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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도베어 님의 서재입니다.

제국의 암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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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도베어
작품등록일 :
2017.03.22 03:25
최근연재일 :
2017.05.30 09:25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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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56
글자수 :
88,854

작성
17.04.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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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프롤로그)죽음을 선택하다

DUMMY

폐하, 이 제국을 지탱하고 계시는 하늘보다 높으신 폐하께옵서는 모르시는 것이 당연하시겠지만, 저는 멀리서 폐하를 지켜보고 있었사옵니다.


폐하, 저는 제국에 두 번의 은혜를 입어사옵니다.

한 번의 은혜로 저는 목숨을 건졌고 폐하를 어둠에서나마 섬길 수 있다는 은혜를 입었사옵니다.


알고 계십니까? 저는 아직도 저의 첫 사냥감을 기억하나이다. 폐하의 은덕도 알지 못하고 그저 제국에 기생하며 암덩어리마냥 모든 부분을 병들게 하던 그런 쓰레기였나이다. 저는 아직도 그 쓰레기를 죽인 것을 기억하며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저 같은 놈도 이 제국을 위해-그리고 황제폐하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기 때문이옵니다.


폐하, 저는 짐승에서 인간으로 만들어 준 폐하와 폐하의 제국을 진심으로 감사하며 숭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처음으로 제국의 힘을 느낀 날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었사옵니다. 그래서 제국의 내외부에 존재하는 적들을 상대하는 것에 절대로 불평이나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뇌물을 밝히던 고관을 목을 베고, 평화를 외치던 사제의 두 눈을 파고, 공화국의 유능한 장군의 머리를 으깨버리더라도, 성녀를 불태워 죽여 버리는 그날도 저는 아무런 죄책감이 없었사옵니다.


제가 당신을 섬길 수 있어서 정말 기쁘기 그지없었습니다.


폐하... 죄송하나이다.

폐하의 신실한 종이 정말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차라리 제가 죽어서 이 죄를 털어낼 수만 있다면 그리하겠습니다.

폐하...정말로 죄송합니다...


----------------------------------------------------------------------------


"빨리 불어! 누가 너희들에게 그런 짓을 시켰는지!"


고문관이 사디스틱한 미소를 지으며 압착기를 서서히 돌리기 시작했다.

그들식으로 표현하자면 그것은 '대갈까개'라 이름이 붙은 것으로 고문을 당하는 희생자의 머리를 단단한 두개의 나무 사이에 두고 천천히 조이는 무자비한 고문기계였다.


고문관의 말에 따르면 이 '대갈까개'는 매우 효과적이라서 모든 희생자들은 자신이 모르는 일까지 죄다 입에 올리거나 혹은 압착기에 의해서 머리가 깨져 뇌수를 흘리며 죽는 일, 두 개 중 하나만 존재한다고 자랑했다.


"차..차라리...죽여줘..."


아직 20세가 되지 못해 앳된 얼굴을 한 희생자가 부풀어 오른 입술 사이로 깨진 이빨을 내 뱉으며 외쳤다. 아니, 외치려고 했으나 고문의 영향으로 깨져서 비어버린 이빨 사이로 간신히 말을 내 던졌다고 해야 할까.


그의 말에 고문관이 극히 분노에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대갈까개에 걸려 있는 그의 머리를

우악스럽게 잡고는 그대로 잡아 올렸다.


"누가 너 따위가 죽어도 좋다고 하더냐! 네놈은 황제폐하 시해범이야! 네놈이 알고 있는

그 모든 것을 뱉어내고도 쉽게 죽을 수는 없을 줄 알아!"


극히 분노한 고문관은 화풀이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주먹을 굳게 쥐고는 그의 얼굴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이것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한 행위가 아닌 순수하게 분노에 화풀이를 하는 수준이지만, 용서해주리라 믿고 있다.


어쨌든 이놈들은 제국을 홀로 지탱하시는 지엄하신 황제폐하를 무참히 시해한 죽어 마땅한 놈들이니깐.


"나...나는..."


그는 고문관의 말에 이의를 달고 싶었다.

아니다. 아니라고.

나 역시 너와 마찬가지로 그분의 종이라고. 그분을 섬기며 그분의 뜻대로 제국이 융성해지길 바라는 종이라고.


하지만 그런 말은 그의 목구멍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말할 수 없었다. 어쨌든 그는 그런 황제폐하를 시해한 천인 무도할 대역 죄인이니깐.


"퉷! 이 개자식. 얼마나 버티나보자. 너의 아가리에서 모든 죄를 실토하고 뒤에 있는 놈들의 이름을 불지 않으면 대가리가 깨져서 뇌수를 내뱉어내는 것이 먼저일지."


고문관은 가래침을 그의 얼굴에 거칠게 내뱉고는 다시금 대갈까개의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대고는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끼릭끼릭거리는 거친 쇳소리가 들리더니 그의 머리와 턱에 고정된 단단한 나무가 다시금 그의 머리를 짓눌렀다.

머리가 깨질 것만 같은 고통, 지금 당장이라도 머리가 박살나서 죽어버렸으면 하는 심정까지 있지만, 노련한 고문관은 그저 고통을 주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할 뿐, 아직 그가 죽게 내버려둘 생각은 없다. 그저 조여 대는 붉은 나무토막(죽은 희생자들의 끈적끈적한 피로 색을 물들여 붉게 변한 것이지만)에 머리뼈가 금이 가고 턱이 으스러지는 고통만이 그를 감쌀 뿐이었다.


고통에 정신을 잃어가는 그의 눈앞에는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고문실의 풍경이 아니라 흰 눈이 내리는 산의 풍경이었다.


얼어붙어 버릴 정도로 시린 대기에 숨결이 그대로 얼어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매서운 추위였다. 계절적인 요인도 있지만, 제국과 공화국의 경계에 있는 열망의 산이라 이름이 붙은 이곳은 예로부터 강추위로 이 지역에서는 유명한 곳이었다.

그 때문에 사람의 왕래가 뜸한 곳이었기에 암살자인 자신들이 올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상관으로부터 명령이 내려온 이상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확한 날은 알 수 없지만, 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약 10일 정도면 십여 명의 기사들과 마차가 지나갈 것이니 어떤 수를 써서라도 암살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들은 제국을 공화국에 팔 매국노이니 반드시 죽이라고.


그 말에 리뮤얼은 반드시 이 일을 완수하겠노라-그렇게 어쌔씬 마스터에게 맹세했다. 반드시 제국의 암을 제거하겠노라고.


그렇게 압도적인 한기가 닥친 열망의 산에서 리뮤얼과 동료들은 3일간 뜬 눈으로 지켜본 결과 마스터의 말대로 십여 명의 기사들과 마차가 지나갔고 미리 준비해둔 덫으로 그들이 혼란에 빠진 틈에 모두 죽여 버릴 수 있었다. 생각 외로 완강히 버티고 강한 실력을 가진 기사들 때문에 실패하는가 싶었지만.


"이 안에 목표물이 있는 거야?"


그의 동료 중 한명인 달리아가 말했다.


"마스터의 말대로라면."

"뭐, 그분의 정보가 틀린 적은 없었으니깐 맞겠지."

"어서 처리하고 돌아가서 보고하자고."


다른 동료들이 번갈아가며 말을 꺼냈다.


평소대로 해오던 일들이다. 목표물을 확인한다. 과정은 불필요하다, 오로지 결과만이 이야기할 뿐이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목표물을 제거한다.

그게 자신들이 해오던 일이다. 그러나 왜일까? 마차의 문을 열고 목표물을 죽이려는 리뮤얼은 자신의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꼈다.

답답했다. 숨이 턱턱 막혀오며 머리가 어지럽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죽여 오며 이런 적이 없었는데.


그는 다른 동료들이 알지 못하게 숨을 수차례 들이마시고는 내쉬며 허파를 차가운 공기로 가득 채우고는 마차의 문을 강하게 열며 안에 있는 목표물을 향해 들고 있는 검을 내 찔렀다.


뜨거운 피가 그의 얼굴에 튀었다. 아니, 뜨거웠던 피일 것이다. 인간의 마지막 생명을 꽃피우는 그것조차 열망의 산은 그대로 차갑게 식혀 버렸다.

마치 죽어버린 생명체를 상징하는 것처럼.


"뭐야? 어린애잖아?"


마차 안을 본 동료가 어이없다는 듯이 외쳤다.

확실히 마차 안에 있던 단 한명의 목표물은 아직 소년티도 제대로 벗어내지 못한 리뮤얼이 보더라도 어리다고 느낄 정도로 어린이였다.

앳된 티가 남아있는 금발 소년은 목에서 하염없이 흘러나오는 피에 헐떡거리다 이내 쓰러지고 말았다.


"이거 우리가 뭐 잘못알고 있는 것 아냐? 마스터 말대로라면 제국의 고위 정보를 팔아먹으려는 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리뮤얼보다도 어린 애라니...설마 정보에 혼선이라도 온 것 아냐?"


제국의 숨겨진 검으로서 수없이 많은 암살을 하면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혼란스럽기만 한 그들 사이로 새된 소리가 울렸다.


"꺄아아악!"

"무...무슨 일이야, 달리아!"


달리아의 비명소리에 리뮤얼이 깜짝 놀랐다. 속으로는 겁이 많은 울보인 그녀지만, 이 길에 들어선 이후 그것을 줄곧 감추고 살아왔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비명을 내질렀다. 도대체 왜?

다른 동료들도 달리아의 비명에 깜짝 놀라며 다들 달리아만을 쳐다볼 뿐이었다.


"폐...폐...하?"

"뭐...라고?"


달리아의 가장 근처에 있던 동료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폐하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달리아, 무슨 소리야! 폐하라니! 폐하가 왜 이곳에 계셔?!"

"하...하지만...그...그분의 용안과 똑같아. 어...어째서 그분이 왜 이곳에...그리고 우리가 왜 그분을..."


그녀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충격을 받은 것은 비단 그녀만은 아니다. 폐하라고? 제국을 지탱하시며 우리가 따르는 그분이라고?


"달리아! 다시 말해봐! 그분이 맞는 거야? 아니지? 다시 한 번 확인해봐!"


그녀의 말에 충격을 받은 조장이 달리아의 양 팔을 잡고 흔들었다. 하지만 조장의 외침에도 멍한 눈빛으로 마차 안의 주검을 바라보던 달리아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작년에 임무 때문에...메이드로 분하고서 비록 한번이었지만...그분의 용안을 뵌 적이 있었어...오 이럴 수가. 우리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쨍그랑-소리도 내지 못하고 누군가가 떨어뜨린 무기가 두텁게 쌓인 눈 속으로 파묻혔다. 목숨보다 소중한 무기건만 아무도 그것을 나무라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들이 아직도 손에 무기를 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제...우리는 어쩌지?"


동료의 말에 그 누구도 입을 열 수 없었다. 제국을 음지에서 지킨다는 자부심과 신념이 있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정작 지켜야만 하는 황제를 죽였다. 무참히 살해했다. 누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들은 자랑스러운 제국의 검이 아니라 그저 더러운 역적이자 매국노에 불과했다.


"네놈들 뭣하는 놈들이냐!"


그 순간 마치 이 기회를 노린 것마냥 제국의 순찰병에게 그 모습이 발각되어 모조리 체포되고 결국 일이 이렇게 되고 만 것이었다.


"이 독종 새끼! 말을 할 수 있는 턱주가리가 아작이 날 때까지 불지 않을거냐! 어서 불어! 누가 시켰는지!"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그의 눈길에 분노한 고문관이 미친듯이 짖어댔다. 그때 굳게 닫혀 있던 감옥의 문이 열리며 박수소리와 함께 퀘퀘한 감옥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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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과거로의 회귀-2 17.04.15 754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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