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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암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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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도베어
작품등록일 :
2017.03.22 03:25
최근연재일 :
2017.05.30 09:25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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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21
추천수 :
156
글자수 :
88,854

작성
17.04.20 22:04
조회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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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8쪽

제국의 그림자들

DUMMY

암살이라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매우 힘든 작업이다. 대상자의 동선, 직업, 취미와 같은 일련의 행위들, 버릇같은 것을 꿰차고 있어야 더욱 확실한 작업이 되는 동시에 그것 자체도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암살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 주목해야만 하는 것일까?


당연한 일이지만, 내부에서 도와줄 사람을 매수하는 일이다.


제국의 그림자를 자처하는 암살자들에게 마스터란 불린 남성이 해야 할 일은 이 나라의 국왕을 사로잡는 일이다.

그는 자체적인 정보망과 협력자를 통해 이 나라의 국왕과 귀족들의 엽색적인 취향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다. 아무리 한 나라의 실권을 쥐고 있는 권력자라 하더라도 그런 변태 취향이 알려지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협력자는 그런 행위를 더 이상 보지 못하고 나라를 들어 엎어 버리는데 찬성해서 자신들과 연결이 가능하게 된 것이니 신민들에게 알려진다면 적잖은 손해가 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할 일은 그 국왕과 귀족들을 모조리 잡아 신민들 앞에서 하나하나 고하고는 혹시나 모를 불평분자들의 반란 자체를 완전히 미연에 방지하는 일이다. 반란도 무엇인가 중심이 되는 인물이나 혹은 명분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인데 그럴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 이렇게 하늘이 용서하지 않을 정도로 변태들에 불과하다면 누가 반역에 손을 빌려주겠는가?


마스터와 암살자 5인은 잘 알려지지 않은 성의 후문 주위에 몸을 숨겼다. 후문에는 병사 두 명이 졸음을 참아내며 간신히 서 있는 것이 멀리서조차 보일 수준이었다.


“교대 시간은 얼마나 남은 거지?”


마스터가 중얼거리듯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자 뒤에 있던 암살자 중 한명이 입을 열었다.


“협력자의 말대로라면 자신의 영향력이 닿는 병사들과 곧 고대할 겁니다.”

“그런가...”


암살이나 사보타지와 같은 정교한 작업을 함에 있어 당연하지만 상대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협력자를 구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다.


얼마 시간이 흐르지 않아 문이 열리면서 다른 병사들과 근무 교대를 하는 것이 보였다. 간신히 잠에 빠져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쁨을 감추지 않은 근무자들은 한시바삐 숙소로 돌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대한 근무자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무엇인가 결심한 듯 굳은 표정과 함께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살며시 빼들었다.


이 날을 위해 날카롭게 재련이라도 한 듯, 창백한 달빛을 받아 어둠속에서도 비추어지는 검의 빛은 그 모습을 열실이 비추고 있었다.


“간다.”


마스터의 말에 뒤에 있던 암살자들은 함께 어둠 속에서 녹아 있던 모습을 보이며 천천히 후문을 향해 걸어나갔다.

후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은 미리 연락이 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없는 어둠속에서 갑자기 등장한 그림자에 놀라며 미리 받았던 암구어를 외쳤다.


“아...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언젠가 다가올 여명.”


잔뜩 긴장한 병사 두 명은 미리 약속된 암구어를 어둠 속에서 받자 잔뜩 수축되었던 몸이 녹아내리는 것과 같은 느낌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재...재무상님과 연락이 되었던 분들입니까?”

“그렇다.”

“오...오시길 기다렸습니다. 재무상님께서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곳 경비는 안해도 되겠는가?”

“괜찮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어차피 오늘이면 모든 것이 뒤흔들린다 들었으니깐요. 그럴 리 없겠지만, 실패한다면 어차피 저희는 반란죄로 모두가 목이 달아날 것이 뻔 하고요.”


즉 이들은 역시 자신의 목을 걸고서 이 일에 동참을 했다는 이야기이다.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이 일에 동참했음을 보이는 경비병들을 보며 마스터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듯, 그답지 않게 소리 없는 웃음을 지으며 경비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걱정할 것 없네. 오늘이 지나고 나면 이 나라는 모든 것이 바뀌어 있을 테니깐.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재무상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게나.”


마스터의 말에 용기를 얻은 것인지 경비는 굳은 표정을 한결 벗으며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들의 뒤를 마스터와 암살자들이 따라간다.

긴장감 때문인지 끈적거리는 어둠속을 지나 돌계단을 다 올라가자 눈을 환하게 비추어주는 횃불과 동시에 작은 문을 통해 간단하게 궁 안으로 들어섰다.

화려한 석조 조형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침입자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가운데 경비병은 조금 떨어진 곳으로 안내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조형미를 갖춘 문이다. 어느 나라나 ‘돈’을 다루는 이는 권력 구조상 높은 자리에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소국이라 하더라도 재무상이라면 이곳을 집무실로 두는 것은 무리가 아니리라.


“여기입니다. 재무상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자네들은 여기서 기다리게나.”


함께 온 암살자에게 넌지시 말을 꺼낸 그는 홀로 재무상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겉보기와는 달리 의외로 검소한 분위기의 집무실이 가장 먼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업무를 보기 위한 책상과 공문서만이 이 공간을 차지할 뿐인-극히 사무적인 공간이었다. 마스터가 들어가자 의자에 앉아있던 이 방의 주인이 일어서 그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자국의 국왕을 상대로 사보타지를 하러온 암살자를 맞이하는 것 치고는 너무 반갑게 맞이하여 호감을 사는 얼굴이라 하더라도 경계를 했을텐데 쥐와 같은 얼굴상이니 더더욱 꺼려질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이미 모든 것에 대한 조사가 끝난 상황인지라 딱히 걱정을 하진 않지만 말이다.


“어서 오십시오. 당신이 오시길 기다렸습니다.”


우아하게 맞이하는 재무상을 상대로 마스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당신의 협력 덕분에 각 귀족들의 거주구에 대해서 잘 알게 되었소. 이에 감사를 표하오.”

“아닙니다. 도리어 여러분들 덕분에 제가 품고 있던 응어리가 풀리게 되어 오늘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응어리라면... 역시 이 나라 국왕과 귀족들의 악취미 때문이오?”


그의 말에 재무상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런 그의 표정을 통해 대략적인 것을 읽은 마스터는 굳이 그 이상을 캐묻지 않았다. 어쨌든 재무상은 그의 협력자인 동시에 이 국가의 재무 상황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생각과는 별개로 의자에 앉은 재무상이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넌지시 마스터를 향해 운을 떴다.


“당신께서는 국왕을 사로잡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계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조금이라도 좋으니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알겠소. 하지만 알겠지만 시간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니 감안을 해 주시오.”


그의 말에 재무상은 사심없이 환한 표정을 지었다.


“감사합니다....정말로...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렇게 재무상은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가 모시던 전임 국왕은 진심으로 신민들을 아껴주며 재해가 발발하면 개인 재산을 아낌없이 털어가며 신민들을 돕는 선군이었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의 사망 이후, 한 명밖에 없었던 그의 아들이 국왕이 되고 난 이후부터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평소에도 포악한 성격을 지니고 있던 그는 국왕이 되고 난 이후 더욱 심해져 오늘날에 이르렀던 것이었다.


물론 모두가 국왕의 정신나간 행위에 찬동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간언을 했던 이들은 모두들 간단하게 목이 날아가 버렸다. 아무도 국왕의 행위를 막을 수 없었다. 그런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흘러 나왔지만, 마스터의 눈은 냉정했다.


‘정말로 정신 나간 국왕을 막고 싶다면 스스로가 나서서 반란을 주도하던 아니면 목을 따 버리면 될 것을. 결국 나서는 것이 두려운 소인배, 겁쟁이라는 것이 아닌가? 스스로의 운명을 스스로 쟁취하지 못하고 남에게 기대려는 무책임에 지나지 않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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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암살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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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운명의 첫째날-3 17.05.30 193 5 10쪽
19 운명의 첫째날-2 17.05.27 215 4 12쪽
18 운명의 첫째날-1 17.05.22 247 4 11쪽
17 제국의 그림자들-9 17.05.19 270 7 17쪽
16 제국의 그림자들-8 17.05.11 339 6 11쪽
15 제국의 그림자들-7 17.05.08 539 7 9쪽
14 제국의 그림자들-6 17.05.06 337 6 9쪽
13 제국의 그림자들-5 17.04.28 556 6 8쪽
12 제국의 그림자들-4 17.04.27 364 7 8쪽
11 제국의 그림자들-3 17.04.27 430 7 8쪽
10 제국의 그림자들-2 17.04.23 515 6 12쪽
» 제국의 그림자들 17.04.20 566 7 8쪽
8 첫 살인, 그 이후 17.04.19 573 8 7쪽
7 첫 살인 17.04.18 658 9 9쪽
6 과거로의 회귀-4 17.04.17 640 12 7쪽
5 과거로의 회귀-3 17.04.16 660 8 8쪽
4 과거로의 회귀-2 17.04.15 754 10 9쪽
3 과거로의 회귀-1 17.04.15 1,352 11 10쪽
2 (프롤로그)악마와 계약을 맺다 17.04.13 977 12 15쪽
1 (프롤로그)죽음을 선택하다 17.04.13 1,137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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