힘은 대형몬스터 ‘따위’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분명 다가가는 순간 일이 벌어질거다.


“···영혼의 집결체. 본 적 있어?”


어느새 따라온 헨리가 내게 말을 건넸다. 아무런 감흥도 없다는 듯, 아무런 흥미도 없다는듯한 그 말투에 소름이 돋았다. 역시 괴리감이 느껴지고만다. 이만큼 싸우고 이제와서 무슨 헛소리냐 싶겠지만.


“···그래. 본 적 있어. 나는 이걸 부숴야만 해.”


“이 안에 영혼 담았어. 언제나 볼 수 있게끔 연결된 구슬을 들고다녀.”


나는 의아해하고 말았다. 말주변이 없는건지 언데드라서 언어기능이 퇴화한건지 몇몇 말이 알아듣기 어렵긴 했으나 중요한 사실이었다. 그런걸 내게 왜 말해주는걸까? 하지만 의문을 묻기전에 헨리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지금쯤 여기 온 걸 알았을거야. 도망쳐. 죽을거야.”


여전히 상냥하구나. 나는 웃고 말았다. 나 때문에 죽은 헨리는 다시 태어나고도 생전의 선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 죽을지도 몰라. 네크로맨서가 올지도 모르고. 분명 이 영혼들을 해방하는건 쉽지 않겠지. 하지만 이게 없다면··· 네크로맨서의 계획은 모조리 무너지는거겠지?”


확인하듯 묻는 말이었다. 원래 이런말에 대답해줄리가 없건만 헨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끄덕거렸다. 내 말에 긍정한 것이다.


“응.”


그렇다면 좋다. 망설일 필요 따위는 없지 않은가? 한 번 해본 경험도 있었다. 이만한 영혼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어떤일을 해야할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단번에 그들에게 삼켜질 가능성조차 있지만, 10만의 영혼을 해방시키는 가능성을 얻는 대가로 나 하나의 목숨을 저당잡히는거라면 싼 값이다.

더욱이 헨리를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더더욱.


“···막을거야?”


막을거냐고 묻는 말에 헨리는 고개젓는다.


“들어가면 죽을거야.”


헨리의 말은 굳이 자신이 막지 않더라도 영혼들을 해방할 수는 없다는 소리였다. 단언하는걸 보면 그렇겠지. 난 굳은 표정으로 영혼의 집결체를 응시했다.

이미 한 번 한 적이 있다. 벤터스 아르쿠잔도 내 행동을 비웃었지만, 나는 끝내 해냈다. 그러나···


‘전혀 달라.’


단순히 숫자의 차이가 아니라 좀 더 고차원의 무언가를 보는 느낌이었다. 땅에 엎드린 개미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를 볼 수 없듯이 내가 느낄 수 없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었다. 모든것이 변할지도 다가가는 순간 목숨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만큼 압도적인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그래도 가겠어.”


굳은 결의를 다지고 한 걸음 내딛는다. 미칠것만 같은 압박감이 나를 엄습하나 이런것쯤이야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몸이 부숴지고 으깨져 한 줌의 재가 되더라도 걸어가리라.


“···행운을 빌어.”


헨리는 날 막지 않았다. 그저 떨어진 곳에서 오히려 내 행운을 빌어주었다. 도무지 방금까지 치고박았던 적이라고는 생각지 힘들지않은가.

그만큼 가능성이 희박하단 소리겠지. 영혼들을 해방시키고 내가 빠져나올 수 있을 확률은··· 아니, 생각하지 말자.

쓰게 웃고는 손을 내뻗었다.

그래. 다시 한번 저 어둡고 아득한 곳으로···




***




어둠이 있다면 반드시 빛이 있다. 빛이 없다면 어둠이라는 개념이 없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빛이 생긴다면 반드시 그림자가 생기는 법.

수호자라는것을 대대로 물려받은 소녀의 가문은 대륙이라는 빛과 악마들이라는 어둠속에서 오랫동안 세상을 지켜왔다.

빛과 어둠이 있기에 그림자는 생기는 법이다. 그래. 수호자야말로 그림자로 부를 수 있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그림자.


‘기다렸어.’


그림자속에서 웅크려 있던 소녀의 선조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대신해줄 영웅의 탄생을 빌었다. 그러나 새로운 빛이 탄생하기 위해선 어둠을 밀어내야 하는 법.

언제나 영웅들은 어둠을 밀어내지 못한채 그 전조만 보인채로 사그라들고 말았다. 짙은 어둠이 피어나는 빛을 모조리 꺼뜨린것이다.

성공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다만, 성공하기만을 빌었다. 소년은 아직 어리고 가야할 길이 멀었다. 리드, 그 소년이 걸어야할 길은 가시밭길이다. 그 길에서도 네크로맨서는 특히나 큰 가시일진저.

소년이 가시를 부러뜨릴지, 아니면 가시에 꿰뚫릴지는 모른다.

다만 만에 하나라도 가시를 부러뜨릴 단서를 얻게 된다면, 끝내 가시를 부러뜨린다면 소년은 영웅이라 불리게 되리라.

영웅!

불가능을 뛰어넘고 세상을 구원하는 자!

수호자는 두 손 모아 영웅의 탄생을 간절히 기도한다.


“부디 우리의 새로운 촛불이 되어줘.”




***




저번과 같은 느낌이었다. 부감하는 듯한··· 그래. 이 곳에서는 시간이 더디게 흐른다. 며칠이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몇분도 지나지 않는다.


‘해방···’


이를 악물고 그것만을 생각해야했다.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만큼 나 또한 나태해져가는 듯하다. 여기에 온 목표를 잊어버리고 말 것 같다.

잊어서는 안 되는게 있다. 겨우 여기서 포기할 거라면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것이다.


“꺼져!”


나태와 망각을 모두 떨쳐내고 머리를 흔들었다. 조금은 정신이 들었다. 그래. 설령 시간이 더디게 흐르더라도 여기서 멍하니 있을 시간은 없다.


“······!”


눈 앞에 보인것은 그저 ‘덩어리’였다.

무슨 뜻이 있는게 아니라 진짜로 덩어리였다. 이전에는 영혼들이 흐르고 흐르며 서로를 밀치고 또 밀치며 마치 덩어리처럼 보였다.

그래. 계란을 휘저어 노른자와 흰자를 섞어놓는것처럼. 그러나 그 당시에 나는 그 흐름을 멈췄고 모두와 함께 벽을 부숴 영혼들을 해방시켜줄 수 있었다.

지금은···


‘불가능해!’


이미 영혼들에게 ‘자아’가 사라지고 난 이후란걸 알 수 있었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는 이것이었나. 헨리가 전혀 막지 않은 이유도 잘 알겠다.

이들이 자아를 되찾을 리가 없다. 이미 이 영혼들은 파국을 맞이한 후였다. 따라서 이 영혼의 벽은 결코 파괴될 수 없다.


‘나갈 수 없어. 제길!’


비명과 통곡소리만이 가득채운다. 그러나, 그 속에서 말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아를 잃은 영혼들은 말조차 할 수 없으니까.


“안 돼···”


아득한 영혼들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저 속으로 빨려들어가 그 속의 한 줌이 되고 말 것만 같았다. 떨쳐냈다고 생각한 나태와 망각이 다시 나를···


‘그러고보니 내가 왜 왔더라?’


내가 여기 왜 왔더라? 여기는 분명··· 어디지? 영혼들이 고통스러워하는건 알겠는데 도대체 여기가 어딘데 이토록 많은 영혼들이 있는거지?

···영혼들은 뭐지? 내가 어째서 여기있는걸까?

······그것보다도.

‘내’가 누구지?




***




“···누구?”


헨리는 멍하니 지키고 있던 장소에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자 겁을 먹었다. 그래. 아무리 다치고 아파도 감정 하나 드러내지 않던 그 헨리가 겁을 먹은것이다.


“알 것 없다.”


손을 들어올리는 것만으로 헨리가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전신이 갈기갈기 쪼개지고 말았으니까. 역시 전신이 몇백조각으로 나뉘니 재생이 어려운걸까?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되어버린 헨리는 조금씩 재생하고는 있지만, 리드와 싸웠던 때처럼 금방 재생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의문의 인물은 그러거나 말거나 눈 앞의 거대한 영혼의 집결체를 보며 알듯 말듯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들어가리라 생각했다.”


만족스럽다는듯 미소짓는다. 세계를 해방시켜줄 자 답게 영혼들을 해방하기 위해 그 한 몸을 훌륭하게 바쳤지않은가? 들어가면 끝이란걸 알고있었을거다. 이미 자아가 붕괴해있었다. 그 말인즉, 들어가기 이전의 리드와 들어가고 나온 후의 리드는 어떤 방식으로든 달라진다.

달라진다는건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르고, 모든 기억을 잃는 망각일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에 모든것을 뛰어넘는다면···


“시련을 극복한 영웅이 될 수도 있지.”


인물은 제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병아리의 알과도 같다. 사람이 알을 깨주면 그 병아리는 닭이 되지 못한채 죽어버리고 만다. 세균이 침투해 죽는것이다.

영웅 또한 이와 같다. 영웅은 스스로 태어나는 법. 거기에 불순물이 끼어든다면 오롯한 영웅이 되지 못한다.

이 소년이 영웅이 되기를 바라기에 손 대지 않는다.

영웅으로서의 첫걸음을 떼어야만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게된다. 그래야 자신의 원대한 목표를 이루고 이 오랜 삶을 끝낼 수 있게된다.

오래전, 용마대전에서 투마왕을 봉인해 세계를 구원했고, 일만년동안 세상을 수호한 신적인 인물이 바로 그였다.

그러나 이제 그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과거의 영웅은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기다린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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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전쟁의 조짐 2 18.07.03 206 6 12쪽
140 전쟁의 조짐 18.07.02 211 3 12쪽
139 네크로맨서 15 18.06.29 234 5 12쪽
138 네크로맨서 14 18.06.28 218 6 12쪽
137 네크로맨서 13 18.06.26 376 5 14쪽
136 네크로맨서 12 18.06.26 226 5 12쪽
135 네크로맨서 11 18.06.25 220 4 12쪽
134 네크로맨서 10 18.06.22 231 4 24쪽
» 네크로맨서 9 18.06.21 245 4 12쪽
132 네크로맨서 8 18.06.20 226 4 16쪽
131 네크로맨서 8 18.06.19 234 4 14쪽
130 네크로맨서 7 18.06.18 228 4 14쪽
129 네크로맨서 6 18.06.15 228 4 22쪽
128 네크로맨서 5 18.06.14 391 4 12쪽
127 네크로맨서 4 18.06.13 353 7 12쪽
126 네크로맨서 3 18.06.12 233 6 13쪽
125 네크로맨서 2 +1 18.06.11 217 7 13쪽
124 네크로맨서 18.06.08 239 5 13쪽
123 움직여야 할 시간 11 18.06.07 247 4 14쪽
122 움직여야 할 시간 10 18.06.06 208 4 13쪽
121 움직여야 할 시간 9 18.06.05 214 4 16쪽
120 움직여야 할 시간 8 18.06.04 205 4 12쪽
119 움직여야 할 시간 7 18.06.01 225 4 14쪽
118 움직여야 할 시간 6 18.05.31 21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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