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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연필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선수가 야구궤적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물연필
작품등록일 :
2023.09.12 11:12
최근연재일 :
2023.09.29 11:45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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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34
추천수 :
644
글자수 :
134,930

작성
23.09.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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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육성 선수 1호

DUMMY

“너의 형 불행도 이런 시스템과 무관치 않을 거야. 선수가 행복한 야구여야 한다고 생각해.”

“...”

“처음에 메이저리그도 구단 오너의 장기판이었어. 구단주 마음에 안 들면 경기장을 떠나야 했지. 그러다가 스카치 같은 대형 매니지먼트사가 등장하면서 주도권이 오너에서 선수로 이동하기 시작했어. 한국도 이런 변화가 있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


아빠 찬스에 금수저 낙하산인줄만 알았는데, 연우는 분명한 철학이 있다.

그 점이 마음에 쏙 든다.


“그래서 나를 매니지먼트하겠다...”

“그래.”

“지금 관리하는 선수가 몇 명이나 되는데?”

“현역선수 3명, 은퇴 선수 3명. 설립한 지 2년이라 아직 미미해.”

“은퇴 선수까지 관리한다고?”

“길어야 40살에 야구 은퇴하면 뭐 먹고 사냐? 프로야구에 입단하는 게 바늘구멍 통과하기고, 프로 무대에서 성공하는 게 서울대가는 거보다 열 배는 어려운데, 프로 선수 생활 기간은 고작 10년 내외야. 그 돈으로 80살까지 뭐해 먹고 살아?”

“...”

“그들에게 코치나, 아카데미, 예능출연 섭외를 하고 있어. 너희 블루몬즈 팀에 왕태호, 김대운, 정은우도 우리 소속이야.”

“어? 정말이야? 니가 꽂은거야?”

“그뿐이겠냐. 사실 예능 야구 기획 단계부터 내가 참여했어.”

“기획부터?”


아버지 후광으로 팔자 좋게 회사 하나 물려받았구나하는 내 선입견에 우지직 금이 갔다.


“하하. 뭘 그리 놀라냐? 지금 이 프로그램 섭외, 기획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고. 일터가 있어야, 에이전트를 할 거 아냐.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도 겸하는 거지.”

“정말 작심하고 에이전시를 하는구나?”

“비즈니스에 적당이란 없다니까. 아참, 아까 내가 숟가락 얹는 거냐고 물었지?”

“...”


내가 왜 그런 말을 해 가지고 공연히 뻘쭘해지네.


“이런 공허한 명분 말고, 실질적인 걸 털어놔야겠네.”

“...”

“네가 두 경기에서 갑자기 투수로 등판한 게 우연이라고 생각해?”

“뭐? 그럼 그게 니 입김이었다고?”

“세상에 우연이 어디 있어. 특히 돈이 오가는 프로 무대에서.”

“...”

“처음부터 말하면 생색낸다고 할까봐, 미괄식으로 밝히는 거야.”

“...”


뭐야, 저 표정? 내가 이미 코가 꿰었다는 듯한 만만한 자신감. 하지만 그게 사실 아닌가.

에이전트 비즈니스가 이런 거구나! 프로의 세계는 차원이 달라.


“어때? 너 들어올만 하지?”


어드바이저 창이 떴다.

ㅡㅡㅡㅡㅡㅡㅡㅡ

▶에이전트로 적합

ㅡㅡㅡㅡㅡㅡㅡㅡ


“이건 거의 반협박인데. 좋다. 그 정도 실력이면 인정.”

“오케이! 그럴 줄 알았어. 계약서 초안 보내줄 게 검토해봐. 법적으로 궁금한 건 우리 회사 전담 변호사에게 물어보고."

"알겠어."

"내가 구단이 아니라 돈은 못 준다. 섭외, 관리비는 내가 선부담하고, 니가 계약하면 그 일부를 나누는 거야.”

“그 정도야 내가 알지. 그런데 조건이 있어.”

“어떤 조건?”

“두 가지야.”

“...”


조건이란 말에 연우가 긴장했다. 이 자식 벌써 부터 돈 독이 오른 거 아냐, 하는 표정.

물론 나도 거액을 한 큐에 땡기면 좋다.

하지만 이 신생 에이전시를 상대로 우려내봐야 뭐가 나오겠다.

에이전시를 통해 거부들의 주머니를 털어야지.


대신 계약서에는 에이전트의 비례 능력급을 명시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시급한 게 아니다.


“나랑 배터리인 마동섭 선수도 같이 해야 해.”

“포수 말이야? 끼워팔기야?”

“천만에. 내 너클을 받을 전담 포수가 반드시 필요하거든. 이건 흥정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야. 실력도 있어.”

“진짜 실력이 있어야 가능해. 넌 아직 스타가 아니라 그런 종속 계약은 불가능하니까.”

“실력 충분하다니까.”

“그렇다 치고, 또 하나는?”

“또 하나는 우리 형 얘기는 외부에 밝히지 않았으면 해.”

“음. 충분히 이해한다. 우리 회사에서 고의적으로 밝히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그는 안도한 표정이다. 내가 무리한 요구를 할 줄 알았는데, 충분히 가능한 요구였다.

잠재력있는 신인을 영입하고 있으니, 오히려 일손을 던 셈이니까.


“고맙다.”


그는 맥주 한 모금으로 입안을 행구더니 말했다.


“블루몬즈의 다음 상대가 드래곤즈의 2군이잖아. 그때 진짜로 너의 실력을 증명해야 될 거야.”

“...”

“고교팀은 한 수 아래이기 때문에 프로팀하고 붙어야 검증할 수 있거든. 너의 몸값이 달려있다고 봐도 과장이 아니야.”


그는 이 프로그램의 사실상 섭외와 기획을 맡고 있어, 향후 대전 스케줄을 나보다 더 훤히 꿰고 있었다.


“냉정하구나.”

“에이전시가 선수 포장만 근사하게 해서 구단에 팔아 떠넘기면 다가 아니야. 그 선수가 받은 돈 만큼 값어치를 할 수 있어야, 단골이 되고 다른 고객도 찾는다고.”

“...”

“아직 창업 초기라 미비하지만, 앞으로는 지속적으로 개인 관리해서, 부상 없이 더 향상된 실력으로 다음 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내가 바라던 시스템이다. 없었으면 내가 장차 요구하려던 참이었다.


“그거 좋은 취지다! 에이전시는 계약하면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고. 계약 만료까지 애프터 서비스로 해줘야 진정한 에이전시지. 여력이 되면 신인 선수 발굴, 육성하는 시스템도 하나 만들어라.”

“하하하. 안 그래도 지금 발굴, 육성 시스템 선수 1호가 바로 너야.”

“아, 그런가?”

"마동섭은 육성 선수 2호가 되겠군."


그가 당부했다.


“다음 경기장에 스카우터들이 개떼처럼 몰려들 거야. 나처럼 이번 방송을 보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고 말이야. 니 몸 값이 베팅될 거야. 단단히 준비해.”

“물론이지.”


유니콘파트너스사에 대해 속속들이 물어보니, 사원이 겨우 12명 뿐이 중소기업으로, 기존에 10여개의 에이전시와 다를 바 없었다.

아직 거물 계약이 없어서 자금이 넉넉지 않은 이유다.


기존 에이전시가 각 구단에 연고를 두고 있어, 신생인 유니콘파트너스는 연고 구단이 없어서 불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에이전시가 구단에 속해 있다면, 구단 편이지 선수 편은 아니다.


유니콘파트너스가 선수 입장에서 뛰겠다는 건 현실적으로 고육지책의 산물일지 모르지만, 선수 입장인 나로서는 오히려 다행이다.


제임스 교수와 슈퍼에이전트 스카치와 연결고리도 있지 않은가. 뭔가 그림이 그려질 듯하다.


후후, 예상보다 더 큰 판을 되겠는걸!


연우에게 부탁했다.


“드래곤즈의 2군 선수들 정보 좀 부탁하자. 좀 자세한 것으로. 시합 정보가 있어야지.”


온라인에 1군 선수 스탯은 잘 나와 있는데, 2군 선수들의 정보는 매우 한정적이었다.


“적을 알아야 백전백승이지. 오케이!”

“이왕이면 다른 프로팀 2군 선수 스탯도 필요해. 데이터베이스를 통째로 줘라.”


협조적이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가 펄쩍 뛰었다.


“야, 스탯 데이터베이스는 회사 1급 재산이라고. 그걸 통째로 내줄 수는 없지.”

“그, 그런가?”

"아무튼 육성 선수는 회사에서 육성 비용을 선부담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안고 하는 거라고. 회사의 흥망이 너에게 달려 있을 수도 있어."

"걱정 마. 내가 너를 슈퍼에이전트로 육성해 줄테니까."

"나를? 하하하-"


연우는 내가 멋쩍어서 하는 농담으로 생각했겠지만, 난 유니콘파트너스를 내 장바구니 목록에 방금 저장했다.


나와 계약한 에이전시는 대박날 거다.

하지만 남 좋은 일만 시킬 순 없지. 난 그 에이전시에 직접 투자할 거니까.


이제 베팅할 돈만 있으면 된다.


*


옥탑방.

그날 드래곤즈 2군의 선수들의 스탯을 다운 받아 내 XR게임에 입력했다.


그리고 상대팀의 예상 라인업을 몇 개 짜서 가상 게임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프로 팀이라 그런지, 어떤 경우에도 승율이 38% 이하였다.


특히 상대팀에서 선철환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면 승률이 19%로 뚝 떨어졌다.


난 주요 투수와 선수들의 경기 동영상을 찾아보며 투구와 타격 궤적을 분석하고 연구했다.


*


운동장 주차장.

연습하기 전에 동섭을 밖에서 만났다.


동섭이 조연우의 명함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에이전시? 그런 거 김하성 선수같은 유명 선수나 하는 거 아냐?”

“기존엔 그랬지. 무명이나, 2류 선수들은 명함도 못 내밀지. 하지만 이 에이전시는 달라. 잠재력 있는 선수를 발굴해 관리하고 선수 입장에서 매니지먼트할 거야.”

“실감이 안 나네. 그리고 내가 너와 배터리로 묶는 조건이 가능한 거야? 내가 그렇게 묻어가도 되는 거야?”

“묻어가긴! 형의 실력과 잠재력을 보고 베팅하는 거야. 이번 드래곤즈하고 경기에 스카우터들이 대거 모일 거래.”

“스카우터들까지? 와, 이번 경기가 상당히 중요하구나!”

“맞아. 프로들하고 진검승부니까, 우리의 몸값의 윤곽이 드러날 거야.”

“몸 값? 와, 그런 거 유명 선수들이나 쓰는 말인 줄 알았는데, 나한테도 해당된다니, 신기하다.”

“그게 프로야.”


*


연습장.

난 동섭에게 2루 견제 송구를 코치했다.

지난 경기에서 포수가 견제 능력이 떨어진다는 걸 알고, 1루 주자들이 마음 놓고 2루로 뛰었기 때문이다.


“형, 포수는 사인 내고 공만 받는 게 다가 아니야. 도루 저지하는 것 까지가 기본이야. 하던 데로 2루로 던져봐!”


에이전시 얘기에 동섭은 아드레날린 뿜뿜이다.

내가 공을 토스하자 동섭이 공을 잡고 일어나 2루수에게 송구했다.


슉-


역시나 느린 송구다.


“형, 팝 타임(포수가 2루까지 송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0초가 넘으면 주자를 못 잡아. 그런데 형의 팜 타임은 지금 2.3초야."

"그래?"


그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메이저리그 수준급 포수는 팝타임 평균이 1.80 내외라고. 빠르면 1.43도 나와. ”

“쩝, 내가 느리긴 느리네.”

“형, 지금 송구할 때 문제가 뭔 줄 알아?”

“글쎄?”

“가장 문제가 구분 동작이야. 받고, 일어서고, 던지는 단계가 따로 따로야. 시간이 걸리니 공에 가속이 안 실려서 송구 속도가 더 떨어지고. 받고 일어서서 던지는 걸 한 동작으로 해봐.”


내가 시범을 보였다.

공을 잡자마자 바로 송구 동작을 취해 던졌다.


슉-


“우와~ 빠르다!”

“형도 할 수 있다고.”

“오케이!”


내가 볼을 토스하자 동섭이 이번에는 잡자마자 한 동작으로 송구했다.


“읏차!”


슉-


2.0초.


“그렇지! 많이 좋아졌어! 여기에 하나 더 고쳐보자고.”

“어떤 거? 앉아 쏴로 하는 거야?”

“앉아 쏴가 편해?”

“아니. 해봤지만 패대기가 많더라고. 내 스타일은 아냐.”

“자기 몸에 맞아야지. 형은 공을 잡고 난 다음에 송구 동작을 취하고 있어. 그러니 아무리 빨라도 지금보다 더 빨라질 순 없는 거지.”

“이렇게 동작을 줄였는데도, 부족해?”

“솔루션이 있어.”

“그래?”

“공을 잡기 전에 하체는 미리 던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해.”

“엥? 이해가 안 가는데?”


난 XR프로그래밍을 하면서 메이저리그 도루 저지 순위 10위 안의 포수를 분석한 적이 있다.

앉아 쏴도 있지만, 정답이 아니었다. 강한 어깨는 타고 나는 측면이 크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투구를 받기 전에, 하체는 이미 공을 던질 준비를 마쳤다는 점.


“형이 공을 던져봐.”


난 앉은 상태에서 글러브를 뻗었지만, 하체는 던질 준비를 취했다. 그리고 잡자마자 던졌다.


슝-


팝 타임이 겨우 1.77초다.

하체 모양이 어떻든 주심의 콜을 받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18-.jpg




추천 꾹~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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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젠장, 시프트 +4 23.09.24 821 22 11쪽
19 스카우터 +3 23.09.24 833 24 12쪽
» 육성 선수 1호 +4 23.09.23 924 18 12쪽
17 스카이 박스와 에이전트 +6 23.09.22 1,003 26 12쪽
16 면도날 제구 +6 23.09.21 1,040 25 12쪽
15 소년 가장 +8 23.09.21 1,025 28 12쪽
14 멘탈 지우개 +4 23.09.20 1,094 26 13쪽
13 위기는 기회 +3 23.09.19 1,113 22 12쪽
12 발에는 발 +8 23.09.18 1,170 28 12쪽
11 개막 라인업 +8 23.09.17 1,243 28 13쪽
10 땅을 꼬집어! +5 23.09.16 1,259 29 13쪽
9 전담 포수 +2 23.09.15 1,322 24 12쪽
8 첫 날부터 민폐 +3 23.09.15 1,369 23 13쪽
7 타격말고 스윙! +4 23.09.14 1,431 26 12쪽
6 흑마구의 영업비밀 +4 23.09.14 1,498 28 13쪽
5 올드 폼인데? 23.09.13 1,546 3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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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타이밍 아닌가? +6 23.09.12 2,047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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