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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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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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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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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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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멸망론자 (1)

DUMMY


어둠이 드리운 동굴 길을 빠져나가는 김윤.

그는 마력을 통해 길을 밝히다 들어올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길을 발견했다.


그가 들어왔던 길 옆에 절묘하게 숨겨져 있는 길.

김윤은 잠시 망설이다 그곳으로 향했다.

보스 몬스터가 죽는다고 해도 곧바로 마석 던전이 닫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길의 길이는 그리 길지 않았다.

평범한 걸음 속도로 얼마 걷지 않아 드러나는 길의 끝자락.


그 끝에 있는 것은 수많은 무구와 재화였다.


“이건······.”


그곳을 채운 수많은 물건 중 가장 앞, 최근에 들어온 것으로 보이는 물건들.

그것은 김윤이 아주 잘 아는 물건들이었다.


“리터너들의 장비인가.”


그곳에 새겨진 각기 다른 문양, 그것은 아름에 존재하는 길드를 상징하는 문양들이었다.


“이거라도 챙겨가야겠군.”


김윤은 그곳에 놓인 리터너들의 장비를 최대한 챙긴 채 포탈을 빠져나왔다.


“정지!”


그가 포탈을 빠져나오기 무섭게 그에게 들이밀어지는 무기들.


“저 안에서 혼자 들어가서 살아 돌아오다니······.”


김윤이 던전에 들어서기 전 다른 이들을 기절시켰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경계 근무를 교대하기 위해 왔던 다른 리터너들.

그들은 김윤이 기절시킨 근무자들을 발견했고, 혹시 돌아올지 모르기에 무장한 채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지금 네가 들어갔다 온 던전은 아름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던전이다! 소속을 밝혀라!”


날카로운 창들이 김윤을 향해 거리를 조금씩 좁혔다.

김윤이 두 손을 들고 정체를 밝히려는 순간이었다.


그를 향해 창을 들이밀던 리터너 중 하나가 김윤의 정체를 깨달았다.


“자, 잠시만요. 김윤 씨 맞으신가요?”

“맞습니다.”

“뭐? 그 도망자? 아니지, 영웅이라고 해야 하나?”


리터너가 그를 향해 비아냥거렸다.

김윤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영웅이 왜 리터너들을 기절시키면서 이곳에 들어가셨을까? 응? 포탈도 못 타신다는 분이.”

“김현우 리터너······.”

“애초에 포탈도 못 타는 놈이 어떻게 도시를 지켰다는 거야? 지하에 있었던 것도 아니잖아? 도시를 지켰다는 것도 사실 구라 아니야?”


그의 주변에 있던 리터너들이 그를 말렸다.


“우리가 봤어요. 아니, 도시에 있던 대부분의 리터너가 봤잖아요.”


하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나는 못 봐서 말이지. 안 그래?”

“그건······.”


리터너 중 하나가 그를 향해 말을 내뱉으려다 도로 삼켰다.

그 내용은.


‘네가 지하에서 안 나왔으니까······!’


김현우, 그는 아름을 탈환할 당시 지하 대피소에 남아있던 이들 중 하나였었다.


“왜? 너도 얘랑 한 편이냐?”


리터너가 입을 다물었다.


김윤은 평소처럼 침묵을 유지했다.

이러한 비난은 익숙했다.


그는 지금까지 그러한 삶을 택했고, 살아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평소와는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평소에 그라면 이러한 비난에 자책하며 순순히 받아들였을 것이다.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여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지금의 그는 신경질이 나 있었다.


몸에 쌓인 피로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의 공적을 무시하는 저 말투 때문일까.


그가 소리치는 것이 그저 짜증이 날 뿐이었다.


‘그냥 모두 죽이고 빠져나가야 하나?’


순간적으로 치솟은 살의.

김윤은 그것을 깨닫는 순간 자신의 입가를 틀어막았다.


‘죽인다고? 사람을? 이렇게 쉽게?’


무언가 이상하다.


‘뭐지 이··· 건?’


그가 삼킨 트라우마와는 또 다른 느낌.

그렇다고 비타나 카룬이 심어준 힘의 영향인 것도 아니다 다르다.

오히려 그것들은 요동치며 그를 말리고 있었다.


그가 모르는 사이 그를 침식하는 듯한 느낌.

김윤은 과거 그와 비슷했던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마치 카룬과 맞서던 그 의지와 같은 느낌. 이게 강제로 길을 만드는 자를 틀어지게 만든다는 무언가인가?’


김윤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신의 앞에 있는 김현우를 바라보았다.

그가 깨달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요동치는 코어 속 힘 때문일까.

방금과 같은 살의는 치밀지 않았다.


‘하지만 길을 만드는 자들끼리만 틀어지게 만드는게 아니었나?’


“어떻게든 멸망만 시키면 상관 없는 건가······?”


그게 아니면 그저 멸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관여할 수 있는 것일까.


“뭐라는 거야!”


김현우가 소리치며 창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나 가만히 맞아줄 김윤이 아니었다.


그는 창대를 움켜쥐고, 그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커헉······!”


그 충격에 그대로 날아가 바닥을 구르던 김현우.

그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김윤은 물론 근처에 있던 리터너들의 시선이 모두 그를 향했다.


“······오늘 이 던전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제가 보고하겠습니다. 저기 쓰러진 리터너들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윤이 뺏은 창을 바닥에 떨궜다.


“······알겠습니다.”


김윤은 리터너들을 뒤로한 채 전초기지로 향했다.

그리고 아름으로 향하는 포탈로 들어선 후, 곧장 시청으로 향했다.


“꼴이 말이 아니군.”


시청에 있는 시장의 업무실.

그곳에 김윤이 들어서자 신민우가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그야 김윤의 모습은 멀끔하다고 보기 어려웠다.


온통 찢어지고 피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로 물든 옷.

또한 머리는 헝클어지고 눈 밑에 퀭한 다크 서클은 그가 지닌 피로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상처는 없어요.”

“보고는 받았다. 탐색대가 제대로 출발하기도 전, 앞선 캠프 호위 임무에서 대다수가 사망하고 임무를 실패했다고. 보스 몬스터로 추정되는 검 형태의 몬스터가 그랬다지?”

“맞아요.”

“그렇군. 그래도 그 검은 처리했고, 남은 생존자들은 무사히 아름으로 돌아왔지. 그리고 너는 일행을 뒤로 하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던데······.”

“원정에 실패했던 마석 던전, 적룡의 둥지에 다녀왔어요.”

“적룡의 둥지? 거긴 왜 갔지?”


신민우가 펜을 놓고 김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김윤이 자신의 인벤토리를 열고 회수해온 물건들을 꺼냈다.

마석 던전에 있던 리터너들의 장비였다.


“······그걸 회수하러 간 건가?”

“노호수와의 약속이었거든요.”

“네가 그를 빼돌렸었군. 지금은 다시 병실에 가둬놨다.”

“또 빼돌려야겠네요. 이제 길잡이의 직원이 되기로 했거든요.”

“그러냐. 그래서 다른 이유는 말하지 않을 건가? 그것 하나 때문에 간 건 아닐 텐데? 네가 아무리 멍청하다고 해도 연관도 없는 사람들의 유품을 챙겨줄 사람은 아니지 않나?”

“연관이 없긴요. 직원의 동료들이었는데요.”


김윤이 근처에 있던 의자에 풀썩 앉았다.


“······아공간 내부에 있는 던전 공략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현재 공략 중이다. 헌터즈와 회귀를 필두로 총 세 개의 던전에 길드들이 진입해있다. 선발대에 의하면 공략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더군.”

“그렇군요.”


김윤이 잠시 뜸을 들이다 다시금 입을 열었다.


“3년.”

“뭐?”

“3년 안에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던전을 공략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세계는 멸망한다고 했어요.”

“그게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에요. 3년 안에 마석 던전을 모두 공략하지 못하면 세계는 멸망한다.”

“······확실한 건가?”

“비타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요. 하지만······.”


김윤이 자신의 가슴팍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코어 한 편에 자리 잡은 힘을 감지했다.


“아니겠죠. 그녀도 멸망을 막고 싶어 했으니까요.”

“3년······. 3년이라. 백민호가 각 도시에 던전을 불러들이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인건가.”

“백민호가 나타났나요?”

“그래, 우리와 연락 중이던 주요 도시들에 나타나 던전을 마구잡이로 불러내고 있다더군. 섬광처럼 다른 도시들을 제물로 바쳐가면서 말이야.”


신민우가 두 손을 깍지끼며 책상 위로 올렸다.


“그런 짓을 해가면서 놈은 멸망을 막으려고 하는 거 였나보군.”

“다른 사람들을 죽여가면서 말이죠.”

“그래.”


김윤이 멍하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협력이라······.”


그 혼잣말을 들은 신민우가 질문을 던졌다.


“그 협력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은 건가?”

“그렇다더군요. 3년 안에 마석 던전을 모두 없애고, 협력해야 찾아올 멸망을 완전히 막을 수 있다고 했어요.”

“마석 던전이 끝이 아닌가. 그 멸망이 뭔지는 모르나?”

“몰라요.”

“그런가······. 여하튼 지금 해야할 일은 명확하군. 마석 던전 공략.”


신민우가 깨끗한 종이를 꺼내 무언가를 끄적였다.


“각 도시에 전달해야겠군.”

“도시들이 따라줄까요?”

“따라야지 별수 있나. 도시 내부에 마석 던전이 출몰했기에 겁에 질린 시민들의 아우성이 끊이지 않을 거다. 우리처럼.”


신민우가 김윤을 흘끗 바라보았다.


“너는 우선 돌아가서 휴식이나 취해라.”

“그전에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

“······뭐지?”

“저 혼자서 던전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세요.”

“혼자서?”

“네.”

“혼자서 던전을 공략할 생각인가?”


김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다른 던전도 길드의 연합을 통해 공략하고 있는 실정인데.”

“공략 시 리터너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잖아요?”

“그렇기에 더욱 그런 거다.”

“가능해요. 저는 지금 조금 많이 달라졌거든요.”


김윤, 그는 과거 정부의 의뢰를 받던 때와는 차원이 달라졌다.

본래 지니고 있던 막대한 A랭크의 마력.

아공간을 벗어나며 익힌 흐름이라는 기술.

그리고 각성한 길을 만드는 자의 힘와 분리되었던 트라우마.

마지막으로 코어에 저장된 카룬과 비타의 힘.


‘물론 둘의 힘은 당장 다룰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도 그 혼자서 던전을 공략하기엔 충분하다.

특히 길을 만드는 자의 힘만으로도 말이다.


“그리고 저도 사람들이 더 죽어나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네가 죽으면 더 위험하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겠지? 너는 네가 말했다시피 길을 만드는 자다. 단 넷 밖에 존재할 수 없는 그런 존재 말이다. 아니면 네가 죽어도 다른 길을 만드는 자가 나타나는 건가?”

“그건 아니에요. 길은 만드는 자는 단 넷, 그들이 죽으면 그대로 끝이에요.”

“그런데도 혼자서 던전을 공략하겠다고?”

“그렇기에 더욱 혼자 공략해야만 해요. 그 누구보다 강해져야만 멸망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요.”


둘 사이에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김윤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찾아야 할 사람도 있고요.”

“네 형 말인가.”

“네, 캠프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고 했으니까요. 다른 캠프에 살아있을 지도 몰라요.”

“그 말은 아공간 바깥, 지구에 있는 던전을 공략하겠다는 건가.”

“네.”


신민우가 잠시 고민하다 말을 내뱉었다.


“······알겠다. 허가하지. 모든 던전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통행증을 발급해주마. 하지만 우선은 내가 말한 대로 휴식이나 취해라.”

“알겠습니다.”


김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통행증은 길잡이로 보내도록 하지.”

“아니요. 제가 직접 받으러 올게요. 애들한테 알리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런가. 알겠다. 나가봐라.”


김윤은 가볍게 인사를 건넨 후, 방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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