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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까페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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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최근연재일 :
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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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083

작성
17.12.2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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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쫒겨난 준영

DUMMY

머릿속이 꽃밭인 미텔은 모르겠지만 에스텔라와 당화련에게 있어서 까페 내의 소파를 이어 붙여 자는 건 캠핑장에 간 거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그저 잠깐 특별한 잠자리를 경험해 보는 거지 매일매일 그렇게 생활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준영이 까페를 떠날 생각이 없어 숙소를 만드는 계획이 실패한 뒤 에스텔라와 당화련은 바로 옆 건물이라도 매입해서 수면만큼은 제대로 취하고 싶었다. 물론 불안하니까 트리시아와 나비렌을 빼고 전부 끌고 갈 생각이었고.

그런데 준영에게 비밀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정이 달라졌다. 그것도 무려 마이너스 그룹이 관련된 일이다. 그 친구란 자의 정체와 그가 진행하고 실패한 일이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뒷수습이라고 어딘가 금세 다녀온 준영이 1기 드래곤의 꼬리를 가져왔다.

준영이 가진 힘의 재조사가 시급한 일인 데다 기회를 노리는 것들이 많아져 통일된 의견조차 뒤통수를 걱정해 믿을 수 없게 됐다.

그 결과 옆 건물을 숙소로 쓴다는 계획은 폐기될 수밖에 없었고, 계속 준영과 한 지붕 아래 살면서 다른 여인들의 접근을 막으며 먼저 접근해야 하는 치열한 눈치 싸움을 해야 한다는 거다.

“좋아. 더 이상은 못 참아.”

에스텔라는 불편한 잠자리 덕분에 찌뿌듯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다 허리에서 뚜둑! 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인내심도 뚜둑 하며 끊겼다.

언제나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 에스텔라에게 뼈마디가 우두둑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치욕이었다.

다들 침구를 정리하다 놀라 동그래진 시선을 보내는 가운데 에스텔라는 씩씩거리며 준영이 자고 있는 골방의 문을 ‘쾅!’ 걷어찼다.

“음? 뭐지?”

갑작스러운 소리에 곤히 자던 준영이 이불 속에 누운 채로 부스스 눈을 뜨며 멍한 시선으로 에스텔라를 바라보았다. 에스텔라는 화가 난 틈에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 최적의 각도를 찾아 포즈를 취하며 준영을 향해 말했다.

“우리 언제까지 소파에서 재울 거야?”

“부동산에 적당한 집 하나 있으면 달라고 했으니까 조금만 참으면 될 거야.”

준영이 잠이 덜 깼는지 하품을 하며 말하는 사이 다른 이들이 슬금슬금 모여들어 에스텔라와 준영의 대화를 기웃거렸다.

“그러지 말고 의뢰나 한 건 더 하고 와.”

“의뢰?”

잠자긴 글렀다 싶은지 속옷 차림의 준영이 부스스 일어나자 용병왕과 미스트는 덤덤했지만, 당화련은 휘파람을 불었고 미텔은 꺅꺅거리며 내숭을 떨며 두 눈을 번득였다.

에스텔라도 잠시 준영의 몸을 감상했다. 자기도 볼 거라고 바둥거리는 나비렌을 붙잡고 있던 트리시아가 뒤로 물러난 사이 여인들의 아쉬움 가득한 눈길 속에 옷을 입은 준영이 밖으로 나오자 여인들이 뒤를 따랐다.

자신의 전용 소파에 몸을 파묻자 트리시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커피를 한 잔 가져와서 준영은 내가 알바 하난 제대로 고용했다 싶어 흐뭇해졌다.

“갑자기 의뢰는 왜?”

“몰라서 물어? 마누라들 언제까지 차가운 땅바닥에 재울거야!”

“마누라?”

“가족 경영 몰라? 직원들은 다 가족처럼 대하는 거지? 그러니까 마누라지. 아니면 이 나이에 딸 할까?”

“이모나 고모······.”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참 많았으나 에스텔라의 시선과 뒤에서 지원하는 다른 여인들의 눈초리에 준영은 아무렴 어떠랴 싶어 입을 다물었다.

“그러니까 가서 의뢰 하나 뛰고 오라고! 그사이 공사 끝낼 테니까. 자기는 따뜻한 온돌방에서 등 지지고 자면서 마누라들은 차가운 땅 바닥에서 오들오들 떨게 만들면 남편 자격이 있어, 없어?”

그 말에 준영은 빈약한 월급봉투 때문에 마누라한테 한 소리 들어 기가 죽은 남편처럼 시무룩하니 어깨가 축 늘어졌고, 그 모습을 본 미텔이 ‘아니, 왜 우리 애를 괴롭히고 그래요!’ 하는 성깔 있는 아줌마를 하려고 했으나 다른 여인들이 끼어들지 못하게 막았다.

결국 준영은 한숨을 푹 내쉬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할 만한 일거리가 있을까?”

“준영이 하겠다는데 없던 일거리도 만들어서 줄걸.”

“그런가?”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할게. 할거야.”

에스텔라의 재촉에 준영은 주말 집구석을 혼자 벗어나고 싶은 남편처럼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음······ 그럼 다녀올게.”

“잘 다녀와! 돈 많이 벌어 와!”

“그, 그래······.”

준영은 이게 아닌데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다들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니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복잡한 심정에 연신 손 흔들며 배웅하는 여인들을 돌아보면서 멈칫멈칫하다 밖으로 쫓기듯 나갔다.

준영이 나가자 바동거리는 미텔을 제압해 뒤로 숨겨 뒀던 여인들이 일제히 에스텔라를 향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대단하군. 이번만큼은 인정한다.”

“재미있는 여자네요.”

“쳇! 확실히.”

“히잉! 이번에도 준영 씨랑 같이 못 갔어!”

고개를 끄덕이는 엘레나와 빙긋 웃는 미스트,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짜증을 담아 투덜거리는 당화련에 칭얼거리는 미텔. 차마 끼어들지는 못하고 이래도 되나 싶어 머릿속이 복잡한 트리시아와 아무 생각 없는 나비렌과 타르찬, 존재감조차 희미한 석호까지 한차례 훑어본 에스텔라는 허리를 쭉 펴고 거만하게 웃었다.

“오호호호. 나 에스텔라! 연기 인생 삼······ 20여 년!”

“아, 방금 30······ 깨갱!”

눈치 없이 지적하다 날아간 신발에 맞고 낑낑거리는 타르찬을 다들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전쟁에도 규칙이 있듯 여인들의 싸움에도 지켜야 할 암묵적인 규칙이 있는 법이다.

“아무튼!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 캐릭터 분석은 끝났어! 준영 같은 수동적인 성격은 누가 옆에서 적극적으로 쪼아 줘야 돼. 물론 정도가 지나치면 도망가니까 조절을 잘해야지. 때론 엄마처럼! 때론 누나처럼! 때론 동생처럼! 후후훗! 그것도 나 정도나 되니까 가능한 거다 이거야! 오호호호!”

에스텔라의 말에 당화련은 분한 듯이 이를 악물었다. 분야가 다르니 감히 도전할 수도 없는 작전이었다.

“에잇! 그럼 나는 오빠 하다 여보 할래!”

“······넌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웠냐?”

미텔의 결심에 당화련이 황당하단 표정으로 묻자 미텔은 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키잡의 전설인가? 하는 만화책에서 봤어.”

다들 표현할 수 없는 표정으로 미텔을 바라보는 사이 나비렌은 트리시아를 붙잡고 키잡이 뭔지를 물어 트리시아를 곤란하게 했다. 그사이 엘레나는 미스트를 향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반동이 제법 약하네?”

“그러게요. 중복이라 또 게으름의 끝을 보여 줄 줄 알았는데.”

“무슨 뜻이지?”

두 사람이 웃으며 대화를 나누자 귀를 쫑긋거리며 다가온 에스텔라가 민감하게 반응하며 엘레나와 미스트를 노려보았다.

“별거 아냐. 원래 리바운드가 오면 상태가 심각해지거든.”

“숨쉬기도 귀찮다고 영원히 자겠다고 자살하려고 할 때는 진짜 식겁했죠.”

“뭐! 그러면 큰일이잖아!”

“지금은 조절 가능하니까 걱정 없어. 이렇게라도 감상하는 재미가 있어야지.”

“감상?”

“오라버니가 진지하게 일하는 거 본 적 없죠?”

미스트의 물음에 엘레나가 과장된 몸짓으로 대꾸했다.

“보면 안 돼 큰일 나니까.”

“그건 그러네.”

서로를 바라보며 키득거리는 엘레나와 미스트의 태도에 에스텔라는 자존심이 상한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야? 난 감당할 수 없다는 뜻이야?”

“아니, 우리가 큰일 난다고.”

“뭐?”

“아이템을 쓰면 게으른 준영과는 다른 여러 가지 모습을 보는것도 매력적인데, 정말 진심으로 움직이는 거 보면 진짜 한눈에 반해 버릴걸. 내가 그랬거든. 그러면 라이벌이 하나 더 늘어나는 거니까 큰일이지.”

“······.”

엘레나의 말에 한번 보고 싶다는 호기심과 내가 반할 리 없다는 자존심이 섞여 복잡한 기분에 끙끙거릴 때 자기가 재미있게 본 만화책을 열심히 설명하는 미텔의 말을 듣고 있던 당화련이 혹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난 막 폭 안기고 싶은 푸근하고 따뜻한 누나로 갈까?”

“에이, 그건 아니다.”

“너무 막나가네.”

“결국 독기가 머리에 스며들었구나?”

“차라리 활발하고 쾌활한 누나라면 모를까. 그건 아니지.”

그 말에 엘레나와 미스트, 에스텔라와 미텔이 즉각 반응하며 단호하게 고개를 내젓자 발끈한 당화련이 소리쳤다.

“내가 뭐가 어때서, 이년들아!”

“몰라서 묻냐?”

“트리시아한테 물어봐라, 그게 어울리는지.”

“저 고양이도 그건 아니라고 할걸.”

“히잉, 나비야, 쟤들이 나 괴롭혀.”

“캬약!”

당화련이 울상을 지으며 다가오자 나비렌은 화들짝 놀라 펄쩍 뛰며 테이블 사이를 오갔다. 잠시 키득거리며 그 광경을 바라보던 에스텔라가 정신을 차리곤 소리쳤다.

“에잇! 시끄러! 놀고 있을 시간 없어! 빨리 시작하자고! 게으른 준영이면 아예 까페를 포기할지도 몰라. 그러니 최대한 빨리 해치워야 돼.”

“그런데 준영은 저 골방에서 벗어날 생각을 안 하잖아? 우리만 왔다 갔다 하는 건 의미가 없는 거 아냐?”

당화련의 물음에 에스텔라는 ‘훗!’ 하는 코웃음과 함께 어떤 의미로든 자신 있는 가슴을 내밀며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좋은 생각이 있으니까!”


* * *


쫓겨나듯 까페 밖으로 나온 준영은 막상 나오니 갈 데가 없었다. 도로 들어가자니 쏟아질 시선이 부담스러워졌다. 거기다 솔직히 숙식 제공이라 해 놓고 소파에서 재우는 건 좋은 고용주로서의 자세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까운 건물을 하나 더 사서 숙소로 쓰려고 했는데 우리 애사심이 강한 알바들은 굳이 비싼 돈 들여 건물 살 필요 없이 비어 있는 3층을 이용하는 걸로 만족한다고 하니 알바 하나는 참 잘 뽑았다 싶었다.

그러니 도로 들어가서 안 할 거라고 알바들을 곤란하게 하는 건 고용주로서 진상을 부리는 꼴이라 그럴 수가 없었다.

“음······ 어디 가지?”

진짜 의뢰나 한 번 더 할까 싶었지만, 딱히 절실한 것도 아닌데 굳이 찾아가서 일거리 달라 구걸하는 것도 귀찮았다. 친구도 그랬다 넌 일거리를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일거리를 골라잡는 용병이라고.

일단 오랜만에 동네 마실이나 다닐까 싶어 준영은 어슬렁거리며 걷기 시작했으나, 강남대로의 화려한 거리에 가득 찬 사람들의 방벽에 금세 튕겨 나왔다.

“으아······ 무슨 놈의 사람이······.”

골목 하나 벗어났을 뿐인데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정도로 시냇물처럼 움직이는 사람들의 물결에 이렇게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내 까페 근처만 사람들이 잘 안 오다니 역시 자리하난 기가 막히게 골라잡았다 싶어 내심 뿌듯해했다.

다시 저 물결에 몸을 던져 헤엄치긴 싫어 골목길 위주로 어슬렁거리던 준영은 배가 출출해질 무렵 PC방을 발견했다.

“요즘은 만화방에서 라면이 아니라 PC방에서 라면이지.”

만화방 업주들이 들었다면 우리 아직 안 죽었다고 분노를 토해 낼 발언을 하며 준영은 PC방으로 들어갔고, 곧 준영의 행보는 주시하고 있던 이들에게 즉각 전달됐다.

“뭐? PC방? 거기는 왜 간 거지?”

“설마 극비 연락?”

“네트워크 실시간 감시하고 해킹해서 탈탈 털어!”

“어쩌면 저 PC방 자체가 접선 장소일 수 있다! 요원들 파견해!”

준영의 움직임은 당연히 여인들의 귀에도 즉각 들어갔다.

“뭐? PC방? 이 인간이 돈 벌어 오라고 보내 놨더니 딴 길로 새?”

“PC방이 뭐지? 넷까페?”

“재미있겠다, 우리도 갈까?”

“같이 게임도 하면서 꽁냥꽁냥?”

에스텔라가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리는 사이 당화련과 미텔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하고 엘레나와 미스트가 슬금슬금 움직일 때 에스텔라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 발모가지 날아가 분께!”

“이렇게까지 해야 해?”

“도망가다 잡히면 다리몽둥이 분질러 버리는 거 안 배웠냐? 공사 끝날 때까지 아무도 못 나가!”

에스텔라의 폭거에 다들 항의했으나 에스텔라는 눈도 깜짝 안 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PC방에 있어 봤자 얼마나 있겠어? 잠깐 놀다가 의뢰하러 갈 텐데 준영이 우리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겠냐! 나가서 돈 벌어 올 동안 공사하겠다고 했는데, 공사 안 하고 놀러 왔다고 여길 거 아냐! 그러면 진짜 의뢰를 하러 가고 싶겠냐? 아니면 다 때려치우려고 할까? 공사도 날아가고 우린 다시 차가운 바닥에서 새우잠을 자야 하는 거야! 그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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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쫒겨난 준영 +23 17.12.25 12,931 39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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