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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까페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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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최근연재일 :
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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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083

작성
18.01.0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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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저주받은 준영

DUMMY

“어라? 이거 뭔가 이상한데?”

“레이테르인들이 갑자기 왕을 내세운 거?”

“응. 어디서 뭐가 잘못된 거지?”

준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획을 점검했다. AI를 기능 정지 시키고 레이테르인들이 불편해할 때 원흉임을 밝히고 등장할 계획이었다. 그러면 레이테르인들의 분노는 준영에게 향할 테고 AI가 기능정지 상태니 레이테르인들이 직접 공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게으른 레이테르인들 덕분에 준영은 플랜 B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플랜 B는 AI를 정지시킨 장본인으로 등장해 딱! 한 명 아무나 자신에게 보내면 AI를 다시 활성화시켜 주겠다고 제안하는 거였다.

그러면 레이테르인들은 귀찮지만 나만 아니면 되니까 서로 떠넘길 테고 결국 짬에 밀리고 밀려 누군가는 준영을 찾아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레이테르인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도 전에 레이테르인들이 갑자기 자신들의 왕을 옹립했다.

“오히려 잘된 거 아냐? 서로 떠넘기면서 누구 하나 총대 메는 거 기다려야 할 시간은 준 거잖아. 이 동네 왕은 개념이 조금 다르다면서?”

“그건 그런데······.”

이 게으른 놈들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자발적으로 나설 리 없다.

“어라? 움직이는데?”

“어디로?”

“진행 방향이 이쪽으로 일직선이야.”

당화련의 말에 에스텔라와 미텔은 복잡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계략과 음모를 항상 옆에 끼고 살아가는 여인들이다 보니 이런 우연은 절대 우연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음······ 누가 개입된 걸까?”

“무슨 이익이 있다고 여길 끼어들어? 나도 질려서 빨리 떠나고 싶구먼.”

“우리 말고 여기 올 사람도 없을텐데······”

세 여인이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견을 묻듯 준영을 바라보자 준영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뭐 이쪽으로 오고 있다니까 만나 보면 알겠지, 얼마나 걸릴 거 같아?”

준영의 물음에 슬쩍 상황판을 쳐다본 에스텔라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와, 어지간한 룰 브레이커는 여기 와서 힘도 못 쓰겠다. 그 먼 거리를 벌써 돌파한 거야? 레이테르인들이 차원 용병으로 취직하면 사방에서 러브 콜이 쏟아지겠는데?”

“퍽이나.”

“그치?”

당화련과 미텔이 피식 웃자 에스텔라도 키득거리며 동의했다. 게으른 레이테르인들이 여러 차원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차원 용병 일을 한다? 절로 웃음이 나오는 농담이었다.

그렇게 몇 마디 잡담을 나누다 보니 세 여인과 준영이 있는 지하공동을 향해 알렉스가 빠르게 날아왔다. 알렉스는 세 여인을 잠깐 훑어보다 얼굴에 시커먼 이상한 걸 쓴 남자를 발견하곤 곧장 다가갔다.

준영을 향해 날아가는 알렉스의 모습에 세 여인이 움찔하며 움직이려 할 때 알렉스가 반갑다는 듯 인사하듯이 손바닥을 쫙 편 채 한 손을 번쩍 들었고 엉겁결에 준영도 따라서 손바닥을 폈다.

“터치, 수고하세요!”

알렉스는 준영의 손바닥을 찰싹 소리가 나도록 맞부딪친 후 볼일 끝났다는 듯 휭 방향을 바꿔 사라졌다. 세 여인과 준영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멍하니 사라지는 알렉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인상을 구겼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준영도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찝찝한 이 기분은 뭘까?”

준영의 손바닥을 향해 우르르 몰려든 세 여인이 준영의 손을 조물거릴 때 세 여인의 등 뒤에서 준영의 중얼거림에 대한 답이 들려왔다.

“그래도 꽤 빨리 끝내셨네요?”

“꺄악!”

“악! 놀래라!”

“죽어!”

세 여인은 어느새 운희가 자신의 등 뒤에 나타났는데도 눈치채지 못했단 사실에 속으로 가슴이 철렁해졌으면서, 그 놀람을 숨기고 자연스레 운희를 향해 공격을 펼쳤다.

에스텔라의 반지에서 뿜어져 나온 토르의 번개가 운희의 머리를 관통하고 당화련이 가진 맹독 중 강력한 10대 극독 중 하나가 운희의 가슴팍을 파고들었으며 미텔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냉기가 운희의 다리를 노렸다.

“꺅! 오빠, 무서워요!”

운희는 미리 대비라도 하고 있었던 듯 연기처럼 흩어지더니 준영의 뒤에 나타나 가증스럽게 가식을 떨며 준영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그 모습에 더욱 열 받은 세 여인이 다시금 공격을 준비할 때 준영이 덤덤히 자신의 가슴에 찰싹 달라붙은 운희의 양 팔을 떼어 내곤 말했다.

“너 무슨 꿍꿍이냐?”

준영이 선글라스 너머로 번뜩이는 시선으로 노려보았으나 운희는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이번 의뢰의 성과는 회수하겠습니다.”

“뭐야? 나 미끼였어?”

“미끼라뇨. 처음부터 설명 드렸잖아요.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된다고.”

그 말에 준영은 피식 웃으며 귀엽다는 듯 운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세 여인이 코 평수를 넓게 만들었다. 잠시 준영의 손길을 즐기던 운희는 곧 한 발짝 물러선 채 비즈니스적인 태도로 정중히 준영의 선글라스를 벗기며 말했다.

“의뢰의 완수를 선언합니다.”

준영은 선글라스를 벗자마자 기세가 돌변해 어깨가 축 늘어지더니 하품을 쩍 하며 피곤한 듯 졸린 눈으로 말했다.

“아함. 일도 끝났는데 가서 좀 쉬자. 졸리네.”

“어? 휴가는!”

“맞아! 우리 놀러 가기로 했잖아!”

“뜨거운 밤은 어떻게 할 거야!”

“귀찮아. 일단 좀 쉬고 난 뒤에 생각해 보자.”

준영은 화들짝 놀라 달라붙는 여인들이 귀찮은지 팔을 휘저어 뿌리친 후 운희가 기다렸다는 듯 만든 문을 통해 까페로 돌아갔다. 갑자기 다 잡은 먹이를 놓친 세 여인의 화살이 운희에게로 집중됐다.

“우리 깊은 대화가 필요할 거 같은데?”

“따끈한 독차도 준비해 주지.”

“정신이 번쩍 들게 시원한 얼음 의자도 줄게.”

세 여인의 협박 어린 말투에 운희는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보안 프로토콜에 따라 방역 절차를 위해 게이트는 30분 뒤에 다시 열릴 겁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

“자, 잠깐만!”

“멈춰!”

당황한 세 여인이 황급히 손을 썼으나 일찌감치 준비하고 있던 운희가 도망치는 걸 막을 수는 없었고 또 당했다는 분노에 의해 애꿎은 지하 공동만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어라? 다 어디 갔지?”

쏟아지는 졸음에 간신히 눈을 뜬 채 까페를 둘러본 준영은 개새끼 한 마리 안 보이고 조용한 까페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아무렴 어떠랴. 졸려서 생각하기도 귀찮다. 때 되면 알아서 돌아오겠지.

“아함!”

크게 하품을 한 준영은 어느 소파가 제일 푹신하고 편할까 주위를 둘러보다 말했다.

“오늘은 너로 정했다.”

보기에도 푹신해 보이던 소파는 진짜 푹신푹신했다. 따뜻한 온탕에 몸을 담근 것처럼 힘을 뺀 채 소파에 몸을 담근 준영은 몰려오는 수마 속에 다시 한 번 하품을 하며 중얼거렸다.

“어우, 약발이 세긴 세네.”

강력한 저주에 의해 인격이 조각나 버렸다. 저주를 푸는 방법은 아주아주 간단했지만 귀찮다.

“아함. 중간에 힘쓰면 저주가 더 강해진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뭐 상관없나?”

막상 생각해 보니 딱히 저주를 풀 이유도 없는 거 같다. 처지가 곤란해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평소대로 지내면 되는 거니까. 준영은 결국 쏟아지는 수마에 굴복했다.

“아. 거기 안마의자 끝내주던데 그거나 가져올 걸······.”


* * *


푸식! 하는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세 여인이 까페 안으로 들어왔다. 진심으로 빡 쳤는지 한계까지 힘을 쓰고 쏟아지는 흙먼지는 고스란히 뒤집어쓴 채 들썩이는 어깨와 희번덕거리는 눈빛은 누구든 걸리기만 하면 작살을 내 버릴 거란 의지로 가득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세 여인의 기분을 받아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앙다문 입술로 까페 내부를 스윽 둘러보던 세 사람은 한쪽 구석 소파에 퍼질러 자고 있는 준영이야 그러려니 했지만, 엘레나나 미스트는 물론 나비렌과 트리시아마저 자리를 비웠단 사실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큰일······은 없는 거 같고.”

“다들 어디 간 거지?”

“똥개도 사라졌네?”

“아, 몰라. 일단 씻을래.”

평소라면 경쟁자가 사라진 틈을 노리거나 틈을 노리려는 경쟁자를 견제하려 할 텐데 지금은 그럴 기운조차 없을 정도로 진이 빠져 있었다.

세 여인이 힘없는 발걸음으로 준영의 방으로 들어가자 곧 드드득! 무거운 소리와 함께 준영의 방이 올라갔다. 그 소음에 설핏 잠이 깬 준영은 어두컴컴한 주변을 멍한 눈으로 둘러보곤 아직 밤이구나 싶어 도로 누웠다.


* * *


개운하게 샤워를 끝내고 나온 에스텔라는 곧장 옷을 갈아입고는 거실로 나왔다. 스킬 보유자의 신체 상태는 항상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니 피부를 위한 제품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고 특히 에스텔라는 스킬 자체가 이런 쪽으론 사기급이라 에스텔라는 촬영용 분장을 제외하곤 화장이라곤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누구나 다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피부 상태를 가지고 있는 에스텔라가 젖은 머리칼을 말리며 나온 거실에는 언제 도착했는지 엘레나와 미스트가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어라? 언제 온 거야?”

“조금 전에.”

“트리시아랑 고양이는?”

미스트가 비켜 준 공간에 앉으며 묻자 엘레나는 에스텔라 몫으로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주며 말했다.

“얼핏 들었는데 장보러 간거 같아.”

“뭐! 마음대로 움직여도 돼?”

엘레나의 말에 에스텔라처럼 젖은 머리를 말리며 나오던 당화련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마 트리시아랑 고양이는 아직 모르지만 호인계 침공의 주력은 철수를 결정했어.”

“당연히 너희들이 힘쓴거겠지?”

“요정왕한테 빚진게 조금 있거든.”

“그러면 고양이는?”

“마계가 철수했다지만 남은 잔당이란 것들이 있으니까 한동안 계속 머무를 거야.”

“······고양이만?”

에스텔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조심스레 묻자 엘레나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악몽의 정원사가 정원을 포기할 리 없지.”

그 말에 에스텔라는 물론 당화련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중에서 제대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할 수 있는 인력은 오직 트리시아뿐이었다.

그러니 고양이야 오건 말건 상관없지만 고양이를 따라다니는 트리시아가 없으면 상당히 곤란해진다. 요정계 제7지파 엘족의 여왕인 트리시아를 가정부처럼 취급하는 거라 불쾌해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곳에서 밥, 빨래, 청소를 도맡아 한다는 건 상당한 권력이었다.

실제로 몽키매직이 아침에 밥 먹다 무심결에 반찬 투정 한번 했다가 한동안 맨밥에 물만 말아서 밥을 먹어야 했고, 그 광경을 목격한 여인들은 절대 밥투정, 반찬 투정 따위는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그나마 몽키매직은 남자라 식사만 감당했지 다른 여인들은 청소와 빨래도 몽땅 트리시아가 담당하고 있으니, 그 권력은 더 크다고 할 수 있었다.

“근데 이 얼음사탕은 왜 안 나와?”

“얼음사탕?”

당화련의 중얼거림에 미스트가 시선을 돌려 묻자 당화련은 키득거리며 레이테르계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고, 엘레나와 미스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선글라스는 언제 가져간 거야? 그래도 운이 좋았네.”

“운이 좋아?”

엘레나의 중얼거림에 에스텔라가 날카롭게 받아치자 엘레나는 잠시 콧잔등을 긁으며 고민하다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아직 말하기엔 이른 거 같지만 준영이랑 계속 붙어 다닐 테니 어쩔 수 없네. 알고 싶어?”

“끄응, 안 들을 수도 없고.”

“이거 점점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야.”

원하는 정보를 찔끔찔끔 알려 주니 깊숙이 들어갈수록 점점 빠져나오기가 힘들 거란 건 쉽게 예상이 갔다. 열 받는 건 그렇다고 여기서 단칼에 끊고 접을 수가 없다는 거였다.

미련 가져 봐야 피곤하기만 하다는 걸 아는지 에스텔라와 당화련은 소파에 앉아 따뜻한 차와 다과를 먹으며 잡다한 얘기로 수다를 떨 때 방문이 열리며 미텔이 모습을 드러냈다.

“으으 졸려. 배고파. 준영 씨 보고 싶어······.”

“쯧. 저 빠순이.”

“가만 생각해 보면 쟤는 아예 관심도 없을 거 같은데?”

“동감. 알려 준다고 해서 이해나 할까?”

남이 자기 욕하는 건 귀신같이 알아듣는 인간의 특성상 미텔도 발끈하며 소리쳤다.

“내가 얼마나 똑똑한데!”

“그래그래. 알았으니까 이리 와서 앉아.”

툴툴거리는 미텔을 상대한다고 시간 뺏기기도 싫은지 에스텔라는 달래듯이 말하며 미텔을 옆자리에 앉히곤 쿠키를 하나 입에 물려 준 뒤 엘레나를 향해 말했다.

“이제 슬슬 말하지?”

에스텔라의 압박에 엘레나는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다 말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준영은 지금 저주에 걸린 상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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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주받은 준영 +14 18.01.03 9,503 28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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