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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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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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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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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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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준비의 끝 (3)

DUMMY


배제 구역에 가득 찬 백민호의 마력.

그것이 주은서와 맞닿자 섬광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화아아악!


일대를 모조리 집어삼킬 기세로 타오르는 섬광.

그러나 그 섬광은 그 이상으로 영역을 넓히지 못했다.

그 안에서 새카만 무언가가 급속도로 성장하며 섬광을 집어삼켰기 때문이었다.


“각성의 빛과 트라우마. 확실한 후보로군.”


그것은 그녀가 품고 있던 트라우마.

각성의 전조였다.


백민호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물론 각성에 성공할지, 그대로 망가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의 두 눈동자가 푸르게 타올랐다.

그러나 미래를 보는 그 눈에도 그녀의 미래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에게 길을 만드는 자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누, 누나······.”


이서준이 섬광과 어둠에 휩싸인 주은서를 바라보았다.

백민호의 살기가 거두어져 움직일 수 있게 된 후 처음 보는 광경이 그것이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이서준이 소리쳤다.

동시에 바닥을 구르던 단도를 하나 집어들어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우아아아악!”


하나 뿐인 형제를 잃고서 생긴 새로운 가족.

그들은 자신을 받아주었고, 함께 해주었다.

그리고 구원해주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을 누군가 노리고 있었다.

그 누군가는 다름아닌 아름 사상 최대의 악당.

그가 알기로는 그러했다.


그런 적이 주은서를, 새로운 가족을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과거 자신의 형이 원정을 통해 목숨을 잃었을 때처럼.


아니, 그보다 더 하다.

지금은 바로 곁에 있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지키지 못했다.


원통함에 눈물이 흘렀다.

그렇기에 그는 단도를 휘둘렀다.


제대로 배운 적 없는 무기술.

제대로 다룬 적 또한 없는 마력의 운용.

그럼에도 그는 굴하지 않았다.

그의 앞에 차원이 다른 적이 있음에도 무기를 휘둘렀다.


“하아······.”


그 차원이 다른 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가볍게 발을 휘둘러 이서준을 걷어찼다.


“이 이상 나를 짜증나게 하지 마라. 자비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란다.”


그러나 이서준은 멈추지 않았다.

백민호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력을 손에 모았다.


그것은 화염을 휘감은 포탄이 되어 쏘아졌다.


콰앙!


제대로 된 싸움을 배우지도 못한 소년.

그러니 이 공격으로 충분할 것이다.

백민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틀린 것이었다.


“으아아아아!”


그는 폭발을 뚫고, 멀쩡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손목에서 자라난 방패 덕분이었다.


평소엔 팔찌의 형태이던 그것.

그것은 마력을 불어넣는 것만으로 펼치지는 특수한 방패였다.


감정에 휩쓸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력을 마구 뿜어내고 있는 이서준.

방패가 그것에 반응한 것이었다.


“너도 길잡이 소속이었지? 주의해야 했네. 길잡이는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가득하니까.”


백민호는 마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그리고 다가오는 이서준에게 타이밍을 맞춰 주먹을 휘둘렀다.


방대한 마력을 휘감은 주먹.

그것이 방패와 충돌하며 그것을 완전히 깨부쉈다.


“꺼헉!”


방패를 부수고 이서준의 팔을 박살내는 주먹.

그는 곧장 주먹을 거두었지만 충격파로 인해 이서준은 정신을 잃고 저 멀리 날아갔다.


이서준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것을 확인한 그는 다시금 마력을 일으켰다.


그는 발현시킨 마력을 형상화 시키며 일대에 거대한 말뚝을 네 개 박아넣었다.

이어 주은서를 가두는 반투명한 마력의 관을 만들고, 사슬을 통해 말뚝과 그것을 연결했다.


“마지막으로 결계까지.”


추가로 말뚝 주위를 감싸는 결계를 이중으로 펼쳤다.

그녀가 각성하는 것을 방해받지 않기 위함이었다.


‘혹은 실패 후, 폭주를 막기 위해서.’


그는 결계 내에 자리 잡고 휘몰아치는 섬광과 어둠을 두 눈에 담았다.



***



새카만 어둠이 전신을 휘감는다.

그것은 발끝에서부터 몸을 타고 올라오더니 귓가에 달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도망자.”

“뭐?”

“사실 도망자라는 멸칭은 네게 더 어울리는 거 아니야?”


주은서는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곳에 가득하던 어둠이 일순간 사라지며 세상이 온통 새하얗게 물들었다.

마치 아공간과 같은 공간.

그러나 그것과는 무언가 달랐다.


“여긴······?”


주은서가 그 공간을 살피려는 때였다.

다시금 그녀의 발밑에서 꿈틀거리는 어둠.

그것이 사람의 형상으로 변하며 그녀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안 그래? 도망자.”

“······넌 뭐야?”


자신과 똑닮은 생김새에 그것.

마치 그림자로 만든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았다.


“뭐긴 뭐야. 너지. 네가 외면하고 숨기고 싶어하던 본 모습.”


새카만 모습의 그녀가 기괴하게 미소 지었다.


“뭐 한 번 나섰다고 네가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네 본질은 그대로잖아.”


주은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는 저런 도발에 일일이 넘어가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저 무시한 채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

그녀가 주변을 살피려는 순간이었다.


“죽음이 무섭고, 그렇기에 숨어지내는 삶. 사실 김윤이 너희를 데리고 가지 않아서 안도하지 않았어?”

“······닥쳐.”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대답.

평상시 그녀라면 하지 않았을 짓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언가 달랐다.

저 새카만 무언가가 입을 열때마다 혐오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공포가 느껴졌다.


결단코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그날의 공포.

멸망의 날 마주했고, 모두를 지키기 위해 다시금 마주했던 그 공포.

죽음에 대한 공포가 말이다.


“너 대체 뭐야?”


주은서가 그림자를 경계했다.

그리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녀의 오른손에 마력이 응집되며 탄환처럼 쏘아졌다.


퍼억!


정확히 그림자의 머리에 명중하는 마력.

그러나 그것은 죽지 않았다.


흩어진 어둠이 도로 뭉치며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뿐이었다.


“나는 너라니까?”


그림자로 이루어진 그녀가 다시 어둠으로 변하며 순식간에 주은서를 집어삼켰다.


“윽······!”


물리력은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 일어나는 것은 그것보다 심한 것이었다.


그녀의 트라우마.

그것이 그녀의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한히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녀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겨낼 때까지.

그녀에게 죽음이 다가왔다.


그것은 스스로의 죽음이었고, 타인의 죽음이었다.


멸망의 그 날, 그녀가 보아온 수많은 것들이다.

그리고 그녀가 겪고 싶지 않은 것이며, 누군가에게 겪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멈, 춰······. 멈춰-!!”


그녀는 그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았다.

겪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소리쳤다.

하지만 그것은 멈추지 않았다.


그것에게는 자비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배려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트라우마였다.



***



백민호가 섬광과 어둠에 뒤섞인 주은서를 바라보았다.


‘내가 가진 길을 만드는 자의 힘이 맞닿았으니 곧 각성한다.’


길을 만드는 자의 각성.

그것은 그의 의지로 이루어진다.

그가 최초의 각성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지닌 각성의 힘을 공간 계열의 고유 스킬을 지닌 이에게 전달.

그것만으로 대상은 각성의 길에 들어선다.

그것은 지옥과도 같은 길.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길.

그러나 세계를 위해서는 필요한 길이었다.


‘각성의 힘이 강제로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고 그것을 겪게한다. 그것이 죽음이든 무엇이든, 그것을 받아들일 때까지 반복되지.’


그리고 그것은 정신에 상당한 부담을 주었다.


‘길은 만드는 자는 강한 정신력이 받쳐주어야만 가능한 각성. 너는 각성할 수 있을 것이냐. 아니, 해라. 해야만 한다.’


그는 이내 시선을 거두고 길잡이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녀만 각성한다면 모든 길을 만드는 자가 깨어난다.

멸망을 대비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지우는 자가 새기는 자, 김윤과 연관이 있을 줄이야. 운이 좋군. 이 여자만 있다면 김윤도 다루는 게 가능하겠지.’


그가 시선을 다시금 주은서에게 옮겼다.


“그나저나 의문이 생기는군.”


그리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김윤은 내가 각성을 시킬 의지가 없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각성을 한 거지?”


나중을 위해 그가 각성의 힘을 전달하지 않았던 김윤.

그런데 그는 스스로 각성을 해냈다.

물론 불완전한 상태이긴 했으나 최초의 각성자가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각성을 한 것이었다.


‘아니, 이제는 완벽하게 각성을 했지. 그때 바뀌었던 미래. 그건 완전한 각성을 뜻하는 거나 다름 없었다.’


김윤은 대체 어떻게 각성을 한 것일까.


“아니, 좋게 생각하자. 어차피 모두 필요한 일이야. 결국 네 명의 길을 만드는 자는 깨어나야 했으니까. 이제 준비의 끝이다.”


그가 두 팔을 펼쳤다.


“모든 길을 만드는 자가 깨어나고, 마석 던전을 소멸시킨다. 그리고 다가올 멸망을 막는다.”


그리고 이내 팔을 당기며 한쪽 손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제 시작이다.”


그때였다.


화아아악!


더욱 밝게 타오르는 그녀를 휘감은 섬광.

어둠이 점차 섬광에게 먹히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뜻하는 것.

그것은 바로.


“모두 모였다. 마지막 길을 만드는 자, 지우는 자까지.”


길을 만드는 자의 탄생.

멸망을 대비하기 위한 준비, 그것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



그 무렵 멸망론자, 멸망교의 지부를 또 하나 무너뜨리고 다른 지부를 향하는 김윤.

그는 어느새 재생된 상처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마력이 있다고 한들 단시간에는 낫기 어려운, 깊은 상처.

그런데 그것이 순식간에 회복된 것이었다.


지금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멸망교 구리 지부, 그곳에서 다쳤던 팔 또한 마찬가지였다.


깊게 갈라져 나갔던 팔.

조금만 더 깊었으면 그대로 잘려나갔을 정도로 덜렁거리던 팔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순식간에 나아버린 것이었다.


‘이 힘 때문인가.’


김윤이 심장 부근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그곳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무언가.

그것은 힘의 한 종류였다.

마력과는 다른 종류의 힘, 생명력.


그것이 지금 그의 체내를 순환한 후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상처를 회복해 주는 힘인가.’


그것은 지금의 그에게 크나큰 희소식이었다.

계속해서 싸움을 이어나가야 하는 그에게 부상은 계획을 지연시킬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다쳐도 계속해서 싸워 나갈 수 있는 힘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적합한 것이 바로 이 비타의 힘이었다.


김윤은 심장 부근에 올렸던 손을 뗀 후 마력을 점검했다.

아직 마력은 충분히 남아있다.

다른 멸망교의 지부를 멸망시키에는 충분했다.


지키기 위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멸망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이 멸망을 막는 길이며,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그래, 놈들은 어차피 멸망을, 죽음을 바라던 놈들이다.”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북쪽에 있는 멸망교의 다른 지부를 향해 나아갔다.

그들이 바라던 멸망을 선사하기 위해서.

그리고 멸망을 막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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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생명의 적룡 (1) 24.02.13 10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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