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라 그런지 둘째녀석의 생체 시계가 거꾸로 돌아간다. 학교 가는 날은 늘 늦잠을 자더니, 주말이 되면 새벽 같이 일어나서 안방으로 와서 제 어미의 품을 파고든다.
"새벽 4시부터 당신 코고는 소리 때문에 잠 한숨 못잤는데, 평일에는 일어나지도 않는 녀석이 주말만 되면 청개구리처럼 새벽부터 일어나서 나를 이렇게 괴롭혀."
아내의 볼멘 소리가 귓전을 강타한다.
"승한아. 옷 입어라. 코엑스 가서 책 볼까?"
"응."
티비 리모컨을 붙잡는 녀석을 데리고 이른 아침부터 코엑스에 와서 맥도널드 맥모닝을 사 먹이고, 도서관에 왔다. 한참 붐빌 때에 비하면 사람이 적은 아침이지만 여러 외국인들이 신기한 듯 도서관 여기저기를 사진 찍기 바쁘다. 마치 해리포터의 배경이라도 될법한 이 거대하고 신기하게 생긴 도서관은 많은 이들에게 사진꺼리를 제공한다.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배경으로 책을 펼치고 모델을 자청한다. 일행들은 서로 위치를 바꾸어가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나는 도서관 내의 긴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펼치고, 둘째 녀석은 욕심 내어 가져온 책 다섯 권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정신없이 읽어 대기 바쁘다. 옆의 할아버지는 꽤 이른 시간부터 도서관에 와 계셨는지 독서 삼매경에 주변에 일절 시선을 주지 않는다.
예전 같았으면 지루하고 내게 맞지 않았을 이런 고즈넉함이 은근한 평화로 다가온다.
001. Lv.52 사마택
19.10.20 02:03
일상글 오랜만이네요.
002. Lv.45 유나파파
19.10.20 06:27
일상글 자주 썼었는데, 요즘은 여유가 많이 없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