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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로고로 님의 서재입니다.

실패한 구원자의 후계 양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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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로고로
그림/삽화
광개토대왕
작품등록일 :
2023.05.17 19:19
최근연재일 :
2023.06.02 21:06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63
추천수 :
25
글자수 :
48,537

작성
23.05.20 22:03
조회
31
추천
2
글자
9쪽

그림자 숲(3)

DUMMY

나는 에이미와 숲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한참을 쉬지 않고 내달렸다. 태양은 사라지고 어둠이 서서히 짙어지며, 숲의 그림자들이 더욱 두꺼워졌다. 그래도 생각보다 빠르게 그림자 숲을 주파하고 있었다. 의외로 에이미가 체구는 왜소하지만, 지구력이나 반사신경이 또래보다 좋은 편에 속했다.


“제이, 저 앞에 나무에서 좌측으로 틀면 마을까지 금방이야!”


에이미가 숨을 옅게 몰아쉬며 말했다.


그런 그녀를 힐끗 보며 그녀의 상태를 체크 했다. 아무리 지구력이 좋은 편이라 하지만 숲의 밤은 다른 때보다 많은 피로감을 준다. 극도로 경계한 상태로 움직여야 하기에 그랬다. 다행히도 아직 뛸 수 있어 보였다.


“에이미 앞으로 조금이야. 조금만 힘을 내!”


지쳐가는 에이미를 독려하며 그녀가 말한 나무에서 좌측으로 꺾으려 할 때였다.


“··················.”


보였다. 풀숲에서 날카로운 눈빛들이 우릴 향하고 있는 것을. 그 눈빛은 무언가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떠올렸다. 내겐 절대 잊을 수가 없는 눈빛이다. 바로 늑대들이었다.


“제이···.”


에이미는 갑작스레 걸음을 멈춘 나를 보며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그래서일까, 나는 반사적으로 뒤에 바짝 붙어오던 에이미를 잡아, 등 뒤로 가리며 멈춰 섰다.


그때였다.


형형한 눈빛을 빛내는 놈들이 서서히 형체를 드러내며 풀숲에서 움직였다.


“크르르르르!”


늑대들이 코를 씰룩이며 뾰족한 이빨을 드러냈다.


놈들은 서서히 우리와의 거리를 좁혀갔다.


우리를 뚫어지게 보는 시선에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놈들의 눈동자에는 그저 인간을 사냥하고 싶다는 갈증만이 깊이 박혀 있었다.


그 모습에 절로 5년 전 기억이 뇌리에 떠오르며 온몸의 세포가 날뛰는 것만 같았다.


나는 공포가 온몸을 잠식해 숨을 내뱉기도 힘들었지만, 등 뒤로 느껴지는 떨림에 정신을 다잡았다.


‘젠장, 정신차려!’


그날 이후, 나는 다짐했다. 절대로 눈앞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기로···.


매일 아침 목검을 든채 같은 동작들을 반복한 건 이런 순간을 위해서였다.


나는 목검을 놈들을 향해 들어 올렸다. 그리고 목검을 휘두르기 가장 익숙한 자세를 취한 채,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침착하자. 놈들의 수는 어림잡아 셋···.’


하지만 무리 지어 다니는 놈들의 특성을 생각했을 때, 주변에 더 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곳은 놈들과 싸우기에 매우 불리한 지형이었다. 최대한 내가 싸우기 유리한 지형으로 이동해야 했다.


“에이미 잘 들어. 내가 셋을 세면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원래 가려던 방향을 향해 전속력을 다해 달려. 알겠지,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멈추면 안돼.”


내 말에 에이미가 무언가 말하기 위해 입을 여는 순간, 놈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나타났다.


“하나··· 둘··· 셋!”


나는 에이미를 향해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늑대 한 마리가 나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뛰쳐나왔다. 그 모습에 에이미가 움찔하며 동작을 멈추려 하자, 나는 재차 소리쳤다.


“에이미 움직여!”


그런 내 외침이 통했는지, 에이미는 마을 방향을 향해 재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나와 늑대가 충돌했다. 늑대의 날카로운 이빨이 나에게로 향하였다.


타악!


목검의 옆면을 타고 둔중한 충격이 파고 들었다.


‘크윽, 무거워···.’


한 번의 충돌이었지만, 손에 느껴지는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마치 바위를 향해 검을 휘두른 느낌이었다. 손에서 목검을 놓지 않은 게 용하였다.


충격으로 손이 얼얼했지만,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나는 곧바로 자세를 가다듬고 늑대의 턱을 향해 오른발을 크게 내딛으며, 아래에서 위로 목검을 크게 휘둘렀다.


후웅!


‘제길 짧았나.’


늑대는 어느새 뒤로 훌쩍 물러나며 공격을 흘려냈다.


이대로라면 승산이 없었다. 지형이 너무 좋지 않았다. 나와 늑대가 서있는 이곳은 꽤 경사가 있었다. 그렇기에 검에 온 힘을 실어 휘두르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놈들이 지형적 이점을 살려 위에서 아래로 뛰어내리며 공격한다면 나는 놈들의 체중까지 실린 공격을 감당해야 한다.


그렇기에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추가로 에이미가 이동한 곳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는 목검을 정면으로 들어 녀석들을 견제하면서 조금씩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늑대들도 나와 반시계방향으로 돌며 언제든 덤벼들 태세를 취하였다.


빈틈이 전혀 없었다. 약간의 틈이 생긴다면 이를 이용해 도망가려고도 생각해봤지만, 놈들에게 금방 따라잡힐 것이 뻔했다.


‘방법이 분명 있을거야.’


놈들을 경계하며 한 걸음, 두 걸음 뒤로 조금씩 물러났다. 하지만 놈들 또한 나를 포위하기만 한 채 쉽사리 들어오진 않았다. 그저 포위망을 유지한 채 으르렁거릴 뿐이었다. 마치 사냥감이 스스로 지치길 기다리듯.


늑대들은 일정한 거리만을 유지한 채, 내가 약해진 모습을 보이면 언제든 달려들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아우우~~~


아우우~~~


아우우~~~


놈들이 고개를 위로 크게 젖힌 채 짖었다.


역시나 주변에 늑대가 더 있는 게 분명했다. 이 이상의 대치는 내게 있어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하다.’


손바닥에 땀이 흥건해지며 목검의 손잡이 부분이 축축해졌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늑대들의 날카로운 이빨이 에이미를 향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에이미가 도망칠 시간만큼은 말이다.


크르릉


어느새 하울링을 끝낸 늑대들이 코를 씰룩이더니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깜짝 놀라 순간 사고가 정지됐다. 하지만 몸은 달랐다. 나도 모르게 다리 폭을 넓게 벌리며 목검을 아래에서 위로 크게 휘둘렀다.


깨갱!


턱에 정확한 가격이 가해지며 경쾌한 느낌이 손에 그대로 전달됐다. 솔직히 휘두른 나도 당황할 정도로 손맛이 좋았다.


‘몸이 절로···.’


문득 5년이라는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경직된 몸이 어느 정도 풀어지는 게 느껴졌다. 시간을 버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늑대들도 가까운 거리에 멈춰서 크르릉 거리며 위협할 뿐이었다. 가장 먼저 달려든 늑대의 비명 소리가 나머지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다행이었다. 몸이 반응하지 못했다면 분명 물어 뜯겼을 거였다.


그렇게 늑대들이 주변을 둘러싸며 위협할 때였다.


늑대들이 몸을 돌려 뒤를 보며 위협적인 소리를 내었다. 마치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뒤를 향해 연신 으르렁거렸다.


나는 늑대들의 행동에 안도와 긴장을 동시에 했다.



늑대의 오감은 인간보다 훨씬 발달했다. 그런 놈들이 뒤를 향해 극도로 긴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잠시만 늑대들이 경계하고 있다고?’


늑대들의 행동에 괜스레 불안해졌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이 도망갈 절호의 기회라 생각됐다.


‘도대체 뭐가 있길래.’


그림자 숲은 미지의 공간이었다. 수 세기 동안 수많은 사람이 그림자 숲을 정복하고자 길을 나섰지만, 누구도 이 숲을 정복하지 못했다. 반대로 도망치듯 숲을 떠날 뿐이었다. 그렇기에 근 수십 년간 어떠한 사람도 오기를 꺼린다고 들었다.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이 넘어갔다.


그때였다.


쿵! 쿵! 쿵!


묵직한 걸음 소리가 수풀 너머로 들렸다. 소리가 점점 더 커지며 땅의 울림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릴 때면 땅 위로 흙먼지가 일어났다.


그렇게 소리가 코앞까지 들린 순간이었다.


크라라라락!


무언가의 괴성이 주변 공간을 가득히 메웠다.


“크윽···뭐야.”


그 소리에 고막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두 귀를 막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내 앞에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괴성의 정체가 드러났다.


“저건 도대체 ······.”


순간 말문이 막히며 두 눈을 의심했다.


잠시 가졌던 희망의 불씨가 순식간에 꺼지는 것 같았다.


“괴물······.”


이 한 단어로 괴성의 정체를 정의할 수 있었다.


정체불명의 존재는 거대했다. 옆에 있던 나무가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놈은 새하얀 피부에 탄탄한 근육이 전신에 자리 잡고 있었다. 게다가 두 눈은 마치 동화 속에나 나오는 악마의 눈 같았다. 놈의 새빨갛게 물든 동공은 보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질 것만 같았다.


“크라라락!”


놈이 괴성과 함께 옆에 있던 나무를 거대한 손으로 뽑아버렸다. 그리고는 장난감 다루듯 붕붕 휘두르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눈앞의 늑대들에게 달려들었다.


깨갱!


순간, 눈앞의 늑대들이 일거에 핏물을 뿜으며 나동그라졌다. 내게 그토록 위협적이었던 늑대가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나버렸다.


“············”




잘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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