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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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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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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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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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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멸망론자 (4)

DUMMY


“재현군! 왜 침입자를 놓아준 거죠? 놈은 불신자입니다!”


중년 남성이 소리치며 불길이 잦아든 복도에서 발을 굴렀다.

그 외침에 김재현이 고개를 돌리며 도끼를 회수했다.


“······죄송합니다. 죗값은 그 어떠한 방식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한쪽 무릎을 꿇었다.


“후우······. 됐습니다. 저는 통신을 마저 끝마칠 테니 뒤처리나 하세요. 빨리 하는게 좋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는 중년 남성이 방에 들어가자 몸을 일으키며 엉망이 된 복도를 바라보았다.


‘분명 윤이었다. 시간의 흐름과 마력의 영향으로 변했다지만 틀림없이 윤이었어. 살아있었구나.’


그는 멍하니 김윤을 마주했을 때의 기억을 더듬었다.

머리의 색이 변하고 과거 보았을 때보다 성장했지만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의 하나뿐인 동생, 김윤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부모님도 살아있는걸까?’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다.

지금 바로 나가서 김윤을 찾는다면.


‘찾는다면?’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일단은 만나야 한다. 이제 이 곳에 있을 이유가 없어.’


김재현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 엉망이 된 복도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교회의 입구 쪽으로 다가가고 있을 때였다.


“어디 가시려고요?”


김재현의 배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한 청년.

마력의 영향을 통해 새하얗게 변한 머리를 길러 하나로 묶었으며, 동그란 안경에 서로 다른 두 색의 눈을 담은 그.


천천히 거리를 좁히는 그의 입가에서는 자연스러운 미소가 새겨져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미소와 대조되는 그의 시선.

그의 두 눈이 초승달처럼 일그러지며 김재현을 바라보았다.

그 역시 미소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었으나 김재현은 그것을 통해 섬뜩함을 느꼈다.

그 눈에는 미소가 담겨져 있지 않았다.


“대주교님.”


방금까지 그에게 불같이 화를 내던 중년 남성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우고 뒤에 숨어있는 남자.

이 교회이자 멸망론자들을 이끄는 진정한 리더, 송민영.


송민영이 김재현이 빠져나온 길을 흘끔 바라보았다.

벽이 무너지고 바닥과 천장이 온통 검게 그을린 복도.

누가 보아도 전투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광경이었다.


“주교가 저 복도의 정리를 맡기지 않았나요?”


김재현이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미리 생각해둔 답변을 내뱉었다.


“······침입자를 쫓는 게 더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놈은 이곳의 위치를 알게 되었으니까요.”

“흐으음······.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군요. 하지만 어째서 거짓말을 고하는 것만 같은 걸까요?”


송민영이 김재현의 곁을 천천히 맴돌았다.


“실은 제가 당신이 싸우는 모습을 봐버렸거든요.”


김재현은 속으로는 당황했으나 익숙하게 감정을 숨겼다.


“침입자도 그렇고, 우리 재현씨도 그렇고. 서로 갑자기 공격이 멈추더군요? 그 어두운 복도에 빛이 들어차 서로의 얼굴이 보이자마자 말이에요.”


송민영이 미소를 유지한 채 말했다.

그의 입가가 길게 늘어졌다.


“그리고 이어진 짧은 대화.”


그가 김재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혹시 가족?”

“······아닙니다.”

“그런가요? 흐음······. 이상하네요. 저는 분명히 들었는데 말이죠.”


그가 전신에서 마력을 쏟아냈다.

그것은 하나의 압박이 되어 김재현의 전신을 짓눌렀다.


“재현씨는 왜 우리 멸망교에 들어왔더라? 애인과 가족을 멸망에 잃어서였나? 세계가 내린 멸망이라 여기는 편이 고통을 견딜 수 있을 테니까?”

“다 알고 계시면서 왜 물으십니까?”

“그야 아까 그 불신자가 가족이라면 재현씨도 불신자로 돌아가 버리지 않겠어요? 우리 멸망교에 대해 깊이 알고, 주요 전력 중 하나인 재현씨가.”


송민영의 얼굴에 머금어져 있던 미소가 싹 사라졌다.

그리고 그 얼굴엔 살의가 덧씌워졌다.


“멸망을 막는 것은 그 누구라도 용서할 수 없다. 이 세상에 멸망이란 필수불가결.”

“······아직 그게 제 가족이라고 확정된 것도 아닙니다. 그저 확인하러 갈 뿐입니다.”

“글쎄, 재현씨는 이미 확신을 품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리고 만약에 확인했다면 맞다면? 바로 돌아서는거 아닌가?”


그가 내뿜는 살기가 일대를 짓눌렀다.


“안 그래요?”


김재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마력을 끌어올릴 뿐이였다.

그는 자신을 짓누르는 송민영의 마력과 살기에 대응했다.


“······이미 변질되고 말았구나. 소중한 교인이었는데.”


콰아앙!


송민영의 마력이 김재현을 후려쳤다.

그것에 얻어맞은 김재현은 실 풀린 인형처럼 나풀거리며 교회 바깥으로 날아갔다.


“진작에 네 가족을 찾아서 죽였어야 했는데. 설마 그 유명한 도망자가 재현씨의 동생이었을 줄이야. 하긴 알았어도 죽이긴 어려웠겠어?”


송민영이 마력을 눈에 보일 정도로 발현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참 동생을 만나면 재현씨는 동생을 좀 칭찬해줘야 해. 왜? 재현씨의 동생은 아공간 안과 밖에서 열심히 재현씨를 찾고 있었거든. 그게 우리의 재현씨일줄은 몰랐지만?”


그가 다시금 미소를 머금었다.


“하긴 아공간 놈들이 멍청해서 찾지 못한 거긴 해. 원래라면 금방 재현씨를 찾았을 텐데, 멍청하게도 아공간 놈들은 자기네들끼리 분열을 했었거든. 뭐, 나야 재현씨를 써먹기 좋은 기간이었지?”


그가 입가를 가리고 쿡쿡 웃었다.


“에휴, 힘들게 살아놓고는 자기네들끼리 다투다니. 이거야말로 인간에게 멸망이 필요하다는 증거 아니겠어?”

“알고 있었다는 겁니까.”

“응?”

“내 동생이 살아있었다는 걸.”

“맞아, 나도 최근에야 알게 됐어. 지구에서만 있던 재현씨는 모르겠지만 아공간에서 꽤 유명한 인물이거든. 도망자라는 멸칭으로 말이지.”


김재현이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 거대한 도끼가 들렸다.


“그리고 그걸 내게 숨겼다는 거군요.”

“그렇게 숨긴 건 아니야. 재현씨가 아공간 사람들한테 관심을 좀만 가졌어도 알 수 있었을걸?”

“그 안에 없다고 했고, 그걸 이용한 게 당신이잖아.”


그의 도끼를 타고 새하얀 섬광이 피어났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새카맣게 물든 세상.

그러나 그 중앙에 새로운 빛이 떠올랐다.

하늘에 떠오른 달보다 더욱 밝은 그것.

그것은 김재현의 무기였다.


“그건 맞지.”


송민영이 마력을 쏘아냈다.

마력 폭파.


콰과과광!


그가 쏘아낸 마력이 통째로 폭발하며 폭발하는 길을 만들어냈다.

김재현은 도끼를 방패 삼아 폭발을 막아내며 그것에 몸을 맡겨 충격을 줄였다.

그리고 자신의 뒤로 마력을 폭발적으로 쏟아내며 송민영을 향해 쇄도했다.


돌진하며 쉴틈없이 휘둘러지는 도끼.

그것이 허공을 갈라낼 때마다 섬광이 여러 갈래로 쏘아지며 송민영을 향해 먼저 거리를 좁혔다.


“역시 아깝다니까. 아름을 쓸어버릴 좋은 무기였는데. 준비된 무기와 함께라면 말이지.”


송민영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마력에 대응했다.


그는 허공에 손을 뻗었고, 마력을 이용해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그의 마력이 넓게 퍼지며 마치 호수 일어난 파문처럼 허공에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것은 다가오는 모든 섬광과 맞닿았다.


“하지만 이대로 보낸다면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 멸망을 막아서는 장벽이 되겠지.”


그것은 섬광이 파문과 맞닿는 것과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의 오른쪽 눈동자, 푸르게 변해버린 눈동자가 환하게 빛을 내뿜었다.

그러자 그를 향하던 섬광이 그의 배후, 애꿎은 바닥을 불태웠다.


‘공간이 일그러졌다?’


아니, 그것과는 다르다.

그랬다면 섬광이 휘어졌을 터.

저것은 그것과 달랐다.


섬광은 전혀 휘지 않았다.

또한 방향 또한 변하지 않았다.


섬광은 확실하게 송민영이 있는 곳을 관통했다.

하지만 그를 불태우지 않은 것이었다.

마치 그곳에 지나갈 공간이 없다는 듯이 통과한 것이었다.


“공간이 사라졌다.”

“감도 좋네.”


송민영의 고유 스킬, 공간삭제.

그는 지금 그것을 이용해 김재현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었다.


“다루기 위험해서 그렇게 펑펑 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꽤 유용하지. 이런 식으로 쓸 수 있거든. 곧 떠날 사람이니까 보여주는 거야.”


송민영이 마력을 쏘아냈다.

포탄의 형태로 정제된 마력.

그리고 그 즉시.


콰아앙!


김재현에게 충돌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재현씨와 나 사이의 공간을 지웠어. 바로 닿을 수 있게.”

“크으윽.”


김재현이 비틀거리며 도끼를 당겨쥐었다.


“이건 별로 위험하지도 않거든.”


송민영이 싱긋 웃었다.

그리고 동시에 마력 포탄을 여러발 더 장전했다.


허공에서 응축되며 대포알 형태로 빚어지는 마력.

그것은 보이지 않는 대포, 마력에 의해 장전되며 그대로 김재현을 향해 쏘아졌다.


콰과과과광!


그리고 그 즉시 폭발을 일으키며 그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피할 수 없는 공격.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 공격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김재현은 도끼 날에 마력을 둘러 그것을 방패 삼았다.

쏟아지는 폭격에 도끼의 날을 넘어 그의 몸까지 충격이 전해졌다.

하지만 직접 폭격을 맞는 것보단 견딜만 했다.


무엇보다 상대의 능력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게 섬세하진 않군.”


공간을 삭제하는 것, 그러나 김재현이 존재하고 있는 도끼의 공간은 지우지 못했다.


‘도끼를 넘어 직접 때리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텐데 말이지.’


그리고 그것은 곧 그의 제어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들켰네.”


김재현이 도끼를 앞에 두고 돌진을 감행했다.

전신에서 마력을 일으켜 신체를 보호하고, 섬광을 일으켜 또다른 무기인 창을 만들었다.


“하아압!”


도끼를 방패 삼고 빛으로 만들어진 창으로 공격한다.

그의 창이 전방에 있는 적을 노리고 내질러졌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허공을 꿰뚫는 창.


그것은 송민영을 꿰뚫었으나 꿰뚫지 못했다.

보이는 모습은 꿰뚫었으나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송민영의 공격은 닿았다.


곧장 김재현의 얼굴을 향해 휘둘러지는 주먹.

그것은 도끼를 피해 정확히 그의 뺨을 후려쳤다.


그가 그 공격에 잠시 균형을 잃자, 그대로 마력의 포탄을 추가로 날리는 송민영.


콰앙!


김재현의 복부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그가 도끼를 놓치고 날아갔다.


“무, 무슨 일입니까!”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폭음.

그것으로 인해 교회 내부에 있던 멸망론자들이 우루루 몰려 나왔다.


“아, 별일 아닙니다. 침입자가 있어서요.”


송민영이 마력으로 속성을 만들고 그것을 뒤섞어 연무를 뿌렸다.

그리고 그것으로 김재현의 모습을 감추었다.


“또 침입자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들어가 계셔요.”

“그, 그래. 대, 아니, 민영··· 군 실력이라면 믿음직하지요.”


중년 남성이 그의 눈치를 살살보다가 교인들을 이끌고 교회로 돌아갔다.


그사이 도망칠 기회를 찾은 김재현.

그는 그 즉시 몸을 추스린 후, 살금살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송민영이 만든 연무를 이용해서 말이다.


“불신자들을 심판하던 재현씨가 쥐새끼처럼 살살 기어서 도망칠 줄이야. 이거 혼자 보기 아까운데? 그렇게 형제가 소중해? 그럼 함께 보내줘야겠네?”


송민영이 마력을 끌어모아 하나로 응축했다.

그것은 아까와 같은 포탄의 형태.

그러나 응축된 마력의 양이 기존의 것과는 달랐다.


“금방 올 거야. 그 도망자도 재현씨 알게 됐으니까. 멀리 못 갔을 거거든.”


그는 그것을 그대로 바닥에 내리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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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던전 공략 (1) 24.02.06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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