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물연필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선수가 야구궤적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물연필
작품등록일 :
2023.09.12 11:12
최근연재일 :
2023.09.29 11:4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31,436
추천수 :
642
글자수 :
134,930

작성
23.09.21 11:45
조회
1,019
추천
28
글자
12쪽

소년 가장

DUMMY

블루몬즈 5번 타자가 볼넷으로 출루, 6번 타자는 땅 볼 아웃, 7번 타자의 안타로 1,3루 상황이 연출되었다.


다음 타석은 바로 동섭.


동섭에겐 궤적이 보이지 않으니 확률 야구를 하는 수 뿐이.


그에게 정보를 주려고, 상태 투수의 스탯창을 보면서 약점을 찾아냈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72%나 되었고, 결정구가 패스트볼이다.


"형, 무조건 초구 공략 해. 분명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 던질 거야. 연습한 인-아웃 스윙으로 쭉 밀어쳐!"

"오케이!"


다음 9회엔 타순이 안 돌아오기 때문에 동섭에겐 이번 경기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타석이다.


그의 운명이 걸린 타석에 들어섰다.


- 남천고에서는 비장의 카드를 꺼냈습니다. 내일 등판할 선발 투수였는데, 콜드패를 면하려고 급히 올렸거든요. 강속구 투수라 과감한 피칭이 예상됩니다.

- 마동섭 타자는 오늘 두 번째 신인 타자네요. 기록상으론 타율이 2할 5푼대로 평균입니다.

- 첫 타석이니 얼마나 떨리겠어요. 남천고에서는 이 점을 파고들 거에요.

- 투수 와인드업!


역시나 직구 그립.


슉-


약간 높은 패스트볼 궤적이었다. 초구부터 힘으로 윽박지르겠다는 분명한 의도다.


형이 잘 쳐낼 수 있을까?


동섭은 내 코칭대로 뒷발에서 골반으로 응집된 에너지를 앞으로 옮기며 가슴을 열고 원심력이 실린 배트를 돌렸다.


따악-


알루미늄 배트에서나 날 법한 청량한 타격음이 터졌다.


- 앗, 149km/h의 강속구를 그대로 밀어쳤습니다. 큽니다, 큽니다!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의 궤적은 펜스로 향하고 있었다.


홈런?


남천고 투수는 멀어지는 타구를 보며 그 자리에 풀썩 쪼그려 앉았다.


"쒸발, X됐다!"


해설진이 몸을 절반 정도 일으키며 펜스를 바라보았다.


- 가는 건가요?


중견수 키를 넘어 타구가 쭉 뻗었다.


퍽!


타구는 쏜살같이 날아가 담장을 때렸다.


아까비! 펜스 상단에 맞고 튀어나왔어!


- 타구 속도가 엄청난 라인드라이브로 담장을 직격했습니다!

- 신인들 기세가 무섭네요. 블루몬즈에 제대로 된 공격형 포수가 들어왔어요!


홈런은 아깝게 되었지만, 장타의 의미는 그대로였다.


- 1루 주자까지 홈으로 쇄도하고 있습니다! 홈 승부!


2점이 들어오면 콜드 게임 패라, 남천고 수비는 타자 주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무조건 홈으로 송구했다.


- 접전입니다! 슬라이딩! 송구가 옆으로 벗났어요! 세이프!

- 11:1! 8회 말 공격이라 블루몬즈 콜드승이에요! 통쾌하게 설욕했어요!


처음의 하늘을 찢을 듯한 그 기세는 어디 가고, 남천고 수비수들은 고개를 푹 숙이며 좀비처럼 비척 비척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2루에 도착한 동섭은 아직 상황파악이 안 돼서, 포수가 송구 동작을 취하지 않자, 3루로 뛰었다.


3루 코치가 외쳤다.


"뭐해? 게임 셑이야!"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동섭은 머쓱하게 걸음을 줄여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관중들이 일어나 승리를 환호했다.


"잘 한다, 동섭!"


특히 일타쌍피 야구단 선수들은 웃통을 벗어 빙빙 돌리며 열광했다.


"봤어? 제가 바로 우리 야구단 출신이라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동섭에게 감독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나이스 배팅!"


선배들이 등과 엉덩이를 툭툭 치며 인디안 밥을 했다.


"인제 보니 몸매가 슬러거 몸매였어!"

"연습 땐 빌빌대더니, 알고 보니 완전 실전파네."

"홈런은 적립해두고, 다음에 찾아 먹어라!"

"오늘 소년 가장들이 던지고 때리고 다 해 먹었어!"

"세대교체 해야겠어."

"오늘 MVP경쟁 치열하겠는데!"


동섭은 날아갈듯 환한 표정이었다. 이 장면을 빨리 아버지가 봐야하는 데, 하는 설렘.

선배들에게 일일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동섭이 내게 말했다.


"고맙다, 강타야! 너 때문에 소원 풀었어!"

"윈윈이지, 뭐. 동섭 형이 잘 한 거야!"


콜드 승을 포기하고 나와 동섭 배터리를 올린 것인데,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콜드 게임 승까지 챙겼으니, 더 바랄 것이 없는 시나리오였다.


감독이 외쳤다.


"자, 상대 팀과 응원해 주신 관중들에게 가서 인사하자!"


양 팀이 인사를 했다.


남천고 감독이 애써 태연한 척하면 말했다.


"내일 좋은 경기 합시다!"

"네, 기대됩니다."


블루몬즈 선수들이 관중석으로 가서 길게 줄을 섰다.


와!


"블루몬즈 만세!"


모자를 벗도 일제히 폴더 인사를 했다.


와~

짝, 짝, 짝!


환호가 빗발쳤다.

감독이 마이크를 잡고 응원단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여러분들의 응원 덕에 오늘 통쾌하게 설욕했습니다. 이 승리의 기쁨을 응원해주신 관중들과 흠뻑 즐기고 싶지만, 내일 바로 경기가 있어, 간단하게만 인사드립니다. 양해 바랍니다!"


짝, 짝, 짝!


PD의 입이 귀에 걸렸다.


"시청율 대박이겠는데! 셈네일을 뭐로 하지? 와신상담 설욕전? 마구의 향연? 신예들의 반란?"


제작진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그날 MVP 후보는 나와 동섭이었는데, 결국 나로 낙점되었다.

난 MVP배지를 형의 사진에 붙였다.

사진 속의 형이 활짝 웃었다.


형, 나 잘했지? 형이 도와준 거 잘 알아. 고마워 형!


*


옥탑방.

사우나하고 저녁을 먹고 밤 8시쯤 자취방에 도착했다.

정식 프로 구단이 아니라 단체 숙소가 없어서 숙식은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서 있는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동섭이 마지막 계단을 오르다 말고 우뚝 멈췄다.


"아버지!"


동섭의 아버지가 와있었다.


하~ 아버지랑 붕어빵이네! 얼굴이며 체격까지 형틀로 찍어냈어!


동섭이 멀뚱히 서 있어서 분위기가 어색해져서, 내가 먼저 씩씩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마구 던지는 투수랑 같이 쓰는 고마."


표정 변화 없이 무뚝뚝한 상남자 스타일이었다.


*


방에 들어온 아버님은 방을 휘휘 둘러보았다.

옥탑방이라 야구 장비를 밖에 내놓았어도, 세 남자가 들어차니 비좁아 보였다.

수염이 거뭇한 아버님이 말했다.


"저녁 사주려고 했는데, 주책없이 늙은이가 끼면 어색할 거야. 알아서 맛있는 거 사 먹어라."


묵직한 서류 봉투를 놔두고 일어섰다.


"벌써 가시려고요?"

"내일 바로 시합 있다며."

"..."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야지. 정육점은 걱정하지 말고, 이왕 하는 거 목숨 걸고 해."


동섭이 그토록 듣고 싶어 했던 말이 아닌가!


"넵, 아버지!"

"민폐 끼치지 말고, 이제 집으로 들어와."

"넵!"


그 말만 남기고, 아버님은 뒤도 안 돌아보고 문을 나가버렸다.


누런 서류 봉투에는 현금 300만 원이 들어있었다.


우리는 서로 쳐다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형, 축하해!"

"다 니덕이야. 전부 해결됐어. 소갈비 먹으로 가자!"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얼굴이 가물가물한 나로서는 동섭의 든든한 아버지가 한없이 부러웠다.


*


돔구장.

남천고와 2차전을 벌이고 있었다.


딱!


- 3루 플라이 아웃!


블루몬즈는 두 점을 더 내고 8회초를 7:3으로 앞서며 마쳤다.


난 오늘 4타석 2안타, 볼넷1, 1득점, 1타점을 기록 중이다.

3루수 앞 땅볼, 파울 플라이로 아웃을 당했다.

가끔 투수의 릴리스 포인트를 놓쳐서 구종을 알 수 없어 궤적이 불발되거나, 궤적대로 쳐도 공 한 개 정도의 오차가 생기는 데, 그 확률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어제의 콜드 패 충격에 절치부심한 남천고는 오늘도 패색이 짙자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조급해진 감독이 선수들을 마구 몰아붙였다.


“지금 장난해! 연예인들하고 야유회왔어?”

“...”

“게임이야, 게임! 무조건 살아 나가! 배트 돌리려면 자신있게 돌려!”

“넵!”


독이 오른 남천고가 8회말 공격에 들어갔다.


딱-


- 선두 타자, 안타로 나갑니다! 다음은 3번 타자입니다. 전 타석에서 2루타가 있었습니다.

- 선두 타자부터 잘 맞은 타구가 나오는 게, 유이관 투수의 슬로우 커브에 적응된 것 같네요. 이번 타석 조심해야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3구에서 정통으로 맞았다.


딱-


- 큽니다! 우익수 달려갑니다! 담장을 넘어갔습니다! 2점 홈런!

- 아,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네요.

- 슬로우, 슬로우, 퀵 볼배합이 읽혔어요. 7:5로 턱밑까지 쫓아습니다. 게다가 아직 원아웃이에요. 남천고가 투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 저력 있는 팀이라 언제든 폭발할 수 있어요. 블루몬즈,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네요.


블루몬즈 더그아웃에서 감독, 코치가 모였다.


“구재형은 컨디션 어때?”

“경기 전까지 별로입니다. 어깨가 뭉쳐서 통증이 있습니다.”

“오주헌은 치질 수술해서 못 올라가고. 음, 결국 강타 뿐인가?”


딱-


한 타자를 잡고, 그 사이에 또 안타를 맞았다.


“또 주자가 쌓인 상태로 나가는 건 곤란한데.”

“감독님,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점수 주더라도 최소화해야 합니다.”

“어제 던지고, 8회까지 수비, 타석에 있었는데, 체력이 되려나 모르겠어.”

“올드스쿨 폼이라 피로도가 덜 하다고 하니까, 믿어봐야죠. 신입을 소년 가장 시키는 게 살짝 미안하지만, 별수 있습니까.”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제는 코치진에서 오히려 나를 추천했다.


사회인 야구 때는 되도록 투구를 절제하려고 했지만, 여기서는 아니다.

성능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마케팅이 안되면, 소비자가 구매할 수 없다.

마찬가지다. 나를 빠른 시간에 전국구에 어필하려면 많이 등판하여 시전해야 한다.


그 사이, 투수가 볼넷을 주고 말았다.

원아웃에 1,2루. 남천고가 차곡차곡 역전 주자까지 나갔다.


“타임! 선수 교체!”


코치가 나를 불러들였다.


예스! 던지고 싶어서 근질근질 했지.


감독은 더그아웃에 들어온 내게 말했다.


“니가 마무리 좀 해야겠다. 오늘 던질 수 있겠어?”

“충분합니다.”

“좋아. 아직 9회 공격 남았으니까 피하지 말고 과감하게 승부 해. 시간 끌테니, 몸 풀고.”

“넵!”


난 마운드에 올라갔다.

워밍 업이 덜된 상태라, 느린 너클로 시동을 걸었다.


마운드에서 동섭과 작전을 짰다.


“몸이 풀릴 때까지 너클만 던질 거야. 블로킹 잘 부탁해, 형.”

“오케이! 맘 놓고 던져. 나만 믿어!”


마운드에서 연습구 세 개를 던졌다.


- 어제, 오늘 투타에서 풀타임으로 뛰고 있는 강타 선수, 체력 소모가 많을 텐데요.

- 블루몬즈 투수진에 결장 선수, 부상 선수가 많으니 고육지책이죠. 너클은 폭투성이라 주자가 있는 것도 부담이 되네요.

- 6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아, 번트 자세!


타자의 스캣과 스킬을 보니, 번트 성공률 72%의 번트 머신이다.

원 아웃이라 희생번트로 밀어내기를 하겠다는 거다.


어드바이저가 충고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겁먹지 마세요.

ㅡㅡㅡㅡㅡㅡㅡㅡ


맞아. 겁먹을 필요 없지. 너클은 번트 대기도 지랄 같을 걸.


내야수들이 전진수비를 했다.


공을 손가락 마디에 꼈다.


“읏차!”


슉-


내 투구 궤적은 스트라이크 존 정중앙으로 뻗었다.


112km/h의 무회전 공이 밋밋하게 날아갔다.


순간, 타자는 강공으로 전환할까 망설일 정도로 눈에 확 들어오는 공이었다.

이게 바로 악마의 유혹이다.


타자가 감독의 사인대로 방망이를 스트라이크 존 중앙에 댔다.


하지만 날아오던 공은 사뿐이 한 번 떨어지더니 다시 한번 옆으로 틀어 처박히는 게 아닌가.


타자는 당황해서 배트를 재빨리 한참을 아래로 따라 내렸다.


틱~


맞추는 데 급급해서 배트를 너무 내려 빗맞은 공이 그만 붕 뜨고 말았다.


동섭이 마스크를 벗고 가볍게 미트로 잡았다.


리드폭을 넓혀 우다다다 뛰던 주자들이 기겁하며 급브레이크를 잡고 다시 베이스로 전력 질주하여 돌아갔다.


송구로 이닝을 끝낼 좋은 기회다.


2루로 송구하는 동섭.


슉-


그러나, 세이프.

그의 송구 동작에 군더더기가 많고, 구속이 떨어졌다.


흠, 동섭이 형의 송구 폼을 손봐야겠는걸. 도루 저지 능력을 업그레이드시켜야겠어.


- 번트 실패!

- 너클은 번트 대기도 까다로운 구종같네요. 남천고는 번트가 주특기인데, 이렇게 되면 발야구에 애로사항이 생기죠.

- 7번 타자가 들어섰습니다.


난 또다시 너클 그립을 잡았다.


칠 테면 쳐보시게!


이번엔 구속을 올렸다.




추천 꾹~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오늘 연참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선수가 야구궤적을 숨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합니다 23.11.09 61 0 -
공지 판타지 메커니즘 베이스볼! 23.09.12 1,049 0 -
25 그랜드슬램 +7 23.09.29 651 23 12쪽
24 드래프트는 아니야 +4 23.09.28 657 19 12쪽
23 마구 헌터 +4 23.09.27 722 20 12쪽
22 보고있나 +3 23.09.26 771 17 12쪽
21 객사파공 +3 23.09.25 763 22 12쪽
20 젠장, 시프트 +4 23.09.24 814 22 11쪽
19 스카우터 +3 23.09.24 827 24 12쪽
18 육성 선수 1호 +4 23.09.23 917 18 12쪽
17 스카이 박스와 에이전트 +6 23.09.22 997 26 12쪽
16 면도날 제구 +6 23.09.21 1,035 25 12쪽
» 소년 가장 +8 23.09.21 1,020 28 12쪽
14 멘탈 지우개 +4 23.09.20 1,088 26 13쪽
13 위기는 기회 +3 23.09.19 1,108 22 12쪽
12 발에는 발 +8 23.09.18 1,164 28 12쪽
11 개막 라인업 +8 23.09.17 1,237 28 13쪽
10 땅을 꼬집어! +5 23.09.16 1,252 29 13쪽
9 전담 포수 +2 23.09.15 1,316 24 12쪽
8 첫 날부터 민폐 +3 23.09.15 1,363 23 13쪽
7 타격말고 스윙! +4 23.09.14 1,424 26 12쪽
6 흑마구의 영업비밀 +4 23.09.14 1,491 28 13쪽
5 올드 폼인데? 23.09.13 1,537 30 13쪽
4 컨트롤 콘택 배팅 +4 23.09.13 1,640 27 14쪽
3 타이밍 아닌가? +6 23.09.12 2,035 26 13쪽
2 확장된 현실 +7 23.09.12 2,747 35 13쪽
1 프롤로그 +4 23.09.12 2,843 46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