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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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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최근연재일 :
2018.03.11 22:13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869,565
추천수 :
24,738
글자수 :
404,083

작성
18.01.18 00:09
조회
7,273
추천
280
글자
12쪽

죽음의 신

DUMMY

“이런 성격이 있다는 말은 안했잖아······”

에스텔라는 질린 표정으로 준영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준영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에 밀려 저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날 정도였으다.

잠시 소파에 몸을 파묻은 상태로 가만히 있던 준영이 천천히 허리를 세우더니 품을 더듬었다.

“담배는 없나? 쯧. 언제 뒈질지 모르는 것들이 몸 생각은.”

짜증스레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선 준영은 바짝 얼어 있는 트리시아와 그 품에 안겨 벌벌 떠는 나비렌을 눈에 담았다가 바닥에 넙죽 엎드려 꼬리를 만 채 앞발로 눈을 가린 자세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타르찬에게 향했다.

“똥개야.”

“예, 형님!”

타르찬은 준영의 부름에 즉각 일어서 달려갔다. 타르찬은 동물들처럼 오줌 찍찍 싸며 기절하지 않은 자신이 자랑스러울 정도였다.

그 언젠가 마왕 중의 마왕이라 할 수 있는 72마왕 중에서 가장 말석에 위치한 안드로말리우스가 야랑계에 현신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일족이 마왕의 기세를 감당하지 못해 기절하거나 똥오줌을 싸며 미쳐 버렸다. 그때의 경험이 있기에 타르찬은 확신할 수 있었다. 준영은 아무리 말석이라고는 하나 72마왕 중 하나인 안드로말리우스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절대자라는 걸.

“너 뭐 찾는 거 자신 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맡겨만 주시면······.”

자신 있게 호언하려던 타르찬은 지금 이 분위기에서 준영이 찾으라고 시킬 목표가 마켓에 공개 의뢰를 내건 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다른 곳도 아닌 마켓이다. 야랑계 전체가 들쑤셔도 콧방귀도 안 뀔 곳이다. 타르찬이 말을 하다 말고 기죽은 듯 고개를 숙인 채 낑낑대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안다는 듯 준영은 피식 웃었다.

“가서 담배나 찾아와.”

“예!”

생각보다 쉬운 지시에 신이 난 타르찬은 기운 좋게 꼬리를 흔들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담배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 밖에 있는 인간들 중 아무나 한 명 붙잡고 털면 나오겠지.

“······준영, 맞지?”

“상공?”

“으으, 준영 씨가 이상해······.”

준영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세 여인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세 여인은 움찔하면서도 준영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 태도에 준영은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엘레나랑 미스트가 없는 걸 보니 예상 밖의 사태라는 건데 누가 꾸민 짓일까······ 뭐 저주만 풀면 되니까 상관없으려나? 가자.”

준영이 저주를 언급하며 골방을 가리키자 에스텔라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반사적으로 물었다.

“어, 어디를?”

“감히 용서받지 못한 죄를 저지른 놈을 찾아야지.”

“······.”

혼자 음란마귀에 씌었단 자괴감에 에스텔라가 입을 다물고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부끄러워 할 때 당화련이 물었다.

“상공, 찾을 방법이 있사옵니까?”

“아! 운희란 여자는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마이너스 그룹 영업부장이니까 의뢰하면 금방 찾을 수 있겠구나!”

미텔이 듯 박수를 치며 외치자 에스텔라와 당화련도 아! 하는 소리를 외쳤다.

자신들의 힘으론 무리지만 마이너스 그룹이면 얼마든지 진금화를 마련할 수 있다.

“그쪽은 끼어들려다가 내가 깨어난 거 보고 도망쳤을 거야. 하는 거 보면 나이에 비해 참 귀엽다니까.”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던 준영은 우두커니 서서 어쩔 줄을 모르는 트리시아를 향해 말했다.

“요정왕한테 전해. 나중에 만나면 나머지 수염도 뜯어 버리겠다고.”

트리시아는 생각지도 못한 준영의 험악한 말에 당황했으나 요정왕 휘하의 요정답게 준영을 향해 당당히 말했다.

“말 안 하고 뜯어 버리는 게 더 울리기 좋을 겁니다.”

“그런가?”

트리시아의 조언에 준영은 피식 웃으며 골방 안으로 들어갔고 세 여인도 준영을 쪼르르 따라갔다. 문이 닫히고 덜커덩! 하는 기계음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자 트리시아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벌벌 떨던 나비렌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가, 갔는가?”

“예. 이제 안심하셔도 돼요.”

트리시아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떨어진 나비렌은 아직 놀람이 가시지 않았는지 한차례 부르르 몸을 떨더니 대단하다는 시선으로 트리시아를 바라보았다.

“그대는 대체 어떻게 견딘 건가? 준영은 정말 인간이 맞기는 한 건가? 어떻게 인간이 저런 힘을 가질 수가 있는 건가······.”

나비렌의 말에 트리시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간 수많은 룰 브레이커들을 겪어 온 트리시아기에 알 수 있었다. 아마 이들 중에 가장 경험이 많은 트리시아만 눈치챘을 거다. 힘을 갈무리해 숨긴 상태에서 밖으로 새어 나온 게 그 정도라는 걸.

오랜 시간의 경험이 준영을 보는 순간 확신하게 만들었다. 비명을 지르며 어째서냐고 묻고 싶어질 정도로 준영은 상위 차원의 절대자들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능가한 힘을 가졌다.

본능이 발달한 수인계열이라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 나비렌이나 타르찬이 두려움에 벌벌 떨었지만, 준영이 가진 힘이 그대로 발산됐다면 여기 있는 이들뿐만 아니라 제13인간계 전체가 흔들렸을 거다.

절대자들이 차원의 일에 함부로 간섭하지 않는 이유는 관심이 없어서기도 하지만 격의 차이라 할 수 있는 코스믹 호러 현상 때문이다.

뭔 말만 하려고 하면 애들이 정신줄 놓거나 맛이 가 버린다. 룰 브레이커나 차원 관리자급만 간신히 버틸 수 있을까? 준영의 힘은 그런 절대자들과 최소 동급이다.

나비렌의 말대로 어떻게 중간 차원의 존재가 그 정도의 힘을 가질 수 있는지 이해불가의 현상이라 생각하는 걸 그만뒀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그런 준영과 당분같 함께 생활해야 하니 실수하기 전에 강력한 교육의 철퇴가 필요하다는 것을.

트리시아의 결심을 본능적으로 알아챘지만 연결은 못 시킨 나비렌은 떨림이 멈추지 않고 오히려 한기까지 들자 준영이 흩뿌린 존재감의 여파가 정말 대단하다며 감탄했다.


* * *


벌컥 문을 열고 PC방 안으로 들어선 준영은 불 꺼진 PC방 내부를 둘러보며 투덜거렸다.

“이 방구석 폐인은 어디 처박혀 있는 거야?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네.”

준영의 말에 여인들이 준영의 방에서 흘러나오는 빛을 등대 삼아 더듬더듬 전원 스위치를 찾기 위해 헤맬 때 PC방의 카운터에서 헬멧을 쓴 석호의 머리가 쑥 올라왔다.

“어? 무사하시네요?”

순간 위잉! 하는 모터음과 함께 전등은 물론 PC방의 모니터에 일제히 불이 들어오며 주위를 환하게 밝혔다. 선글라스를 쓴 준영이야 멀쩡했지만 갑자기 쏟아진 빛에 여인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잽싸게 짱박히는 건 여전하구나. 방탄은 또 어디서 구했냐?”

준영의 말에 석호는 카운터에서 기어 나오며 헤헤거렸다.

“제가 또 형님한테 배워서 짱박히는 거 하난 자신 있죠. 이거 우리 이쁜이가 날 위해 구해 준 아이템인데 멋지죠?”

“그래. 딱 너한테 어울리는 물건이네.”

“헤헤. 밖에 상황은 다 정리됐습니까?”

석호의 물음에 준영은 근처 비어 있는 컴퓨터 앞에 앉으며 말했다.

“대충은. 눈탱아, 컴퓨터 켜 봐.”

준영의 말에 카운터가 흐릿하게 변하더니 나타난 아르고스의 눈의 촉수가 꿈틀거리자 준영이 앉은 모니터에 익숙한 화면이 나타났다.

준영이 컴퓨터 앞에 앉자 뭘 하나 싶어 호기심 어린 눈길로 바라보던 세 여인은 준영이 포털 사이트를 접속했다가 여러 가지 전혀 상관없는 뉴스나 블로그, 웹툰 등을 훑어보는 모습에 황당한 표정으로 준영을 바라보았다.

“준영, 뭘 하려는 거야?”

“음? 아, 내가 말 안 했나? 딴 데로 새 버렸네. 포털 메인 화면이 사람들 낚시하는 건 진짜 대단한 거 같아. 앗! 하는 사이에 계속 보게 만든다니까.”

“······.”

딴짓 했다는 소리를 뻔뻔하게 내뱉는 준영을 향해 할 말을 잃은 듯 멍하니 바라보던 와중에 준영은 양옆의 빈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서 기다리다 보면 연락이 올 거야. 그때까지 대충 게임이라도 하면서 시간이나 때우면 돼.”

그 말에 미텔이 재빨리 준영의 왼쪽 자리를 차지하곤 찰싹 달라붙어 게임 좀 가르쳐 달라고 애교를 떠는 모습에 에스텔라와 당화련이 아차하며 남은 오른쪽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렸다.


* * *


“지금이다! 이니셜 드리프트!”

“그건 이거 아니야!”

“앗! 누가 나한테 물 폭탄 쓴 거야!”

얼떨결에 준영과 같이 게임을 하게 된 세 여인이지만 이런 게임 자체를 해 본 적이 없는 여인들이라, 준영은 뭘 하면 좋을까 싶어 캐주얼 게임 폴더를 뒤적거리다 레이싱 게임을 발견했고 여인들과 같이 재미나게 레이싱을 즐겼다.

미텔이야 그저 좋다고 즐겼지만 에스텔라와 당화련은 이러고 있어도 되나 싶어 시큰둥하다가 승부욕이 발동해 빠져들었다.

“아싸! 내가 일등이다!”

“크윽! 분하다! 한판 더 해! 현질로 승부해 주마! 자! 너로 정했다! 아스라다!”

“그것도 이거 아니라니까! 에잇! 질 수 없지! 데빌z 너만 믿는다!”

“흥! 그래도 내 붕붕이한테는 안 될걸!”

게임 회사에서 정한 이름들을 가뿐히 무시하고 제멋대로 부르면서 모자란 실력을 부분 유료화의 혜택으로 커버하며 한창 레이싱에 빠져든 세 여인의 기세에 일찌감치 밀려난 준영은 포털 사이트의 기사들과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새로운 레이싱이 시작되고 출발선에서 녹색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그 순간 갑자기 게임이 정지됐다.

“아앗! 완벽한 타이밍이었는데!”

“그래 봤자 나한테는 안 돼.”

“히잉, 붕붕아!”

아르고스의 눈이 시끄러웠는지 세 여인의 모니터를 아예 꺼 버려 세 여인이 탄식을 터트릴 때 스피커에서 기계음이 들려왔다.

-마켓의 관리자가 비밀 회선으로 접촉을 시도 중입니다.

“마켓?”

아르고스의 눈의 말에 세 여인은 슬그머니 준영의 곁으로 모였다. 준영 곁에 있으니 놀람의 연속이다. 그 누구도 정체를 모른다는 마켓의 관리자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다니. 이건 정보 자원으로도 아주 고가치의 정보였다.

“연결해.”

준영의 지시에 모니터에 창이 하나 떠오르더니 뭔가가 화면 끄트머리에서 움찔거렸다.

“빨리 안 튀어나와?”

준영이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냉큼 튀어나온 존재를 보고 세 여인은 비명을 질렀다.

“어? 레서판다랑 비슷하게 생긴 종족도 있었나? 그런데 귀엽긴 귀엽네.”

“하악하악······.”

“으음. 준영 씨랑 비슷하게 귀엽다니. 대단하다.”

-헤헤. 오래간만입니다, 준영 님.

“어후. 저 손짓 봐.”

“큭. 심장이!”

“히잉. 너무 귀엽잖아!”

세 여인은 화면 가득 들어찬 단추만 한 동그란 눈 밑에 마치 우는 듯이 자리 잡은 한 줄기 갈색 털이 참을 수 없이 귀여워 연신 꺅꺅거리며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런 여인들을 보고 질투인지 시끄러운지 준영이 짜증을 담아 말했다.

“너 내가 귀여운 척하지 말했지?”

-꺄웅!

준영의 말에 레서판다가 짧은 주둥이를 앙 벌리며 앙증맞은 양손을 활짝 들면서 놀랐다는 듯 뒤로 넘어가자 여인들도 숨이 넘어갈 뻔했다.

“쯧!”

-이건 종족 특성이라 저도 어쩔 수가······.

식은땀을 닦듯이 하얀 손수건으로 뺨을 닦는 모습에 여인들이 자지러질 때 준영이 말했다.

“나한테 현상금 건 새끼가 누구야?”

-죽음의 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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