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물연필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선수가 야구궤적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물연필
작품등록일 :
2023.09.12 11:12
최근연재일 :
2023.09.29 11:4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31,635
추천수 :
644
글자수 :
134,930

작성
23.09.25 11:45
조회
769
추천
22
글자
12쪽

객사파공

DUMMY

2회, 3회초까지 양팀은 팽팽한 투수전으로 이어갔다.


양팀에서 볼넷과 단타로 한 차례씩 출루가 있었지만, 후속 클러치 히트에 실패로 잔루만 남겼다.

우리는 투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상대 선발을 괴롭히는 데 만족해야 했다.


난 상대 수비들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관찰했다.

과연 상대 수비수들은 뒷주머니에서 쪽지를 보며 수비 위치를 조정했다.


역시 수비 시프트였어!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네. 그래서 4할대 타자가 안 나오는 거야.


솔루션이 나왔다.


시프트라... 그럼 시프트를 뚫는 코스로 치면 되지!


3회 선두 타자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수비수들이 시프트 대형으로 움직였다. 내야수는 1,2루, 2,3루 사이를 고의적으로 벌리, 외야수들이 앞으로 당겼다. 한 줄의 촘촘한 수비라인이다.


저 함정에 두 번은 안 당하지!


슉-


볼! 볼! 볼!


3구까지 지켜보며 참았다.


더그아웃에서 외쳤다.


“걸어 나가!”

“쉽게 하자, 쉽게!”


3볼이면 여유가 있어 지켜보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난 시프트를 뚫어야 한다.


투수가 와인드업을 했다.


슉-

ㅡㅡㅡㅡㅡㅡㅡㅡ

> 구종: 직구

> 구속: 154km/h

> 궤적: 상좌

ㅡㅡㅡㅡㅡㅡㅡㅡ


아웃카운트에 몰린 투수가 스크라이크를 잡으려고 공이 가운데로 몰려 들어왔다.


내외야수 수비수들이 부채꼴로 수비하는 모양새지만 전진 수비를 하는 외야만 넘기면 무주공산이다.

난 방망이의 무게를 느끼며 투구의 직선 궤적에 내 원 궤적을 휘둘렀다.


따악-


팽-


원심력 배팅에 정통으로 맞은 타구는 총알같이 우익수를 넘겨버렸다.


- 강습타구! 전진 수비했던 외야수를 뚫고 펜스까지 굴러갑니다. 강타 선수 1루 찍고, 2루까지 여유있게 세이프!

- 아, 오늘 첫 장타네요. 오늘 선철환 선수의 가장 빠른 공을 직격했어요. 의미가 큽니다. 콘택충이란 별명을 여지없이 증명했어요.


“나이스, 강타!”

“살아있네!”

“강타가, 강타했어!”


2루에 안착한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예스! 안 통할 리가 없지! 괜히 쫄았어!


타임을 부르고 볼보이에게 다리 보호대를 넘겨주고 도루 장갑을 끼었다.


그동안 투구수 누적과 내게 장타를 얻어맞은 상대 투수는 밸런스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볼! 볼! 볼! 볼!


4번 타자를 볼넷으로 진루시켰다.


5번 타자는 번트 자세.


슉-


딱-


3루로 굴러가는 안정된 번트로 희생 번트 성공.

원아웃에 2,3루. 오늘 최고의 득점 찬스다.


다음은 6번 타자.

배트를 붕붕 휘두르며 타석에 들어섰다.


- 6번 타자가 들어섰습니다. 드래곤즈에서는 만루 작전을 쓸 수도 있지만, 승부를 봐야죠.

- 타자도 기다리지 말고 좋은 공이면 무조건 배트가 나가야 합니다.

- 투수, 던졌습니다!


슉-


152km/h의 패스트볼.

타자의 배트가 돌아갔다.


붕~


틱!


초구 스트라이크를 노린 야심찬 스윙이 빗맞아, 파울.


타자는 몰린 공을 놓친 걸 아쉬워했다.


투수의 구속이 아직은 살아있어, 고령의 타자 스윙이 따라가지 못했다.


스윙 궤적을 줄여서 안타를 칠 생각해야 하는데, 옛날 기분에 그대로 풀스윙을 하면 승산이 없다.


이를 안 감독이 외쳤다.


“욕심 내지 말고, 갖다 맞춰!”


타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제2구.


슉-


볼!

볼!


타자의 큰 스윙을 보고 유인구를 던졌으나 속지 않는 타자.

타자가 힘이 빠질 때는 타자가 볼을 쏙쏙 골라낼 때다.

투수는 볼 카운트에 쫓기지 않으려고 정면으로 승부를 걸었다.


4구!


슉-


딱-


- 적시타!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3루, 2루 홈으로! 2:0!

- 아, 이번엔 찬스를 놓치지 않았네요! 찬스가 이어지고 있어요.


하지만 후속타자 불발로 추가 득점은 없었다.


난 내 앞에 주자가 쌓이기만을 기다리며, 그랜드슬램 스킬을 노리고 있었다.

스카우터들 앞에서, 만루 한방으로 완전히 판을 뒤엎겠다는 내 야심이다.


그런데 변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4회초, 김대운이 마운드에 올랐다.

상태 투수의 투구 수가 82개인데 비해, 김대운 투수는 62개에 불과한 호투를 펼치고 있었다.

충분히 퀄리티 스타트가 가능하다.

(*퀄리티스타트: 선발로 등판한 투수가 6이닝 이상 공을 던지고 3자책점 이하로 막아 낸 경기.)


슉-


스트라이크!


땅볼과 플라이도 순식간에 투아웃을 잡았다. 그런데 세 번째 타자에서,


딱-


안타.


다음 타자도 또 안타를 맞았다.


딱-


무슨 일인지, 2아웃까지 잘 잡아 놓고, 연거푸 안타를 두 개나 맞아, 1,3루.


득점 뒤에 바로 추격의 빌미를 주는 건 몹시 나쁜 시나리오다.


“왜 저러지?”


포수가 마운드를 방문해 투수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다.

투수가 손가락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상한 낌새를 챈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가 살폈다.


“무슨 일이야?”

“여기에 물집이...”


하필 투수의 검지에 잡힌 물집이 터지고 만 것이다.

볼을 찍어누르며 변화구를 던져야하는 데 어렵게 되자, 타자들이 공략했던 것이다.


“이런 건 빨리 말해야지. 투수교체!”


갑작스러운 마운드 교체에 불펜이 어수선했다.

슬로우 커브의 대부 유이관 선수가 급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감독이 나를 불렀다.


“강타, 불펜에서 몸 풀고 준비해!”


난 오늘도 클로저를 생각했는 데, 갑자기 계투로 발령이 난 것이다.


하긴 예상대로 흘러가면 경기가 아니지.


그래도 갑작스러운 등판은 부담인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 또한 이겨내야 할 경기의 일부가 아닌가.


“넵!”


나와 동섭은 불펜으로 달려가 캐치볼을 했다.


“읏차!”


슉-


퍽!


동섭은 공을 받으면 2루 송구 자세를 취하며 공을 내게 던졌다.


슉-


탁!


“나이스! 형, 폼이 아주 자연스러워졌어!”

“쌩유~”


딱-


그사이에 상대 팀에서 안타가 터지고 말았다.


- 적시타로 한 점 들어와서 2:1! 여전히 1,3루 찬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뀐 투수를 무자비하게 공략하고 있습니다.

- 조짐이 안 좋네요. 역전당하면 어렵게 됩니다.

- 아, 블루몬즈 감독이 다시 투수를 교체합니다. 불펜에선 강타 선수가 준하고 있네요.

- 우타자인데 우투수인 강타 선수를 올리네요. 그 만큼 신뢰한다는 뜻인가요?


난 마운드에서 연습구를 던졌다.


슉~


너클이라 홈플레이트에서 심하게 요동쳤다.


팍!


폭투를 동섭이 블로킹으로 막았다.


3개 연거푸 너클을 던지는 장면을 상대팀 타자들이 지켜보게 했다.

폭투를 떠올리게 말이다.


- 아, 주자가 있을 땐 너클은 위험한데요. 감독의 대량실점을 막으려는 의도 가 이번에도 통할지 모르겠습니다.


글러브로 입을 가리고 동섭에게 말했다.


“지금 투아웃이라 주자들이 무조건 뛸 생각이야. 리드 폭이 크다고.”

“오케이! 날 핫바지로 본다 이거지. 본때를 보여주지!”


오늘의 최대 고비다.

난 스킬 카드를 꺼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 스킬: 객사파공

ㅡㅡㅡㅡㅡㅡㅡㅡ


객사파공! 출루한 주자를 객사시킨다는 스킬이다. 그런데 어떻게?


타자의 스탯창을 보니, 선구안보다는 휘두르는 타자다.


3루 주자를 응시했다. 발동을 걸어 언제든 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동섭이 2루수에게 사인을 주었다.


2루수는 베이스에 슬금슬금 다가갔다.


난 직구 그립을 잡았다. 타자는 분명히 너클을 예상하며 초구를 지켜볼 것이기 때문이다.


너클의 단점을 장점으로 이용할 줄은 예상 못 할 거다.


난 방아를 찧듯 앞으로 체중 이동하며 공을 던졌다.


“에잌!”


슉-


142km/h 직구.

무회전 공을 예상하다가, 실밥이 핑핑 돌아가자 당황해, 황급히 배트를 내는 타자. 벤치에서 너클은 지켜보고, 나머지는 치라는 지시를 받은 게 분명했다.


붕~


뒤늦은 헛스윙!


타이밍 싸움에서 내가 우위였다.


- 앗, 1루 주자가 뜁니다!


동섭의 주자 견제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분석한 프로팀이기에 이 약점을 놓칠 리 없다.


동섭은 기다렸다는 듯이 하체는 이미 던질 자세를 취해 있었기에, 공을 받자마자 한 동작으로 손목 스냅으로 실밥을 채며 송구했다.


주자는 너클을 생각하고 있었겠지만, 난 견제를 위해 초구에 직구를 쏜 것이다.


“가라!”


핑-


송구가 빨랫줄처럼 날아갔다.


- 3루 주자 뜁니다! 더블 스틸입니다!


2루로 던진 사이에 3루 주자가 홈으로 질주했다.


투아웃이라 어차피 2루에서 견제사하면 득점 찬스가 무산되는 것이고, 만약 세이프가 되거나 공이 뒤로 빠지면 한 점 줍게 된다.


하지만 발이 아무리 빨라도 준비하고 있던 선수를 당할 순 없다.


퍽!


공을 잡은 2루수가 재빨리 선수에게 태그했다.


톤이 급상승하는 중계진.


- 태그아웃! 와우! 레이저 송구! 저번 경기에서는 송구 능력을 지적했는데, 갑자기 포수가 달라졌습니다.

- 놀랍습니다! 코스도 거의 자연 태그였어요! 잠자고 있던 포텐이 터진 건가요?

- 강타 선수는 공 하나로 이번 이닝의 실점 위기를 무사히 넘겼네요.

- 이 배터리는 야구 센스가 보통이 아니네요. 저번 경기에도 3루 주자를 홈에서 객사시켰거든요. 인제 보니 우연이 아니었어요. 야구가 던지고 때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죠. 상대 작전을 읽는 눈이 있어야 위기는 넘기고, 작은 기회는 크게 살리는 겁니다.


객사파공 대단한데! 형의 특훈이 효과가 있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감독과 선배 선수들이 경쟁적으로 하이파이브했다.


“나이스 송구, 동섭!”

“기가 막히다, 레이저 송구!”

“나이스 배터리!”

“동섭은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팝 타임이 1초도 안 되는 거 같애!”

“누가 야구를 발로 하는 거래? 야구는 머리야, 머리!”


동섭은 벤치의 칭찬을 받자 어깨가 쑥 올라갔다.


“강타 쌩유! 사실 니 작전이었잖아.”

“형이 잘 한 거야!”


스타이 박스에 스카우터들이 웅성거렸다. 그들의 관심사는 달랐다.


“에이, 이번 이닝에 너클 좀 구경하나 했더니, 너무 싱겁게 끝났어.”

“그런데 저 폼으로 야구 해도 되는 거야? 누가 요즘 저런 방아를 찧어?”

“커쇼도 올드 폼이지만 잘 던지잖아. 한번 지켜보자고.”


4회 말.

포수인 동섭이 이번 이닝의 선두타자였다.

부담을 줄이려 그에게 덕담을 던졌다.


“형, 연습대로만 해도 충분해!”

“오케이!”


동섭은 타석에서 들어서면서 배트를 손목으로 휘휘 돌려 배트의 무게감을 느꼈다.


- 마동섭 선수, 이전 경기에서 좋은 타격을 선보였거든요. 오늘 좋은 포구, 송구까지 곁들이면 전담 포수에서 주전포수의 가능성을 보입니다.

- 네, 블루몬즈가 포수가 부족했는데, 훌륭한 재원이 들어왔습니다. 오늘처럼 보여준다면 부족할 게 없지요.

- 투수, 1구 던졌습니다.


슉-


뻑!


“스트라잌!”


오늘 가장 빠른 145km/h짜리 구속이다.


타자는 자기 스윙이 있지만, 실전에서는 보통 초구 구속에 타이밍을 세팅을 하게 된다.


또다시 직구로 윽박지를지, 유인구나 변화구로 현혹할지 판단해야 한다.

나였다면 바로 판독이 가능했지만, 동섭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


2구.


볼!


- 낙차 큰 커브가 현혹했지만, 잘 참았어요. 선구안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는 최근 동체 시력 연습을 집중해서 선구안이 일취월장했다.

공이 수박만 하게 보인다고 자랑할 정도.


3구, 볼!


가뜩이나 누적된 투구 수가 늘어나자 투수는 기분이 별로다.


4구!


드디어 동섭의 배트가 돌았다.


휭-


따악-


패스트볼이 제대로 맞았어!


중견수가 달려갔다.

중견수가 점프를 하며 몸을 날렸다.

동섭은 1루로 달리며 잡히지 않을까 마음을 졸였다.


- 앗, 글러브 맞고 빠졌습니다!


거침없이 2루로 달렸다.


좌익수가 커버플레이로 공을 잡아 송구했다.

3루 코치가 손을 저으며 2루에서 스톱시켰다.

발만 빨랐으면 3루도 가능했다.


“나이스, 동섭!”

“홈런만 치면, 슬러거 인정!”


이젠 누가 감히 깍두기라고 하겠어!




추천 꾹~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선수가 야구궤적을 숨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합니다 23.11.09 69 0 -
공지 판타지 메커니즘 베이스볼! 23.09.12 1,051 0 -
25 그랜드슬램 +7 23.09.29 656 23 12쪽
24 드래프트는 아니야 +4 23.09.28 663 19 12쪽
23 마구 헌터 +4 23.09.27 729 20 12쪽
22 보고있나 +3 23.09.26 778 17 12쪽
» 객사파공 +3 23.09.25 770 22 12쪽
20 젠장, 시프트 +4 23.09.24 821 22 11쪽
19 스카우터 +3 23.09.24 833 24 12쪽
18 육성 선수 1호 +4 23.09.23 925 18 12쪽
17 스카이 박스와 에이전트 +6 23.09.22 1,003 26 12쪽
16 면도날 제구 +6 23.09.21 1,040 25 12쪽
15 소년 가장 +8 23.09.21 1,025 28 12쪽
14 멘탈 지우개 +4 23.09.20 1,094 26 13쪽
13 위기는 기회 +3 23.09.19 1,113 22 12쪽
12 발에는 발 +8 23.09.18 1,170 28 12쪽
11 개막 라인업 +8 23.09.17 1,243 28 13쪽
10 땅을 꼬집어! +5 23.09.16 1,259 29 13쪽
9 전담 포수 +2 23.09.15 1,322 24 12쪽
8 첫 날부터 민폐 +3 23.09.15 1,369 23 13쪽
7 타격말고 스윙! +4 23.09.14 1,431 26 12쪽
6 흑마구의 영업비밀 +4 23.09.14 1,498 28 13쪽
5 올드 폼인데? 23.09.13 1,546 30 13쪽
4 컨트롤 콘택 배팅 +4 23.09.13 1,649 27 14쪽
3 타이밍 아닌가? +6 23.09.12 2,047 26 13쪽
2 확장된 현실 +7 23.09.12 2,766 36 13쪽
1 프롤로그 +4 23.09.12 2,868 47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