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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제국의 철인 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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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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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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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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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거래 (1)

DUMMY

사람들은 다시 안정적인 일상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중요한 문제가 하나 남아있었다.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문제였다.

국가 반란죄와 대량 학살 미수죄를 함께 범한 괴물들을 어찌 벌할 것인가.

기존의 법령대로도 이들과 공범자들 모두에게 위 두 죄를 묻기에 충분했다.

증거물도 확보되었겠다, 빠져나갈 법망의 구멍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최소 무기징역 혹은 사형을 언도하기에 충분한 맥락이었다.


더불어 인류 보안 법률이 통과된 지금, 이들의 반란은 단순한 브리튼 제국에 대한 반란 정도가 아니었다.

만일 그러했더라면 ‘독립군’이라는 미명하에 도덕적 변명이라도 할 수 있었을 터.

그러나 이제 무슬림 원리주의 테러리스트들은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이자들의 범죄 행위는 브리튼이 아닌 인류 그 자체에 대한 반란 행위로 책정되었다.


게다가 이들은 인류보편적인 가치관을 부인했으며 국가의 정신적 기초를 무너뜨리려 했다.

스스로 알라의 폭탄이 되기를 택했고 브리튼 제국이 경외하는 신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브리튼이 신정 정치 체계가 아니라서 망정이지 만일 그랬더라면 신성모독죄를 묻기에도 충분했다.


“게다가 그들의 자살 또한 심각한 범죄죠.”


알렉시스는 솔직히 그 부분에 더 분노한 듯했다.


“동의합니다.”

“우리의 자녀를 멸하려 했던 건 다 수습된 뒤로는 어찌 용서할 수 있겠죠. 하지만 자신들의 영혼마저 기꺼이 죽음에 내주려하며 그것을 돌이킬 마음도 없다? 용서할 수 없습니다.”


아미르와 야코프가 동조하였다.


“그들은 신의 이름으로 자살하였습니다. 이것은 엄연한 신성모독입니다. 인간을 사랑하시는 주님을 인간을 죽여 폭탄으로 삼는 존재로 매도한 셈이니까요.”


야코프가 이슬람이라는 정신 체계를 극도로 미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미혹된 그들마저도 사랑하신 신의 마음에 못을 박는 행위.

황태자가 부디 이들을 계도하여 이 우매한 악행을 종결시키기를 바랄뿐이었다.


“그나저나 그게 당신 생각이라면, 대체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알렉?”


아미르가 질문했다.

그는 솔직히 야코프와 같은 핀트에서 분노한 건 아니었다.

단지 자기 동족을 멸망시키기를 소원한 그들을 고깝게 여겼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수천 년 뿌리를 지닌 질긴 자멸 본능을 꺾은 일에는 흥미를 느꼈다.


“사형시킨다면 되려 저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격이 되겠죠.”


“그런 셈이지. 순교자가 되리라는 그들의 망상도 충족시킬 테고.”


“반대로 무기징역으로 돌린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 아닌가요?”


“뭐,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겠지.”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오천만에서 육천만이다.

통일 전 기준으로 중급 규모 이상의 나라 하나 분량만큼의 인구이다.

아크가 워낙에 거대한 대도시급 요새여서 감당이 가능했지만, 장기간 유지는 어렵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수효의 죄수야. 저들을 세금으로 먹여살릴 수는 없어. 그렇다고 풀어주면 더 곤란해. 이미 저들은 회개할 의향이 전혀 없으니까.”


알렉시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어지간히 골치가 아팠던 모양이다.


“차선책은 존재해. 저들 모두를 ‘치료하는’ 방법. 하지만 이 또한 비용이 상당하지. 저들은 보통의 무슬림이 아니라 뼛속까지, 아니 영혼까지 찌든 원리주의자들이니까.”


마인드 퓨리파이어도 통하지 않는 골수분자들이다.

뇌 수술을 하거나 정신을 송두리째 개조하지 않는 한 광신적 신념을 제거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런 방법들을 사용하면 인간을 존중한다던 브리튼의 명예는 실추된다.

알렉시스도 비인도적인 방법과 타협할 생각은 없었다.

사형을 시키더라도, 치료를 시키더라도 품위 있게 해야 한다.


“그래도 저들이 스스로를 의인이라고 믿고 떠나게 해줄 생각은 없어.”


그런 건 승리가 아니다.

그들을 순교자로 만들어주는 격이며, 그들 스스로의 착각을 인정해주는 꼴이다.

훗날 저들을 순교자로 추앙하는 자들이 나타나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저들도 스스로 자신들의 행태가 악한 것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방법은 준비되어 있어.”


알렉시스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걸렸다.


“문제는 최종 조율인데 말이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이것 하나였다.

아직 완성되지 못한 기술적인 문제.

인계받은 기술력과 알고리즘과 데이터들로 어느 정도 흉내는 내보았다.

하지만 알렉시스와 그의 휘하의 연구자들만으로는 1% 부족했다.

이 연구에 특화된 단 한 명의 원작자 없이는 그 1%를 채울 수 없다.


“뭐, 되는대로 해봐야지.”


알렉시스는 호버크래프트형 운송 로봇 위로 발을 올려놓았다.

수송기는 거대 요새 아크 내부로 이어지는 통로로 유유이 진격하였다.




*


포로들이 눈을 열었을 때 그들은 흰 색의 밀실 한 가운데 있었다.

외부 세계와의 소통 창구는 정육면체 공간의 한쪽 면에 위치한 창 뿐이었다.

그나마도 그 너머로는 아무런 동료 포로의 존재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광활한 원통형의 거대 공간만이 존재했다.

원통의 직경은 최소 1km는 되어보였고 그 높이와 깊이는 가늠되지 않았다.


포로들은 제각기 몸을 움직여보았으나 구속복이 그들의 관절 범위를 제한하는 중이었다.

완전한 결박은 아니나 일정 이상의 위험 행동은 하지 못하도록 제약하기에는 충분했다.

방 벽면에는 정체를 모를 기기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감시 장치일수도 있고, 제압용 로봇일수도 있고, 그 밖의 장치일수도 있고, 혹은 그 기능들을 동시에 담당하는 물건이리라.


“으아아악!”


악에 북받친 몇몇 포로들이 소리지르며 발을 세게 굴렀다.

분명히 똑같은 행동을 벌인 자들이 여럿 있었으리라.

그러나 외부의 소리는 조금도 닿지 않았다.

돌아오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음성의 메아리뿐.

심지어 간수들의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말도 안 돼.’


감옥으로 추정되는 원통 홀의 규모로 보건대 적어도 수십만은 붙잡혀 있을 텐데.

그 많은 인원을 완벽하게 격리하고 분리한다고?


‘여긴 어디지?’


혼란에 빠진 포로들은 의문에 잠겼다.

사실 그들은 처음 이곳에 들어오기 직전 운송 장치에서 수면 유도된 상태로 입장했기에 이 장소의 정확한 좌표나 정체를 알지 못했다.

브리튼에 이런 대규모 인원을 잡아둘 수 있는 포로 수용 시설이 있다고는 듣지 못했다.

새로 만들어내려고 해도 몇 년 정도로는 턱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이번 일을 염두에 두었단 말인가?

역시나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되는 어불성설이다.

그 어마어마한 건설 및 유지 비용을 올지 안 올지도 불확실한 한 번의 기회에 낭비한다고?

브리튼 황가의 권세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불가능하다.


오싹.

이유 모를 공포감이 포로들 전부를 사로잡았다.

광활한 우주 한복판에서 보이는 것 하나 없이 표류하는 듯한 적막함.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감시당하되 자신들은 그 존재를 보지 못하는 비대칭성.

그리고 저항하지 못하는 위력의 감시 장치들까지.

한 순간에 벌거벗겨져 훤히 전시된 듯한 수치심이 밀려왔다.


그때였다.


“이곳은 당신들에게 허락된 마지막 기회입니다.”


바깥이 보이던 창문이 불투명해지더니 홀로그램 형 화면이 그 위로 떠올랐다.


“이미 재판 절차는 잘 마무리하고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 모두가 두려워하던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군가는 소스라치게 떨었고 다른 이들은 부들거리며 이를 갈았다.


“원격으로 재판을 진행했던 점은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탈출 가능성의 문제도 있고, 전시라는 특수 상황이기도 하고, 국가 전반에 미칠 잠정적인 위험성이 너무 높다고 판단하여 계엄령 권한으로 명령을 내려뒀습니다.”


참고로 이들은 모두 바다 위에서, 정확히는 수송안 안에서 재판을 받았던 차였다.

화면 너머로 재판관들과 변호인들과 기소자들을 보았을 뿐, 그들과 직접 공기를 맞대지는 못했다.

물론 기술적인 편리성이 높아진 덕인지 절차상으로는 별다른 애로사항이 없었다.

평시라면 일일이 법정으로 데려가 한 명 한 명 재판을 진행해야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했고 공식적으로는 전시이기도 했기에 특별히 이런 약식이 허락되었다.

까딱하면 연행된 범죄자들에 의해 국가 반역이 재발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위기이니 법조인들도 모두 이해하고 동조하였다.

게다가 재판할 인원이 무려 5천만 단위인 문제도 만만찮은 부담이었다.


“뭐, 물증이 확실한 현행범 신분이니 억울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그 말대로였다.

이들의 범행 및 범행 음모는 일거수일투족 기록되었다.

하나하나가 현행 헌법 및 명령에 의거하여 얼마든 처형 가능한 수준의 증거였다.

전시에는 즉결 처단했어도 합법이던 죄목들.

어디까지나 이들이 지금 살아있는 건 자비의 결과였다.


“딱히 반론하고픈 의도도 없어보이고요.”


약식이라도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항변이 금지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인지 원리주의자들 중 누구도 억울함을 항변하지 않았다.

그들 모두 자신의 행동을 의거(義擧) 또는 순교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은 원격이라지만 당당히 법정을 모욕했으며 자신의 연약함을 내세워 도망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입장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저주를 받으라!”

“너희 가증스러운 무리에게 알라의 형벌이 내려질 것이다!”

“네가 쌓은 더럽고 추한 힘과 권세는 무너질찌어다!”


한 순간 적막과 침묵이 화면 저편에서 흘렀다.


“아직 정신 못 차렸네.”


차디차게 식은 음성이 신사답게 포장된 경어체를 포기하듯 내버렸다.


“그대들은 우리의 법을 인정하거나 인식할 의향이 없겠지. 자신들만의 망상 속 샤리아에 사로잡힌 탓에 자신들을 품는 세계의 가치관도, 법률도, 질서도 인정하지 않아. 스스로 시민되기를 포기한 격이야. 그렇다면 우리가 그대들을 존중해야 할 근거는 무엇인가?”


이번에는 영어 대신 아랍어로 바뀌었다.

악센트나 문법 하나 틀리지 않는 정확한 어법이었다.


“이미 판결 선언을 각자 다 들었겠지만, 그대들에게는 최고 레벨의 형 집행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카테고리에는 사형도 포함되지만 비단 그것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 우리에게 처분의 재량이 있습니다.”


“시끄럽다 악마!”

“그만 모욕하고 어서 죽여라!”

“우리를 죽여도 네 놈은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형제들의 숭고한 죽음은 너희의 파멸을 위한 씨앗으로 심길 것이다!”

“다시 일어난 우리 후손들이 네게 복수할 것이다!”


각 방마다 악에 받친 아우성이 메아리쳤다.


“브리튼 제국은 큰 사탄이요, 유대 민족은 작은 사탄이니! 그들 모두를 멸할찌어다!”

“죽음을! 우리에게 죽음을! 그들에게도 죽음을!”

“알 마시히 앗 다잘에게 저주를!”


그때 강렬한 밀도의 충격파가 아주 잠깐 그들의 몸을 타고 흘렀다.

고통은 크지 않았으나 울부짖던 자들이 일시에 깜짝 놀라 잠잠해졌다.

구속복의 효력이었다.


“확실히 그대들을 수십 년간 먹여 살릴 의향은 없습니다. 선량한 시민들의 세금을 그런 용도로 낭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하지만 풀어주면 지하드를 다시 기획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자들을 방생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냉정한 그 목소리가 또박또박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주어 말했다.


“하지만 악인이 자신은 옳다고 믿은 채 세상을 떠난다면 그 또한 합당한 정의는 아닙니다.”


화면의 모습이 전환되었다.

모든 죄수들의 앞에 어떤 한 밀실의 실시간 촬영 영상이 제시되었다.

한 죄수가 결박된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전란이 발생하기 전 원리주의 무슬림들 사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던 과격파 지도자 중 하나였다.

아울러 이번 사태 때 앞장 서서 수십 만의 무슬림들을 충동했던 두목 급이기도 했다.

거의 반 이상의 죄수들이 그를 알아보았다.


“당신들이 받아야 할 몫을 가르쳐드릴 것입니다.”


그 죄수를 거대한 기계들이 여럿 에워두르고 있었다.

언뜻 봐도 초고도의 탈 현대급 테크놀로지의 산물로 보였다.

복잡하게 연결된 케이블들과 전자 장치들이 공포감을 자아내었다.

그 기계들은 죄수가 앉은 의자와 일심동체로 연결된 상태였다.


이윽고 기계들이 죄수의 몸에 부착되었다.

머리에는 돔 형태의 기계 장치가 씌워졌고 척수에도 무언가 미세한 것이 연결되었다.

손, 발, 몸통의 피부에도 어떤 복잡한 것들이 접촉되었다.

나아가 기계들 위에 또다른 기계들도 추가로 연결되었다.


‘무슨 짓을?’


그 장면을 지켜보던 모두가 공황에 빠졌다.


‘사형집행인가?’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너무 과했다.

약물 한 번으로 안락사시킬 수 있는데 뭣 하러 커다란 방 하나를 가득 채울 기계들을 동원한단 말인가.


얼마 후, 경악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죄수의 얼굴도 가려져있었고 몸도 결박되어 있었기에 그가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 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한두 시간 정도의 기나긴 프로세스가 모두 지나간 뒤 죄수가 풀려나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훤히 드러났다.


형을 진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하늘을 우러러보고 한 점 부끄러움 없었던 그였다.

그랬던 자가 당당함을 모두 잃은 채 눈물을 흘리며 소스라치게 떨고 있었다.

두려움으로 인한 현상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을 경멸하는 듯한 자책의 표정이었다.


그는 거의 공황 상태에 빠져 울부짖으며 가슴을 치며 탄식하였다.

그리고 입에서는 온갖 충격적인 말들이 나왔다.


“나의 지난 삶은 폐기물이었다네. 나는 내가 믿고 의지해왔던 모든 것을 저주한다네!”


그는 알라와 코란과 샤리아와 마호메트의 가르침을 경멸하듯 저주했다.

마치 자신이 그런 벌레 같은 것들을 몸에 담았던 사실을 견디지 못하게 괴로워하고 있었다.


“썩어문드러진 지난 날을 도려낼 수만 있다면! 그런 거짓말에 속지 않았더라면!”


그는 한참을 더 저주하며 자책하며 괴로워했다.

세뇌로 인한 현상 같지는 않았다.

그의 정신 상태와 판단력은 이성적으로 보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모든 죄수들은 경악하며 부르르 떨었다.


“거짓말!”

“이런 악마같은!”


가장 존경하던, 의협심 넘치던 영적 우상이 비참하게 무너져리는 광경.

그것은 원리주의자들의 견고했던 마음의 진에 괴로움과 굴욕감을 안기기 충분했다.

분개와 동시에 공포감과 극도의 불안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는 알고 죽어야지.”


차디찬 목소리가 다시금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기회는 주었다. 하지만 피를 흘린 값은 치러야 해.”


이어서 다음 단계 작업이 진행되었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사형 집행 단계였다.


“그대 손에 이끌려 자폭된 무슬림들에게 사죄하도록.”


두 시간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둘도 없던 알라의 맹신자였던 희생양은 만사를 놓은 채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채 무력히 의자 위로 올라갔다.

그의 풀린 동공은 완전히 항거의 의지를 잃은 듯했다.

약물이 주사기를 통해 그의 혈액 속으로 투입되었고 그는 잠들 듯 스르르 눈을 감았다.

고통 없이 신속한 죽음이 임했다.


‘배교를 유발한 뒤에 죽였다고?’

‘차라리 목을 잘라 죽여라!’


골수 무슬림들에게는 잔인무도한 방식의 사형보다도 더 큰 경악을 안기는 장면이었다.

사형 자체는 안락사 방식으로 이뤄졌으나 문제는 죽음이 아닌 배교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알라와 이슬람을 배반한 뒤 죽는 자는 이교도들보다 더 극심한 지옥에 떨어진다고 굳게 확신하는 자들이었다.

지금 그들은 육신의 생명이 아닌, 영혼의 죽음을 목격한 셈이었다.


“두렵습니까? 당신들도 동일한 운명에 처해질 것입니다.”


황태자의 차분하지만 섬뜩한 기운이 담긴 음성이 모든 방 안에 울렸다.


“만일 사형집행이 이뤄진다면 반드시 이 방식을 거칠 것입니다.”


그는 벌벌 떠는 이들에게 ‘만일’이라는 단어를 힘을 줘 강조했다.


“사형집행권은 법적으로 확보되었습니다. 또 내 결심도 확정되었습니다.”


도저히 돌리지 못할 굳은 의지가 그 목소리 속에 녹아 있었다.


“시간이 극도로 오래 걸리더라도 지금부터 한 명 한 명 쉬지 않고 집행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당신들의 죽기 전 참회의 고백은 전 세계에 공개되어 영원히 박제되어 기록될 것입니다.”


더는 증오심의 울부짖음을 내뱉는 자들은 없었다.

증오도 컸으나 두려움이 아득히 더 큰 나머지 차마 입을 열 재간이 없었다.


“자, 지금부터 당신들의 운명을 두고 한 가지 제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협박의 채찍으로 상대를 궁지로 몰아붙인 알렉시스는 마침내 회심의 카드를 꺼냈다.


“사법 거래를 하나 제시하겠습니다. 선택권을 드립니다. 응하시겠습니까?”


그는 ‘배교를 통한 사형’이라는 극약 처방 이외에 다른 한 탈출 옵션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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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호크마 (2) 24.03.22 7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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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대언자 (2) 24.03.18 7 0 15쪽
75 대언자 (1) 24.03.16 9 0 11쪽
74 아저씨와 아이들 24.03.15 9 0 22쪽
73 정산 (4) 24.03.08 9 0 15쪽
72 정산 (3) 24.03.07 8 0 12쪽
71 정산 (2) 24.03.06 7 0 12쪽
70 정산 (1) 24.03.05 5 0 14쪽
69 어둠의 무리 24.03.02 9 0 14쪽
68 타르타로스 (6) 24.03.01 7 0 16쪽
67 타르타로스 (5) 24.02.29 10 1 12쪽
66 타르타로스 (4) 24.02.26 10 1 14쪽
65 타르타로스 (3) 24.02.25 9 0 13쪽
64 타르타로스 (2) 24.02.23 5 0 17쪽
63 타르타로스 (1) 24.02.22 8 0 15쪽
62 사법 거래 (4) 24.02.21 8 0 18쪽
61 사법 거래 (3) 24.02.20 8 1 13쪽
60 사법 거래 (2) 24.02.18 7 0 14쪽
» 사법 거래 (1) 24.02.12 11 0 17쪽
58 라지쿠마르 (2) 24.02.10 9 0 13쪽
57 라지쿠마르 (1) 24.02.03 11 0 18쪽
56 맏형의 책무 (3) 24.01.31 8 0 20쪽
55 맏형의 책무 (2) 24.01.29 6 0 12쪽
54 맏형의 책무 (1) 24.01.28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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