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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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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73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6.26 07:30
조회
225
추천
5
글자
12쪽

네크로맨서 12

DUMMY

“이게··· 무슨?”


이제 확실히 알겠다. 네크로맨서가 보고있는건 착각이 아니었다. 확실한 현실이다. 구슬 속에 있는 색은 확실히 옅어져있다. 칠흑에서 색이 빠져 검은색으로 변색되어있고, 하얀색으로 한 점이 빛나고 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너무나 명백했다.

영혼들을 누군가가 받아들이고 있단 것. 기껏 모아놓은걸 도둑질을 하고있다!


“감히 어느놈이! 어느놈이 이랬단말이냐!”


네크로맨서는 평소와 다르게 두 발로 뛰었다. 뼈 밖에 없는지라 달릴때마다 다그닥거리는 소리가 들려 말발굽처럼 들려왔다.


“내 가만두지 않으리라!”


말발굽처럼 들리는 소리에 걸맞게 그 속도도 상당하다. 거의 말과 맞먹는 속도였다. 오랜 삶을 영위한 리빙데드는 그 신체능력이 살아간 세월에 비례해 상승한다. 네크로맨서의 악력은 맨손으로 칼을 부술 정도였는데 속도는 말에 필적한다니 그야말로 생물이라는 단위를 초월해있었다.

이를 괴물이라 하지 않고 무엇이라 하랴?


“헨리! 헨리! 어디있느냐! 어디서 무얼하는게야!”


헨리가 농땡이를 필리는 없을거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헨리를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있단말인가?

솔직히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그럴수도 있다. 네크로맨서는 묘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아무래도 헨리가 없는것 같은데···


“······!”


아니었다. 헨리는 고깃조각이 되어있기에 몰랐던 것 뿐이다. 생각할것도 없이 이게 헨리라는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건 곧 알 수 있었다.


‘헨리, 이 놈이 도대체 누구한테 당했단말인가!’


헨리는 네크로맨서라는 괴물이 만들어낸 최고의 괴물이자 걸작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네, 네놈은···!”


네크로맨서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그도 그럴것이 그의 눈앞에 있는것은 그 악마 네임리스가 공언한 세계 최강의 존재. 제아무리 네크로맨서라도 대적할 수 없다. 토끼와 호랑이? 그 이상의 차이가 둘 사이에는 있었다.

네크로맨서 자신조차도 그러할진데 헨리라면 상대조차 되지 않았을 터! 솔직히 말해 운이 나쁘다!

당장 도망쳐야한다!


“네놈이라··· 건방지군.”


도망치려던 발이 우뚝 멈춰서서 발가락 끝조차 움직이지 않는다.

남자가 눈쌀을 찌푸리자 네크로맨서는 마치 세상이 자신을 짓누르는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느낌뿐만 아니라 실제로 뼈가 우득우득거리고 있었다. 노려보는것만으로 이 자신이 무력해진단말인가?

이 정도로 힘의 차이가 있단말인가?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무력감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포식자에서 피식자로 전락해버린것이다.


“흥···”


남자는 네크로맨서를 노려보다 흥미가 가셨다는듯이 코웃음을 쳤다. 네크로맨서는 자신도 모르게 목을 메만졌다. 붙어있는걸 확인하고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다, 당신이 왜 여기에? 당신이 한 짓이오?”


밑도 끝도 없이 물은 말이지만 남자는 네크로맨서의 질문이 무슨 뜻인지를 이해했다.


“···아니다.”


이제 할 일은 없다. 영웅은 탄생했고, 시련은 찾아왔다. 여기에 있어봤자 방해밖에 되지 않으리란걸 깨닫고 떠나려던 남자는 네크로맨서를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네놈, 마력이 다했군.”


실제로 네크로맨서에게 남은 마력은 없었다. 끝을 모르던 마력이 모두 바닥나있다. 네크로맨서는 그 말에 가슴이 철렁했지만, 어차피 이 남자의 앞에서라면 마력이 남아있던 남아있지않던 결과는 같다.

네크로맨서는 숨을 고르며 애써 스스로를 안정시켰다.


“그렇다면 그만 가주시오.”


“하지만 네놈이 할 짓은 알고있다. 발로그를 부활시키려 할텐데··· 굳이 내가 그걸 두고봐야할까?”


“···날 죽일 생각이오?”


“글쎄···”


남자의 일거수일투족이 네크로맨서에겐 압박으로 다가왔다. 산이 움직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대체 왜 그가 여기에 있단 말인가! 머릿속이 헝클어진다. 하필 이 남자에게 방해받는단말인가?


“원래는 그냥 떠나려했는데···”


제기랄. 왜 빨리 서두르려했단말인가? 그냥 조금만 여유롭게 움직였다면!


“···생각이 바뀌었다.”


남자가 손을 든다. 동시에, 네크로맨서는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석상이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동시에 뇌가 정지한듯이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게 됐다.


“······.”


남자의 손이 닿는 순간, 마비가 풀린것처럼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어째서?”


어째서 마력을 회복시켜줬단말인가? 절반의 마력뿐만이 아니라 마셸이라는 성기사놈한테 당해 절반의 마력밖에 소지할 수 없었던 자신의 심장을 완전히 복원시켜주었다.

그 놀라운 능력에 경의를 품기도 전에, 의아해할 수 밖에 없었다.


“네놈은 ‘시련’ 이다. 시련이 시련답지 않으면 시련이라 할 수 없지.”


“···시련?”


“그래. 시련! 내 오랜 삶에 가장 기다려왔던 영웅을 탄생시킬 시련!”


남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네크로맨서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영혼들로부터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네놈은?!”




***




“···전쟁이라.”


레너 왕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오랜만에 몸을 뉘이는 것 같아 묘한 감상에 빠질뻔했다. 그도 그럴것이 워낙에 바빴지 않은가? 의자에서 잠들었던 날은 많아도 말이다.

특히 요즘은 더욱 그랬다. 레너 왕의 보기 좋았던 미남자 특유의 잘생긴 얼굴이 홀쭉해져서 안타까운 마음조차 일었다. 오죽하면 시녀들이 왕의 음식에 살찌는걸 더 넣으라고 요리사들에게 성화일까?

하지만 앞날을 생각하면 입맛이 있을수가 없었다.


“잔뜩 죽겠지.”


레너 왕의 머릿속으로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참담한 미래가 그려지고 있었다. 그것에는 만에 달하는 인간이 너무나 가볍게 죽는, 그야말로 악몽같은 미래였다. 하지만 아마 일어날 일이기도 했다.


“······.”


어린 왕자는 어떠한 이능에도 재능이 없었다. 모두가 익힐 수 있는 강체술조차 왕자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보다 모자란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왕자는 이능을 익힐 수 없었다.


“후후···”


하지만 왕자는 비탄하지도 않았고 안타까워하지도 않았다.

이능이 없다고 능력이 없는것인가? 그럴리가!

되려 왕자는 자신의 모든 혈족들보다 특출나다 감히 말할 자신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일이 그의 손바닥 위에서 춤추고 있었다.

왕자가 생각하는 일은 일어졌고, 계획하는 일은 성공했다.

만약에 그 일이 없었다면···


‘나도 꼭두각시인채로 지냈을지도 모르지.’


레너 왕은 생에 잊을 수 없는 끔찍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왕자가 처음부터 왕이 되려고 했던것은 아니다. 능력이 있다고해도 레너 왕은 옥좌에 별로 탐을 내지 않았다. 되면 되는것이고, 안 되면 그만인 딱 그 정도의 감정.

하지만 ‘그 날’이후 모든것이 변했다.


‘···용서할 수 없지. 절대 ‘굴복한 패배자’ 처럼 되긴 싫다.’


강대하고 이길 수 없는 힘이라며 모든것을 가져다바친다. 머리를 조아리고, 굴복하고, 싫어도 거짓웃음을 짓는다.

그런게 어떻게 왕이란 말인가!

어린 레너는 극단적으로 변해갔다. 그들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된, 동시에 그 끔찍한 일이 있었던 날, 레너 왕은 가슴속에 증오의 씨앗을 묻었다.

무릇 왕이라면!

무릇 왕이라면 남의 것을 빼앗을지언정, 빼앗기지 말아야한다! 강대하다고? 지키려했다고? 아버지의 모든 말은 여전히 변명이었다.

이 손으로 아비의 마지막을 고별할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것은! 너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나 또한 좋아서 그들에게 조아린게 아니다! 그들이 강대했을 뿐이다! 그 날, 나도 반항하려했어! 하지만 너희! 너희를 위해서!’


가장이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왕이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

왕은 절대적이고 거룩한 존재! 모든 것들과 타협을 불허하는 존재! 자신을 따르는 모든 사람들을 이끌어주는 존재!

지배하고, 부러지지않고, 굽히지않고, 군림하는 자!


‘당신이 조아린 순간, 당신은 왕이 아니게 된 거야.’


이제 곧 전쟁이 일어날거다.

이미 일어났어야했을 전쟁이지만, 그 전쟁을 억누르고 있던것은 한 명의 사람. 모렉 공작의 이름하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북대륙의 코아티르는 언제나 늑대새끼들처럼 코를 킁킁거리며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모렉 공작의 세수가 벌써 여든을 훌쩍 넘겼다. 당장에라도 자연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과연 이 평화가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짧다.’


만약에 모렉 공작이 코펜하임 농업지에서 싸우다 중한 상처를 입는다면? 아니면 목숨을 잃게된다면?

분명 전쟁은 일어나리라.

한 명이 억누르고 있던 전쟁은 그 한 명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일어나는 법이다. 레너 왕은 이번 사태가 가라앉기 무섭게 전쟁이 다시 일어나리라 여겼다.


‘준비는 이미 끝마쳤어. 코아티르 왕. 당신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그 방아쇠는 되려 당신의 목숨을 앗아가겠지.’


레너 왕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슬슬 잠들어야 할 시간이었다. 내일 있을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




“하흐··· 죽겠구먼.”


“좀 더 안정을 취하셔야해요.”


에르네스 메르실이 그렇게 말했지만, 모렉 공작은 귓등으로 듣는 모양새였다.


“이 몸이 안 하면 누가 하겠는가? 슬슬 가야지.”


“차라리 제가 하고 말죠. 지금 가면 분명히 죽으실거에요.”


“이 늙은 몸 죽어서 그 망할 놈 데려가면 남는장사 아니겠나? 뼈마디가 다 쑤시는구먼. 슬슬 놔주게. 결판 지으러 가려니까.”


“그건 제가 용납못해요.”


고집 센 두 사람이 만나니까 말다툼만 떽떽 벌어졌다. 모렉 공작은 가겠다고 성화였고 에르네스 메르실은 안된다고 그런 그를 잡아눕히는걸 반복했다.


“살아난게 기적이에요. 몇달은 족히 정양하셔야할거에요.”


“거 참, 살 생각 없대도?”


“···한번만 더 그런말씀을 하시면 목숨만 붙여놓고 치료하지 않겠어요.”


“에이, 무슨 아가씨가 이리 성질이 독한고?”


“사람 봐 가면서 독해지는 법이에요.”


“제길, 대쪽같구먼. 삼십년만 젊었어도 아가씨한테 대쉬해봤을텐데. 껄껄껄!”


모렉 공작은 제법 에르네스 메르실이 마음에 든 듯 싶었다. 하기사 능력이면 능력, 외모면 외모, 성품이면 성품. 나무랄 데가 없는 여성이기는 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네요.”


“···험험! 무안하게. 아무튼 그 놈을 쫒긴 해야하지 않겠나? 냅두면 분명 큰일날텐데.”


“걱정마세요. 괜찮으니까.”


괜찮다라···


“왜 그렇게 생각하나? 성자도 여기있고, 나도 여기 쓰러져있는데 놈을 누가 잡을 수 있단겐가?”


“리드. 마무리는 그 아이가 지을거에요.”


“그 애송이가? 십 년은 이르지 않겠나?”


모렉 공작은 코웃음을 쳤다. 그 꼬맹이의 재능은 인정하는 바이지만, 지금 지닌 능력만으로는 분명 네크로맨서에게 대적할 수 없을것이다.

십 년, 아니 오 년만 더 지난다면 모르되 지금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에르네스 메르실은 묘하게 확신하고 있었다. 반드시 네크로맨서를 쓰러뜨릴 수 있으리라고.


“걱정마세요. 그 아이는 분명 해낼테니까.”


작가의말

내일 올릴 짬이 없어서 수요일자도 오늘 올리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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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네크로맨서 15 18.06.29 234 5 12쪽
138 네크로맨서 14 18.06.28 218 6 12쪽
137 네크로맨서 13 18.06.26 376 5 14쪽
» 네크로맨서 12 18.06.26 226 5 12쪽
135 네크로맨서 11 18.06.25 220 4 12쪽
134 네크로맨서 10 18.06.22 231 4 24쪽
133 네크로맨서 9 18.06.21 244 4 12쪽
132 네크로맨서 8 18.06.20 226 4 16쪽
131 네크로맨서 8 18.06.19 233 4 14쪽
130 네크로맨서 7 18.06.18 228 4 14쪽
129 네크로맨서 6 18.06.15 228 4 22쪽
128 네크로맨서 5 18.06.14 391 4 12쪽
127 네크로맨서 4 18.06.13 353 7 12쪽
126 네크로맨서 3 18.06.12 233 6 13쪽
125 네크로맨서 2 +1 18.06.11 217 7 13쪽
124 네크로맨서 18.06.08 239 5 13쪽
123 움직여야 할 시간 11 18.06.07 246 4 14쪽
122 움직여야 할 시간 10 18.06.06 208 4 13쪽
121 움직여야 할 시간 9 18.06.05 214 4 16쪽
120 움직여야 할 시간 8 18.06.04 205 4 12쪽
119 움직여야 할 시간 7 18.06.01 225 4 14쪽
118 움직여야 할 시간 6 18.05.31 218 4 13쪽
117 움직여야 할 시간 5 18.05.30 217 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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