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조회수 :
18,915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작성
24.03.08 20:00
조회
44
추천
0
글자
12쪽

허우진 (4)

DUMMY


“길드장님 무슨 일이에요?”


헤븐의 건물로 들어서자 남자를 맞이하는 헤븐의 이들.

어째서인지 오늘 모두가 이 건물에 모여있었다.

시장이 한 짓일까.

모두를 한 번에 죽이기 위해서.


남자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있죠. 들어봐요? 저기······.”

“내······. 있······.”


그리고 귀를 닫았다.

그 어떠한 소리도 담아서는 안 됐다.

일말의 동정심도 품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도시를 지킬 수 있다.’


그는 다짐하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다짐은 무너져 내렸다.


지금까지 함께 해온 이들을 어찌 버릴 수 있겠는가.

그들은 이제 그의 자식과도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과 달리, 그의 스킬은 발동이 되고 있었다.

그의 의지는 아니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그의 머릿속을 파고드는 누군가의 목소리.

그것은 그가 방금까지 독대하고 있던 자의 목소리.

시장의 목소리였다.


그의 마력이 남자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고유 스킬을 발동시켰다.


“아, 안 돼!”


시장의 고유 스킬, 강제 사용.

그것은 타인의 고유 스킬을 강제로 시전시킬 수 있는 스킬이었다.


시장이 그것을 통해 사용한 스킬은 다름 아닌 남자의 스킬, 살의.


그것은 자신과 눈을 마주친 자의 살의를 강제로 일깨운다.

물론 자신은 적으로 인지하지 않는 상태로 말이다.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이들은 당연하게도 리터너.

혹은 그 이상의 살생 행위를 해왔던 헤븐.


그들의 들끓는 살의가 눈동자에 표출되었다.

남자와 눈을 마주친 이들의 눈동자에 붉은 기운이 스며들었다.

그의 고유 스킬이 통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들에게 생겨난, 숨기고 있던 극한의 살의가 표출됐다.


“크아아아아!”


그들은 괴성을 내질렀고,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서로를 죽여나가기 시작했다.


새빨간 꽃이 사방에서 피어났다.

그것은 뜨거웠으나 이내 바닥으로 쏟아지며 차게 식었다.

스킬로 인해 붉게 물든, 그의 눈동자와 같은 색의 무언가였다.


“멈춰······. 안 돼······.”


남자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의 뺨에도 새빨간 무언가가 튀었다.


그의 스킬은 그의 뜻을 따르지 않았다.

그를 지키기 위해 달려오는 헤븐의 이들이 그의 눈을 바라보고 살의를 품었다.

그리고 방향을 꺾어 붉게 물들어가는 광기의 현장으로 달려들었다.


남자는 멈출 수 없었다.

말릴 수 없었다.

그저 이 지옥과도 같은 광경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무능력한 자신과 저주스러운 자신의 스킬을 저주할 뿐이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그는 무릎을 꿇고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보랏빛으로 빛나는 눈동자.

그가 남자의 앞으로 나아가 서로를 살육하는 헤븐의 이들에게 검을 겨누었다.

그리고 그들의 인식을 모조리 한 몸에 받으며 그들에게 죽음을 선사했다.


그것은 사신이었다.

보랏빛 사신.


그가 휘두르는 검은 보랏빛으로 타올랐고, 그가 베는 이들은 모조리 목숨을 잃었다.


“우진··· 아······.”


허우진이었다.


그는 남자를 돌아보지 않고, 묵묵히 살의가 들끓는 길드원을 학살했다.

그 누구도 그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고 푸르게, 때로는 보랏빛으로 타오르는 검에 목숨을 잃을 뿐이었다.


그렇게 그곳에 있던 모든 길드원이 그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피로 전신을 적신 허우진이 남자에게 다가갔다.


철벅 철벅, 그가 걸을 때마다 핏물이 자국을 넘기며 섬뜩한 소리를 토해냈다.


“우진아······. 미안하다······.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런 게 아니야. 시장, 시장이 모두 죽이라고······. 그게 도시를 위한 일이라고······.”


그는 문득 혐오감이 밀려왔다.

결국 이곳까지 찾아온 자신도 그의 뜻에 동참한 것이 아닌가.

이런 식으로 변명하는 자신이 너무도 혐오스러웠다.


“아니, 내 탓이다. 내가 모두를 죽였어.”


남자가 고개를 푹 숙였다.

허우진은 그저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오른손에 들린 검은 그 어떠한 마력을 품지도 않았고, 그것을 든 그는 그 살의를 내비치지 않았다.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길드장님. 아직 이곳에 오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허우진이 지옥도가 되어버린 길드의 내부를 바라보았다.


“그 애가 죽은 것으로 처리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제가 했다고 처리해주세요.”


허우진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남자와 두 눈을 마주했다.


“제가 모두를 죽인 겁니다. 반복되는 리터너의 삶과 헤븐의 업무로 인한 광증으로 인해 모두를 죽였다고 해주세요.”

“하, 하지만······.”

“그거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단 한 사람은 살 수 있을 테니까요. 안 그래도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참을 수 없었습니다.”


허우진이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피와 살점, 지방이 잔뜩 달라붙어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검이었다.


“모두가 망가져 가는 모습을.”


허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그러한 미소였다.


“죽여서 지킨다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남자는 쫓겨나듯 길드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엇갈리듯 고혜린이 건물로 들어섰다.

한손에는 무언가를 담은 장바구니를 든 채였다.


그곳에 들어선 그들이 본 광경, 그것은 끔찍하다는 말로도 모두 담을 수 없는 지옥도였다.


“오, 빠······?”


그녀의 손에 들린 장바구니가 바닥에 추락했다.


고혜린이 피웅덩이 한 가운데, 피로 물든 쇼파에 앉아있는 허우진을 발견했다.

그러자 그의 날카로운 눈빛이 그녀를 향했다.

그것은 살기였다.


그가 지독한 살기를 내뿜었다.

그녀는 그것에 공포를 느꼈다.


토막난 길드원들이 구르고 있는 끔찍한 참상과 피부를 찌르는 살기.

그리고 공간을 짓누르는 그의 마력의 위압감.


그녀는 그 즉시 깨달았다.

아니, 그렇게 깨달을 수밖에 없게 조작되어 있었다.

이 참상을 일으킨 존재는 바로 저곳에 있는 남자라는 것을.

동고동락하던, 가족과 같은 이들을 죽인 것이 같은 가족이라 느끼던 자라는 것을.


“어, 어째서 이런 짓을······?”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눈동자만 보랏빛으로 불태울 뿐이었다.


보랏빛 사신.

어둠이 드리운 방안에 가득한 죽음과 그곳에 홀로 있는 자.

그런 자가 사신이 아니면 누가 사신이겠는가.


사신의 낫이 그녀에게도 드리웠다.

보랏빛 길이 그녀의 목에 그어졌다.


철퍽.


뒷걸음질 치던 그녀가 넘어졌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묻어나는 붉은 것을 바라보며 넋을 잃었다.


“오빠가 그런 거야? 아니지······? 그럴 사람 아니잖아? 그치······?”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정적이 맴돌았다.


그는 한참을 그렇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단 한 마디만 남기고.

연인이던 고혜린을 버려두고.


“희생 위에 쌓여서는 안 됐다.”


그것은 혼잣말과 같은 것이었다.


그는 이러한 기회를 바라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끔찍한 삶을 끝낼 기회를.

모든 것을 털어낼 기회를.


그렇기에 그는 그녀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해명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다고 한들, 그녀가 가족같이 여기던 모두를 죽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해명할 수 없었다.


이 모든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그녀가 자신을 이해해줄 것이라는 자신이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도망쳤다.


과거의 사이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녀와 다시 마주할 수 없었다.


그는 피로 물든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그 누구를 죽여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가족과도 같던 이들을 죽여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 한다.

그곳에 진동하던 피비린내가 익숙하다.


“지독하구나.”


지키기 위해 죽인다.

그러한 삶이었다.

의문이 가득한 모순덩어리인 삶이었다.


과연 이 삶에서 지켜낸 것이 있을까.

가족같던 길드를 잃었다.

그것으로 사랑하던 그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그리고 떠났다.


없구나.

지킨 것이 없다.

그렇다면 그저 살육에 가득 찬 삶.

이대로 끝내도 되지 않을까.


의미 없는 삶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목숨을 포기하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이루어지지 못했다.

한 남자가 그것을 가로막았기 때문이었다.


김윤.

이름은 얼추 알고 있는 남자였다.


마력 랭크 A.

그러나 싸움을 하지 않는 남자.

그렇기에 몇몇 리터너들에게 욕을 먹고 있던 남자였다.


힘이 있음에도 그것을 쓰지 않는다.

그 이유조차 밝히지 않는다.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그를 겁쟁이라 욕했고, 누군가는 멸망을 바라는 자라고 욕했다.

하지만 그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도망자였다.

자신과 마찬가지인 도망자.

그리고 그를 따라가자 또다른 도망자들이 그를 마주했다.


그야말로 겁쟁이들의 모임.

자신 역시 그러했기에 그는 그곳에 있기를 택했다.

죽음에서조차 도망쳐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곳에 있던 김윤은 그저 그런 겁쟁이가 아니었다.

그는 그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길을 택했다.


도시의 공공의 적.

그는 그 길을 택한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허우진은 시청을 찾아갔다.

그곳에는 자신의 길드, 헤븐의 길드 마스터였던 이가 시장으로 위치하고 있었다.


헤븐의 모두가 죽은 날, 지옥의 날.

그날 그가 시장을 죽이고 그 자리에 오른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헤븐의 모든 일을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죄자가 한 짓으로 정리했다.


“왜 그랬습니까.”

“죄악감을 덜기 위한 발버둥이랄까.”


남자가 웃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최후였다.


그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마쳤다고 말했다.

헤븐의 모든 것을 조작했고, 전대 시장의 뜻에 따라 도시에 공공의 적을 만들었다.

이제 도시는 유지될 것이다.


그는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얹고 방아쇠를 당겼다.

허우진은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는 도망친 것일까 마주한 것일까.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는 자신보다 한 걸음이라도 나아갔다는 것이다.


그는 길잡이로 돌아갔다.

그곳으로 향하는 길에 김윤을 욕하는 소리가 도시에 가득했다.


그는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올바른 길을 택한 것일까.

자신과 다르게 제대로 된 길을 찾은 것일까.


그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그리고 후회했다.


그날 그녀에게 돌아가야 했던 것이 아닐까.

모든 것을 설명해야 했던 것이 아닐까.


아니, 그것을 넘어 그 누구도 죽지 않고 끝낼 수 있었던 일이 아니었을까.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그는 멈춰버렸고, 주변의 이들은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멸망을 딛고 일어섰고, 절망을 딛고 일어섰다.


도시에 있는 모두가, 길잡이에 있는 모두가 그러했다.

순서는 다르고, 속도 또한 다르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나아가는 것을 택했다.


자신이 걷는 길에서 무언가를 찾으려고 했다.

그것이 흙탕물일지라도 그들은 해답을 찾으려고 발버둥쳤다.

도망친 자신과 다르게.

머물러 있는 자신과 다르게.


이제는 자신의 차례였다.

그도 나아갈 시간이었다.

찾아야할 시간이었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야할 시간이었다.

바로 잡기 위해 무엇이라도 시작할 시간이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해답을 찾기 위해서라면 마주해야한다.

그는 다시 길에 올라섰다.


그것이 살육으로 가득 찬 길일지라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믿으며.

누군가를 구원했을 것이라 믿으며.


그렇기에 그는 다가오는 총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공간 지도 제작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6 예정된 충돌 (4) 24.03.20 49 0 12쪽
135 예정된 충돌 (3) 24.03.19 46 0 11쪽
134 예정된 충돌 (2) 24.03.15 45 0 12쪽
133 예정된 충돌 (1) 24.03.14 53 0 12쪽
132 고혜린 (2) 24.03.13 44 0 11쪽
131 고혜린 (1) 24.03.12 43 0 12쪽
» 허우진 (4) 24.03.08 45 0 12쪽
129 허우진 (3) 24.03.07 47 0 12쪽
128 허우진 (2) 24.03.06 44 0 11쪽
127 허우진 (1) 24.03.05 43 1 12쪽
126 준비의 끝 (3) 24.03.01 41 1 11쪽
125 준비의 끝 (2) 24.02.29 40 0 12쪽
124 준비의 끝 (1) 24.02.28 59 1 11쪽
123 멸망론자 (6) 24.02.27 53 1 12쪽
122 멸망론자 (5) 24.02.23 52 2 12쪽
121 멸망론자 (4) 24.02.22 54 1 12쪽
120 멸망론자 (3) 24.02.21 61 1 12쪽
119 멸망론자 (2) 24.02.20 50 1 12쪽
118 멸망론자 (1) 24.02.16 72 1 12쪽
117 생명의 적룡 (3) 24.02.15 71 0 12쪽
116 생명의 적룡 (2) 24.02.14 75 0 11쪽
115 생명의 적룡 (1) 24.02.13 101 2 11쪽
114 던전 공략 (3) 24.02.08 59 1 11쪽
113 던전 공략 (2) 24.02.07 51 1 12쪽
112 던전 공략 (1) 24.02.06 69 2 12쪽
111 기생하는 세계 (6) 24.02.02 64 2 12쪽
110 기생하는 세계 (5) 24.02.01 73 1 11쪽
109 기생하는 세계 (4) +1 24.01.31 60 0 11쪽
108 기생하는 세계 (3) 24.01.30 59 0 11쪽
107 기생하는 세계 (2) 24.01.26 60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