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56,496
추천수 :
269
글자수 :
1,220,287

작성
18.11.26 22:41
조회
227
추천
1
글자
14쪽

천적 (4)

DUMMY

“우왓!?”


카를이 쇳덩어리인 파괴자를 목격하고, 깜짝 놀라며 주먹을 피한다. 움직이는 금속이라니, 들어본 적도 없다.


파괴자에게 설정된 목표의 첫 순위는 가장 경지가 높은 존재, 아니면 자연력이 가장 많은 존재다. 그리고 이 곳에서 정령인 휴보다 자연력이 많고 경지가 높은 존재는 없다.


그렇기에 파괴자는 카를이 피하는 것을 보고,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은 채 휴를 쫓으려고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휴는 도망가고 있다. 그리고 그새 숲 안쪽으로 사라져 있다. 날아다니는 바람의 정령은 잡기가 몹시 까다롭다. 그렇기에 파괴자는 빨리 쫓아가서 먹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힘을 채워서 자신에게 하달된 임무를 다시금 완수해야 한다.


아무리 휴가 바람의 정령이고, 비행할 때 소모되는 자연력이 엄청나게 적다지만, 휴 또한 자연력을 많이 소모하였기에 높일 수 있는 고도에 한계가 있다. 지금이라면 회복되지 않은 이 힘으로도 충분히 잡아먹을 수 있다.


“뭐야? 저놈?”


카를은 갑자기 주먹을 휘두르더니 자신을 무시하고 달려가는 파괴자를 보며,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려 노력했다.


“저것도 무슨 영물인가? 이상하게 생겼네.”


그러나 실패했다.


파괴자는 자연력을 다시 활성화시켰다. 숲의 다른 자연력들이 휴의 자연력을 감지하는 것에 방해가 되고 있다. 그렇기에 휴를 추적하기 위해 감지력을 높여 감지망을 펼친다. 지속적으로 자연력을 소모하게 될 테지만, 문제없다. 숲에서 그 이상의 자연력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고 숲으로 달려가려 했다.


“뭐지?”


하스트는 갑자기 달라진 상황에 달리는 속도를 줄였다. 그의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은 하스트의 속도를 줄이는 이유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하스트의 속도에 맞추며, 지친 몸과 자연력을 다스렸다. 급박한 상황이지만, 이럴 때라도 쉬어줘야 한다. 몸과 정신, 그리고 자연력까지. 너무 혹사했다.


파괴자가 갑자기 멈췄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듯, 멈춰 선 채 움직이지 않는다.


“설마?”


하스트는 느낄 수 있었다. 휴를 찾기 위해 사방으로 퍼져 가던 파괴자의 감지망이 갑자기 한쪽으로 집중되고 있다. 도착지는 카를이었다.


범위가 넓은 감지망으로는 부족했던 것일까? 파괴자에게서 더욱 많은 양의 자연력이 카를에게 향한다. 마치 정밀히 검사하기 위한 것 같이. 그리고 검사 결과는 곧 나왔다. 파괴자가 카를을 향해 몸을 돌렸다.


“뭐야? 왜 날 봐?”


카를은 이 조그만 영물(?)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무시하고 지나갈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자신에게 왜 신경을 쓰는 것인지. 하지만 하스트는 지금 이 상황이 뜻하는 바를 깨달았다.


“카를을 노린다고?”


하지만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이해했다고 해도, 왜 그런지는 모른다.


파괴자가 가장 먼저 노리는 존재는 자연력의 경지가 높은 존재, 혹은 자연력이 가장 많은 존재다.


물론 보통은 파괴자가 이 두 가지의 우선순위를 판단할 일은 드물다. 경지가 높은 존재가 자연력이 많은 것은 당연하니까. 하지만 드물다 뿐이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흔한 경우는 경지가 높은 존재가 전투로 인해 자연력을 소모하고, 경지가 낮은 존재가 자연력을 하나도 소모하지 않았을 경우. 이런다면 경지와 자연력의 양이 차이가 난다. 지금 카를을 노리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면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건, 그나마 비슷한 경지를 가지고 있을 경우인데?’


그것도 둘 모두 파괴자와 거리가 떨어져 있을 경우에나 우선순위의 판단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가까운 상태면 판단할 필요 없이 모조리 흡수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무조건 정령을 우선순위로 둔다.


‘그런데 왜 정령을 따라가지 않지?’


하스트는 알고 있다. 파괴자의 판단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그렇기에 지금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애초에 파괴자의 기준에서는 정령들은 다른 존재들보다 월등히 경지가 높다고 판단이 된다.


주인에게서 나온 자연력의 정수. 그것은 비단 주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영물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다. 술법을 펼치는 사람도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같은 것은 아니다. 사람들, 생물들 저마다의 특징과 성격, 속성 등, 전부 제각각이라 면밀히 따진다면 경지를 판단하기가 사실 굉장히 까다롭다.


그렇기에 이쪽 방면에서 볼 때,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하스트도 카를의 힘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다. 그는 굉장히 특이했기 때문이다.


‘그래! 그것 때문이야! 그 특이성!’


파괴자가 경지를 판단하는 가장 큰 근거는 정수의 크기다.


자연력은 물질이 아니다. 그저 힘이다. 10의 힘을 가지고 1000의 크기를, 10000의 힘을 1의 크기로도 줄일 수 있는 것이 자연력이다. 물론 그 정도로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는 가정하에. 그리고 이렇게만 본다면 정수의 크기로 경지를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불합리해 보인다.


하지만 결국 자연력을 사용하는 사람과 영물들은 물질세계의 존재. 그리고 자연력을 담아놓는 장소도 육체다.


자연력을 따로 관리하지 않고 단순히 육체 안에 보관하기만 할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압축해서 손톱의 끝에만 보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방법들은 어느 정도 힘이 커지면 문제가 생긴다.


자연력은 결코 생물에게 친화적이지 않다. 그리고 정도가 지나친 자연력은 물질을 자연화시킨다. 그 말은 즉, 자연력이 모여 있는 부위가 자연화한다는 것. 팔, 다리가 자연화해도 전투력이 급감하는데, 내장이 있는 부위라면? 전투력이 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장애, 심하면 목숨까지 위험하다.


그렇기에 자연력을 어느 정도 깨달은 존재나 북부의 사람들은 자연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자연화하지 않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신체 부위를, 모아놓은 자연력에 최대한 적응을 시키고, 그곳에 그릇을 만들어 자연력을 가둔다. 이것이 정수다. 이 정수 안에 자연력을 쌓는다. 하지만 아무리 적응을 시킨다고 해도 자연화를 견디는 힘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자연력이 쌓이면, 자연화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정수의 크기를 늘린다.


그리고 정령이라는 존재는 굳이 분류하자면, 생물들의 정수 덩어리와 비슷하다. 감지할 필요도 없이 그저 눈으로만 봐도 어느 정도 정령의 급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정령은 모습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정령이 자연력을 능숙하게 활용한다고 해도, 변용의 한계는 분명히 있다. 몸을 너무 거대하게 표출하다가 자신의 지배력을 벗어나면 몸을 이루고 있는 자연력이 흩어질 위험이 있다. 몸을 너무 작게 표출하다가 줄어든 크기만큼 커진 힘의 집중을 이기지 못하고 정령의 신체가 파괴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정령들은 자신의 경지에 맞는 육체의 크기를 가진다. 정령의 크기만 봐도 경지를 대충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가까울 때, 파괴자는 상대의 경지를 정확히 알아본다거나, 정수 안에 있는 자연력의 양을 확실하게 꿰뚫어 보지 않아도 된다. 그저 정수의 크기만으로도 어느 정도 판단이 되니까. 그리고 정령은 이미 그 존재 자체의 크기가 웬만한 사람과 영물들이 가지고 있는 정수보다 확연하게 크다. 그렇기에 당연히 그 어떤 존재보다 정령을 먼저 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카를은 달라. 그렇다면-’


카를은 보통 한 곳에 모아 놓는 자연력이 온몸에 퍼져 있는 상태다. 보통 이런 경우는 단 한 가지밖에 없다. 정수를 직접 만들 정도로 자연력을 깨닫지 못한 존재가, 어쩔 수 없이 그 육체 자체를 그릇으로 사용하는 경우. 이 경우 보통은 가지고 있는 자연력이 미미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카를은 경우가 다르다. 카를이 가지고 있는 자연력은 하스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겉 부분의 자연력이 그 안의 자연력을 감지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절대로 겉 부분에만 자연력을 모아놓은 것도 아니다. 정확한 양을 파악하지 못했을 뿐이지, 분명히 그 안에도 자연력이 있다는 것은 파악이 된다.


하스트 본인조차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자연력이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카를의 자연력은 교묘하게 육체에 안착해있는 상태다. 그를 맨 처음 관찰한 이유도 그에게서 자연력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자연력이 없으면 설명이 안 되는 그의 강함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주위의 모든 자연력을 감지할 수 있는 파괴자 또한, 처음에는 그저 카를을 자연력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정수조차 만들지 못하는 사람으로 판단하고 지나가려 했다. 그렇지만 휴를 감지하기 위해 펼쳐낸 감지망에 걸린 카를에게서는 결코 그 정도 수준의 존재가 가질 수 없는 양이 관측되었다. 카를의 피부가 자연력을 담는 그릇, 정수로 보일 정도로.


정확한 양과 질, 경지를 파악할 필요는 없다. 파괴자가 정밀 검사한 것은, 정수로 보이는 피부 안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자연력이 있는가뿐이었다. 그리고 카를은 그 기준에 훌륭히 부합하였다. 그 결과.


‘카를을 정령으로 인식한 거야!’


그것도 저 거대한 덩치가 자연스러울 정도의 상위 정령으로. 그렇다면 카를이 휴를 제치고 첫 번째 목표가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카를! 놈이 너를 노린다! 도망쳐!”


“뭐?”



카를이 그 말을 미처 이해하기 전에, 파괴자가 카를을 흡수하기 위해 쇄도한다.


“뭐야? 이 놈?”


갑자기 자신을 노리는 파괴자를 보고 카를은 뒤로 회피한다. 보아하니 철과 관련된 영물인 것 같은데, 하스트가 도망치라고 할 정도인 것 보니 분명히 엄청나게 강한 것 같다. 그런데.


“별로 안 강해 보이는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평가가 이루어진다. 카를의 느슨한 모습을 보고 하스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합심해서 카를을 향해 외친다.


“겉모습 보고 속지 마!”


“근처에도 가면 안 돼! 멀리 떨어져!”


“절대 싸우지 마!”


“그리고 여기로 오지도 마!”


“어? 휴님? 언제 다시 오셨어요?”


“저 놈이 안 따라오길래 무슨 일인가 해서 돌아왔지.”


한 정령을 제외하고 카를을 걱정하던 다른 사람들의 외침은 오히려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카를은 사람들이 너무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파괴자의 움직임은 꽤나 쓸만했지만, 딱히 위협적인 술법을 사용하는 낌새는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 정도면 오거 우두머리들 쪽이 더 강해 보인다.


“저럴 수가?”


하스트는 그 모습을 보고 얼이 나갔다. 분명히 보여야 할 것이 전혀 안 보인다.


“자연력을 안 뺏겨?”


카를에게서 빠져나가는 자연력이 전혀 없다. 그렇다는 말은 카를의 응집력이 파괴자의 흡수력을 넘어선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은.


“저 놈이 나보다 응집력이 높다고?”


하스트가 깨달은 것을 휴가 말한다.


“아, 아니 나도 힘을 전부 회복하면 쉽게 뺏기지는 않겠지만···”


비록 힘을 회복하지 못해 약해진 휴지만, 정령인 그보다 카를의 응집력이 크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눈 앞의 상황은 거짓이 아니다.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그때, 주변에서 흡수한 자연력으로 파괴자가 신체를 강화한다. 갑자기 빨라진 움직임에 카를이 박자를 놓쳐 회피에 실패한다.


“안 돼-”


‘아무리 응집력이 높아도 저놈의 몸에 닿으면 무조건 힘을 뺏겨!’


이렇게 카를에게 경고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스트의 외침보다 파괴자의 주먹이 먼저다.


쾅!


흩뿌려지는 먼지를 보며 사람들은 다시 도주를 준비했다. 휴는 이미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도록 숲의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들의 예상을 뒤엎었다.


“뭐야? 이놈 육체파였어?”


목소리는 카를의 것이었다.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그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 같이 평온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럼 내 전문분야지.”


먼지 속에서 카를은 파괴자가 내뻗은 주먹을 움켜잡고 있었다. 정령조차 두려워하던 파괴자의 손길이 카를에 의해 정지했다.


‘음··· 단단하네.’


카를은 움켜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파괴자의 주먹이 대단히 단단하다고 느꼈다. 내구성만 본다면 오거들 이상이다.


‘하긴 철이니까 당연한가?’


그렇기에 거리낌 없이 반대편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릴 수 있었다.


“무슨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 팔을 그대로 내려 알밤을 준다. 누가 본다면 어른이 어린아이에게 벌을 주는 듯한 가벼운 느낌이다.


쾅!


하지만 그 여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충격파가 퍼지며, 주변의 먼지를 날려버린다.


사람들은 먼지가 걷히며 보이는 광경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특히 파괴자를 잘 알고 있는 하스트와 휴는 정신을 반쯤 놓은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파괴자가 무릎을 꿇고 있다.


“-사람들을 괴롭히면 안 되지. 꼬마야.”


작가의말

글은 많지만, 정작 이야기의 진행은

‘휴를 냅두고 덤비는 파괴자를 카를이 때렸다.’

이 정도네요. 하하하하.

하지만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령의 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2 새로운 만남 (1) 18.11.30 232 1 8쪽
81 과거의 이야기 (2) 18.11.29 229 1 22쪽
80 과거의 이야기 (1) 18.11.28 229 1 12쪽
79 천적 (5) 18.11.27 235 1 13쪽
» 천적 (4) 18.11.26 228 1 14쪽
77 천적 (3) 18.11.24 243 1 12쪽
76 천적 (2) 18.11.23 232 1 12쪽
75 천적 (1) +1 18.11.22 258 2 8쪽
74 끝나지 않은 위기 (9) 18.11.21 259 1 15쪽
73 끝나지 않은 위기 (8) 18.11.20 264 1 13쪽
72 끝나지 않은 위기 (7) 18.11.19 270 1 11쪽
71 끝나지 않은 위기 (6) 18.11.17 260 1 15쪽
70 끝나지 않은 위기 (5) 18.11.16 255 1 13쪽
69 끝나지 않은 위기 (4) 18.11.15 237 1 18쪽
68 끝나지 않은 위기 (3) 18.11.14 276 1 16쪽
67 끝나지 않은 위기 (2) 18.11.13 288 0 12쪽
66 끝나지 않은 위기 (1) 18.11.12 293 1 23쪽
65 전사들의 안식 (2) 18.11.11 262 1 16쪽
64 전사들의 안식 (1) 18.11.10 275 1 14쪽
63 최강의 오거 (5) 18.11.09 268 0 2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