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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도베어 님의 서재입니다.

제국의 암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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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도베어
작품등록일 :
2017.03.22 03:25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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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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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8,854

작성
17.04.2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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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국의 그림자들-2

DUMMY

그가 모시고 있는 단 한분뿐인 주군인 황제폐하께서는 이제 막 8살에 다다른 아이에 불과했지만, 그분은 스스로가 천재적인 두뇌와 결단력, 그리고 군주로서 지니고 있어야 할 뱀을 지닌 냉철하신 분이다. 그분은 스스로가 자신이 해야할 일이라 생각하면 얼마의 시간이 흐르던간에 절대로 타인에게 미루지말고 그 일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엄청난 자제력과 끈기도 지니고 계시는 분이다.


그런 주군을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앞에 있는 재무상의 목을 쳐 버리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은 단순한 암살자가 아니다. 그분의 이름으로 그분이 원하는 일을 수월하게 이룰 수 있도록 그림자 속에서 온갖 더러운 일을 손수맡아 그분과 제국의 안녕을 바라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다.


그런 자신에게 있어서 재무상은 일차적으로는 이 나라의 국왕과 귀족들을 죽이지않고 제압하는데 있어서 도움을 준 협력자일 뿐 아니라 이 왕국을 제국의 발아래로 둔 이후 이곳저곳에 숨겨진 재산을 모조리 제국의 국고로 환수하는데 있어서 돈을 관리하는 재무상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일련의 작업들이 끝나고 효용가치가 떨어지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제거될 수밖에 없지만. 제국의 그림자인 자신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하지만 그것은 미래의 일이지 지금 해야할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날카로움을 감추고는 만들어 낸 친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재무상 각하. 각하께서 조국의 미래와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을 제가 어찌 가늠할 수 있겠소이까? 하지만 이해할 수 있소이다. 조국을 배신해서라도 이 왕국과 백성들을 지켜내고자하는 각하의 충심을 어찌 모르겠소이까? 너무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오. 우리는 재무상 각하가 그토록 지켜내고 싶어하던 것들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니."


물론 거짓이다.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건가? 상대가 듣고싶어하는 말을 말하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그렇게 상대의 호감을 얻어내어 적 내부에 아군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제국의 그림자로서 당연한 일이다.


아니나다를까 자신이 지녀왔던 마음고생을 알아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에 안도와 감사를 느낀 재무상은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닭똥과도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가..감사...감사합니다...이 은혜...어찌 갚아야 할지..."

"아닙니다. 재무상 각하는 스스로를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치 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부드럽게 말하는 것과는 달리 그의 표정은 극히 차갑고 냉정하기 짝이 없었다.

약간의 시간이 흘러 자신의 감정을 추스린 재무상이 그에게 말린 양피지 하나를 주었다.


"이것은 이 성 내부와 국왕의 거처가 있는 곳이 그려진 도면입니다. 이것을 보고 가시면 길을 헤매지 않고 곧장 국왕이 있는 곳으로 가실 수 있을 겁니다."


그에게서 양피지를 받아서 본 마스터는 재빠르게 목표를 체크했다. 국왕의 거처, 제압해야 할 기사단의 숙소, 혹시 나중에 반란을 일으킬 지 모르는 고위 관료들의 거처까지.


"고맙소. 이제 각하는 내일부터 새로운 아침을 맞을 수 있을 것이요. 그때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각하가 결정한 것이 절대로 잘못된 것이 아님을, 모두를 위한 것임을 자랑스럽게 여겨도 좋소."


생각에도 없는 말을 적당히 내뱉고는 재무상의 집무실에서 나왔다.

아직 쭈뼛거리며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한 병사 두명을 안심시키고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게 한 후 자신을 따라온 5명의 그림자들에게 명령을 하달하기 시작했다.


"나이트 호크. 자네는 나를 따라서 국왕을 제압한다. 레이븐. 자네는 시 스콜피온과 함께 기사단을 제압하라."

"수단은 관계없습니까?"

"Exitus Acta Probat.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할지니. 단 너무 피가 많이 흐르게는 하지 말게나. 어디까지나 우리의 목표는 가능한 무혈입성이 목표니깐."

"예, 마스터."

"라이노, 자네는 그리즐리와 함께 아직 이곳에 남아있는 고관들을 제압하고 지하로 내려가게나."


라이노라 불린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마스터. 고관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하 감옥이라니요? 그곳에 누가 있습니까?"

"이 나라의 국왕과 귀족들의 변태놀음의 희생자들이 갇혀 있는 모양이더군. 그 아이들을 데리고 오게나."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저희들의 목표에 필요한 존재인가요?"

"그렇다. 우리들은 제국의 그림자로서 알려지지 않은 일을 해야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암살이나 사보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위한 도구로서 필요하니 데리고 오도록."


마스터의 말에 라이노는 이해했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으면 모두들 일을 시작하도록. 제국과 황제폐하를 위해."

"제국과 황제폐하를 위하여."


====================================================================

고요히...어두운 벽에 걸린 횃불이 엷은 빛을 내며 따스한 열과 빛을 은은하게 밝혔다.


짙고 어두운 벽과는 대조적으로 흘러넘치는 아련하면서도 따사로운 빛은 어둠만이 전부인 이곳을 그나마 밝게 비추어 주었다.

마스터와 나이트 호크는 발소리도 내지 않으며 그 빛을 지렛대삼아 천천히 국왕의 처소로 다가갔다.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아무리 조심한다 하더라도 부족함이 없다. 아무리 지형을 익히 알고 들어왔다 하더라도 고작 5명이서 한 국가의 성 안으로 잠입한 것이다. 적에게 걸리면 모든 것이 끝이다.


조심스럽게 모퉁이를 돌 무렵 보라빛을 담은 달빛에 사람의 그림자가 눈에 아른거렸다. 경비병일 것이다.


"제압합니까?"


나이트 호크가 작은 목소리로 마스터에게 말했다. 그의 말에 마스터는 약간 머뭇거렸다.

그냥 지나가길 바라야하는 것인가 아니면 조심스럽게 제압을 해야만 하는 것인가. 지체할 시간이 없다. 빠르게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마스터."

"제압한다."


마스터의 결단에 나이트 호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무기를 쥐었다.

기분 나쁜 바람이 긴장감과 함께 그의 온 몸을 스치며 지나간다. 조심스럽게 침을 삼키면서 혹시 큰 소리가 나는 물건을 밟아서 자신이 있다는 것이 들키지 않도록 바닥을 천천히 걸으며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


곧 군화가 어둠속에서 울리는 소리가 자신들을 향해 크게 울려퍼진다. 그 소리가 절정에 달했을 무렵.


가장 먼저 뛰쳐나간 것은 마스터였다. 수없이 많은 실전에서 단련된 그는 재빠르게 간격을 계산하여 상대가 다가오는 그 순간 그는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짧은 순간에 경비병의 품 안으로 달려들었다.


"...?!"


예상하지 못한 마스터의 돌격에 놀란 경비병의 입에서는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렇다고 해서 봐줄 생각이 없이 수백, 수천번 이상 해온 것처럼 기계적으로 왼손으로 경비병의 입을 틀어막고는 쥐고 있던 대검을 그의 목에 쑤셔 박았다. 입이 우악스러운 그의 손아귀에 막혀서 제대로 된 비명 소리도 내지 못하며 죽고 말았다.


"무...무슨!"


단 몇초도 안되는 사이에 동료를 어처구니없이 잃은 병사가 놀라며 쥐고 있던 창을 꼬나들고는 얼떨결에 마스터를 향해 찌르려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나이트 호크가 병사가 내지르려는 팔 바깥쪽으로 순식간에 도약해 팔꿈치로 그의 관자놀이를 강렬하게 강타했다.

경비는 생각지도 못한 카운터에 정신을 잃으며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정확한 일격이구나, 나이트 호크."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마스터."


정신을 잃은 병사의 목숨을 가볍게 끊고는 두 구의 시체를 보이지 않는 곳에 적당히 감추었다. 붉은 카펫 위로 죽은 병사들의 핏물이 튀어 거무스름하게 변색이 된 것을 보며 마스터는 쓴 웃음을 지었다.


"이나리 후작이 뭐라고 하겠군."

"후작각하 말씀이십니까? 그리고 보니 후작각하는 적의 성체를 점령하고 물품 같은 것을 그대로 사용하시는 것을 선호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아. 폐하께 충성을 다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긴 한데 일종의 자부심이라고 해야 할까? 적의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을 선호하거든. 그런데 이렇게 피가 튀면서 더러워졌으니, 뭐 어쩔 수 없지. 일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니."


그렇게 말하며 다시 그 둘은 어둠속으로 녹아들어간지 얼마나 지났을까-드디어 도면에 그려진 국왕의 처소에까지 도착했다.

자단목으로 만들어진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가자 그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짙게 풍겨나는 술냄새였다.

도대체 얼마나 퍼 마셨는지 들어가자마자 짙은 술냄새가 반길 정도였다.


"나 원. 이 정도 술에 취해 있으면 꽐라가 되어서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것 아닙니까?"

"뭐, 그렇다면 적당히 손가락을 하나 둘 정도 잘라버리면 술취가 깨겠지. 일단 저 돼지 새끼를 깨울까?"


마스터의 말에 나이트 호크는 화려하기 짝이 없는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는 국왕-토르쿠아토를 향해 갔다.

하늘이 떠나가라 코를 골며 잠을 자고 있는 그를 보며 나이트 호크는 기가 찬 표정으로 내려보았다. 그것도 잠시 그는 강하게 그의 뺨을 내리쳤다.

날카로운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단잠에 빠져 있던 국왕이 얼떨결에 잠에서 깨며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복면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사내였다.


갑작스러운 충격과 술취 사이에서 아직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국왕을 보면 어이가 없던 나이트 호크는 다시 한번 국왕의 뺨을 후려쳤다.

그제서야 정신이 차렸는지 국왕은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질렀다.


"이...이놈들이! 감히 짐이 누구인지 알고 감히 이러는 것이냐!"


자신이 어떤 운명에 처해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어이없을 정도로 부리는 허세에 잠시 할 말을 잃은 나이트 호크는 마스터를 보며 허락을 구했고 마스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에 응답해 주었다.


"아직도 네가 지금 어떤 일을 겪게 될지 모르는 것 같은데..."

"뭐, 뭐라고?"


나이트 호크는 가볍게 말하며 국왕의 왼손을 잡아 올렸다. 그리고는 가볍게 약지 손가락을 쥐고는 그대로 꺽어 버렸다.


"끄아아아악!"

"시끄럽다. 말은 우리가 한다."


천을 말아서 국왕의 입에 쑤셔 넣은 나이트 호크가 이야기를 한다. 반대방향으로 괴이하게 꺽인 손가락을 부여쥐고 울부짖는 국왕을 보면서.


"돼지 멱따는 소리를 닥치지 않는다면 한번 꿀꿀거릴 때마다 손가락을 한개씩 꺽어줄테니 좋게 말할때 닥쳐라."


극히 담백한 말에 국왕은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았다. 아무리 쾌락에 온 몸이 쩔어버린 그라고 하더라도 본능적으로 다가오는 생명의 위협에 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조용해진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너는 제국의 사신을 죽인 적이 있었다. 그렇지 않은가?"

"으...으읍."

"나는 너의 돼지소리를 듣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거나 하는 것으로 너의 입장을 대변해라. 다시 묻겠다. 너는 제국의 사신을 죽인 적이 있다. 그렇지 않은가?"

"흐흐읍."


국왕은 처음으로 느끼는 육체적 고통과 당장이라도 너 따위는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침입자를 보며 공포에 떨면서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의 행동으로 폐하께서는 매우 진노하셨다. 공화국을 믿고 나대는 너의 행위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개인적으로는 당장에라도 너의 목을 베어버리고 싶지만..."


그러면서 그는 아까 병사를 죽일 때 썼던 단검을 꺼내 들었다. 비록 핏물은 닦았지만, 생생하게 느껴지는 피냄새는 국왕에게 죽음의 공포를 엄습하게 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윽! 으부읍!"

"하지만 나는 지엄한 제국의 종. 너는 아직 할 일이 있으니 죽이지 않는다."


나이트 호크는 국왕을 강제로 일어서게 한 다음 가지고 있는 밧줄로 두 팔을 묶어버렸다.

자신들의 일은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쇼타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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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국의 그림자들-6 17.05.06 336 6 9쪽
13 제국의 그림자들-5 17.04.28 555 6 8쪽
12 제국의 그림자들-4 17.04.27 364 7 8쪽
11 제국의 그림자들-3 17.04.27 429 7 8쪽
» 제국의 그림자들-2 17.04.23 515 6 12쪽
9 제국의 그림자들 17.04.20 565 7 8쪽
8 첫 살인, 그 이후 17.04.19 573 8 7쪽
7 첫 살인 17.04.18 658 9 9쪽
6 과거로의 회귀-4 17.04.17 640 12 7쪽
5 과거로의 회귀-3 17.04.16 659 8 8쪽
4 과거로의 회귀-2 17.04.15 754 10 9쪽
3 과거로의 회귀-1 17.04.15 1,352 11 10쪽
2 (프롤로그)악마와 계약을 맺다 17.04.13 977 12 15쪽
1 (프롤로그)죽음을 선택하다 17.04.13 1,137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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