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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까페 출입금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최근연재일 :
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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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4,083

작성
17.12.3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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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두번째 의뢰 2

DUMMY

“······저보고 PC방을 만들라고요?”

“응. 너 컴퓨터 잘하잖아. 아냐?”

“맞는 말이기는 한데······ 예산은······ 아뇨. 알겠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만들죠.”

컴퓨터도 분야는 여러 가지지만 석호는 순순히 답하고 물러났다. 자세히 설명해 봤자 들어 처먹을 양반도 아니고 그래서 해? 못 해? 물어보면 답은 정해져 있다.

석호가 툴툴거리며 까페를 나갈 때 준영은 트리시아가 가져온 라면을 한 젓가락 흡입하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음. 맛있네. 역시 트리시아가 끓여 주는 라면이 PC방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어. 같은 라면인데 이유가 뭘까?”

순간 여인들의 잡아먹을 듯이 사나워진 눈초리를 받으며 트리시아는 현명한 요정답게 행동 했다.

“그야 제 사랑을 듬뿍 담았으니까요.”

“그래? 잘 먹을게. 하나만 더 끓여 줘.”

준영이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며 라면을 먹는 사이 트리시아는 살기마저 담겨 있는 시선을 쏙쏙 피해 다시 라면을 끓이기 위해 주방으로 도망쳤다.

여인들은 툴툴거리면서도 트리시아에게 압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건 엘족을 다스리는 여왕이기도 한 트리시아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닌 점도 있지만, 그녀들의 밥상을 책임지고 있어서였다.

요정족 특성상 한번 삐지면 오래 간다. 그렇다고 스스로 밥해 먹기엔 요리에 재능도 없고 트리시아는 요리 말고도 청소와 정리 등등 까페와 관련된 모든 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으니 놀고 먹는 여인들로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밉보이면 트리시아가 자신들도 끌어들여 일 시킬 테니까.

준영이 새 라면을 기다리는 사이 당화련은 하악거리는 나비렌을 쫒아다녔고 엘레나와 미스트는 사이좋게 마주앉아 차를 마시고 미텔은 뭐가 그리 좋은지 준영의 얼굴만 바라보며 헤죽거렸고 에스텔라는 심각한 표정으로 요리강좌를 시청했다.

언제나처럼의 개판에 타르찬은 입구 앞에 자리 잡고 앉아 하품을 하며 나른한 오후의 햇살을 즐겼다.

어느덧 변신 상태를 유지한 채 지내는 것도 익숙해져 버렸다. 그래도 예전엔 인간 여자들이 공물을 바치러 자주 오더니 요즘은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아 약간 아쉬웠다. 인간 여자들이 바치는 공물들 중 쫀득쫀득하면서도 먹음직스럽고 오래가는 가짜 뼈다귀가 참 별미였다고 개껌을 떠올리며 아쉬워하던 중 덜컹하며 문이 열리자 귀를 쫑긋하며 고개를 든 타르찬은 맹렬히 꼬리를 흔들며 입장객을 격하게 반겼다.

“안녕하세요! 리모델링 끝나고 다시 오픈했다고 해서 개업 선물을 가져왔어요!”

타르찬이 눈앞의 개껌에 굴복해 넘어간 사이 상쾌한 미소를 지은 운희의 뒤를 따라온 직원들이 바리바리 싸 온 선물 꾸러미를 여인들에게 나눠줬다.

“어머나! 주방 세트네요. 안 그래도 부족했는데 잘 쓸게요.”

“오. 마침 다 떨어져 가던 참인데 고맙군.”

“색깔이 마음에 드네? 고마워.”

“오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아이들의 황제라는 자인가? 나도 열심히 보고 공부하겠다.”

최고급 주방 세트와 고급 차 한 박스, 은은한 색깔의 스카프를 확인한 세 사람은 만족한 듯 운희에게 감사를 표했고, 나비렌은 펭귄 캐릭터로 아이들에게 유명한 애니메이션이 전편 수록된 데이터 패드를 받아 들곤 벌써 열심히 시청 중이었다.

“잠깐만! 우리는?”

에스텔라와 당화련, 미텔이 한 목소리로 항의하자 운희는 방긋 영업용 미소로 답했다.

“저희 마이너스 그룹은 언제나 고객만을 생각한답니다.”

“으윽! 부장급이라 건드릴 수도 없고······.”

“때려 주고 싶어!”

“확 피부 노화독이라도 뿌려 버릴까?”

세 여인은 툴툴대며 운희를 노려보았다. 고객만 신경 쓴다는 건 바꿔 말하면 고객이 아니면 신경도 안 쓴다는 소리다. 그리고 헤드헌팅 당할까 봐 0과에서 감싸고 돈 세 여인은 직접적으론 마이너스 그룹을 이용해 본 적이 없다.

마이너스 그룹쯤 되면 잠재적 고객이라는 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고 세 여인도 그 사실을 알기에 툴툴거릴 뿐이었다.

“물론 언제든지 저희 그룹을 이용해 주시겠다면야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영업부장답게 영업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선물 대신 명함을 돌린 운희는 나한테는 뭘 주려나 기대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준영을 향해 말했다.

“내가 우리 오빠를 위해서 아주 쓸 만한 선물을 가져왔어요.”

짝짝!

운희가 박수를 침과 동시에 까페 안으로 정체 모를 자재를 한 아름 가지고 우르르 몰려온 인부들이 준영의 까페 출입구에 모여 뭔가를 뚝딱거리기 시작했다.

“예산상의 문제로 급한 일이 아닌 이상 의뢰를 수행하시려면 저희 그룹 지사까지 찾아오셔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고객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저, 자운희는 어떻게 하면 고객을 번거롭지 않게 해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이 고정 게이트입니다. 이게 있는 이상 귀찮게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없어진 거죠. 어때요?”

“어······ 음······ 좋은 거지?”

“그럼요! 아니면 의뢰받을 때마다 지점에 오실 거예요?”

“그래도 저번엔······.”

“여기서 이동하셨죠. 그 편안함을 계속 누리시라는 오빠를 위한 제 배려예요.”

“······고마워.”

운희의 말발에 눌려 어버버거리는 준영을 보며 세 여인은 속닥거렸다.

“와! 저걸 저렇게 돌려 버리네?”

“권역 내 게이트 설치 허가를 이렇게 따도 되는 건가?”

“어라? 그러면 공사할 필요 없이 게이트 따서 내 방이랑 연결했어도 되는 거 아닌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 미텔의 한마디에 에스텔라와 당화련이 경악한 표정으로 미텔을 노려보았다.

“으윽! 에어컨도 생각해 낸 걸 내가······ 이 자괴감은 오랜만이군.”

“이래서 바보랑 천재는 똑같은 놈이라고 그런 건가?”

“뭐야! 내가 뭐 어때서!”

미텔이 씩씩거리며 노려보는 사이 운희는 순식간에 설치를 끝내고 쏙 빠지는 직원들의 유능함에 만족하며 준영을 향해 말했다.

“설치가 끝난 김에 오빠가 해결해 주셔야 할 일이 하나 있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 왠지 억울한 감정이 들어.”

“에이, 기분 탓이에요.”

“······.”

준영을 능수능란하게 가지고 노는 운희의 행동에 다들 대단하단 시선으로 바라볼 때 준영이 툴툴거리며 선글라스를 끼려 하자 운희가 막았다.

“아. 이번엔 선글라스를 낄 필요 없어요. 이번 일에 오빠는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돼요.”

“어? 진짜?”

“예. 그래서 동료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전략 전술적 조언이 필요한 건가?”

운희의 말에 엘레나가 묻자 운희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략적 식견보다는 색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나 할까요?”

“그래? 그러면 우리 말고 쟤네들 데려가.”

“저 애송이들요?”

엘레나는 영상에 빠져 있다가 준영이 다른 데를 간다니 화들짝 놀라 차마 말은 못 하고 눈망울 가득 그렁그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나비렌을 보고 피식 웃으며, 세 여인에게 일을 떠넘겼다.

엘레나의 말에 운희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세 여인을 바라보았고 그 시선에 자존심 상한 여인들의 운희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오라버니한테 고용된 알바니까 따지고 보면 공짜 인력이라 할 수 있죠.”

미스트가 툭 끼어들어 한마디 하자 세 여인이 움찔하며 한발 물러설 정도로 눈빛이 변한 운희가 화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아오, 얄미워.”

“어떤 면에선 참 대단하다.”

“정말 한 대 때려 주고 싶다.”

에스텔라와 당화련, 미텔은 투덜거리면서도 안 한다고는 안 했다. 마이너스 그룹이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준영과 함께 의뢰를 빌미로 같아 돌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호호호, 준영, 이 누나만 믿고 따라와. 전에 못한 거 마저 하자고.”

“상공, 만리장성은 첫 삽만 뜨면 별거 아니옵니다.”

“주, 준영 씨, 잘 잘 부탁합니다!”

왠지 모를 헛물을 켜고 있는 세 여인을 바라보며 차를 한 모금 마신 엘레나는 미스트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내기할까?”

“내기가 되겠어요? 선글라스도 안 꼈는데.”

“하긴. 꽤 재미있는 구경이 될 거 같은데 놓치는 게 아쉽군.”

“저라도 따라갈까요?”

“준영한테 안 들킬 자신은 있고?”

“무리죠.”

“그치? 아쉽단 말이야. 진짜 평생 놀려 먹을 수 있는 건수를 보고만 있어야 하다니.”

엘레나가 입맛을 다시는 사이 느닷없이 달라붙은 세 여인에게 시달리는 준영을 운희가 구원해 줬다.

“자, 그럼. 일단 가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모두 이동하시죠.”

“어? 잠깐만. 그러고 보니 나 집에 온 지 하루도 안 지난 거 같은데······.”

“무슨 상관이야? 마누라가 옆에 있으면 거기가 집이지.”

“자, 자, 상공은 몸만 가면 돼.”

“그럼요! 몸만 있으면 돼요.”

운희가 연 문을 통해 준영과 세 여인이 사라지자 운희는 엘레나와 미스트를 향해 뜻 모를 미소를 보내곤 안으로 들어가며 문을 닫았다.

갑작스레 벌어진 일에 트리시아가 저녁을 어떻게 하나 고민하는 사이 엘레나와 미스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우리도 가 볼까.”

“음? 어디 가시나요?”

트리시아가 두사람을 향해 묻자 엘레나가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대꾸했다.

“잠깐 볼일좀 보고 올게.”

어디 동네 마실이나 갔다 오겠다는듯한 말투에 트리시아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하긴 걱정하면 그게 더 웃기는 거다. 내색은 안했지만 오메카 팀으로 유명한 용병단의 일원인 엘레나와 미스트가 등장하고 그 덕분에 준영이 학살자라는걸 알았을때는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식겁했었다.

엘레나와 미스트 마저 게이트 너머로 사라지자 트리시아는 조용히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나비렌을 지그시 바라보았고 그 따끔따금한 시선에 결국 나비렌은 한숨을 내쉬며 화면을 끄고는 시무룩 하게 고개를 푹 숙인채 알아서 카운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에 역시 잘 가르친거 같아 뿌듯해 하는 트리시아도 카운터 안으로 사라지는걸 타르찬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저 열심히 물고 뜯고 맛보았을 뿐인데 어느새 까페가 조용해졌다.

“이건 형님께서 날 믿고 맡긴 임무다!”

벌떡 일어난 타르찬은 다들 안심하고 가게를 비우는 데는 자신의 존재가 결정적이라는 자뻑에 빠져 경비견처럼 앉아서 고개를 치켜든 포즈로 아무도 없는 까페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어라? 그새 다 어디 간 거야? 하여간 이 양반은 중간 보고라는 걸 몰라요. 그래 놓고 마음에 안 들면 갈굴 거면서. 중간에 좀 조율을 해 주면 서로 편할걸. 아니지, 나만 불편하구나. 에휴, 나도 모르겠다.”

불쑥 나타난 석호는 아무도 없는 까페를 둘러보곤 투덜거리며 도로 나가려는데 타르찬이 잘 걸렸다는 듯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야.”

“야?”

타르찬의 말에 우뚝 걸음을 멈추곤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는 석호를 향해 타르찬은 벌떡 일어나 날카로운 어금니를 드러내면서 으르렁거렸다.

이건 서열을 바로 세우기 위한 숭고한 행위지 절대 맛나 보이는 음식을 눈이 마주쳤는데도 무시한 채 저 혼자 처 먹은 게 열 받아서 그런 게 아니다.

“서열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모르는 인간 놈이니 이해한다만 여기까지다. 누가 가장 최하위인지 가르쳐 주마.”

“······.”

우두커니 서서 타르찬을 가만히 바라보던 석호는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리더니 낄낄거리면서 전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통화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술먹지 마세요. 다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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