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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연필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선수가 야구궤적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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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연필
작품등록일 :
2023.09.12 11:12
최근연재일 :
2023.09.29 11:4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31,632
추천수 :
644
글자수 :
134,930

작성
23.09.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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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드래프트는 아니야

DUMMY

하지만 괜찮은 게 아니었다. 공을 쥔 손가락에 마디에 물집이 생겼는데 아까 마지막 투구에서 터진 것이다.


연습구와 실전은 이런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힘을 주고 반복하다보니, 굳은 살 덜박힌 것이 티가 났다.


투구 스킬도 4회에 등판하면서 써버려서 사용권이 없다.

스카우터들이 지켜보는데, 중단하고 싶지는 않았다.

손가락 마디이기에 너클은 어렵지만, 손 끝으로 던지는 다른 구종은 가능하다.

나도 내 대처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첫 번째 타자가 4번이었다.


그렇지만 난 남들이 모르는 궤적을 보는 힘이 있지 않은가.


작전을 바꿔야겠어. 맞춰 잡아 볼까.


내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수비수들은 봄날이다.

이젠 내가 수비수들을 믿는 수 뿐이 없다.


손이 까져 내일 등판이 어렵기 때문에, 삼진 능력뿐 아니라 맞춰 잡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스카우터에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


난 바뀐 상황을 불리하다고 생각하기보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계기로 화학 변화시켰다.


이 타자가 가장 잘하는 스윙 궤적을 분석했다.


동섭의 너클 사인을 모두 거절하고, 변화구 그립을 잡았다.

칼제구가 풀려버리면 장타를 맞는다.


“읏차!”


슉-

ㅡㅡㅡㅡㅡㅡㅡㅡ

> 구종: 슬라이더

> 구속: 135km/h

> 궤적: 상우외

ㅡㅡㅡㅡㅡㅡㅡㅡ


공이 너클이 아니라 회전하며 눈에 들어오는 구속이 날아오자, 타자는 이전 타석의 부진을 만회라도 하는 양, 배트를 공포스럽게 돌렸다.


붕-


슬라이더는 직구처럼 날아오지만 우타자의 바깥 쪽으로 흘러가고, 좌타자에게는 안쪽으로 파고 들어간다.


딱-


배트 안쪽에 살짝 빗맞은 공이 1루수 우측으로 튕겼다.


미처 준비하고 있지 않았던 1루수가 놀라 글러브를 댔다.

하지만 공은 잡지 못하고 글러브에 맞고 옆으로 떨어졌다.

난 재빨리 1루로 베이스 커버에 들어갔다.

1루수가 허겁지겁 공을 주어 던졌다.


간발의 차로... 아웃!


더그아웃에서 함성이 터졌다.


“나이스 커버!”

“수비도 잘한다!”

“수비진이 너무 넋 놓고 있는 거 아냐?”


1루수가 준비 동작만 빨랐어도 접전 타이밍이 아니었다.


1루수가 내게 손을 들어 미안함을 털었다.


“잘 했어!”


내가 야수들에게 외쳤다.


“맞춰 잡을꺼니까, 준비들 하세요!”


풀려있던 내야수들이 내 말에 바짝 긴장했다.


5번타자.


딱-


2구에 방망이가 나갔다.


커브가 풀리는 바람에 제대로 맞았다.

하지만 우익수가 달려가 여유있게 잡았다.


- 투아웃! 공 3개로 두 타자를 간단하게 아웃시켰습니다.

- 이번 이닝에서는 너클을 안 던지네요. 정말 맞춰 잡은 거 같네요.

- 맞춰 잡을 거라면, 너클로 잡는 게 더 쉽지 않을까요?

- 너클은 마지막 행선지를 누구도 모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맞춰 잘을 수 없는 구종이죠. 타자가 칠 수도, 못 칠 수도 있으니까요.

- 아, 그렇네요. 남은 건 오직 아웃카운트 하나! 강타 투수 던졌습니다.


슉-

ㅡㅡㅡㅡㅡㅡㅡㅡ

> 구종: 투심 패스트볼

> 구속: 142km/h

> 궤적: 하좌

ㅡㅡㅡㅡㅡㅡㅡㅡ


타자의 몸에 붙는 궤적이었다.


뻑!


“스트라잌!”


- 와, 구석을 예리하게 찔렀어요! 저 코스는 알아도 못 치죠. 마구만 잘 던지는 줄 알았는데, 변화구도 패스트볼처럼 던지네요. 타자가 꼼짝 못하니, 한 번 더 던져도 됩니다.


나도 그럴 생각이다.

같은 구종, 같은 코스. 하지만 구속은 15km/h줄여서.


“에잌!”


슉-


아까 스피드에 눈을 맞춘 타자는 같은 코스로 공이 오자 자신있게 배트를 냈다.


붕~


틱!


방망이가 빨라, 먹힌 타구다.

제자리에서 붕 떠오른 타구를 포수가 마스크를 벗고 미트를 내밀었다.


“아웃!”


- 경기 끝났습니다! 블루몬즈가 드래곤즈 2군 팀을 4:1로 꺾었습니다!


1만 6천 관중들이 환호했다.


와!


콜로세움에서 검투사가 이기면 이런 기분일까?


환호하는 관중들에 휩싸인 스카우터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물감인데!”

“이런 식으로 경험치만 올리면, 대어야, 대어.”

“너클 뿐 아니라 다른 구종도 수준급이다. 타석도 인상적이고.”


뒤에서 팔짱을 끼고 이를 지켜보는 연우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쳤다.


“자, 스카이 박스로 가서 한 잔 하시죠. 대리 운전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동섭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내게 말했다.


“너 손 좀 봐봐.”

“왜?”

“공에 묻은 게 피 같던데?”

“아, 이거. 살짝 까졌어.”


내가 상처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너클을 못던졌구나. 이런 건 말해야하는 거 아냐?”

“내가 말했으면 이번 이닝에 못 올라갔을걸. 형도 알다시피 스카우터들이 보고 있잖아. 멍석이 깔렸는데, 도중하차 할 순 없지.”

“너 정말 독한 놈이다. 하긴 그런 근성이 있어야 성공하는 거야.”

“감독에겐 말하지 마.”

“물론이지. 경기 중에 알았어도 말 안했을거야. 나도 끝을 보고 싶었으니까.”

“하하, 역시 우린 환상의 배터리야.”


선수들이 나와 우리를 맞이했다.

감독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칭찬했다.


“나이스 피쳐! 완벽했어. 선발도 가능하겠어!”

“감사합니다.”

“동섭도 완벽했어. 뒤로 새는 폭투는 단 한 개 뿐이었어. 이젠 완전 적응한 거 같네.”

“다음엔 하나도 안 놓치겠습니다, 감독님!”

“그래야지. 타격도 아주 좋아.”

“감사합니다.”


드래곤즈 선수들은 종료 인사를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우리는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라커룸과 식당으로 향했다.


하지만 나는 동섭을 붙잡았다.


“형, 회복운동 안 해?”

“회복운동?”

“난 오늘 70개 던졌으니까, 필히 해야 해. 형도 습관을 들여.”


회복운동의 중요성은 한번 부상을 크게 당하고 재활을 해봐야 절감한다고들 한다.


아침부터 준비해서 4시간 정도 경기를 마치고 나면 선수들은 녹초가 돼서 누구나 벌렁 드러눕고 싶다.

하지만 그대로 쉬어버린다면 데미지가 풀리지 않고 누적이 된다.


시즌 동안 이렇게 매일 데미지가 누적되다 보면, 후반기 때는 성적이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무리해서 부상이 찾아 온다.


회복운동을 하면 20% 누적이 5%로 줄어들어 누적을 피할 수 있다.

귀찮아도 운동은 운동으로 즉시 풀어야한다.

특히 투수는 한 팔로 던지는 편측운동이라 균형을 잡는 회복운동이 필수다.


투수 코치가 서있는 둘을 보고 말했다.


“뭐해? 씻고 내일 준비해야지.”

“회복운동을 마치고 하겠습니다.”


코치는 한방 먹은 표정이다.


“아, 그렇네! 미안하다! 이 팀에서는 한번도 회복운동한 적이 없거든. 투수 만이라도 해야지. 잘 생각했다. 내가 도와줄게.”


스트레칭 위주로 몸을 풀고, 케틀벨로 손목을 천천히 돌리며 근육을 폈다.

동섭도 열심히 따라 했다.

멀리서 우리의 회복운동을 본 선배들이 한마디 했다.


“쩝, 조만간 전부 하겠는데.”

“귀찮아도 하는 게 맞긴 맞지. 투수는 거르면 안 돼. 나 같은 타자야 필요가 없지만.”

“하려면 다 같이 해야지, 뭔 소리야!”

“에이, 또 물귀신처럼 물고 들어가려고 한다. 그날 등판 투수조만 하는 걸로 효부 보자고.”


우려한 대로(?), 다음 경기부터는 회복 운동이 모든 선수의 정식 트레이닝 코스가 되었다.


*


옥탑방.

책상 위에는 사인한 유니콘파트너스사 계약서가 놓여 있었다.


난 어깨에 얼음찜질을 하면서 연우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연우는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시연회 완전 대성황이야! 스카우터들이 잔뜩 눈독을 들이더라고.”

“타자 쪽은 어땠어?”

“아직도 반신반의하긴 하는데, 전보다는 매우 긍정적이야. 홈런 한 방 때렸으며 인상이 더 깊었겠지만 말이야.”

“다음엔 홈런을 꼭 쳐야겠어. 그래야 뇌리에 깊이 박히지.”


경기당 포지션별로 스킬 카드가 한 장 뿐이니, 홈런 스킬을 쓸 기회가 없었던 게 나도 아쉬움이었다.


“방송이 나가면 아마 파급 효과가 메가톤급일 거야. 매 경기 중계되는 프로라 고교 야구 리그보다 선수 광고 효과가 훨씬 좋아. 퓨처스리로 가지 않고 예능야구 선택한 건 정말 신의 한 수였어.”

“...”

“스카우터가 몰리면 몰릴수록 몸값은 올라가게 되어있으니까, 경기할 수록 시간은 네 편이야. ”

“신인 드래프트에는 나갈 수 있는 거야?”


프로에 가려면 세 가지 길이 있다. 신인 드래프트, 구단 연습생, 메이저리그 직행.

물론 메이저리그에 가도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해서 올라가야 한다.


매년 열리는 프로야구 드래프트는 1라운드에 10명씩(각 구단 1명씩), 11라운드로 110명을 지명 한다.

예전에는 연고지팀을 우선하는 1차와 일반 2차로 나뉘었으나, 지역 연고가 폐지되고 전면드래프트로 바뀌었다.


매년 드래프트 지원자는 고졸 예정자가 약 760여 명, 대졸 예정자가 200여 명, 기타 해외 아마 및 프로 출신자가 5명 정도 지원해 약 9:1의 경쟁률이다.


드래프트 말고 프로팀 유니폼을 입는 다른 길은 육성선수, 즉 구단 연습생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연습생으로 들어가 언제든 방출될 수 있는 세 자리 등번호를 달고 실력을 인정받아야 2군에서 1군으로 갈 수 있다.

서0창 선수가 연습생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뛰어난 실력이었지만 왜소한 체격 때문에 프로팀의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연습생으로 들어갔으나 방출되어 입대했다.

제대하고 다시 연습생으로 출발해 수위 타자에 올라 연습생들의 희망이 되었다.


하지만 육성 선수로 성공하는 케이스는 매우 드믈어서, 드래프트 명단에 올라가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을 받는 게 최상이다.


“드래프트 신청서를 내고 심사를 통과해야 해. 니가 선출이 아니라, 사회인야구, 예능 야구가 전부라서 매우 불리하지만, 예능야구를 퓨처스리그 자격으로 설득하면 가능할 거야. 아직 시기상조지만, 넌 연봉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냐? 연봉, 계약 기간, FA(자유계약) 중에 어느 게 우선순위야?”

“당연히 메이저리그 진출이지.”

“그럼 FA자격이네.”


신규 FA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고졸 야구선수는 8정규 시즌, 4년제 대졸 야구선수는 7정규시즌을 충족해야 한다. 난 8정규 시즌에 해당한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입찰) 제도를 이용하면, 구단에서 동의하는 조건으로 7정규 시즌에 임대 형식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


KBO가 정한 1정규 시즌이란, 정규시즌 중 1군 등록일수 145일 이상 이거나 타자는 96경기 이상, 투수 96이닝 이상을 말한다.


그러니 2군을 오래 할수록 FA시기는 늘어지고 만다.


다른 선수라면, 신인 드래프트에 지명되는 것만이라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입단할 것이다.

하지만 내 XR시트템 능력치로는 내가 국내 상위 1%안에 드는 실력이기에, 낮은 지명을 받은 신인 몸값으로 시작해 한 팀에서 7년 이상을 기다리는 건 낭비였다.

난 메이저리그 직통을 원한다.


“그렇지. 하지만 7년은 너무 길어. 직통했으면 해.”

“직통이라...음, 메이저리그 진출하는데 두 가지 문턱을 넘어야 해.”

“...”

“첫째가 네 스탯 인정 여부야. 비선수출이고 프로 정규시즌 경력이 없기 때문에, 잘해야 미국 고등학생 하위 드래프트 계약 조건으로 후려칠 거야.”

“...”

“둘째가 병역 문제야.”

“병역...”

“사실 이 문제가 첫 번째 문제보다 더 커. 메이저리그에서는 병역미필자를 절대 장기계약하지 않거든. 미국 정착에 실패하면 국내 드래프트 기회를 놓치고, 군 복무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로선 치명적이야. 메이저리그 직행은 완전 도박이지. 실패 사례가 더 많기도 하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난 계획이 있다.




추천 꾹~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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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래프트는 아니야 +4 23.09.28 662 19 12쪽
23 마구 헌터 +4 23.09.27 729 20 12쪽
22 보고있나 +3 23.09.26 778 17 12쪽
21 객사파공 +3 23.09.25 769 22 12쪽
20 젠장, 시프트 +4 23.09.24 821 22 11쪽
19 스카우터 +3 23.09.24 833 24 12쪽
18 육성 선수 1호 +4 23.09.23 924 18 12쪽
17 스카이 박스와 에이전트 +6 23.09.22 1,003 26 12쪽
16 면도날 제구 +6 23.09.21 1,040 25 12쪽
15 소년 가장 +8 23.09.21 1,025 28 12쪽
14 멘탈 지우개 +4 23.09.20 1,094 26 13쪽
13 위기는 기회 +3 23.09.19 1,113 22 12쪽
12 발에는 발 +8 23.09.18 1,170 28 12쪽
11 개막 라인업 +8 23.09.17 1,243 28 13쪽
10 땅을 꼬집어! +5 23.09.16 1,259 29 13쪽
9 전담 포수 +2 23.09.15 1,322 24 12쪽
8 첫 날부터 민폐 +3 23.09.15 1,369 23 13쪽
7 타격말고 스윙! +4 23.09.14 1,431 26 12쪽
6 흑마구의 영업비밀 +4 23.09.14 1,498 28 13쪽
5 올드 폼인데? 23.09.13 1,545 30 13쪽
4 컨트롤 콘택 배팅 +4 23.09.13 1,649 27 14쪽
3 타이밍 아닌가? +6 23.09.12 2,047 26 13쪽
2 확장된 현실 +7 23.09.12 2,766 3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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