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나서는데 형편없이 고무탄력이 떨어진 양말이 슬슬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신말 앞코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최소 수년에서 십수년을 신은 놈일테니 내구가 다 했을것이 분명하다. 뱀허물벗듯 술술 내려간 양말이 발바닥 중간쯤에서 찝찝하고 괴로운 느낌이 계속해서 일었다.
길가는 중에 신발을 벗어서 양말을 끌어 올리자니 모양새가 안 나올거 같고, 그냥 가자니 괴로운 느낌의 연속이라서 딜레마 속에서 지하철을 타는 순간까지 이런 갈등은 지속되었다.
지하철을 타자마자 양말을 끌어올렸는데,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고, 막상 나를 쳐다보거나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든 것이 내 자격지심이었다.
바쁜 출근시간에 남에게 정신이나 신경을 쏟을 현대인은 없을테고, 희끗한 반백의 머리에 볼품없는 중년이라면 더더욱 관심의 대상이 아닐 것이 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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