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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잔소리

"내가 죽어야지, 고마!"

할머니의 잔소리가 융단 폭격처럼 이어지면, 어김없이 이어지는 할아버지의 멘트.

잔소리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싫다면 죽음을 언급한단 말인가?

당시 초딩에 불과했던 나는 이런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결혼 생활도, 여자들이 왜 잔소리를하고 바가지를 긁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놓고, 기르다 보니 할아버지의 그 멘트가 왜 그토록 처절해야만 했는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수틀리면 두어 시간씩 반복 재생하는 아내의 잔소리는 나의 멘탈을 서서히 파괴하고 잠식하기 때문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고통이 뒤따른다.

당시의 할아버지와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내가 죽어야지, 고마!" 같은 말을 삼가고, 입을 닫아버린다는 것이다.

왜냐고?

그런 소리를 내뱉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소리를 내뱉으면, 다시 두어시간 동안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런고로 차라리 그런 말이라도 할 수 있었던 할아버지는 현세대에서 보면,

일종의 용자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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