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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56,495
추천수 :
269
글자수 :
1,220,287

작성
18.11.1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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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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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끝나지 않은 위기 (7)

DUMMY

“좋았어!”


“성공이다!”


사람들은 모두 쾌재를 불렀다. 결국 주인을 무력화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카를은 무사할까요?”


“... 소리치며 날아가는 것을 보니 적어도 죽지는 않은 것 같긴 하더군.”


하스트와 촌장은 카를을 잠시 생각했지만, 이내 관심을 줄였다. 이번과 비슷한 일을 처음 주인을 만났을 때 몇 번 봤으니까. 걱정이 무색하게도, 경이로운 내구성을 가진 카를은 그때마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일어나서 다시 따라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직 끝이 아닙니다. 이대로 주인을 여기에 놔두면 분명 자연화를 할 겁니다. 자연화로 인해 주변의 자연력들과 공명하면 위험하니, 힘들겠지만 우선 주인을 호숫가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야 합니다.”


“그래.”


촌장은 사람들에게 외쳤다.


“모두 소리칠 힘이 남은 것 보니, 아직 쌩쌩하구나! 그렇다면 마무리 작업이다! 주인을 이 호숫가에서 밀어내라!”


주인은 다리 4개가 모두 아작 나기는 했지만, 힘이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다. 거꾸로 뒤집힌 상황에서도 그는 앞으로 나아가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물론 다리가 하늘로 향해있으니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었지만.


주인의 모습과 촌장의 말에 사람들은 기뻐하는 것을 멈추고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어제와 같은 힘 빠지는 상황이 아니다. 이것만 끝나면 모두 무사할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자신들의 힘으로 결국 상황을 끝냈다는 자부심이 그들에게 더욱 힘을 주고 있다. 그 힘이 날을 꼬박 새우며 전투를 이어온 그들의 의지를 다시 재생시켜주고 있다.


‘주인의 본능이 호수만 바라보고 있어서 다행이군.’


주인이라면 뒤집혀 있더라도 물의 힘으로 추진력을 얻어서 몸을 다시 뒤집을 수도, 그 힘으로 뒤집어진 상태 그대로 앞으로 밀고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너무나도 많은 물의 자연력을 가진 저 호수에, 본능조차 눈이 멀은 것이다.


“어이! 거기에 힘을 주면 다시 뒤집힌다고!”


“누님! 그쪽보다 이 쪽을 미십시오!”


“아저씨! 조금만 더 힘을 분산시키십시오! 다른 사람이랑 호흡이 안 맞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힘을 합쳐 주인을 밀어내고 있다. 하지만 완벽하게 모든 것을 막은 것은 아니다. 그것을 아는 촌장이 힘을 보태면서 하스트와 대화한다.


“자연화를 막을 수는 없겠지? 여기로 오는 길이었다면 어느 정도 희석이 가능할 테지만, 여기는 아니야. 분명히 자연화가 되며 물의 자연력이 폭발할 걸세.”


주인이 품고 있는 자연력이 적다면, 자연화를 하더라도 육체가 분해되는 수준으로 그칠 것이다. 실제로 마을 사람들이 노린 것 중 하나가 그거였다. 무력화를 시킨 다음에 하스트의 힘으로 자연화를 촉진시킨 다음, 다른 사람들이 그의 힘을 빼서 폭발을 막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다르다. 주변에 팽배한 물의 자연력이 지금도 주인의 힘이 되어주고 있다. 다행히 주인이 호수에 눈이 멀어있고, 폭주 상태라 적극적으로 주변의 자연력을 흡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 당장 자연화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시간문제다. 주인의 힘은 자연력의 폭발을 분명히 일으킨다. 그리고 이 근처는 완벽하게 생태가 바뀔 것이다.


‘운이 좋다면 늪이 되고 말겠지만··· 운이 나쁘다면···’


주인이 살고 있던 호수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을 수도 있다. 주변의 모든 생명 안에 있는 자연력까지 모조리 동화시키고, 흡수하고, 결국에는 그것들마저 자연화시키는 연쇄작용이 일어날 것이다. 특히 이 근처 물의 자연력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 주인의 자연력과 공명하여 모조리 폭발한다면 최소 반경 수십 킬로는 완벽하게 초토화될 것이다. 엘프 마을도 재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탑도 그 재앙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어.’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어떻게든 최대한 밀어내야죠. 그다음에 도망을 가더라도··· 우선은 여기만 아니면-”


하지만 상황이 바뀐다.


“으악!”


“주인이!”


주인이 갑자기 몸을 떨고 있다.


“어떻게 된 거지? 설마 벌써 자연화가?”


“젠장. 맞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아직 그의 용적에는 여유가 있었을 텐데- 뭐지? 빠르게 차오르고 있어?”


물의 자연력이 주인의 안을 가득 채우다 못해 넘치고 있다. 갑작스러운 흡수에 하스트가 당황한다. 허공을 보며 자연력을 살펴보았지만, 그의 생각대로다. 주인은 주변의 자연력을 끌어가고 있지 않다.


“어디에서 자연력을? 헛!?”


그리고 지금에서야 발견한다. 땅에 흩뿌려진 주인의 혈액. 이제는 붉은색은커녕 연분홍색조차 아닌 그 옅은 혈액이 주인의 몸을 대신하여 호수에 연결되어있다.


“주인이 몸을 일으키려 한다!”


몸의 떨림 때문에 흔들거리던 주인의 자세가 원상태로 돌아오기 직전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주인의 몸에 넘쳐흐르는 자연력이, 부서진 다리를 대신하여 그를 호수로 이끌 것이다.


“안 돼!”


그렇게 된다면 최악이다. 호수에 들어간다면 다시 가장 깊은 곳, 가장 자연력이 넘치는 곳으로 이끌릴 것이다. 그곳은 탑. 주인의 거구가 탑을 후려치기라도 한다면 탑이 위험하다. 겨우 주변의 생태 따위가 문제가 아닌 어마 무시한 재앙이 벌어진다.


쿵!


그리고 결국, 숱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주인의 다리는 다시 땅을 디뎠다. 비록 모두 부러져있어서 휘청거렸지만, 그럼에도 제자리에 서 있다. 육체의 힘이 아닌, 오직 자연력으로만 다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봐도 될 정도다.


하스트는 그가 호수에 돌진할 줄 알고 기겁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진퇴양난이라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스트가 어떻게든 이 난제를 타파하기 위해 머리를 짜낸다. 하지만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난제에 두뇌가 일을 멈춰버렸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어쩌지?’


하스트의 머리가 과부화 된다. 지금 주인이 가만히 있는 것은 호수와의 연결 때문이다. 연결되어 있는 막대한 호수의 힘에 주인조차 압력 때문에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연결되어 있는 통로가 좁다는 것도 한 몫했다. 게다가 한 곳으로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연결된 신체에 부하가 엄청나게 가해지고 있다. 그 예로-


“주인의 신체가 사라지고 있다!”


과부하된 육체가 버티지 못하고 먼저 자연화된다. 허공으로 흩어지는 육체로 인해 생긴 구멍으로 혈액과 물의 자연력이 뿜어진다. 일부분만 너무 극도로 자연력을 받아들여서 생긴 폐해다.


‘망할! 연결을 끊으면 바로 주인은 호수로 달려들 거야! 육체 전체로 흡수한다면 저렇게까지 압력을 받을 리도 없으니 계속 움직일 테고, 탑은 부서져. 하지만 그렇다고···’


연결을 끊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머지않아 그는 자연화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주변으로 새고 있는 호수의 자연력은 큰 문제가 된다. 엄청나게 응축되어있는 호수는 연쇄작용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나마 느리게 진행되는 편이라 완전하게 파괴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밖으로 빼낸 다음에 허공에 흩어진 호수의 자연력은 다르다. 빠르게 더 큰 연쇄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어떻게 하지? 어쩌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주인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바람의 자연력만 사용하는 엘프 마을 사람들에게도 너무나 뚜렷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해지고 있다. 모두는 어떻게든 그를 막아보려 바람의 자연력으로 그를 에워싼다. 이렇게라도 아주 조금이지만 그가 물의 자연력을 흡수하는 것을 막으려 하는 것이다.


“이야아아아아!!”


그리고 다른 사람과 완전히 다른 행동을 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딸아! 그건 위험해!”


엘르가 연결을 끊기 위해 손으로 혈액을 움켜잡고 있다. 이미 혈액이라고 부르기에도 어렵다. 무엇보다 손으로 잡히고 있으니까. 긴 밧줄처럼 호수와 주인을 이어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하나의 거대한 힘이다. 엘르가 용을 쓰고 있지만, 전혀 끊어지려 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엘르에게 막대한 물의 자연력이 역류하려 한다.


“큭!”


역류하는 물의 자연력으로 인해 손부터 시작해서 핏줄이 터져간다. 어떻게든 바람의 자연력으로 억제하고 있지만, 안된다.


“딸아! 떨어져!”


촌장이 엘르를 말려본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마을에서도 인정받는 영재인 그녀지만, 이번에는 무리다. 저건 개인이 감당할만한 힘이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요! 이대로라면 어차피 끝이에요! 생각할 시간에 움직여야죠!”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무리라는 것은 그녀도 알고 있는 바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방법이 없다면 행동하고 봐야 한다. 그것이 그녀의 지론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것을 확실하게 실천하고 있다.


엘르는 터져가는 핏줄과 온몸이 꼬여가는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하스트를 보며 외친다. 내장 또한 타격을 입은 것인지 외침과 함께 피가 뱉어진다.


“야! 하스트! 움직이는 건 우리가 하고 있으니, 잘난 네가 빨리 생각해봐!”


그녀는 믿고 있다. 언제나 자신과 티격태격 싸우고, 유치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뭘 하고 다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하스트지만, 그의 지식과 실력은 진짜다. 마을 최고의 술사인 촌장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람. 그게 하스트다. 그렇기에 믿는다. 여러 난제를 해결해 왔던 그의 실력을, 이번에도 분명히 해결해 줄 것이라고.


‘어렵고, 부담스러운 믿음이야··· 지금은 나도 어쩔 수-’


너무 과부하된 머리가 생각을 멈추려 할 때, 번뜩 그의 머릿속을 헤집는 하나의 단어가 있다.


‘부담. 그래, 부담이야. 육체의 입장에서는 자연화는 부담 때문에 생기는 거지. 육체가 자신의 한계를 넘는 자연력의 부담에 결국 존재를 유지 못하는 것. 그리고 자연력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을 포용하지 못하는 육체를 벗어나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자유를 찾는 것. 하지만 그 진짜 의미는···’


하스트의 눈이 반짝거린다. 주변을 훑어본다.


‘왜 이제야 생각났을까? 자연화는 그저 경유지일 뿐이야.’


지난 몇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생물과 무생물을 포함해 단 하나의 존재도 성공하지 못했다. 막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하스트도 그 예를 알고 있으니 전혀 생각 못 하고 있었다.


세계는 전설에 나오던 시대랑 달라졌다. 모든 전설이 현존하던 그때와 너무도 달라졌다. 그렇기에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자연화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현세대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목격한 적 없는 것. 자연화는 경유지, 진짜 목적지는-


‘정령화.’


바로 정령의 탄생이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집안 사정때문에 어제는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엊그제의 글도 제대로 마무리가 안 되었었고요.

오늘도 어떻게든 부랴부랴 쓰긴 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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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끝나지 않은 위기 (6) 18.11.17 260 1 15쪽
70 끝나지 않은 위기 (5) 18.11.16 25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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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전사들의 안식 (1) 18.11.10 275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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