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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로고로 님의 서재입니다.

실패한 구원자의 후계 양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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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로고로
그림/삽화
광개토대왕
작품등록일 :
2023.05.17 19:19
최근연재일 :
2023.06.02 21:06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65
추천수 :
25
글자수 :
48,537

작성
23.05.21 19:22
조회
28
추천
2
글자
10쪽

그림자 숲(4)

DUMMY

나는 그저 뒤를 향해 전속력으로 도망쳤다.


이건 생존 본능이었다. 내 몸은 놈이 늑대에게 달려드는 순간, 이미 살기 위해 다리를 놀리고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그저 달렸다. 에이미가 알려준 지름길을 따라 끊임없이 다리를 움직였다. 그녀가 알려준 지름길은 생각보다 더 가팔랐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나는 공포에 잠식된 채로 점점 가파라지는 경사로를 뛰어 내려갔다.


‘죽는다! 이건 진짜 죽는다!’


하나 다행인 점은 가속도가 붙으니 생각보다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발을 헛디딘다면 끝이었다.


나는 두 다리에 가득 힘을 집어넣고 나무들 사이를 헤치며, 가로막히는 가시덤불을 건너뛰었다. 내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하지만 어두운 숲속은 인간에게 취약했다. 놈의 괴성은 그보다 빨리 내게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놈의 묵직한 걸음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었다.


‘이렇게 계속 도망치다간 끝까지 도망칠 수 없을 거야. 날이 밝을 때까지 몸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해!’


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로 계속해서 탐색했다. 하지만 그림자 숲은 어두웠다. 아무리 두 눈이 어둠에 익숙해졌어도 먼 거리의 사물은 식별이 어려웠다.


그때였다. 나무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나무가 보이지 않아? 무언가 이상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절벽이었다.


“젠장!”


나는 급하게 다리에 힘을 줬다. 그러자 몸이 앞으로 쏠리며 중심을 잃어버렸다.


“크윽···.”


바닥에 쉴 새 없이 부딪히다 절벽 바로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출 수 있었다. 몸에는 구르며 생긴 타박상이 가득했지만 다행이었다. 조금만 더 굴렀다면 그대로 떨어졌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심하긴 일렀다. 이제 시작이었다. 도망을 멈추는 순간, 이젠 내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온 힘을 다해 싸워 죽이거나 죽거나···.


하지만 이 방법은 사실상 자살행위와 똑같았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수준이 아니었다. 계란으로 산을 때리는 격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다른 방법으로는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거다. 이러나저러나 죽을 위기인 건 매한가지였다. 그나마 살 확률이 높은 쪽은 이쪽이었다. 왜냐면 다행이라 해야 할지. 절벽 아래로는 강물이 있었다. 다만 어두운 밤이라 강의 수심이 깊은지, 얕은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첫 번째 방법은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이 방법밖에는 없어 보였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절벽 아래를 유심히 쳐다봤다.


먹물같이 시커먼 물이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뛰어내릴 생각에 절로 심장이 두근거리며 호흡이 가빠졌다.


“하아, 하아, 하아”


이렇게 망설이는 동안에 놈이 나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침내 결심할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살 확률을 높인다!’


나는 한순간에 결심했다. 이 상황에서는 절벽에서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저 괴물 같은 놈에게 늑대와 같은 결말을 맞이할 게 뻔했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내가 가진 모든 용기와 힘을 다해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후우우!


심장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차갑고 거센 바람이 얼굴을 쳤고, 내 몸은 공중에서 무게감을 잃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단지 몇 초의 일이었다.


“으아아아악!”


내 비명 소리가 절벽과 강물 사이의 공간을 가득 채웠다. 이 강렬한 비명은 마지막 순간의 저항이자, 생존에 대한 나의 강인한 의지였다.


풍덩.


외마디 비명과 함께 몸이 강물에 빠졌다. 떨어지면서 발생한 강한 충격에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지만, 역설적이게도 뼈에 사무치게 차가운 강물은 나의 정신을 유지해줬다.


‘크윽, 수심이 깊어···.’


위에서 볼 때는 몰랐다. 이 강의 수심이 생각보다 훨씬 깊었다. 게다가 강폭이 좁아서 그런지 유속도 빨라, 강물은 나를 휘감고 강한 힘으로 밀어냈다.


‘··················.’


떨어진 충격 때문인가. 몸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으며 점점 가라앉았다. 게다가 빠른 유속 탓에 몸의 중심을 잡기도 힘들었다. 설상가상 물이 나를 움켜잡고 아래로 끌어당기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 절대로!


쓰으으읍!


나는 순간적으로 남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있는 힘껏 팔다리를 움직였다. 나의 목숨을 건 헤엄치기가 시작되었다. 강물의 유속에 맞서 싸우며, 수면 위로 올라오기 위해 절대 멈추지 않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절벽에서 뛰어내리기로 한 그 짧은 순간, 나는 결심했다. 반드시 다시 마을로 돌아가기로.


'에이미, 무사히 돌아갔길 바라며 나도 반드시 마을로 돌아갈게!'


그렇게 목검을 손에 쥔 왼팔과 오른팔 그리고 두 다리를 모두 사용하여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빠른 물속을 헤엄쳐 올라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왼손은 오히려 물살을 가르는 데 방해였다.


‘크윽···목검이 방해돼······.’


본능은 당장이라도 목검을 놓아버리라고 소리쳤지만, 목검이 없는 채로 수면 위로 올라가면, 그 후가 불안했다. 그 괴물 같은 놈을 다시 마주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있고 없고 차이는 전혀 없겠지만 숲에는 놈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중에 강물에서 빠져나왔을 때 늑대를 마주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렇기에 놓을수가 없었다.


‘쿠륵··········.’


하지만 이젠 정말 한계였다. 있는 힘을 다해 팔 다리를 움직였다. 하지만 여전히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게 점점 숨이 바닥나며 의식이 흐러져 갈 때였다.


푸하!


내뻗은 손끝이 수면 위로 나왔고, 곧이어 얼굴을 빼낼 수 있었다.


다행이었다.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후우, 후우, 후우”


진짜 골로 갈뻔했다. 한 끗 차이였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숨이 부족해 익사할 뻔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된 건 없었다.


‘유속이 너무 빠르다···.’


강물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게다가 대량의 물이 얼굴을 강타하며 호흡에 방해가 됐다. 나는 머리를 뒤로 젖혀서 최대한 숨을 쉬기에 적합한 자세로 바꾸었다.


그리고 보았다. 방금까지 내가 서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절벽을 말이다. 그곳에는 늑대를 도륙해버린 괴물이 멈춰 서있었다. 그런 놈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섬찟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 간발의 차였다.


크롸롸롸락!


엄청난 포효소리가 절벽과 강물 사이의 공간을 가득 채웠다. 놈이 분했는지 무언가를 강물에 집어 던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주변을 살폈다. 이대로 계속해서 떠밀려 내려갈 순 없었다. 솔직히 지금도 마을로 돌아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막막했다.


‘더이상 멀어지면 곤란하다. 게다가 물속에 계속 있는 건 자살행위야···.’


이 순간에도 체온이 점점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놈이 다시 쫓아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나는 심기일전하여 다시 숨을 깊게 들이쉬고, 물가를 향해 헤엄쳤다. 그런 내 주위로 날카로운 바위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자칫하면 부딪힐 수도 있었다.


그때였다. 제법 커다란 크기에 평평한 바위가 여럿 뭉쳐있었다.


이건 기회다.


잡아야 했다. 반드시 잡아야 했다.


지금 이 강에는 마땅히 잡을만한 것도 없을뿐더러. 헤엄쳐보니 알 수 있었다. 유속이 너무 빨라 헤엄쳐 이동하는 거리보다 떠밀려가는 거리가 더 멀었다. 하지만 눈앞의 바위들을 잡을 수만 있다면 물가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유속이 빨라서 그렇지, 강폭이 넓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다!


바위가 눈앞에서 스쳐 지나가기 전, 마지막 힘을 짜내어 바위를 붙잡았다.


타악!


오른손에 울퉁불퉁하고 미끈한 촉감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어깨가 빠지는 줄 알았다. 속도가 원체 빨랐던 탓에 붙잡은 게 용하였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떠밀려간다. 그렇게 되면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찾아올지 몰랐다. 심지어 표면이 미끄러워 붙잡고 있기 힘들었다.


‘크윽, 제기랄!’


그때, 내 눈에는 거의 다다른 물가가 보였다. 그걸 보자 희망이 생기며 몸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 치며 물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악했다. 우선 왼손에 든 목검을 미련 없이 놓아버렸다. 그리고는 왼팔을 뻗어 두 손으로 바위를 붙잡았다. 지금은 여기서 살아가는 게 먼저였다. 올라간 이후의 걱정은 그때 가서 하는 게 맞았다.


“여기서 죽을까 보냐!!”


있는 힘껏 소리치며 바위를 잡고 끌어당겼다. 그렇게 수 초, 마침내 상반신을 바위 위에 걸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등이 크게 부풀었다 꺼지기를 반복했다.


물에 빠진 그 순간부터 아슬아슬함의 연속이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밤의 숲은 위험했으며, 언제 또 분노한 놈이 쫓아와 공격해올지 몰랐다. 무엇보다 시시각각 떨어지고 있는 체온이 걱정이었다.


나는 두 팔로 바닥을 밀며 힘겹게 하반신을 강물에서 빼내었다. 그러고는 축 처진 몸을 이끌고 물가로 천천히 이동했다.


‘몸을 피할 곳을 찾자···.’




잘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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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유적(2) 23.05.24 24 2 9쪽
5 유적(1) 23.05.22 26 2 10쪽
» 그림자 숲(4) 23.05.21 29 2 10쪽
3 그림자 숲(3) 23.05.20 32 2 9쪽
2 그림자 숲(2) 23.05.18 46 4 9쪽
1 그림자 숲(1) +2 23.05.17 125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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