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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도베어 님의 서재입니다.

제국의 암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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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도베어
작품등록일 :
2017.03.22 03:25
최근연재일 :
2017.05.30 09:2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1,317
추천수 :
156
글자수 :
88,854

작성
17.04.27 05:46
조회
429
추천
7
글자
8쪽

제국의 그림자들-3

DUMMY

모든 것은 황제폐하의 뜻이다.

그는 수없이 많은 이들을 죽이고 죽이고 죽여오면서 그것을 잊은 적이 없었다.

황제폐하. 이제 막 8살이 되었지만, 그분은 진정코 군왕의 자질을 지니신 분이시다.

그분의 빛이 비추어지는한 제국이란 불은 영원히 꺼지지 않고 이 세상을 비추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황제의 은총을 거절한 놈들에게 있어 그는 신속한 철퇴를 가지고 온다. 그것이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살인이 가지고오는 광기와 측량할 수 없는 어둠에 빠지지 않고 영원히 제국의 종으로서 황제를 모시는 봉사된 자리를 누리는 영예를 누릴 수 있는 것이리라.


라이노라는 이름으로 불린 사내에게 있어서 그렇기때문에 살인이라는 것은 그저 하나의 의무에 불과한 일이다.

마땅히 해야만 할 일. 거기에 있어서 감정적인 것이 들어가서는 안된다. 적에게 자비를 보이지 말고 적을 으깨 죽임에 있어서도 절대로 성취감도 느끼지 말아야 할 것. 그런 그것이야말로 제국과 황제께 바치는 숭고한 의무인 것이다.


그런 그는 재무상이 미리 알려준 지도를 통해 쉽게 지하감옥까지 도착했다. 두터운 나무와 철제가 덧붙여진 문을 보며 라이노는 동행한 그리즐리를 보았다. 암흑 속이라 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눈빛만큼은 무서울만큼 또렷하게 보였다.


"여기 맞지?"

"그래, 이곳이야. 그나저나 나로서는 도저히 짐작을 못하겠어."

"뭐가?"

"마스터말이야. 정보대로라면 여기에 있는 이들은 변태적인 행각에 놀아난 희생자들 뿐인데 그분의 그림자인 우리들이 어째서 굳이 그 아이들을 구해야 하는거지?"

"그건 아마..."


라이노가 잠시 말을 끊다가 그 뒤를 이었다.


"그가 마스터인 이유겠지. 우리는 단순히 폐하와 제국의 적을 제거하는 제국의 그림자요, 망치요, 독약이요, 검이지만 마스터에게 있어서는 아니라는 것이지."


약간 동문서답적인 대답이었지만, 나름 라이노의 생각이 깃든 답변이기에 그리즐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 문을 통해 암흑이 지배하는 내부가 그들을 맞이하였다. 지하 특유의 쾌쾌한 냄새가 그들을 먼저 환영했다.

그와 함께 곰팡이냄새, 무엇인가 썩는 냄새 등...일반인이라면 기겁을 할 온갖 냄새들이 섞여서 그들의 코를 간지럽게 했지만, 이런 것은 이미 익숙해진지 오래인 그들인지라 아무렇지 않게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뭐...뭐냐 네놈들은?!"


순간 지하감옥 안에 있던 귀의 일부가 뜯겨진 간수가 깜짝 놀라며 들고 있던 몽둥이를 꼬나쥐었다. 이전에 하려다가 실패한 성적 만족을 해결하기 위해 남몰래 이 시간에 지하감옥으로 내려왔는데 누군가 들어왔으니 깜짝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게 그의 마지막이었다.


간수가 쥔 몽둥이를 스치며 나이프가 날아들었고 그것은 정확하게 간수의 목에 꽂혔다. 순간적으로 덮치는 고통에 바닥을 구르며 자신의 목에 꽂힌 나이프를 뽑으려 했지만, 허사였다. 애초에 목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수없이 많은 약점중에서도 치명적인 부분이다. 그곳에 나이프가 정확하게 박혔는데 살아남을 수 있을 리 없다.


"커...커억..."


고통에 괴로워하는 간수를 보며 나이프를 던진 라이노는 아무렇지 않게 나이프를 뽑아 간수가 목을 부여잡으며 죽어가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쳐다보며 주위를 살펴 보았다.

비어있는 몇개의 감옥들과 거기에 수감되어 있는 5명의 소년, 소녀들. 마스터가 말한 이들은 아무래도 저 아이들인 모양이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죽은 간수의 품에서 열쇠를 꺼내서 감옥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대소변도 제대로 처리를 할 수 없어 헛구역이 나올 정도로 열악하기 짝이 없는 곳에 라이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기이함이었다.

듣기로는 이 아이들은 국왕과 귀족들의 변태적인 살인 행각에 휘말려 죽을 운명에 처해있는 아이들이라고 했다.

아니, 굳이 어린 아이들이 아닌 성인이라하더라도 이런 곳에서 하루하루 자신의 죽을 나날을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미쳐버릴 지 모르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기이하게도 저 아이들의 눈빛에서는 죽음의 공포를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저 아이들의 눈빛은 그게 아니다. 살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 살 수 있다는 기대감. 그런 것들이 이 어둡고 더러우며 생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공간에서 기이할 정도로 살아 숨쉬고 있었다.


'흐음...재미있는데?'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얼굴을 덮고 있던 것을 벗으며 아이들에게 다가섰다.


"괜찮니, 얘들아?"


하지만 그런 그의 말에 아이들의 경계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당연하다. 갑자기 나타나 간수를 아무렇지 않게 죽인 사람을 보며(설령 자신들을 괴롭히던 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다가선다는 것을 쉬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이고 자신은 이 아이들을 약속된 지점으로 데리고 가야만 했다.

그랬기에 그는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지었다.


"걱정마. 난 너희들을 도와주러 왔어."


그의 말에 감옥 한 구석에서 밝게 빛나던 눈빛들이 빠르게 서로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세웠다.


"저...정말로 저희들을 도와주러 오신 건가요?"


한 소녀가 쭈뼛쭈뼛 거리며 물어보았다.

"그래, 걱정하지 말고 이리 나오렴. 나쁜 놈들은 이 아저씨가 혼내줄 테니깐."


이 아이들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마스터는 이 아이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목표는 이 아이들을 무사히 목적지까지 데려가야만 한다. 그리고 그렇기 위해서는 몸에 익은 일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호감을 사야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도 어울리지 않다고 느끼는 미소를 지으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그런 그의 노력덕분이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아이들끼리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더니 이내 서로를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흑...흐윽...이...이제 우리는 산거야?"

"그래, 우리 모두 산거야..."

"바보같이..왜 울어...바보같이..."

"리뮤얼이 말한대로 우리를 구해줄 사람이 왔어...흑."


아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안도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마 여태까지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 짖누르고 있던 죽음의 공포가 주는 긴장감이 일순 풀렸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도 이해가 갔다.


"어이."


옆에서 그리즐리가 눈치를 줬다. 이대로 시간을 지체해도 되는가하는 물음이었다. 그리즐리의 우려가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노는 고개를 저었다. 그도 첫 살인과 그 과정속에서 어둡고 칙칙하기 짝이 없는 죽음과 공포와 그것이 일순 풀렸을 때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리즐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그대로 데려간다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차리고 난 이후에 데려가는 것이 훨씬 이성적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 얘들아, 여기에서 있지 말고 아저씨하고 같이 안전한 곳으로 가지 않겠니?"


라이노는 아이들을 다독이며 천천히 감옥 밖으로 나가 마스터가 기다리고 있을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앞장서서 나아가는 라이노와는 달리 가장 후미에 선 그리즐리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리뮤얼이 말한대로 우리를 구해줄 사람이 왔어...? 저 꼬마들 중 리뮤얼이란 놈은 우리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다 그리즐리는 자신도 모르게 작게 웃음을 남겼다. 그저 우연의 산물이겠지. 아마 리뮤얼이란 꼬마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 그런 거짓말을 했고 우연찮게 자신들이 오게 된 것이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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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제국의 그림자들-5 17.04.28 555 6 8쪽
12 제국의 그림자들-4 17.04.27 364 7 8쪽
» 제국의 그림자들-3 17.04.27 430 7 8쪽
10 제국의 그림자들-2 17.04.23 515 6 12쪽
9 제국의 그림자들 17.04.20 565 7 8쪽
8 첫 살인, 그 이후 17.04.19 573 8 7쪽
7 첫 살인 17.04.18 658 9 9쪽
6 과거로의 회귀-4 17.04.17 640 12 7쪽
5 과거로의 회귀-3 17.04.16 659 8 8쪽
4 과거로의 회귀-2 17.04.15 754 10 9쪽
3 과거로의 회귀-1 17.04.15 1,352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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