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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도베어 님의 서재입니다.

제국의 암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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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도베어
작품등록일 :
2017.03.22 03:25
최근연재일 :
2017.05.30 09:25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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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56
글자수 :
88,854

작성
17.04.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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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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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8쪽

제국의 그림자들-5

DUMMY

광장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개미새끼처럼 가가호호 모여들고 있었다. 대부분 성인남녀들로 후작이 거느리고 온 병사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어른들만 모으고 있는 중이다.

생각지 못한 일에 자다 깬 이들은 충격을 받으며 조심스러운 모습이 역력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자다 눈을 떠보니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단 하룻밤 사이에 변해버렸으니 그 충격이 오죽할 것인가. 그나마 그들 입장에서 다행이라면 후작의 병사들은 금품 갈취나 그런 것을 일절 하지 않고 오로지 그들을 광장으로만 모으고 있는 것에 주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일말의 안도감과 동시에 불안감들이 그들의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인간적 도리’라는 것은 전쟁에서 승리를 얻은 이들이 보여줄 수 있는 아량에 불과하니깐.


모일 수 있는 이들이 다 모였는지 광장을 가득매운 군중들을 병사들이 지켜보고 있을 무렵, 이나리 후작이 과장스러운 몸동작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군중들을 향해 외쳤다.


“보아라! 그리고 듣거라! 나는 제국의 이나리 후작이라고 한다!”


마치 어떤 마법을 부린 것처럼 후작의 목소리는 수만명의 사람들의 귀에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려왔다. 그런 후작의 목소리와 군중들을 감싸고 있는 병사들의 무기가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고 그를 경청하게 만들었다.


“본인은 위대하신 만물의 아버지, 황제폐하의 명을 받아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그는 잠시 말을 끊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불안감.

두려움.

공포.


그와 같은 마이너스 감정들이 소리 없는 비명소리와 함께 광장을 가득 채웠다.

그들이 느끼는 공포를 즐겁게 만끽하며 좀 더 그것을 심어주고자 목소리의 톤을 바꾸었다.


"지엄하신 황제폐하께서는 아무리 점령당한 나라의 백성들이라 하더라도 모두 자신의 아이와 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 본인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의 말에 군중들 사이에서는 잠시 안도감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그분의 자식이 될 수 있는 인간을 사랑하지만, 너희들은 인간이 아니다! 개돼지다! 아니, 짐승도 자신을 무는 적에게는 이빨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너희들은 무엇인가! 이걸 봐라!"


이나리 후작의 말이 끝나자 뒤에서 잠자코 있던 이나리 후작이 조용히 바닥에 널부러져있던 돼지 국왕을 일으켜세웠다. 아직 입이 막혀 있어서 제대로 말도 못하고 공포심에 허덕거리는 돼지를 일으켜세우며 군중들이 똑똑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너희들의 피를 빨아먹으며 기름을 짜대던 이 나라의 왕이란 구더기다! 우리는 그분의 대의와 정의를 위해 이 구더기를 피를 흘리며 잡으러 왔다! 그러나 정작 이 나라의 백성들이자 구성원인 너희들이 한 일이 무엇인가! 그저 별볼일 없이 떨어지는 콩고물에 기대 이 구더기가 하는 온갖 더러운 일과 부조리를 참으면서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넘기는 일이 인간이 할 일인가! 그래서 너희놈들은 그분의 아이가 될 자격이 없다! 인간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그저 구더기의 똥이나 빨아 재끼는 구더기 미만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너희들은 살아 남을 가치가 없다!"


그와 동시에 군중들을 둘러싸고 있는 병사들의 창과 무기가 일출과 함께 비추어지는 붉은 광선을 받아 불길하기 짝이 없는 기운을 낼름거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살기등등한 병사들이 군중들을 싸그리 '청소'해버릴 것만 같은 분위기에 군중들은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


패닉이 극심해지면 군중들의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이제 슬슬 채찍을 거두고 먹을 것을 던져주어야 한다.


"저거 그거 아닙니까, 착한놈 나쁜놈 전술,"


이나리 후작의 뒤에서 국왕을 잡고 있던 나이트 호크가 마스터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암살자인 자신도 필요에 따라 고문을 할 때 간혹 쓰는 방법이다. 먼저 심하다싶을 정도로 강하게 나가서 상대의 마음을 꺽어 버리고 그 다음으로는 고문을 당하는 사람의 고통과 심정을 자신도 이해하고 있고 이런 것은 자신의 본심이 아니니 이해해달라. 그러니 너도 그만 마음 고쳐먹고 알고 있는 것을 털어내고 마음이 편해지는 쪽을 택해라.


간단한 방식이지만, 의외로 인간의 마음은 약해서 많이 먹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마스터께서 말씀하신 것과는 좀 다르지 않습니까?"

"뭐가 말이냐."

"마스터께서는 군중들을 상대로 조작을 위해서는 '죄책감'과 같은 것이 필요하시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후작이 쓰는 방법이 효과적인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죄책감과는 전혀 다른 것이지 않습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군. 지켜보고 있게나. 곧 시작할테니."


이나리 후작은 나이트 호크가 잡고 있던 국왕의 입에서 헝겊을 빼냈다. 입에 고여있던 더러운 침과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함께 쏟아져나왔다.


"말해라, 구더기야. 네놈이 지은 죄를. 저 아래 있는 놈들이 똑똑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으...으으..."

"말하지 않는다면 네놈이 행한 것 그대로 돌려주겠다. 사자밥으로 만들어버리는 걸 원하나? 아니면 철퇴로 너의 그 역겨운 육체를 하나하나 잘 다져진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버릴까? 아니면 너의 죄를 하나하나 저들에게 말하는 것을 선택하겠나? 원하는 것을 골라라, 구더기야."


이나리 후작의 차가운-그리고 살기어린 말에 실금을 한 국왕은 두려움을 삼키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지...짐은..."

"더 크게 말해라."

"짐은...큰 죄를 지었다. 너희들이...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세금을 강제로...징수했다."

"그걸 말하는 것이 아닐텐데? 네놈의 그 추악한 취미생활을 그 아가리로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면 그 목을 뜯어버릴테다."


후작의 협박에 화들짝 놀란 국왕은 보기 흉할 정도로 벌벌 떨며 다시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너희들의 어린 아이를 사서 말 못할 짓을...자행했다."

"세세하게 말해라. 네놈이 어떤 짓을 하고 그것을 어찌 즐겼는지."

"너희 평민들에게 돈을 주고 사온 아이들을...내 취미에 썼다. 호랑이의 먹잇감으로 던져주고 내장이 질질 끌리는 것을 기쁘게 보았다. 아이들을 용병과 싸우게해서 죽어가는 것을 술을 마시면서...환호하며 보았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자행해왔던 악행을 하나하나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끔찍한 소리였다.

특히 가난에 자신의 아이들을 국왕의 사자라는 자에게 얼마간의 돈을 받고 팔았던 부모들은 더 큰 충격에 휩싸였다.

물론 자신들이 자신의 아이를 팔았다. 하지만 가난에 입을 덜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세뇌시켰고 실제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팔려간 자신의 자식들이 그렇게 어이없이,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이야기가 달라진다.


충격.

비탄.

혐오.

증오.

비애.


온갖 감정이 국왕에게 자신의 아이를 판 부모들을 덮쳐갔고 그것은 곧 주위 사람들로 전염되어 분위기를 고조시켜갔다.

이미 그들에게는 새로운 지배자에 대한 두려움이나 저항, 반감과 같은 것들은 없어진지 오래다. 군중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온갖 감정들이 한곳에 뭉쳐 생겨난 것은 오로지 단 하나-증오뿐이었다.


"죽여! 저 개새끼를 죽여버려!"


누군가가, 어디에선가 격한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그것을 시작으로 마치 봇물이 터지듯 증오와 한이 서린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우리 아이! 우리 아이를 내놔!"

"죽여버릴테다! 우리 아기를 죽인것처럼 너의 그심장을 갈가리 찢고 씹어먹을테다!"

"그 돼지새끼를 이리로 보내!"


군중들은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무장한 병사들만 아니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들이닥쳐 국왕을 맨손으로 찢어 죽일 것과 같이 외쳤다.

유례가 없을 정도로 자신의 발 아래에 깔려있는 것이 마땅하다 생각한 이들이 눈으로 보일 정도로 강렬한 살의를 보이며 들어 엎어버릴 모습을 보이자 돼지 국왕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아니, 치려고 했으나 즉시 나이트 호크에 막히고 말았다.


"닥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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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과거로의 회귀-2 17.04.15 754 10 9쪽
3 과거로의 회귀-1 17.04.15 1,352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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