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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도베어 님의 서재입니다.

제국의 암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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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도베어
작품등록일 :
2017.03.22 03:25
최근연재일 :
2017.05.30 09:2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1,319
추천수 :
156
글자수 :
88,854

작성
17.05.06 13:00
조회
336
추천
6
글자
9쪽

제국의 그림자들-6

DUMMY

"닥쳐라!"


그런 그들의 분노를 잠재운 것은 이나리 후작의 외침이었다.

그의 사자후와도 같은 외침에 마치 여름 한낮의 눈처럼 군중들의 증오가 사그라지며 잦아들었다.


"인간 이하의 짐승만도 못한 놈들이 어디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거냐! 분노와 복수는 인간만이 누리고 행할 수 있는 소중한 권리다. 그런 것을 불행사를 넘어서 아예 포기한 너희들은 그것을 행할 권한 따위는 어디에도 없어!"

"우...웃기지 마! 그럼 우리 아이의 복수는! 억울하게 죽은 우리 아이의 원한은 어디에 풀어야 하는건데!"


군중 속에서 누군가가 용감하게 외쳤다.


"어떤 놈이 외쳤나. 죽은 아이의 부모라도 되나?"

"그렇다!"

"너는 네놈의 자식을 팔아버릴 때 가슴 한 구석에는 답답함이 풀리는 기분이 없다고 할 수 있나? 배고픔에 한 입을 덜었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안할 수 있나? 그것도 아니라면 너의 자식이 잘 지내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노력이라도 한 적이 있더냐?"


후작의 차분한 말에 대답이 없이 단지 신음소리만이 흘러나올 뿐이다.


"나는 네놈들같은 저항할 지 모르는 인간 미만의 존재들이 복수라는 단어를 읊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그것은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고귀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이리 오라고 하게."


--------------------------------------------------------------------


그는 아이들에게 자신을 소개하길 너희들을 도와주고 이 나라를 해방시키러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부탁’하길 “너희들을 괴롭히던 이 나라의 국왕을 처단하러 가는데 도와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모든 그의 친구들이 동의했다.


“어머. 도대체 왜 저렇게 귀찮은 짓을 하겠다는 거야? 어차피 이 나라는 제국이란 애들이 죄다 점령한 거 아니었어? 귀찮게 하지 말고 그냥 ‘크악! 나는 제국이다! 무섭다, 크앙! 내 말을 들어라!’ 라고 하면 되는 거 아냐?”


그 몸에 어울리지 않게 위협하는 포즈를 취하는 아이샤를 보며 리뮤얼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그런 그를 보며 아이샤가 연신 툴툴거리는 것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받아주었다.


"그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아마 죄책감을 이용하려는 것이겠지."

"죄책감?"

"응. 죄책감으로 이 나라의 백성들을 옭아매려고 하는 거야."

"너희 인간들의 생각은 도통 모르겠네.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빨리 설명해봐."


아이샤가 턱을 괴며 그의 눈 앞을 날아다니며 보챘다. 능력도 좋지...


"너도 알다시피 이 나라의 백성들은...자기 아이들을 국왕에게 팔았어. 입을 덜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분명 속으로는 '이제 입이 하나, 둘 덜었으니 다행이다.'란 생각을 했을거야. 거기에 제국에서 나온 최고 담당자-아직도 기억하지만, 이나리 후작-이 나서서 우리들에게 있었던 일을 그대로 이야기하라고 할거야. 그들이 그 내용을 받아들이는 부분에

있어서는 어쨌든 '침략자'인 제국의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는 '피해자'이자 동시에 '자신들이 버린 자식' 입에서 나오는 말에 더 실질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테니깐."

"흐응...그래서?"

"그리고 대중들에게 이렇게 말하겠지. '너희들은 복수를 할 자격도 없다! 자식을 팔아먹고, 가족을 팔아먹고 그저 입 하나 덜었다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안도를 표하고 있을 놈들이 무슨 자격으로 복수를 운운하냐!'라고. 그리고 동시에 그 돼지 국왕은 우리들의 손에 죽게 돼.

그걸 치하하면서 대중들에게는 '자신의 자식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복수조차 하지 못하는 무능한 가장, 가족'이란 꼬리표를 스스로에게 붙이게 해서 반항의 싹 자체를 지워버리고 자신들의 복수를 대신하게 한 제국에 기대게 만들거야. 그게 내가 지난 인생에서 맞이했던 것이니깐 변하지 않는다면 그때와 똑같을거야."

"흐으음...? 너희 인간들은 참 복잡한 것을 좋아하는구나."


아이샤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야, 아이샤는 이런 거 신경쓰지 않아도 될 요정이니..."


그러나 리뮤얼은 말을 끝까지 이을 수 없었다. 아이샤는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심통이 단단히 났는지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있는 힘껏 양손으로 그의 입 한 부분을 잡고서 당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야야, 아파. 왜 그래?"

"사과해! 사과해! 사과하란 말이야!"

"뭐, 뭘 사과하란 말이야."


아이샤와 티격태격하고 있을 무렵, 조심스럽게 달리아가 리뮤얼의 곁으로 다가왔다.


“리뮤얼...우리 정말로 괜찮은 걸까?”

“...뭐가 그렇게 걱정스러워?”


간신히 자신의 얼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아이샤를 잡아 떼어놓고는 말했다.


“우리...정말로 저 사람을 믿어도 되는걸까?”

“달리아...”

“리뮤얼...나...난...무서워...우린 이미 부모에게 버림받고 나라에게도 버림받았잖아...다시 어른들을 믿을 수 있는 걸까? 우리...또 버림 받는게 아닐까?”


그랬다. 가족에게 버림받고 그 이후 우리들을 ‘구입’한 이들에게 목숨을 위협받았기에 더 이상 ‘어른’들을 믿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어른’이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라고 줄기차게 말하며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더라도 그 어른이 다시 한번 배반을 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그녀는 불안해 하는 것이었다.


불안해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비록 육체적 나이는 똑같지만, 정신적으로는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하는 그였기에 과거의 자신과는 달리 그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냘퍼보였으며 바스라져 산산조각이 나 버린 것만 같은 사파이어와 같은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어린 시절의 자신은 어렸기에 그녀의 불안감을 알지 못했고 제국에 투신하여 함께 암살자의 길을 걷게 된 이후로는 오로지 그것만 위해 달려왔기 때문에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 알겠다. 그녀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연약한 여자인지.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리뮤얼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에 올렸다. 갑작스러운 리뮤얼의 이해못할 행동에 달리아는 어쩔 줄 몰라하며 그의 눈치만 보았다.


"호오. 꼬맹이. 야하네."


괜히 텐션이 오른 아이샤가 뭐가 그리 좋은지 낄낄대며 박수를 치고 있었지만, 적당히 무시하고는 조심스럽게 안아 주었다.


"리...리뮤얼..."

"미안...내가 네 마음을 깊게 헤아리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해. 내 생각이 짧았어. 아무리 어른인 척 하려고 해도 결국 나는 어린아이 인가봐. 그때 좀 더 너에게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정말 미안해."

“하긴 생각해보니 넌 정신도 어린아이 맞네, 맞아. 깔깔깔.”


악마와 계약을 맺은 리뮤얼에게만 보이는 요정이 비웃고 있는 것도 모른체 자신을 조용히 안아주고 있는 리뮤얼의 가슴속 깊숙한 곳에서 울려 퍼지는 그의 진심이 조용히 듣던 달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터질것만 같이 심하게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어...어째서야???'


자신의 거세게 울려 퍼지는 심장이 맞닿아 있는 그의 오른쪽 가슴에 닿아 서로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하게 요동쳤다. 당황해서 그의 품 안에서 나오고 싶었지만, 그의 손길을 벗어날수도 거부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따사롭고-그래서 온 몸을 억눌렀던 긴장감이 풀리며 간신히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아..."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넝마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더러운 리뮤얼의 옷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의 얼굴에서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슬픔이나 그런 이유에서 흐르는 것이 아닌-안도와 기쁨에서 흐르는 눈물이 참지 못하고 그녀의 눈에서 하염없이 쏟아 나오고 있다.


"다...달리아, 괜찮은거야?"


자신의 품에 안긴 달리아가 갑작스럽게 눈물을 흘리자 당황하며 물었다. 그런 그에게 울음에 망가진 얼굴을 보이기 싫은 듯, 그녀 스스로 리뮤얼을 힘껏 끌어안으며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으응...미안. 걱정을 끼쳐서.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정말로 괜찮으니깐, 나는."


천천히 리뮤얼의 품에서 나온 달리아가 그를 향해 웃음을 지었다. 이 지옥과도 같은 곳에 들어온 이후 단 한번도 미소를 보이지 않은 그녀가 처음으로 보인 미소는 그 어떤 티끌도 보이지 않은 밝고 깨끗한 미소였다.


'그녀가 이런 미소를 보여준 적이 있던가?'하는 생각이 들 무렵 달리아는 힘껏 리뮤얼의 손을 잡아당기며 어두운 통로의 건너 밝은 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곳으로 동료들과 제국의 암살자들과 함께 걸었다. 그 어떤 걱정이라도 그와 함께라면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작가의말

너무 오랜만에 올린 듯;;;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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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운명의 첫째날-3 17.05.30 193 5 10쪽
19 운명의 첫째날-2 17.05.27 215 4 12쪽
18 운명의 첫째날-1 17.05.22 247 4 11쪽
17 제국의 그림자들-9 17.05.19 270 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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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제국의 그림자들-7 17.05.08 539 7 9쪽
» 제국의 그림자들-6 17.05.06 337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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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제국의 그림자들-3 17.04.27 430 7 8쪽
10 제국의 그림자들-2 17.04.23 515 6 12쪽
9 제국의 그림자들 17.04.20 565 7 8쪽
8 첫 살인, 그 이후 17.04.19 573 8 7쪽
7 첫 살인 17.04.18 658 9 9쪽
6 과거로의 회귀-4 17.04.17 640 12 7쪽
5 과거로의 회귀-3 17.04.16 659 8 8쪽
4 과거로의 회귀-2 17.04.15 754 10 9쪽
3 과거로의 회귀-1 17.04.15 1,352 11 10쪽
2 (프롤로그)악마와 계약을 맺다 17.04.13 977 12 15쪽
1 (프롤로그)죽음을 선택하다 17.04.13 1,137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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