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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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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8,232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6.25 07:05
조회
222
추천
4
글자
12쪽

네크로맨서 11

DUMMY

대형 몬스터를 언데드로 만들 수 있을거라곤 생각하고 있었다. 제아무리 대형 몬스터라 할지라도 특별한 능력이 있는게 아니니까 그 시체를 구하고 충분한 마력과 지배력이 있다면 언데드로 일으킬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에르네스 메르실은 단 한번도 대형 몬스터의 언데드를 구경한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대형 몬스터들은 보통 몬스터와 격이 달랐으니까.

말했다시피 특별한 능력이 있는게 아니다. 그저 무지막지할 정도로 강할 뿐이다. 진짜 괴물들이라고밖에 칭할 수 없는 대형 몬스터.

미노타우루스, 오우거를 비롯한 몇몇 거대한 몬스터들은 ‘재앙’이라고 불릴만큼 강하다. 한번 손을 휘두르면 나무가 몇 그루나 쓰러지고 달리면 천지가 진동하는듯 지진이 일어났다고 착각하게된다.

강체력과 이능이 사람들 사이에 꽃 핀 역사는 불과 천 년이 되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의 사람들에게 대형몬스터란 절대 대항할 수 없는 재앙이었을것이다.

그런 재앙을 언데드화했다. 몇번 상상해본 일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마주하니 그 위용은 상상 이상으로 대단했다.


“흣!”


하지만 이 정도로는 성자를 막을 수 없다. 성자란 교국을 대표하는 이름이며 이능의 한 종류인 신성력의 정점에 선 자. 차라리 에르네스 메르실을 상대로 할 거라면 언데드가 아닌 살아있는 오우거를 데려오는 편이 나았으리라.

에르네스 메르실의 가는 손목과 집채만한 오우거의 주먹이 격돌했지만, 부숴진건 오우거의 팔 쪽이었다.

그러나 에르네스 메르실의 손목 또한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뒤틀려버렸다.


‘역시 강하네.’


신성으로 손목을 낫게 했지만, 결국 제 살 깎아먹는 짓이었다. 오우거를 무시하고 지나갈까도 생각했지만 이런게 뒤를 쫒아온다고 하면 섬뜩했다. 차라리 정리하고 가는편이 나으리라.


“쿠오오오오!”


오우거가 포효하며 남은 한 쪽 팔로 에르네스 메르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다. 안타까운점은 상대가 나빴다는 거겠지.


“그만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


막대한 신성력이 하늘에서부터 지면으로 내리꽂힌다. 마치 번개가 떨어진 것 같았다. 그러나 뒤따라온 천둥 소리도 없이 고요하게 빛은 사라져간다.

그리고 그 자리엔 아무것도 남지 않게됐다.


“하아아··· 무리했네.”


과할 정도로 신성력을 퍼붓고 말았다. 에르네스 메르실은 어느새 흐르고 있는 이마의 땀을 소매로 닦았다.


“······.”


그리곤 고민했다.

네크로맨서를 쫒아야할까? 아니면 모렉 공작을 치유해야할까? 이전의 에르네스 메르실이라면 고민하지도 않고 모렉 공작을 치유했을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에르네스 메르실은 다르다. 그걸 고민하게 된건 볼드 남작령의 참사를 겪었기 때문일것이다.

만약 지금 네크로맨서를 쫒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치게 될 것은 자명했다. 에르네스 메르실은 네크로맨서가 뭘 원하는지는 모르지만 푸른 악마에 대한 일은 들어 알고있었다.

어쩌면 그런 일을 또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래도 에르네스 메르실은 네크로맨서를 쫒지 않았다. 분명 그러리라 생각되는 미래의 일보다 에르네스 메르실은 당장 한 명의 사람을 살리는걸 중요시했다.

그녀는 분명 바뀌었지만,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성자인 채였다.




***




벤자민씨의 기억을 가지게 됐다. 실로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 모든 기억을 전승받지는 않았지만 그의 기억과 감정이 내 속에 살아 숨쉬게 되었다.


‘······.’


그의 기억과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즉, 그의 신념 일부가 내 것이 되었다는 소리와도 같았다.

그리고 분명 한계였을 시점에서 한 명을 더 삼키게 되어 내 자아에 이상이 생겨버렸다. 설마 한계를 넘어 첫 번째만에 이렇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아하하···’


조금이지만 경계가 흐릿해졌다. 내가 겪은 일인지 아니면 영혼들이 겪은 일인지 정확히 알 수 없게 되버린것이다. 즉, 나라는 존재 자체가 흐릿해졌다.

이런걸 반복하면 견딜 수 없게 되버린다. 일곱명째에 이렇다면 십만명은 커녕 백명도 이르지 못한채 나라는 자아는 소멸하리라.

모든것을 잃고 비참한 말로를 맞이할것이다.


‘내 어릴적에 할아버지가 있었던가?’


그럴지도. 아아. 그리고 집이 무척 부유했었지? 그러고보니 난 귀족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보란듯이 성이··· 아니야. 이건 내 이름이 아닌데? 아마도 내 이름이 아닐거다.

친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뒤죽박죽 섞여버린 기억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게 하고있었다.

그렇지만 또렷히 기억나는것 하나는. 아직도 내 가슴에 반짝이는 로자리오는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

평생이 가도 이것 하나만은 분명 기억나겠지.


‘그래···’


여덟명째에 손을 뻗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지는 않다. 어차피 이곳과 현실의 시간은 한참이나 다르게 흘러간다는걸 알고 있으니까.

달리 말해서 이곳이 아니라면 분명 네크로맨서를 쓰러뜨릴만한 힘을 기를 수 없다. 어떤 방법이던지 나는 네크로맨서를 쓰러뜨려야했다.

지금 이렇게 영혼들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잘못된걸 알고 있다 하더라도.

여덟명째에 팔을 뻗었다.



***




“그렇게 하기로 했나.”


남자는 소년의 선택에 아무런 이견을 달지 않았다. 모든 선택은 소년의 것이다. 영웅이 되어 자신의 뒤를 잇게 된다면 그것은 바라마지않는 일이었지만, 타락해 떨어진다고 해도 그 선택은 소년의 몫이다.

여기서 개입할 수도 있겠지. 십만의 영혼을 모두 해방시켜 줄 수도 있다. 남자에게는 그럴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하지만 남자는 그러지 않았다. 영웅은 스스로 제련되어 탄생하는 것. 아쉽지만 소년은 영웅의 그릇이 아니었다는 거겠지.


“아쉽군. 이번에야말로 틀림없다고 생각했는데.”


영웅의 조짐은 불가능한 일을 해내는 것에서 알 수 있다. 푸른 악마를 일행들과 함께 봉인시킨 소년은 분명 영웅의 자질이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질일 뿐이다. 씨앗을 심는건 가능하지만, 그 씨앗에 싹이 틀지는 지켜봐야하는 것이다.

결국 소년은 싹을 트지 못한채 지게 되었다.

당연하다. 저런 방법으로는 결코 저 영혼들의 집결체를 빠져나오지 못한다. 십만명에 이르는 영혼들을 받아들이는건 남자로서도 불가능한 일이다.

저 꼴을 보라. 겨우 일곱명을 받아들였는데 스스로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지않은가.


“···하지만 묘하군.”


왠지 모를 기대감이 있다. 분명 저 방법으로는 실패할거라 생각하는데 묘한 기대감이 있었다.

떠나려던 몸을 그 기대감이 붙잡고 말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지켜보도록 할까.’


소년의 자아가 붕괴되는 그 시점까지 아주 조금만.




***




“큿···”


열 명째를 받아들였다.

다시 한번 구토감이 나를 엄습했지만, 반대로 열 번이나 느껴본 느낌이다. 슬슬 익숙해지고 있었다. 생각보다 견딜만했다. 매번 내 기억이 흐릿해졌지만, 로자리오에 얽힌 일들로부터 다시 기억을 재구성했다.

몇번이나 몇번이나 그렇게 기억을 재구성하고, 나를 되찾았다. 이 로자리오야말로 어쩌면 지금의 내 정체성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아, 하아···”


거칠게 숨을 내몰아쉬었다. 호흡을 할 때마다 속에서부터 역겨운게 울컥울컥 치밀어 오르고 있다. 당장에라도 뱉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지금까지 노력한게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멈출 순 없잖아.”


11, 12, 13, 14··· 차례차례로 영혼들을 받아들였다. 동시에 기억과 감정이 내 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나는가하면 당장 폭팔할듯한 분노와 증오가 느껴지기도 했다.

여러가지 감정이 느껴지지만 그것들의 공통점은 모두 하나.


‘부정적인 감정’


슬픔, 아픔, 분노, 증오, 탐욕, 생존에 대한 지독한 갈망!

어째서 이런 감정들이 느껴지는지는 명백했다. 이건 네크로맨서에게 죽기 전 그들이 느꼈던 마지막 감정들인것이다.

죽음을 앞두고 긍정적인 감정이 있을리가 만무하다.


‘서른···’


그렇게 생각했다. 서른명째에서 그 생각이 깨졌다. 아이를 지키려는 부모의 마음이, 가족을 지키려는 가장의 마음이 느껴졌다.


‘······.’


가슴 한 켠이 뭉클했다.

그래. 내가 몰랐을뿐이지 그들의 감정 모든곳에는 긍정과 부정이 함께 존재했다.


“그러니까!”


아직 더 갈 수 있다!




***




“이건··· 뭐지?”


일만년을 영위해온 남자가 놀랄만한 일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단언컨데 남자의 기나긴 생에서도 이만치 놀랄만한 일을 겪은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이미 진작에 한계를 넘어서 영혼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어떻게 더 받아들일 수 있는거지?”


컵에 물이 가득 차 있다. 그런데 물을 따르면 당연히 넘쳐버린다. 그게 자연의 섭리였다. 그런데 지금 소년은 그 섭리를 거부하고 있었다.


‘아니야.’


아니다. 그게 아니다. 매 순간마다 그 컵이, 그릇이 커지고 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거지?”


남자의 눈이 떨려왔다.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스스로가 말했지 않은가? 영웅이란 불가능을 극복하는데에서 그 조짐을 보인다고.

이미 소년은 그 조짐을 보였었다. 불가능을 한번 극복했었는데, 두 번이라고 못할쏘냐?

남자의 가슴이 뛰고 있었다.

그래. 영웅이 되어라!




***




“알겠어···”


왠지 모르게 알았다.

지금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것을. 영혼을 받아들였으니 당연히 그 만큼의 기억과 감정은 내 것이 되었고, 그만큼 내가 성장하고 있었다.

남의 삶을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드는 도둑질이다. 원래라면 가능할리가 없지만 왠지 모르게 가능했다.

그들의 삶이 내 것이 되자, 나는 자연스럽게 커져갔다.

그들을 받아들일 때마다 나의 영혼의 그릇이 커져갔고, 다음 영혼을 담을 수 있게됐다. 커지고 커지고 또 커진다.


‘백 명···!’


어느새 백 명의 영혼을 받아들였다. 그릇이 커지자 그들을 담을 내 한계가 커졌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의 기억과 감정이 내 속에 섞여들지 않았다.

그저 알고만 있을 뿐.

마치 남의 얘기를 들은것과 같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그게 내 기억이 되지는 않는것처럼 그들의 삶은 내 삶과 섞이지 않게 되었다.


‘할 수 있어.’


어째서 이런 현상이 발생한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좋다.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영혼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십만명의 영혼을 받아들여야하지만 영혼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할 수 있다. 가능하다!




***




“클클클···”


네크로맨서는 기분 좋게 웃어보였다. 손 안의 검은 구슬을 보면 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지않겠는가! 몇번을 봐도 기분이 좋다. 이제 생生을 알 수 있게 될 터이니···

어느새 에르네스 메르실은 오우거를 쓰러뜨린 모양이었다.


“조금 빨리 움직여야겠다.”


그녀가 쫒아온다면 지금의 네크로맨서로서는 도망칠 방법이 없다. 조금 걸음을 서둘러야한다. 영혼들이 있는 곳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응? 착각인가?”


이상하게도 칠흑색의 구슬이 약간 옅어진 것 같았다. 네크로맨서는 미간을 좁혔지만, 금세 착각이라 여겼다.

그도 그럴것이, 구슬의 색이 옅어진다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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