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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도베어 님의 서재입니다.

제국의 암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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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도베어
작품등록일 :
2017.03.22 03:25
최근연재일 :
2017.05.30 09:25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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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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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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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54

작성
17.05.3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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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운명의 첫째날-3

DUMMY

"이제 시작이구나..."


리뮤얼이 성의 창을 통해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창문 아래로 보이는 모습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오늘도 수없이 많은 역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들. 상인들은 오늘도 수없이 많은 물량들을 제국의 수도로 가지고 와서 제국을 살찌운다. 대장장이들은 농부를 위한 농기구를 만들어 농부들에게 팔고 농부는 그것을 이용해서 제국민들을 살찌울 농작물을 경작한다. 또 다른 대장장이들은 검과 창, 방패들을 만들어 제국을 지킬 병사들에게 주고 병사들은 그것으로 제국을 지켜나간다. 제빵사들은 농부들이 판 밀로 먹음직스러운 빵을 만들어낸다...


이 모두가 제국을 지켜내고 함께 이루는 뿌리다.

그리고 지엄하신 황제폐하께옵선 이들이 바깥과 안의 적들로부터 보우하사 안전하고 무탈하게 해주신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그분의 이름만은 이 제국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만들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를 악다물며 다짐했다. 이전 생과 같은 일은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야! 혼자서 개폼잡지 말고 이야기해봐, 이제."


아이샤가 감상에 젖어 있는 그의 엉덩이를 차며 말했다. 아무래도 요 근래 리뮤얼이 혼자 있던 일이 거의 없어서 서로간에 염念으로만 대화를 나눈 것이 못내 심심했던 모양이다. 아이샤의 외침에 그는 잠시 산 너머로 일렁이는 태양빛이 따사롭게 비추며 온갖 화려한 색들의 빛들이 그의 눈을 감싸올랐다. 리뮤얼은 눈을 돌리며 투덜거리는 아이샤를 보았다.

처음 아이샤를 만났을 때와 변함없는 금발의 머리와 새초롬한 표정을 지은 그녀의 표정이 태양빛 아래에서 화려하게 비추어지며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확실히 요정이라서 그렇지 인간이었다면 경국지색을 방불케하는 미모였을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지만서도.


투덜거리는 아이샤에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한다.


"어떤 이야기?"

"오늘을 기다렸다며? 그럼 뭔가 재미있는 일이 발생할 거라는 소리잖아. 빨리빨리 나에게 이야기를 해줘."


보채는 아이샤를 보며 리뮤얼은 그저 계속 키득거리며 웃음만 보내주었다.

그리고보니 그녀와 만난지도 어언 4년이란 세월이 흐르며 그녀의 성격에 대응방법 정도는 익히 깨달은 지 오래다. 이렇게 보챌 때의 그녀에게는


"그럼 어떤 것부터 이야기를 해줄까...백작 이야기를 먼저 할까?"


아이샤를 보니 이미 그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는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다.

너무나도 진지한 표정에 리뮤얼은 픽 웃고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백작의 생각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더러워. 아까 언급했던 것처럼 자신과 연관이 있는 상회의 상인을 제외하곤 눈에 보이는대로 모조리 자신의 측근을 이용해서 산적인 것처럼 속여서 다가오는 모든 상인들을 죽이고 물건을 약탈하고 있는 거야. 그럼 상인들은 자연스럽게 서로간의 연락망을 통해서 어지간해서는 그곳에 안가게 되겠지. 하지만 어쨌든 일정 부분 소비해야 할 물량과 그에 따른 공급해야 할 물량이 있는데 공급되는 수가 적으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거기에서 백작은 이득을 보려는 거야."

"그리고 또? 또 뭐가 있는거지? 응?"

"그리고..."

"응. 응."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또 다시 튀어 나올 것만 같은 웃음을 참았다.


"그리고...나머지는 나중에 알려줄께."

"...뭐???"

"미리 말로 알려주면 재미가 없잖아. 이런건 직접 보는 재미를 위해서 모르는게 훨씬 좋을거야."


제국의 역사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밝게 비추어주는 일렁이는 태양빛을 받으며 달리아의 방에 가기 위해 리뮤얼은 말을 산뜻하게 아이샤에게 던지고는 몸을 돌려 움직였고 잠시 멍하니 있던 아이샤는 우끼익! 거리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화를 내며 그의 등을 발로 차며 따라갔다.


"달리아, 나야. 혹시 있어?"


리뮤얼은 달리아의 방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 이윽고 곧 문 건너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리뮤얼?? 어 어쩐 일로 이 시간에...자 잠깐만, 기다려줘."


뭔가 긴장한 목소리와 함께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렸다. 악마와 계약을 하기 이전에도 들었던 소리이긴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저렇게 잔뜩 긴장한 목소리를 냈는지 모르겠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몇번의 헛기침과 함께 달리아가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들어와도 돼."

"응. 들어간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평범했다. 그 말은 그의 방과 다를 것 없다는 소리다.

잠을 청하기 위한 심플하기 그지없는 침대와 옷장, 그리고 책상이 전부였다. 아니, 그나마 다른 것이라면 그녀의 아주 작은 부분이나마 살아있는 여성성을 상징하는 거울이 있을 뿐이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얼굴이 잔뜩 상기된 그녀가 물었다.


'어디 아픈 건가?'


당연한 소리지만, 암살자에게 있어서 자신의 컨디션을 항상 최고조로 다듬어야만 한다. 아주 작고 사소한 실수가 일을 그르치고 목숨마저 빼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아, 왜 그래. 어디 아파?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는데?"


나무로 만든 창틀 너머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에 보이는 그녀의 발갛게 상기된 얼굴에

걱정이 된 리뮤얼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살며시 맞부딪혔다.


그녀의 상기된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금세 그의 이마를 통해 느껴졌다.

한올한올 흘러내리는 땀방울, 긴장을 한 탓인지 어디가 아픈것인지 모르겠지만, 평소와는 달리 터져나올 것만 같이 힘차게 요동치는 심장과 그에 따라 거칠어지는 달리아의 숨소리가 리뮤얼의 귀를 세차게 때렸다.


"달리아, 너 정말 괜찮은거야? 숨소리도 거칠고 이마도 뜨거워."


리뮤얼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황제폐하와 제국을 제외하면 자신에게 있어 소중한 것은 그 지옥에서 같이 했던 친구들이다. 그런 소중한 친구 중 한명의 상태가 좋지 않다 생각이 드니 몸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뒤에서 아이샤가 왠지 모르게 계속 웃어댔지만, 일단 무시하고 달리아에게 집중했다.


이마를 서로 맞대며 바짝 붙은 얼굴에서 느껴지는 숨결은 뜨겁고도 달콤했다.


달리아는 그의 숨결을 느끼며 조금만 더 다가가 자신을 걱정해주는 리뮤얼의 입술을 빼앗고 싶었다.

이대로 그의 불타는 것처럼 뜨거운 입술과 혀를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하고 싶었다.

그의 단단한 가슴에 온 몸을 던지고 싶었다. 그의 가슴에 안기고 싶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뛰어들고 싶었다. 그의 단단한 손이 자신을 부드럽게 지탱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그의 나지막한 음성에서 '사랑해'라는 단어를 듣고 싶었다.


그래...자신은 그를 사랑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그때부터.

자신을 범하려는 어른들을 상대로 온 몸을 던져가며 구해주던 리뮤얼.

만신창이가 되어가면서까지 자신을 걱정해주던 리뮤얼. 그 와중에도 자신을 향해 웃으면서 괜찮다고 해주던 리뮤얼.


4년전 그날부터 그는 달리아의 마음 깊숙이 파고들어 이미 모든 것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제국의 종을 자처하며 리뮤얼이 암살자를 따라간다고 했을 때, 그녀 자신도 두말할 나위 없이 따라갔다.


여성의 몸으로 따라가기 벅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힘을 다했던 것 역시 모두 리뮤얼을 위한 것이었다.

함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함께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그의 얼굴이 바로 지척에 있다. 함께하고 싶은 그가. 같이하고 싶은 그가.


그러나...그녀는 그에게 말할 수 없었다.


사랑한다고. 함께 있어 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녀도 알고 있다. 리뮤얼의 머리와 가슴 저 깊은 곳에 있는 것은 달리아, 자신이 아니라 이 제국과 황제 뿐이라는 것을.

그녀 자신이 들어갈 곳이 없을 정도로 제국과 황제만으로 모든 것이 가득차 있다는 것을...그녀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리뮤얼의 팔을 잡고는 천천히 그의 몸을 밀었다.


"으응...아니야, 리뮤얼. 나는 괜찮아. 걱정 끼쳐서 미안해."

"저 정말로 괜찮은거야? 이렇게 숨소리도 거칠고 열도 심한데?"


그가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그게 더 마음이 아팠다.


"응. 조금 있으면 괜찮아 질거야. 걱정을 끼쳐서 미안해. 그런데 어쩐 일로 이 시간에...?"

"아아...임무가 들어와서 그래. 너하고 나하고 같이 가야 할 곳이 있어서 부르러 온 거였어."


"...그랬구나. 나 하던게 있어서 그런데 미안한데 먼저 가서 준비를 해주면 안될까? 곧 따라갈께."

"그...그래?"


리뮤얼은 뭔가가 이상함을 느꼈다. 아직도 발갛게 상기된 얼굴과는 반대로 달리아의 얼굴은 어둡고 힘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뭔가가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나오려는 말을 억지로 목 안으로 쑤셔 넣고는 먼저 가서 준비한다는 말을 남기고는 그녀의 방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그가 밖으로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달리아는 뜨겁게 달아오르는 몸에 다시금 침대에 걸터앉아 어깨 넓이로 무릎을 벌리고는 오른손으로 고간을 만지작거리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그와 함께하지 못한 자신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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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의 첫째날-3 17.05.30 193 5 10쪽
19 운명의 첫째날-2 17.05.27 215 4 12쪽
18 운명의 첫째날-1 17.05.22 246 4 11쪽
17 제국의 그림자들-9 17.05.19 269 7 17쪽
16 제국의 그림자들-8 17.05.11 339 6 11쪽
15 제국의 그림자들-7 17.05.08 539 7 9쪽
14 제국의 그림자들-6 17.05.06 336 6 9쪽
13 제국의 그림자들-5 17.04.28 555 6 8쪽
12 제국의 그림자들-4 17.04.27 364 7 8쪽
11 제국의 그림자들-3 17.04.27 429 7 8쪽
10 제국의 그림자들-2 17.04.23 515 6 12쪽
9 제국의 그림자들 17.04.20 565 7 8쪽
8 첫 살인, 그 이후 17.04.19 573 8 7쪽
7 첫 살인 17.04.18 658 9 9쪽
6 과거로의 회귀-4 17.04.17 640 12 7쪽
5 과거로의 회귀-3 17.04.16 659 8 8쪽
4 과거로의 회귀-2 17.04.15 754 10 9쪽
3 과거로의 회귀-1 17.04.15 1,352 11 10쪽
2 (프롤로그)악마와 계약을 맺다 17.04.13 977 12 15쪽
1 (프롤로그)죽음을 선택하다 17.04.13 1,137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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