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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로고로 님의 서재입니다.

실패한 구원자의 후계 양성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거로고로
그림/삽화
광개토대왕
작품등록일 :
2023.05.17 19:19
최근연재일 :
2023.06.02 21:06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66
추천수 :
25
글자수 :
48,537

작성
23.06.02 21:06
조회
12
추천
0
글자
9쪽

마을로

DUMMY

처음 정신을 차려 눈을 떴을 때, 눈앞의 광경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게 대체····.”


다음은 부정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피와 불이 뒤섞여 특유의 냄새를 풍기며 눈앞에 괴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깔끔하게 반으로 갈라진 시체가 있었다. 반은 이미 잿더미로 변해있었고, 다른 한쪽은 잔뜩 그을려 있었다.


심지어 괴물의 일격으로 갑옷과 함께 뚫렸던 가슴은 약간의 흉터만이 존재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옆구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상처가 없어···?”


나는 몸을 일으키며 어디가 아프지 않은지 확인했다. 그렇게 너무나도 이질적인 상황 속, 정신이 없을 때였다.


[정신이 들었나?]


나는 머릿속으로 갑작스레 울리는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누···누구세요?”


[자네가 지켜본 세상 속 인간이지.]


‘지켜본 세상?’


“설마···!”


순간 머릿속으로 한 사내의 모습이 그려졌다. 황금색 빛무리를 검에 담아 휘두르던 모습이 말이다.


“설마 기, 기사님···?”


[그렇다.]


혹시나 했던 생각이 들어맞았다. 그런 내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이어졌다.


[자네의 육체는 너무나 연약하더군. 조금만 늦었더라면 자네가 이렇게 나와 얘기할 수도 없었겠지. 이런 육체로 운석의 힘을 받아들인 것이 용할 정도군.]


그 말에 나는 눈이 동그랗게 떴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결정체를 붙잡았을 때와 가슴을 관통당해 의식이 흐려질 때 들려오던 의문의 목소리와 일치했다.


“그럼 저를 두 번이나 구해줬던 목소리의 정체가 기사님이시군요.”


[알아차리는 것이 늦군. 일단 급한 조치는 해놓았다.]


그 말에 나는 몸이 멀쩡해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흠 기사님? 저······혹시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잠깐의 침묵 끝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온바르트, 줄여서 그냥 레온이라고 부르거라.]


“·····레온. 알겠습니다. 레온님으로 부르겠습니다.”


[님은 무슨···. 그냥 레온이라 불러라.]


그 말에 잠시 당황했지만 나는 두 번정도 이름을 읊조린 뒤, 입을 열었다.


“저···저는 제이라고 합니다.”


[그렇군.]


너무나 담백한 대답에 잠시 머쓱했다. 나는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들었다. 그런 내 시야에 괴물의 시체가 들어왔다.


“아!”


나는 궁금했던 것을 조심스레 말했다.


“혹시 레온께서 저 괴물을 해치우신 겁니까?”


[그래. 자네의 몸을 잠시 빌렸지.]


순간 당황한 나머지 나는 어색한 목소리로 입술을 떼었다.


“······제 몸이라면?”


[말 그대로다. 자네의 육신에 잠시 깃들었다. 그 때문인지 대부분의 힘을 소실했지만 말이야.]


“혹시 이 황금빛 불꽃은 레온의···”


[내가 사용하던 힘이었지. 현재는 아니지만. 지금은 제이, 자네를 선택한 것 같군.]


“네? 저를 말인가요?”


[그래. 선택받지 못한 자는 그 자리에서 불타 사라져버리고 말지. 하지만 지금 그 힘은 자네의 심장에 자리 잡았지. 내가 도왔다고는 하지만, 힘이 거부했다면 자네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을 거야.]


그 말에 식은땀이 절로 났다. 자칫하면 정말 죽을뻔 한거였다.


“······어째서 저일까요?”


나는 문득 득 궁금함에 레온에게 물었다.


[그건 나도 모른다.]


“네····?”


[말 그대로다. 운석의 선택은 그 누구도 모른다. 힘을 선택받은 당사자조차도 말이다. 나 또한 그랬고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였지. 그저 선택받았고 그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 진실 하나만이 우리가 알고 있는 전부지.]


“그렇군요.”


레온의 말을 듣고 의문이 들었다.


‘왜일까? 혹시 매일 밤 꾸던 악몽과 관련이 있을까?’


솔직히 타당성 있는 가설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오늘 아침의 꿈만 봐도 그렇다. 사내 아니 레온을 보지 않았던가.


‘도대체 알 수 없는 거 투성이야.’


한참 동안 상념에 빠져 있던 나는 레온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정신을 차렸다.


[그만 옷이라도 입거라.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니.]


그제야 나는 아직 알몸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좌우로 움직여 주위를 둘러봤다. 입을만한 것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마땅히 입을 만한 게 없어 보였다. 어쩔 수 없이 해골 기사가 착용하고 있던 망토였던 걸로 추정되는 거적때기를 몸에 대충 둘렀다.


‘으으··· 찝찝해.’


솔직히 해골이 입고 있던 것을 몸에 두른다고 생각하니 여간 찝찝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마을에 알몸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게다가 아직 숲을 벗어난 것도 아니었다.


나는 혹시 몰라 주변을 더 둘러봤다. 그리고는 최대한 멀쩡해 보이는 갑옷 한 벌을 챙겼을 때였다.


[내 검도 챙기거라.]


레온의 말에 나는 괴물의 시체 바로 근처에 떨어져 있는 칠흑빛 검을 바라봤다.


“레온의 검을 말입니까?”


[그래. 아무나 얻기 힘든 명검이다.]


“하지만······.”


[군말하지 말고 챙기거라. 당대 최고의 대장장이들이 며칠 밤을 힘을 합쳐 만든 검이니라. 애초에 운석의 힘을 감당할 수 있는 무기는 흔치 않다. 일반적인 철검으로는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할 거다. 바로 재가 되어버려 대기 중에 흩어져 없어지지.]


그 말에 나는 홀린 듯 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내 손은 검의 손잡이에 가 있었다.


솔직히 탐이 나긴 했었다. 단지 레온의 검이라 눈치가 보였을 뿐이었다. 나는 검을 들어 올려 칠흑빛 검신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매끄러웠다. 이 공간에서 혼자서만 세월의 흔적을 빗겨 간 것 같았다. 날이 약간 상해있었지만, 그 상태마저도 매우 날카롭게 느껴졌다.


검신을 쓰다듬으면 듦일수록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히죽. 히죽.


그 모습이 보기 싫었을까.


[크흠, 해가 뜬 것 같군.]


나는 머쓱함에 검집을 찾아 검을 집어넣었다. 그런 내 시야에 완전히 재가 돼버린 괴물의 시체가 들어왔다. 레온과 대화하는 사이 나머지 반쪽마저 재가 돼버린 거였다.


나는 손에 쥔 검을 다시 한번 바로 보며 생각했다.


‘그래. 어디서 또 저런 괴물을 마주칠지 모르잖아.’


나는 마음속에 남아있던 약간의 죄책감을 합리화하며 검을 품 안에 갈무리했다. 그러고는 잠시 고개를 돌려 내부를 바라봤다.


“레온,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나는 땅을 파내어 뼈밖에 남지 않은 레온의 육신을 묻어주었다. 튼튼해진 육신은 더 수월하게 땅을 팔 수 있었다. 그리고 해골 기사들 또한 각자 서있던 자리에 차례로 묻어주었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구나.]


레온이 질책하며 말했다.


하지만 느껴졌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그리 싫지는 않아 보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냥 이러고 싶었어요.”


[························]


나는 다시 한번 내부를 둘러보고는 고개를 위로 들었다.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하아, 저 위로 어떻게 올라가지.’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내가 떨어진 곳에서 이곳까지 생각보다 높이가 있었다. 그런 내 생각이 들리는지 레온이 말했다.


[뭘 고민하는 게냐. 그냥 올라가면 되는 것을.]


“하지만······.”


[고민할 시간에 해보거라. 제이, 지금 너의 육체라면 저 정도 높이 정도는 충분히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위로 향했다. 내가 떨어졌던 구멍이 보였다. 구멍은 여전히 높았다.


“후우.”


레온의 말대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그를 안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벌써 두 번이나 목숨을 구해주었다. 게다가 레온의 말이라며 왠지 신뢰가 갔다. 그리고 어쩌면 나보다 지금의 몸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 수도······.


나는 가볍게 몸을 푼 뒤,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힘껏 위를 향해 뛰어올랐다.


후웅


눈앞의 시야가 순식간에 변하며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레온의 말대로였다. 솔직히 그의 말을 믿었지만, 이토록 수월하게 오르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나는 새삼 달라진 육체를 느끼며 정면을 바라봤다.


‘그나저나 얼마나 무식하게 때려 부순 거야···.’


사방에 돌조각과 문의 파편으로 보이는 것들이 떨어져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조심스레 피해가며 문밖으로 빠져나왔다.



‘눈부셔······.’


밤에 이곳에 들어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햇살이 모든 것을 환히 비춰주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얼굴을 햇빛에 맞췄다. 햇빛이 내 피부를 따뜻하게 감싸며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나는 눈꺼풀을 감았다가 다시 천천히 떴다. 무언가 달라진 느낌이었다. 마치 힘이 넘치는 것만 같았다.


“그럼 가볼까.”


거적때기를 망토 삼아 몸에 두른 나는 한 손에 검을 든 채, 마을 방향을 향해 당당히 걸음을 옮겼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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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로 23.06.02 13 0 9쪽
10 기사의 기억(4) 23.06.01 15 1 11쪽
9 기사의 기억(3) 23.05.31 15 2 9쪽
8 기사의 기억(2) 23.05.26 21 2 10쪽
7 기사의 기억(1) 23.05.25 21 2 12쪽
6 유적(2) 23.05.24 24 2 9쪽
5 유적(1) 23.05.22 26 2 10쪽
4 그림자 숲(4) 23.05.21 29 2 10쪽
3 그림자 숲(3) 23.05.20 32 2 9쪽
2 그림자 숲(2) 23.05.18 46 4 9쪽
1 그림자 숲(1) +2 23.05.17 125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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