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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로고로 님의 서재입니다.

실패한 구원자의 후계 양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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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로고로
그림/삽화
광개토대왕
작품등록일 :
2023.05.17 19:19
최근연재일 :
2023.06.02 21:06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67
추천수 :
25
글자수 :
48,537

작성
23.05.22 18:05
조회
26
추천
2
글자
10쪽

유적(1)

DUMMY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본능에 몸을 맡긴 채, 하염없이 걸음을 옮겼다. 물가에서 벗어나 몸을 숨길 곳을 찾기 위해 덜덜 떨리는 몸을 부여잡고 걸음을 옮겼다. 게다가 오랜 시간 전력으로 움직인 탓에 매우 지쳐가고 있었다.


절뚝절뚝


한쪽 다리가 불편해 이동속도가 느렸다. 강으로 떨어질 때, 오른쪽 다리를 다쳤는지 걸을 때마다 저릿한 통증이 올라왔다. 게다가 물기가 흠뻑 스며든 천 조각으로 이루어진 옷은 한번 짜내었지만, 여전히 축축한 느낌과 함께 달라붙어 체온을 계속해서 떨어뜨리고 있었다.


덜덜덜덜


나무 사이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절로 윗니와 아랫니가 강하게 부딪혔다. 턱의 떨림이 점점 심해졌다. 이는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그렇게 극심한 피로감과 추위를 견디며 갈 때였다.


일그러진 나무들 사이로 무언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몇 걸음 더 옮겼을 때, 정확히 볼 수 있었다.


아치 형태의 조그만 문이었다. 성인 남성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을까 말까 했다. 문 주위로는 거칠게 솟아오른 바위들이 세워져 있었다. 바위는 세월에 의해 자연스레 닳아버린 모습이었다. 거기에 문은 단단한 철재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군데군데 녹이 슬어있었다. 하지만 세월의 흔적을 받아들이면서도 여전히 굳건하게 닫혀있었다.


신비로웠다. 이곳은 그림자 숲에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유지되어 있었다.


‘모험가들이 말하는 유적같이 생겼네.’


호기심에 문 앞으로 걸음을 옮긴 나는 바위 위로 새겨진 그림과 문자들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시간의 흔적에 의해 부분적으로 훼손되어있어 알아보기는 힘들었다.


“이건 대체···.”


오늘 하루는 알 수 없는 일 투성이었다. 붉은 가시 풀부터 시작하여 늑대와 늑대를 찢어발겨 버리는 괴물 거기에 알 수 없는 오래된 유적까지···.


‘들어갈 수 있을까?’


몸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우선은 체온을 높여만 했다. 그렇기에 일단 쉴 곳을 찾아야 하는 가운데 이곳은 그리 나빠 보이진 않았다.


‘물론 이 문이 열렸을 때 얘기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녹슨 철문 위로 손을 가져갈 때였다.


쿠릉! 끼이익!


자욱한 먼지와 함께 철문이 저절로 열리기 시작했다.


“뭐야, 왜 혼자 열리는 거야···.”


마치 문 안에서 누군가 열어준 것만 같았다.


순간 찝찝한 느낌에 들어가기 꺼려졌지만, 잠시나마 쉴 곳을 찾았다는 생각에 절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나는 아픈 다리를 끌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문을 통과해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퀴퀴한 냄새와 함께 차가운 냉기가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내부는 적막하고 어두웠다. 게다가 사람의 발걸음이 전혀 닿지 않은 모습이었다. 곳곳에는 거미줄이 처져 있어 얼굴에 달라붙었으며 먼지가 사방에 날리고 있었다.


“콜록, 콜록, 너무 어두워.”


잠시 쉬고자 들어왔지만, 유적 내부가 너무 어두웠다. 마치 무저갱에 들어온 그런 기분이었다. 끝없는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벽면을 짚으며 움직이기로 했다.


그렇게 수 분, 오직 손끝의 감각에 의지하여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걸음을 옮길 때였다.


쿠르릉- 쿠릉!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유적 내부가 크게 진동했다. 그리고 내가 소리를 인지한 순간, 약간의 부유감과 함께 눈앞의 보이는 풍경이 시시각각 달라졌다.


‘이건 또 무슨!’


유적 바닥이 갑작스레 무너져내린 거였다.


진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몸이 반응하지 못했다.


쿠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엉덩이부터 지면에 부딪혔다.


“크악! 엉덩이.”


그런 나의 모습을 비웃듯, 내 머리 위로 흙과 돌멩이들이 쏟아지며 딱딱-똑똑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나는 머리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어느 정도 어둠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흐릿하게나마 주변 지형이나 사물을 살펴볼 때였다.


화악!


나는 주변을 훑다가 급하게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


갑자기 유적 안이 확 밝아졌기 때문이다.


횃불이었다.


벽면에는 횃불이 띄엄띄엄 걸려있어 시야를 환히 밝혀주고 있었다.


갑작스레 밝아진 시야로 인해 동굴 바닥이 무너지면서 펼쳐진 공간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경악했다.


내가 떨어진 이 공간은 아까까지 있던 공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이곳은 마치 다른 세상 느낌이었다. 원래는 존재하지 않았어야 하는···그런 느낌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그럴만도 한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쉬이 믿기 힘들었다.


“이게 다 뭐야···.”


기사들이었다. 해골로 이루어진···. 셀 수 없이 많았다. 이곳은 마치 기사들의 무덤 같았다.


게다가 해골들은 하나같이 전부 범상치 않아 보였다. 변두리 마을 출신인 내가 봐도 투구와 갑옷은 오랜 시간에 그 빛이 퇴색되긴 했지만, 여전히 웅장하고 세련되어 보였다. 각각의 해골들은 장비를 끼고 누워 있었으며, 심지어 몇몇은 아직도 그들의 손에 검이 꽉 쥐어져 있었다. 죽는 순간까지 검을 놓지 않았다. 그 모습은 이들의 마지막 순간이 어땠을지 짐작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 중 한 곳이 크게 눈에 띄었다. 다른 해골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복장과 위치였다. 이 공간의 가장 끝, 금실로 섬세하게 장식된 붉은 망토에 칠흑빛 검을 들고 있는 해골이 있었다. 특이한 점은 다른 해골들과는 달리 갑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가슴 부근에 웬 결정체 같은 게 있었다.


나는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다가갔다. 가까이 가서 보니 긴장됐다. 당장이라도 일어나 손에 쥐고 있는 칠흑빛 검을 휘두를 것만 같았다.


꿀꺽. 긴장감에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러나 당연했다. 태어나서 언제 이렇게 많은 해골을 보겠는가?


나는 조심스레 해골 바로 앞에 자리했다. 그런 내 시야에는 황금빛이 일렁이는 결정체가 들어왔다.


‘이건 도대체 뭐지?’


나도 모르는 사이 숨을 참으며 황금빛이 일렁이는 결정체를 손에 쥐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결정체는 마치 태양이 압축된 듯, 속에서부터 깜박이는 빛을 발하며 주변의 모든 것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내 팔을 따라 올라와서 가슴으로 들어갔다.


화륵! 화르륵!


용암이 내 몸을 관통하는 듯한 끔찍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결정체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빛 불꽃이 신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오장육부를 비롯해 혈관 하나하나가 전부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거기에 한순간에 황금빛 화염으로 휩싸인 몸은 재생과 파괴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피부와 뼈가 녹아내렸으며 몸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서는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끅. 끄륵."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끔찍한 격통에 꽉 다문 두 입술 사이로 절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게다가 점멸해버린 시야는 온통 새하얀 세상만 보여줄 뿐이었다.


‘미친···이렇게 죽을 수는 없단 말이야!’


하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온몸에 느껴지는 끔찍한 감각에 의식이 흐려졌다. 이윽고 의식이 점점 흐려졌다.


그때였다.


[소년 살고 싶다면 내 말대로 해라. 온몸에 흐르고 있는 불꽃을 한군데 모은다고 생각해라! 심장이 좋겠군. 소년의 몸을 길이라 생각하고 불꽃의 움직임을 유도해라. 그럼, 불꽃은 너의 의지대로 흐를 것이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흐려져 가는 의식이 조금은 또렷해졌다. 나는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했다.


'움직여라! 움직여라! 움직여라! 움직여라!'


처음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저 끔찍한 격통만이 계속해서 이어질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미약하지만, 불꽃이 조금씩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해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 몸속에는 여전히 황금빛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의식이 혼미한 와중에도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불꽃을 계속해 심장 부근으로 유도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고통이 차츰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의식이 점차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더 흐른 뒤, 드디어 몸이 조금씩 움직여졌다. 처음에는 손가락이었다.


까닥, 까닥


검지 손가락이 내 의지에 따라 느리지만 조금씩 움직여졌다.


그 다음은 발가락이었다.


그렇게 신체의 각 부분이 잠에서 서서히 깨듯, 하나하나 감각이 돌아오며 의지대로 움직여지기 시작했다.


“후우우···.”


나는 숨을 크게 내뱉으며 머리를 부여잡은 채 상체를 서서히 일으켰다. 그러자 내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민망했다. 날것의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황금빛 화염에 옷은 다 타버렸는지 알몸이었다.


“도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내 몸을 보고 순간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피부가 마치 금방 태어난 아기처럼 보송했고 부드러워졌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뼈와 근육이 새로이 자리 잡았는지 다쳤던 오른 다리는 어느새 멀쩡해져 있었으며 몸이 전보다 근육질로 바뀌어 있었다. 게다가 근육들은 정교하게 짜여 있었다.


‘이건 마치 새로 태어난 거랑 다름없잖아.’


게다가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왠지 나는 이 불꽃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슬며시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심장 부근에 위치했던 황금빛 불꽃이 매우 느리지만 내 의지에 따라 서서히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손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건·····.”


그런 내 눈앞에는 더 이상 해골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매우 조그마한 빛나는 태양이 보일 뿐이었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자 몸 안에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더 이상 불꽃은 내게 뜨겁지 않았다.




잘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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