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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피아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 아카데미의 E급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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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먀상
작품등록일 :
2020.10.17 16:33
최근연재일 :
2021.03.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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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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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입학식

DUMMY

주위에는 무너진 건물, 활활 타오르는 불, 그리고 시체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아마도 마지막 생존자일 것이다. 나를 제외한 인류는 모두 멸망했다.


“그럼 끝을 내볼까?”


검은 갑옷, 검은 투구를 쓰고 있어서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중성적인 목소리의 빌런. ‘디 엔드’ 이 이름의 주인이 바로 내 앞에 서 있는 저 녀석. 최종 보스이다.


하지만, 솔직하게 도저히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소중한 것은 모두 잃었다. 이제 살아남아도 내게 남아있는 것은 없다. 나는 어찌 보면 이기적으로 살아남았고 그 결과 모두를 잃었다.


어둠 속성을 제외한 기본 속성의 마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난 저 녀석을 이길 수 없다.


“죽어.”


디 엔드가 자신이 들고 있던 검은색의 지팡이, 완드라고 불리는 지팡이를 휘두르자 그의 머리 위에 떠 있던 검은색의 큰 에너지 덩어리가 내게 날아온다.


이제 죽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내 앞에 눈을 제외한 전신이 검은색인 드래곤, 아니 온몸이 그림자로 이루어진 그림자 드래곤이 나타났다.


“미르..? 너!”


이 드래곤의 이름은 미르, 내 비스트 아니, 친구이다. 아카데미 시절부터 함께해온 이 파트너가 지금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 에너지 덩어리를 막고 있다.


“미르! 그러다가 너 죽는다고!”


하지만 그림자 드래곤은 자신의 그림자가 없어지기 시작했는데도 에너지 덩어리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점점, 소멸하여 가고 있던 그때 드래곤은 나를 바라보았다.


“아.. 아아, 미르 너까지. 도대체 몇 명이나! 몇 명이나 내 앞에서 죽이는 거야!”


저 녀석이 내 소중한 것을 모두 빼앗아 갔다. 화가 난다.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다. 하지만, 내게는 그럴 능력이 없다.


푸른색의 눈.. 그것이 미르의 눈이다. 그런 눈이 마지막에 양옆으로 길어졌다. 미르는 마지막으로 내게 웃어 보이고 그만 소멸해 버렸다.


더는 아무도 잃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제 잃을 것도 남지 않았다.


“뭐야, 잔챙이 하나가 더 죽은 것뿐이군. 그림자 드래곤은 별로 죽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야.”


“아, 아아...”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미르가 소멸한 자리에는 작은 달걀 크기의 검은색의 알이 하나 남아있었다.


“이건...”


미르의 알인가? 다시 부화시키면 미르를. 하지만, 다시 부화시키긴 글렀다. 난 이제 끝이니까.


“이거나 맞고 죽어!”


내 손에서 녀석의 몸을 덮칠 수 있는 크기의 화염을 발사했지만, 디 엔드는 그 화염을 입으로 바람을 불어 꺼 버렸다.


“아, 하하,,,”


더 이상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실력 차이다.


“뭐냐? 실성한 거냐?”


“하하하.. 이제 나도 그쪽으로 갈게 기다려.”


인벤토리 마법을 사용해서 나타난 홀로그램 그 안에서 푸른색으로 빛나는, 변하지 않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단검을 골라서 클릭했다. 그 순간 내 앞에 단검이 나타났다.


“가자, 미르..”


왼손에는 미르의 알, 오른손에는 단검.. 내 마지막 일격이다. 디 엔드에게 달려들었지만, 달려들기도 전에 땅에서 튀어나온 검은 그림자에 찔렸다.


“커억..”


“체크메이트.”


중성적인 목소리..? 아니, 여성의 목소리로 들렸다. 그 목소리가 내 귀에 울려 퍼졌다.


죽는다. 아직 죽기 싫어. 아직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못 해본 것도 많다. 만약 지금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하하, 별 미친 생각이 다 드네. 불가능하다. 아니 애초에 돌아갈 수도 없다. 이대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뿐. 하지만...


“죽고 싶지 않다.”


착각일지 모르지만, 내 머리위에 물방울이 두 방울 떨어진 느낌이다.


난 푸른색의 단검과 검은색의 알을 끌어안은 채로 눈을 감았다.


“이진우 학생, 이진우 학생. 저기요. 이진우 학생!”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이게 주마등인가? 내 이름을 부를 사람은 이제 남아있지 않다.


“저기 학생!”


“아, 네!”


뭐야.. 갑작스럽게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눈을 뜨니 머리가 발랑 까진 아저씨가 나를 깨우고 있었다.


“저기.. 누구세요?”


그에게 누구냐고 묻자 그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이진우 학생. 택시를 타 놓고 깨우는데 일어나지도 않고 말이에요. 도대체 뭡니까.”


“택시라고요..?”


“하 참나.. 이 학생이 장난하나.”


택시라니, 나는 이미 죽었는데? 그리고 인류는 모두 멸망한 거 아니었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아저씨, 그나저나 제 이름을 어떻게 아세요?”


“뭐? 참나..”


그는 한숨을 쉬며 내 왼쪽 가슴을 가리켰다.


“응..?”


그곳에 있던 것은 내 명찰 ‘이진우’라는 이름이 정확히 적혀있었다.


아니 잠깐, 흰색의 바지, 검은색의 와이셔츠에 붉은색 넥타이 그리고 바지와 같은 색의 재킷.. 이건 우리 아카데미 교복이다.


“내가 어째서 이 교복을..?”


“그야, 오늘 입학식이잖아요 문 아카데미.”


“뭐요?”


문 아카데미는 내가 다녔던 아카데미의 이름이다. 그런데 오늘이 입학식이라고? 설마 나..


“회귀한 거야?”


내 큰 목소리에 택시 기사 아저씨는 귀를 막았다. 리엑션 혜자네.


“회귀는 무슨 회귀 그것보다 빨리 돈이나 주세요. 다 왔으니까.”


“아, 네..”


그나저나 나 돈 있으려나..?


다행히 내가 메고 있던 크로스백에 내 지갑이 있었고 다행히 거기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서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전달해주니 “하... 아카데미 학생들은 이상하네 정말···.” 이라고 말하며 떠났다.


그나저나 정말 문 아카데미의 입학식이라고?


“저기, 오늘이 문 아카데미의 입학식이에요?”


나는 지나가던 금색의 긴 투사이드 업의 헤어스타일을 한 소녀를 다짜고짜 붙잡고 물었다.


그녀가 흰색의 무릎 위까지 오는 스커트, 검은색 와이셔츠, 그리고 흰색의 교복 조끼를 입고 있기 때문에 아카데미의 학생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다.


“네?”


그녀가 뒤를 돌자 나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연한 청록색의 눈동자, 새 하얀 피부에 금발.. 이 아이가 왜 살아 있는 거야.


“아. 아아...”


눈에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길 한가운데에서..


“저기, 저기? 괜찮으세요? 저기요?”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뭐야 우는 거야?”


“대박, 차였나 봐.”


“풉, 병X”


“아...”


저런 소리를 듣고 있자니 쪽팔려서 눈물이 멈추었다.


“저기 이제 괜찮으세요?”


라고 말했지만, 그녀의 귀가 새빨개진 것을 봐선 그녀도 지금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음료수라도..”


“괜찮아요!”


그러고는 그 아이는 아카데미의 교문을 향해 뛰어갔다. 뛰어가는 도중에 잠깐 뒤돌아보더니, “입학식 맞아요.”라고 말한 뒤 다시 달려갔다.


난 저 소녀의 이름을 안다. ‘엘핀’ 분명 내 기억으로는 아카데미 재학 중에 사고를 당해서 행방불명되었다고 한다. 아마 죽었는데 시체를 찾지 못한 것 같다. 그런 그녀가 살아있는 것을 봐서는 내가 아카데미 시절로 돌아온 게 맞는 건가.


혹시나 해서 내 볼을 꼬집어보았는데 아픈 걸 봐선 맞는 것 같다.


“잠깐, 미르.”


여기서 혼자 말하는 걸 보면 주위에선 미친놈 취급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급하게 내 주머니를 뒤져 보았지만 미르의 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 존재할 리가 없지.. 미르와 만난 것은 분명 3학년 때니까..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 손을 뻗은 후 주먹을 쥐었다가 펴 보니 내 눈앞에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창이 나타났다. 물론 진짜 홀로그램이다. 다른 사람 눈에도 다 보인다.


“어..? 미르, 그리고 얼음 단검..”


내가 가장 아끼는 단검과 내 소중한 파트너 그림자 드래곤의 알이 인벤토리 목록에 존재하고 있었다. 다른 인벤토리에 존재하던 내 물건들은 모두 사라졌지만, 얘네들만 남아있다면 뭐..


그때 오른쪽에서 중년의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단하네요. 아카데미 입학 전부터 인벤토리 마법을 사용하다니.”


“네? 아, 감사합니다.”


내게 말을 건 사람을 쳐다본 나는 누군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머리카락은 흰머리와 검은 머리가 섞여서 자라고 있는 중년의 아저씨, 백종규 교수님이다.


분명 아카데미 시절 때 내게 인벤토리 마법을 가르쳐 주신 것도 백 교수님이고, 미르와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도 교수님이다.


음..? 잠깐, 진짜네? 나 어떻게 인벤토리 마법을 사용하고 있냐. 이 마법은 자신만의 차원을 지정해서 그곳에 물건을 보관하는 일종의 차원 마법이라면 차원 마법이다.


인벤토리의 차원을 지정한 것은 분명 아카데미의 입학한 이후 그런데 내가 어떻게 지금 인벤토리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거지?


“아카데미에 이런 학생이 들어오다니 올해는 기대가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백 교수님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교문을 통과해서 아카데미로 들어왔다.


“여기 얼마 만이냐.”


분명 아카데미 졸업식 날 사건이 터졌다. 그 후 2년간 나는 열심히 싸워왔고 그 뒤 죽었다. 그리고 아카데미 입학식 날로 회귀했다.


어떻게 보면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정말 오랜만에 이곳을 보는듯한 느낌이다.


“저기, 길 막지 말아 줄래?”


“어, 죄송합니다.”


목소리는 뒤에서 들려왔다.


하얀 피부, 붉은색의 앞머리가 눈썹을 가리고 노란색의 꽃 모양의 머리핀을 하고 뒷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올 정도로 긴 머리를 가진 푸른색의 눈동자가 특이한 소녀 은채원이 서 있었다.


“은채원?”


“뭐야? 나를 알아?”


그렇게 말하더니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하, 뭐 그럴 수 있지. 난 수석이니까 말이야.”


으.. 적응 안 돼.. 최근에 본 은채원은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적응되지 않는다. 이 소녀는 마지막까지 나와 같이 살아남은 소녀다. 하지만, 디 엔드에게 들켰을 때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죽었다.


얘 성격은 간단하다. 안 친한 사람한테는 저런 식으로 잘난 척하며 대하지만, 사실 조금만 친해지면 전혀 안 그런다. 그냥 허세 부리고 있는 거다.


“그럼 비켜, 난 입학식에 가야 하니까.”


“네네, 지나가세요.”


그렇게 은채원은 내 앞을 지나가서 강당으로 향했다. 그녀에게서 나는 향수냄새가 내 코끝을 찌른다.


은채원의 뒷모습에 대고 소리쳤다.


“저기 미안한데, 향수 좀 줄이는 게 어떨까?”


수고해라.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난다.


“향수?”


“워, 진짜네 엄청 많이 나.”


“으, 극혐.”


뭐 반은 걱정해 준 거긴 하지만, 입학식 날 향수 많이 뿌렸다고 쟤 벌점 먹었던 기억은 아직 있다. 심지어 전교생 앞에서 불려 나와서 망신을 당했기 때문에 그 기억은 지금도 더 생생히 남아있다. 뭐 전교생 앞보다는 이 정도가 나을 것 같은데.


하지만 그녀는 그런 미래를 알 리가 없지.


지금 얼굴이 자신의 머리카락처럼 빨개진 채로 내게 다가온다.


“이.. 변태!”


뭐요?


-찰싹


하지만 그 말을 하기 전에 뺨 맞았다.


찰싹하는 소리가 찰지게 강당 앞에서 울려 퍼졌다.


내 뺨을 때린 그녀는 그렇게 뒤돌아서 강당이 아닌 화장실로 가버렸다.


“하하, 저 녀석이랑 친해지기는 글렀나.”


나름 끝까지 같이 살아남았던 사이여서 이번에는 아카데미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고 싶긴 했는데 글렀네.


같은 반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 힘들 거다.


“이진우, 이진우!”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상한데 날 아는 사람이 지금 시점의 아카데미에는 분명 한 명밖에 없는데, 그 녀석은 지금 강당 안에 있을 거다. 그럼 누구야 대체.


뒤를 돌아보니 머리가 발랑 까진 아저씨. 즉, 택시기사 아저씨가 여기로 달려오고 있었다. 큰 짐가방을 가지고. 아.. 저거 내 짐가방이다.


“이진우 학생, 대체 짐가방을 놔두고 내리면 어떡합니까.”


“하하, 감사합니다, 아저씨.”


제가 택시를 타고 몇 년이 흘러서요. 메고 있던 크로스백만 알았지 발밑에 있던 짐가방은 전혀 몰랐네요.


“안녕히 가세요.”


고개를 90도로 숙여 깍듯이 인사한 후 사라지고 있는 반짝이는 머리.. 아니 사라지고 있는 아저씨를 끝까지 바라보았다. 그때 내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진우.”


“너는···.”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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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아카데미의 E급 회귀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방심 +1 20.10.31 984 9 11쪽
16 그녀의 관계 20.10.30 1,071 10 14쪽
15 나랑 할래? +2 20.10.29 1,147 12 14쪽
14 엘핀의 변화 +1 20.10.28 1,094 12 12쪽
13 야, 그 손 떼라. +2 20.10.27 1,209 12 14쪽
12 정말 좋아! +1 20.10.26 1,241 14 12쪽
11 내일 즐거운 시간 보내자. +2 20.10.25 1,367 11 12쪽
10 기념공원 (2) +3 20.10.24 1,453 12 11쪽
9 기념공원 (1) +2 20.10.23 1,564 13 12쪽
8 너 혹시 숨기는 거 있어? +1 20.10.22 1,868 14 12쪽
7 물결 +2 20.10.21 2,040 21 12쪽
6 그럼 이제 마무리를 지어볼까? +9 20.10.20 2,174 27 14쪽
5 느려 +4 20.10.19 2,207 27 14쪽
4 대전을 신청합니다. +2 20.10.18 2,363 29 12쪽
3 이제 될 대로 돼라! +6 20.10.17 2,630 29 13쪽
2 이제 보여줄까? +2 20.10.17 3,100 35 14쪽
» 입학식 +5 20.10.17 4,961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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