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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로고로 님의 서재입니다.

실패한 구원자의 후계 양성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거로고로
그림/삽화
광개토대왕
작품등록일 :
2023.05.17 19:19
최근연재일 :
2023.06.02 21:06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60
추천수 :
25
글자수 :
48,537

작성
23.05.24 19:18
조회
23
추천
2
글자
9쪽

유적(2)

DUMMY

괜찮은 느낌이었다. 아니 아주 괜찮았다.


나는 이전보다 훨씬 가벼워진 몸을 느끼며 간단한 테스트를 해봤다.


제자리에서 뛰어보기도 하고 주먹을 쥐어 허공에 이리저리 휘둘러보기도 하며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봤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내 눈앞에 떠 있는 조그마한 황금빛 불꽃은 황홀했으며 신비 그 자체였다.


하지만 하나 큰 단점이 있었다. 매우 짧은 시간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테스트해 본 결과 길어야 1분이었다. 1분이 지나면 극심한 탄력감과 함께 두통이 찾아왔다. 게다가 육체가 느끼는 피로감이 장난 없었다.


그치만 들뜬 기분이 사라지지 않았다.


‘엄청나, 마치 기사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이야.’


지금이라면 늑대 따위 가볍게 상대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들뜬 기분으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고 있을 때였다.


쾅! 쾅! 쾅!


갑자기 엄청난 굉음이 귓가에 들려왔다.


‘위?’


소리의 근원지는 유적 위층인 것 같았다.


쾅! 쾅! 쾅! 쾅!


다시 한 번 굉음이 울려퍼졌다. 마치 거대한 괴물이 무엇인가를 부수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크롸롸롸!


순간 소름이 쫙 돋는게 느껴졌다.


‘이 소리는!’


놈이었다. 그 괴물이 여기까지 쫒아온 거였다.


“제길!”


세상은 내게 잠시의 행복도 허용하지 않았다.


콰직! 쿠르릉!


마침내 놈이 문을 부숴버렸는지 무언가 뜯어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놈의 포효소리가 내부에 크게 울려 퍼졌다.


크롸롸롸롹!


쿵! 쿵! 쿵!


놈의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나는 급하게 주위를 둘러봤지만, 사방은 막혀있었다. 주변에는 빛바랜 갑옷을 착용한 해골들뿐이었다.


‘도망갈 곳이 없다.’


탈출구는 없었다. 그 말은 즉슨 내게 더 이상 도망갈 곳은 없다는 소리였다. 나는 암담한 상황에 절망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순 없었다. 방법을 찾아야했다. 이대로 허무하게 놈에게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 이곳까지 도망쳐 왔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순 없어.’


그리고 희망이 전혀 없진 않았다. 지금의 육체라면 그리고 그 힘이라면 어쩌면 놈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주고 도망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는 사이에도 놈의 발걸음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해골 기사에게 잠시 묵념을 한 뒤, 갑옷을 뜯어내었다. 살기 위해서 무엇이든 해야했다.


거기에 나는 해골 기사의 검들 중 그나마 날이 선 검을 찾아보았다.


“멀쩡한 검이 없다.”


오랜 시간에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날은 무뎌져 있었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백배 나았다.


그렇게 내가 검까지 손에 쥐었을 때였다.


쿠웅!


크롸롸롹!


드디어 놈과 마주하게 됐다.


놈은 마침내 나를 발견해서 기쁜지 자신의 가슴을 크게 두드리며 포효하기 시작했다.


“괴물······.”


놈은 괴물이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눈앞의 괴물이 그저 생각 없이 움직이는 거대하고 흉포한 존재. 이성이나 논리, 그런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단지 흉포함과 잔인함, 그리고 그를 끌어내리려는 모든 것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성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괴물의 악마 같은 새빨갛게 물든 두 눈은 어둠에 가득 차 있었으며, 그의 입에서는 침이 뚝뚝 흘러내렸다. 게다가 손은 마치 철과 같이 단단하게 느껴졌다. 그뿐이랴 몸은 마치 벽돌처럼 단단해 보였고, 놈의 발걸음은 땅을 진동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두려움이 덜했다. 아까의 황금빛 힘 덕분일까?


처음 놈을 본 순간에는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침착하게 현 상황을 정리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이곳에서 탈출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다. 놈의 눈앞에 둔 상태로 말이다.


그떄였다.


크롸롸롹!


거대한 진동이 느껴지며 나를 향한 살기가 느껴졌다.


순간 섬찟했다. 놈은 나를 향해 순식간에 돌진해오며, 입에서 괴물스러운 울음소리를 냈다. 놈의 손가락은 마치 독사의 이빨처럼 뾰족했다.


후우웅!


놈의 거대한 팔과 뾰족한 손톱이 순식간에 휘둘러졌다. 나는 상체를 뒤로 젖혀 아슬아슬하게 공격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새로 태어난 육신이 아니었다면, 방금의 일격으로 즉사했을 게 분명했다.


“하아, 하아!”


정말 아찔했다. 작금의 상황을 다시 떠올리니 소름이 돋았다.


놈의 움직임은 덩치에 비해 매우 민첩했다.


‘방심했어.’


나는 칼을 고쳐잡으며 언제든 검을 휘두를수 있는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에 놈의 붉은 눈동자가 다시 한번 번뜩이며 무자비한 공격이 시작됐다.


놈의 거대한 팔과 뾰족한 손톱은 나를 찍어누를 듯 위에서 아래로 강렬하게 떨어졌다.


창!


크윽!


무거웠다. 철검을 수평으로 이룬채 공격을 받아냈다. 짧은 순간 피하려고도 했지만, 몸이 먼저 반응했다. 아마 변하기 전의 육체였다면 막기는커녕 검과 함께 반으로 갈라졌을거다.


이를 기점으로 놈과 나의 움직임은 보다 격렬해졌다. 때로는 피하고 맞부딪히고 하며 어느 정도의 공방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졌다. 내 몸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지만, 놈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놈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전혀 입히지 못했다. 그저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오히려 점점 더 빨라지는 공격에 허리를 내주고 말았다.


촤악!


크악!


놈의 손톱이 옆구리를 깊게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피가 울컥 흘러나오는 옆구리를 손으로 막으며 뒤로 훌쩍 뛰어올랐다. 거리를 벌릴 필요가 있었다.


‘이대로 가면 승산이 없다···.’


심지어 손에 든 철검은 이미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날의 이는 여기저기 나가, 언제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이때까지 행했던 검술 비스름한 것은 놈의 압도적인 힘에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저 공격을 방어하기에 급급할 뿐이었다.


놈이 내게로 돌진해오려는지 다리의 근육이 팽창하는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나는 급히 자리를 벗어나려 했으나,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순간 반응이 늦어버렸다.


쾅!


놈의 공격에 엄청난 속도로 튕겨져 나가 벽에 강하기 부딪혔다.


컥!


피가 역류하며 오장육부가 뒤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검을 비스듬히 세워 충격을 분산한 게 이 정도였다. 게다가 이번 공격을 막으며 철검은 두 동강 나버렸다.


순간 죽는다는 공포가 엄습해왔다.


내 공포가 놈에게 전해졌을까. 놈이 씨익 웃으며 콧바람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마무리를 지으려는 듯, 천천히 내게로 걸어왔다.


“크윽! 이 방법 밖에 없나.”


솔직히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내게 남은 마지막 희망이었다.


나는 심장에 잠재된 힘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약간의 탄력감과 함께 간신히 불꽃의 힘을 일으킬 수 있었다.


화륵!


미약하지만 황금빛 불꽃이 일렁거리며 모습을 드러냈을 때였다.


“크롸롸롹!”


갑자기 놈이 포효하더니 엄청난 속도로 돌격해왔다. 아까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매우 경계하는 느낌이었다.


그 모습에 나는 급하게 고개를 돌려 주변을 봤다. 그러 내 시야에 칠흑빛 검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검을 급하게 집어 들었다. 검은 내 생각보다 묵직했다.


그렇게 내가 검을 급하게 집어 드는 순간, 놈의 거대한 손이 횡 방향으로 크게 휘둘러졌다.


창!


황금빛이었던 그 불꽃은 팔을 따라 흘러내려 칠흙빛 검신에 머물렀다, 그리고는 괴물의 앞발을 가볍게 베어냈다.


끄롸롹!


놈이 처음으로 비명 섞인 울음소리를 터뜨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에 나는 희망을 느꼈다. 몸이 휘청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윽···뭐지. 현기증이···.’


순간 엄청난 탄력감과 함께 어지러움이 찾아왔다. 게다가 일렁이던 불꽃의 크기는 아까보다 더욱 작아져 있었다.


그래서일까? 뒤로 잠시 주춤했던 놈이 눈을 번뜩이며 다시 한 번 도약해왔다.


창!


눈앞의 위협에 나는 불꽃에 휩싸인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아까와 달리 베어내지 못했다. 그저 깎아내린 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겨우 몇 센티미터 분량의 흉터일 뿐이었다.


설상가상 불꽃의 힘은 흐릿해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그렇게 힘을 쓰고 나니, 내가 갖고 있던 힘이 오히려 독이 됐다. 나는 입을 크게 벌리고 힘없이 허우적거렸다. 그것은 나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힘의 조각이었다.


그런데 놈은 다시 나를 향해 돌진했다. 놈의 앞발이 힘차게 나를 향해 내리쳤다.


나는 공포에 휩싸여 그 앞발을 피하려 했으나, 몸이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결국 놈의 앞발이 내 가슴을 강하게 강타했다.


“크헉!”


그 충격은 내 가슴을 뚫고 그 너머에 있는 벽까지 뚫어버렸다. 나는 허공에 휘둘려지면서 아픔과 함께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나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나는 피할 수 없었으며, 나의 생명을 끝내는 놈의 마지막 일격이었다.


그렇게 생명의 불씨가 꺼져갈 때였다.


[한 번만 더 도와주도록 하지.]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찬란한 섬광이 눈앞에 터져 나왔다.




잘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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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적(2) 23.05.24 24 2 9쪽
5 유적(1) 23.05.22 26 2 10쪽
4 그림자 숲(4) 23.05.21 28 2 10쪽
3 그림자 숲(3) 23.05.20 31 2 9쪽
2 그림자 숲(2) 23.05.18 46 4 9쪽
1 그림자 숲(1) +2 23.05.17 124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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