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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로고로 님의 서재입니다.

실패한 구원자의 후계 양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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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로고로
그림/삽화
광개토대왕
작품등록일 :
2023.05.17 19:19
최근연재일 :
2023.06.02 21:06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68
추천수 :
25
글자수 :
48,537

작성
23.05.17 19:21
조회
125
추천
6
글자
10쪽

그림자 숲(1)

DUMMY

대륙 서쪽 지역 중에서도 가장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마을. 숲과 언덕으로 둘러싸인 평화로운 곳이었다. 마을에는 30가구가 모여 살았으며, 마을 사람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간단한 농사와 가축 돌보기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곳에서 한 소년이 악몽을 꾸듯 미간을 찌푸리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하늘에 어둠이 서서히 물러가며 동쪽에서부터 어슴푸레 붉은 빛이 떠오르고 있다. 그때 한 소년이 홀연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숨을 잘게 내뱉었다.


“하아···하아···.”


벌써 몇 년째였다. 계속해서 똑같은 악몽을 꾸고 있다.


기괴한 외형의 괴물들이 무분별하게 사람들을 살육하는 꿈이었다.


처음에 이 악몽을 꾸었을 때는 엄청난 격통과 함께 구토감이 올라왔다.


하지만 몇 년째, 끊임없이 반복되니 어느새 내성이 생긴 것 같았다.


이제 조금은 그 잔인한 장면들을 버틸 수 있게 된 느낌이었다.


그런데 오늘 꿈은 무언가 달랐다.


괴물들과 싸우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중 한 사람이 유독 눈에 띄었다.


황금빛을 가득 두른 사내.


문득 꿈의 마지막 순간, 그와 눈을 마주친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후우, 꿈은 꿈일뿐이야.”


소년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집안을 둘러봤다.


적막했다.


창가로 서서히 들어오는 햇빛은 고요했다.


소년은 조용한 집안을 둘러봤다. 그런 소년의 시야에는 식탁 옆에 세워진 조잡한 목검이 들어왔다.


“오늘이구나···.”


5년 전 오늘, 당시 10살이던 그해 겨울.


소중했던 모든 것을 잃었던 그날로부터 딱 5년이 지난 날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엄마의 따뜻한 음식을 먹고, 낮에는 마을 친구들과 저녁에는 아버지와 함께 가축을 돌보며 평범하지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날이었다. 하지만 그해 겨울, 이러한 평화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비극으로 끝이 난다.


그해 겨울 밤, 마을에 늑대들이 습격해 왔다.


당시 마을은 도시에서 물건을 팔러 온 상인들로 인해 들떠 있었고, 자연스레 마을 경계가 소홀해졌다. 그런 상황 속, 늑대들은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마을을 습격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고, 늑대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무자비한 살육을 시작했다.


소년의 집도 그런 늑대들의 공격을 받았다,


그날 밤, 아무런 힘도 없던 소년은 무력했다. 눈앞에서 참혹하게 살해당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바들바들 떨며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지키다 늑대들에게 참혹하게 살해당하는 모습은 뇌리에 깊게 남아 사라지지 않았다.


“젠장!”


그날의 기억에 소년 아니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과 함께 무기력했던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한심했다. 매 순간 생각했다. 다시 그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거라고···.


나는 창가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봤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얼굴은 수척해져 있었으나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와 달리 키는 커졌으며 덩치도 성인 남성과 비슷해졌다. 그리고 흑발에 검고 깊은 눈동자는 차분하게 가라앉아있었다.



그날 이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마을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다. 물론 40가구 정도였던 마을은 20가구도 채 되지 않게 됐지만, 마을 사람들은 다시 일상을 찾아가며 그날의 아픔을 잊기 위해 노력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방구석에 세워져 있는 목검 하나를 들고 집을 나섰다.


목검이라고 했지만, 숲에서 주운 나무 작대기를 칼의 형상과 비슷하게 최대한 깎았을 뿐이었다. 그래도 내겐 하나의 검이었다.


그날의 충격으로부터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이후로는 하루도 빠짐없이 휘둘렀다.


“후우, 시작하자.”


지금 내가 휘두르는 검은 검술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그저 몸 장난이었다.


5년 전 그날, 상인을 호위하기 위해 고용된 용병이 알려준 검술 비스름한 거였다. 그저 간단한 베기와 찌르기 정도였지만, 변두리 마을에 사는 내겐 이조차 값진 경험이었다.


게다가 그날 자신을 넬슨이라고 소개한 용병이 없었다면, 그날 나도 목숨을 잃었을 거다. 그 빌어먹을 늑대들한테 말이다.


용병 넬슨은 가족을 잃은 충격을 벗어나지 못한 채 멍하니 있는 나를 마을에서 떠나기 전까지 몇 번인가 찾아왔었다. 집안에 박혀 있는 나를 강제로 끌고 나와 간단한 동작 몇 가지를 알려주고 가고는 했다.


한 번은 그런 넬슨으로부터 크게 저항하며 소리쳤다.


“내게 왜 이러는 거야! 그냥 내버려 두란 말이야!”


그 말에 넬슨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 꼬맹이. 드디어 목소리를 들어보는 군.”


넬슨은 얼굴에 난 긴 흉터를 긁적이며 평소와 달리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꼬맹이 세상은 불공평하고도 잔인한 곳이야, 너와 같은 불쌍한 아이들도 가족을 잃게 만들지. 힘이 없으면 잃는다. 이것이 현재의 세상이지.”


그날, 나는 넬슨에게 제법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9년 전 갑작스레 멸망한 프렉텔 왕국 출신으로 망국의 시민이었다. 그는 당시 나와 비슷한 나이였으며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고 한다.


왕국이 멸망하는 날, 가족을 전부 잃은 넬슨은 용병이 되어 여기저기를 떠돌다 이곳까지 온 것이라 하였다.


넬슨은 자리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그러니 꼬맹이 군말 말고 익혀라. 소중한 것을 또 한 번 잃기 싫다면 말이지.”


그렇게 그는 몇 번 더 내게 찾아와 이것저것을 알려주다 며칠 뒤에 상인들과 함께 마을을 떠났다.



나는 손에 쥔 목검을 쳐다보며 그에게서 배운 동작들을 다시 상기했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진 동작들이었지만 혹여 놓친 것이 있을까, 매일같이 배운 것들을 떠올렸다.


‘넬슨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 빛. 꼭 갚을게요.’


나는 머릿속 상념을 털어내며 목검을 들어 올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정면을 향해 크게 휘둘렀다.


후웅, 후웅, 후웅, 후웅, 후웅


규칙적이며 반복적인 소리가 목검을 따라 흘러나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넬슨이 보여준 동작들. 발걸음을 옮기며 목검을 자신의 몸 주위로 빠르게 돌리고, 가끔은 강렬한 일격을 가하기도 하고 유연하면서도 정교하게 손목을 틀어 공격을 방어하는 동작들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그리고는 꿈속의 빌어먹을 늑대들이 있다 가정하고 하나, 둘씩 죽여나갔다.


그렇게 반복해서 동작을 이어나가던 차였다.


“제이~ 제이~!!”


저 멀리서 단발에 적갈색 머리를 휘날리며 또래보다 왜소한 체격으로 보이는 소녀가 손을 크게 흔들며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에이미···?”


이 작은 마을에 몇 남지 않은 또래 친구였다. 거기다 늑대가 습격한 날 자신과 비슷하게 가족을 잃기도 하였다. 하지만 특유의 발랄한 에너지와 쾌활한 성격으로 본인도 힘들 때, 종종 나를 위로해주며 함께 이겨나갔다.


하나 의아한 점은 내가 아는 에이미는 절대 이런 이른 아침에 일어나지 않았다. 에이미에게서 굳이 단점을 찾자면 잠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무언가 저렇게 상기된 표정으로 올 때는 항상 무언가 있었다.


“에이미 너를 이 시간에 볼 줄이야. 해가 동쪽이 아닌 서쪽에서 뜨고 있나 보네.”


“흥! 무슨 소리야. 원래 난 부지런하다고?”


“수상하단 말이지···. 그래서 이런 이른 아침에 무슨 일이야?”


에이미가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말했다.


“제이, 내가 숲에서 대단한 걸 발견했어!”


숲이라는 말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너 또··· 내가 혼자서 숲에 들어가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


“쳇, 또 어린 애 취급. 제이 뭘 하나 착각하는 모양인데, 나도 이제 15살이라고! 제이도 나랑 같은 나이면서 매번 잔소리!”



하아, 에이미의 말에 나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에이미가 갔다 온 숲은 낮에도 대체로 어두운 편이었다.


빼곡하게 솟은 나무들이 햇빛을 가렸기에 가끔 나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약간의 햇빛이 이 숲을 비추는 전부였다. 그래서일까? 숲의 식물들은 어두운 빛깔로 뒤덮여 있었고, 겉보기에는 알아보기 어려운 종류의 식물들이 많았다. 대체로 눈부신 꽃들 대신 어두운 색의 꽃들이 서로 얽혀 있어 더욱 어둡게 느껴졌다.


동물들 역시 숲의 어둡고 차갑게 느껴지는 분위기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온순한 동물이라고 알려진 토끼마저 거친 털과 무서운 눈빛을 가지고 있어 매우 거칠게 느껴졌다. 게다가 숲의 깊숙한 곳에는 늑대와 같은 야생 동물들도 서식하고 있어 위험하기 그지없었다.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숲을 조사하기 위해 떠났지만, 그 누구도 이 숲의 끝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음산하면서도 끝을 모르는 숲을 두려워하며 서서히 발길을 끊기 시작했다.


어느새 이 숲은 그림자 숲이라는 불리기 시작하며 위험한 곳으로 인식됐다. 그런데 그런 숲을 에이미는 또 혼자서 갔다 온 것이다.


“너··· 그래서 뭐길래 이렇게 호들갑이야.”


무언가 예상되는 것이 있었지만, 우선은 들어주기로 했다.


“붉은 가시 풀! 붉은 가시 풀이 있었어!”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다.




잘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조금은 늦었지만 앞으로 꾸준히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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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유적(2) 23.05.24 24 2 9쪽
5 유적(1) 23.05.22 27 2 10쪽
4 그림자 숲(4) 23.05.21 29 2 10쪽
3 그림자 숲(3) 23.05.20 32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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