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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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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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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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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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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3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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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우리 왜 온거지?

DUMMY

마계 대공 블러드의 영지 블러드토피아. 모든 물질이 피로 이루어진 흡혈종들의 천국. 그런 블러드 토피아는 오늘도 변함없이 깊은 혈무에 잠겨 있었다.

“이 동네가 딱 한 가지 좋은 점은 마음껏 때려도 티가 안 난다는 거야.”

엘레나는 빙글빙글 웃으며 괴성과 함께 날카로운 손톱을 뽑아 들고 뒤에서 덮쳐 오던 뱀파이어를 낚아채 바닥에 내팽개치면서 발로 짓이겼다.

“배, 뱀피릭 나이트의 단장을 한 방에······.”

마계 대공 블러드의 거주지인 블러드 캐슬의 경비병들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침입자들을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파죽지세란 말이 어울리게 게이트 입구에서부터 블러드 캐슬까지 칩입자들은 단 한 번의 머뭇거림도 없이 마계 대공이 있는 피의 제전까지 진격했다.

마지막으로 막아선 블러드토피아의 최정예 전력인 뱀피릭나이트마저 제대로 힘 한번 써 보지 못한 채 괴멸해 버리니 일반 경비병들로선 겁을 집어먹을 수밖에 없다.

“크흑! 누구 의뢰를 받고 온 거지, 용병왕?”

뱀피릭 나이트의 단장이자 블러드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블라칸은 빠드득 이를 갈며 엘레나를 노려보았다.

용병왕으로 이름 높은 여인. 절대 적으로 돌려선 안 될 언터처블 중 하나. 그렇기에 딱히 원한도 없어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의뢰는 아니고 블러드랑 할 얘기가 있어서.”

“이렇게 기습해 놓고?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우리를 이렇게 무력화시킨 거냐!”

블라칸은 엘레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엘레나의 발에 배가 밟힌 채라 참 볼품이 없긴 했지만 그렇기에 더욱 억울했다. 기습은 그렇다 쳐도 제대로 붙으면 진다는 건 알지만 이렇게 허무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어머나! 역시 단장급 정도는 약발이 잘 안 받나 보네요.”

블라칸은 어느새 나타나 자신의 머리맡에 쪼그리고 앉아 이마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는 미스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암살자, 이 미친년아! 네년 짓이구나! 그래도 독은 안 쓴다면서! 이제는 자기가 한 말조차 안 지킬 정도로 타락했더냐!”

블라칸의 외침에 미스트는 빙글빙글 웃으며 품에서 펜을 꺼내 블라칸의 얼굴을 도화지 삼아 낙서하며 말했다.

“그야 죽일 때는 독을 안 쓴다는 거죠. 쓸 필요도 없고. 그래도 블러드 씨를 생각해서 죽이진 않고 독만 써서 제압한 건데 그냥 다 죽일 걸 그랬나요?”

“크윽!”

블라칸은 분한 표정으로 입을 다문 가운데 엘레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스트를 향해 물었다.

“그런데 독은 어디서 났어?”

“화련이가 가지고 있는 걸 약간만 빌렸죠.”

“포이즌 마스터가 흡혈종을 상대로 한 독을 개발했다고?”

엘레나의 중얼거림에 블라칸도 움찔거렸다. 포이즌 마스터는 전 차원에서 한때 반짝 인기를 끌었던 산공독의 개발자로 이름을 떨친 존재다.

그런 포이즌 마스터가 뱀피릭 나이트의 단장인 자신조차 무력화시키는 독을 개발했다면 아주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그런 블라칸의 심각함을 미스트는 아주 허탈하게 만들었다.

“사실 저도 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은 몰랐어요. 화련이가 오라버니한테 쓸 거라고 개발 중인 정력제거든요. 몰래 개발 과정을 구경하면서 조금 챙긴 건데 이거 작동 방식이 특정 부위의 혈류를 과다 공급한 뒤 고정시키는 방식이더라고요. 그래서 혹시나 싶어 한번 써 본 거예요.”

“흠. 효과 하나는 직방이군.”

블라칸은 엘레나의 미선이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훑고 지나가자 수치심 가득한 표정으로 변명했다.

“이, 이건 생리 현상이다!”

“뭐. 그렇겠지. 뱀피릭 나이트 단장의 취향이 이런 쪽인지는 몰랐지만.”

엘레나의 발밑에 깔려 있는 자세로 흥분한 상황이니 오해받기 딱 좋은 상황이라 블라칸은 수치심과 억울함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나저나 슬슬 문 열지? 이거 깨부수려면 나라도 약간 힘들거든?”

블러드가 있는 피의 제전은 블러드토피아 최후의 보루인 만큼 강제로 깨부수고 들어가려면 한세월은 족히 힘을 퍼부어야 했다.

그렇기에 엘레나와 미스트는 블라칸과 한담이나 나누며 지켜보고 있을 블러드가 공격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고 얌전히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거였다.

뜻이 통했는지 피의 제전으로 가는 거대한 문이 그그극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고 양옆으로 도열한 밤의 귀족들 가운데 제전 위 옥좌에 골치 아프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블러드가 보였다.

“여, 오랜만이네.”

엘레나가 반갑다는 듯 한 손을 흔들며 어슬렁리면서 다가오자 밤의 귀족들은 앓는 소리를 내며 엘레나를 노려보았으나, 블러드를 제외하곤 최강자인 블라칸이 어떤 치욕을 당하는지 똑똑히 지켜보았으니 감히 덤비지는 못했다.

블러드는 엘레나를 노려보며 치솟아 오르는 분을 간신히 눌러 참았다. 마계 대공으로서 인내심이란 걸 느낄 만한 위치가 아니다 보니 더 힘들다. 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다. 엘레나가 두려운 게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자가 두렵기에.

“용건이 뭐지?”

“짐작할 텐데?”

얄미울 정도로 매력적인 미소가 더 열 받아 블러드는 잠시 심호흡을 하곤 말했다.

“배상만으론 부족한 건가?”

“음? 아! 들었어. 부하 놈이 깽판 친 거 직접 사과하고 보상했다면서? 역시 눈치는 참 빨라. 그런데 그런 눈치로 왜 아직까지 미적거릴까?”

“호인계에 그렇게 신경을 쓸 줄은 몰랐군.”

“운이 좋았지. 요정계가 관리하는 차원에서 분탕질 쳐 준 덕분에 요정왕한테 진 빚을 약간이나마 갚을 수 있게 됐으니까.”

“역시 소문이 사실이었나?”

엘레나의 말에 블러드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소문? 아, 그거? 뭐 대충은. 준영이 요정왕의 장난에 걸린 건 사실이니까.”

“······너무 쉽게 밝히는군.”

블러드의 중얼거림에 엘레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실이기도 하고 준영이 먼저 잘못한 거니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니들이 알아봤자 뭐 어쩔 건데?”

“······.”

오만한 말에도 블러드는 대꾸할 수 없었다. 엘레나는 물론 그 뒤에 있는 자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충분했다.

“호인계와 관련된 모든 지분은 포기하고 철수하지.”

블러드의 선언에 밤의 귀족들이 놀라 아우성칠 때 엘레나가 되물었다.

“그리고?”

“······모든 피해를 감수한다.”

“역시 똑똑하단 말이야. 마왕 중에도 너 같은 애는 별로 없어.”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해당 차원의 룰 브레이커를 꼬드겨 반란을 일으켜 차원 관리자로부터 관리자 권한을 빼앗는 건 어느 차원이나 즐겨 쓰는 수법이다.

거기에 더해 반란이 실패하면 포기하는 게 아니라 직접적으로 군대를 보내는 게 마계의 수법이다. 반란으로 힘을 소모한 차원으로선 그런 마계의 군대를 막을 힘이 없어 용병을 고용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해당 차원은 허약해지고 마계와 용병들 배만 불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마계는 가증스럽게도 그런 사실을 떠벌리며 마계로의 편입을 광고하고 다녔고 실제로 효과도 꽤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약해도 차원 간의 전쟁이다. 보통은 마계 대공 이상의 세력이 주도해 마계 귀족들을 모은 후 컨소시엄을 구성해 작업한다.

호인계 정복에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참여한 게 혈계의 블러드 대공이다. 이번 일의 주모자이자 주력인 혈계가 빠져 버리면 남은 세력들의 힘만으론 호인계를 침공할 수는 있으나 승리는 장담하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이기건 지건 손해라 혈계가 철수하면 남은 세력들도 어쩔 수 없이 철수할 수밖에 없었고, 작전의 실패로 투자금을 날리게 된 마계의 세력들이 원인 제공자인 혈계에 책임을 돌릴 게 뻔했다.

“대공이시여, 사령왕과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사옵니다!”

혈계를 이어 두 번째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령계의 왕이 불같이 화낼 건 뻔한 일이라 블러드의 가신들은 필사적으로 블러드를 설득하려 했으나 블러드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약점을 보이는 순간 물어뜯긴다지만 이건 솔직히 억울하군.”

“음. 동정해야 하나?”

건성으로 묻는 엘레나의 말에 블러드는 눈에서 혈광을 내뿜으며 소리쳤다.

“까불지 마라, 용병왕. 네년의 그림자 뒤에 있는 그분이 두려울 뿐이지 네년 따윈 두렵지 않으니까!”

“누가 할 말인지 모르겠네. 그분의 동정이 아니었으면 태초에 소멸당했을 배신자 새끼가.”

“배신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뿐이다!”

“아무리 포장해 봤자 넌 포기한 패배자 새끼일 뿐이야.”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나?”

“하! 미련? 미련이라고!”

블러드의 말에 순간 엘레나의 그림자가 크게 솟구치더니 송곳들로 변해 블러드를 향해 날아갔다. 미처 블러드가 반응하기도 전에 송곳들은 블러드를 옥좌에 전시용 표본처럼 고정시켰다.

그런 블러드를 향해 다가간 엘레나가 블러드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투둑! 하는 소리와 함께 고정되어 있던 팔다리의 살점이 뜯겨 나갔으나 블러드는 신음 하나 내지 않은 채 엘레나를 노려보았고 엘레나도 마주 노려보며 말했다.

“미련이라 합리화시키며 결국 포기하고 가짜 세상에서 왕 노릇하는 데 맛 들린 네놈들이 뭐라 떠들건 상관없지만, 마지막 경고다 끼어들지 마.”

거칠게 잡았던 멱살을 뿌리치며 뒤돌아 걷는 엘레나의 그림자에서 미스트가 스르륵 나타나 블러드를 향해 베에 혀를 내밀며 메롱한 뒤 엘레나를 따랐다.

그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블러드가 소리쳤다.

“비록 거짓된 세상일지라도 이곳은 내 세상이고 내 권속들이고 실제 살아가는 생명들이다!”

그 말에 우뚝 발걸음을 멈춘 엘레나가 경멸 가득한 시선으로 블러드를 향해 말했다.

“그래. 그 덕분에 네놈들이 아직 살아 있는 거다. 그분의 동정심에 기대 살아남은 기생충들아, 벌레면 벌레답게 발밑에서나 꿈틀거려라. 불쾌하게 기어오르지 말고.”


* * *


“우리가 할 일이 뭐에요?”

미텔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축축한 습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 뚝뚝 종유석을 타고 떨어지는 물방울, 벽에 걸린 횃불이 아른거리면서 따라 흔들리는 그림자가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런 공동 한쪽 벽에 화려하게 치장된 제단이 만들어져 있었고 제단의 끝에는 위갑감을 느낄수 잇게끔 해골과 악마등등 기괴한 조각들로 꾸며진 최신형 안마의자가 덜덜덜 열심히 준영을 릴렉스하게 만들어주고 있엇다.

“간단해요. 준영오빠는 마왕 역할을 하고 여러분들은 마왕군 시녀나 부엌데기나 뭐 알아서 취향껏 대충 정하시고 이곳 레이테르 차원의 지성체들을 꼬드겨 던전을 공략하게 만드시면 됩니다. 참 쉽죠?”

“그게 다야?”

“쉬워도 너무 쉬운데?”

“그런데 우리도 있고 준영씨도 있는데 공략 자체가 불가능한거 아닌가?”

생각보다 간단하단 생각에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세 여인을 보며 운희는 깔깔거리며 웃어서 세 여인의 속을 뒤집어 놨다.

“다시 한번 설명드리자면 여러분들이 하실 일은 레이테르 차원의 인간들이 던전을 공략하게 만드는 겁니다. 던전에 난입한 레이테르인이 마왕인 준영님을 자발적으로 공격하는 순간 임무는 종료됩니다. 이해하셨습니까?”

“일 안하고 실컷 놀다가 질릴때쯤에 아무나 한명 데려와서 준형을 한 대 때리라고 해도?”

에스텔라의 날카로운 물음에 운희는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답했다.

“물론.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작가의말

조씨네가 어딘지 모르겠는데 거깃 보셨다는 분들이 계시네요. 


까페 출입금지는 문피아 말고는 다른곳에 연재된적이 없는데 말이죠...


조씨네가 어디인가요? 저보다 분량이 많으면 저도 주소좀 알려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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