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물연필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선수가 야구궤적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물연필
작품등록일 :
2023.09.12 11:12
최근연재일 :
2023.09.29 11:4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31,433
추천수 :
642
글자수 :
134,930

작성
23.09.24 16:45
조회
813
추천
22
글자
11쪽

젠장, 시프트

DUMMY

캐스터가 침을 튀겼다.


- 드래곤즈 라인업이 장난이 아니에요. 관록의 투수가 오늘 보여줘야 합니다!

- 김대운 투수, 와인드 업!


블루몬즈 투수들은 오랜 투구로 인한 데드암 증상(팔을 많이 써서 데미지와 피로도가 누적되어 근섬유의 탄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으로 구속 140km이상 투구가 힘들어 컨트롤, 공배합, 타이밍으로 승부를 겨뤄야 했다.


드래곤즈의 2군 타자들은 자기 실력을 입증하려고 눈이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선배님, 미안하지만, 1군 가는 제물로 삼아야겠습니다.'


내가 드래곤즈 1번 타자의 능력치 창을 엿보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

>스킬: 초전박살

ㅡㅡㅡㅡㅡㅡㅡㅡ


1회, 초구에 강한 스킬이다.


초구부터 정면으로 승부하면 안 되는데.


코치가 아닌 이상, 그것도 가장 막내가 훈수질을 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 답답할 뿐.

우려대로 김대운 투수는 드래곤즈의 기를 꺾으려고 강공을 펼쳤다.


슉-


초구가 140km/h짜리 패스트볼.

궤적을 보니 타자 몸쪽에 붙이는 제구였으나 살짝 가운데 몰렸다.

타자가 놓칠 리 없다.


딱-


쭉 뻗은 타구가 중견수 앞에 떨어져, 선두 타자 진루.


시작부터 조짐이 안 좋네. 프로라 그런지 방망이 돌아가는 게 확실히 날카로워.


초구를 강타당한 김대운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2번 타자.


슉~


흘러나가는 슬라이더 궤적!


복판으로 들어오는 공이 눈에 들어오자 타자는 배트를 힘차게 돌렸다.


붕!


그러나 공은 밖으로 흘러나가고 방망이가 크게 헛돌았다.


“스트라잌!”


타자는 중심이 무너질 정도로 큰 빈스윙에 멋쩍어했다.


하지만 투수가 갑자기 제구 난조다.


볼!

볼!

볼!

볼!


타자가 볼넷으로 나가 위기를 자초했다.

단번에 무사 1,2루.


3번 타자가 들어섰다.

투수가 신중하게 던졌다.


“스트라이크!”

볼!

볼!

“스트라이크!”


카운트에 몰린 타자가 이때부터 파울을 내기 시작했다.


틱-


파울!


의도적으로 배트를 안 쪽으로 기울여 뒤로 흘러가게 체크스윙이다.


김대운의 컨디션이 별로라는 냄새를 맡고 투구수를 늘려 빨리 끌어내리겠다는 벤치의 작전이다.


딱-


풀카운트 접전 끝에 3번 타자가 친 공의 궤적이 내게로 향했다.


병살 코스!


땅볼이 내 앞으로 떨어졌다. 난 몇 걸음 더 앞으로 달려가 공을 잡고 몸을 돌려 2루 송구.


슝-


2루 송구 아웃, 1루 송구 아웃!


- 와우! 6-4-3으로 이어지는 깔끔한 병살! 투수의 노련미가 엿보입니다.

- 내야진의 깔끔한 수비도 칭찬합니다. 김대은 투수의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기 때문에, 수비진이 잘 막아줘야 합니다.


4번 타자는 슬러거였다.


딱-


타자가 친 공이 우중간으로 쭉 뻗었다.


- 우익수 달려갑니다! 잡았습니다!

- 나이스 캐치! 역동작이라 어려운 공이었거든요. 배트 중심에 잘 맞아 나가는 게 불안하긴 합니다.


그렇게 1회 초에는 잔루를 남기고,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1회 말.

상대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오자 블루몬즈 더그아웃은 벌집을 쑤신 듯 소란스러웠다.


“선철환? 이 뭐꼬?”

“저놈이 왜 여기서 등판 해? 에이, 이거 반칙이지!”

“2군 팀에 왜 1군 투수가 올라와?”

“제작진에서 이 프로 폐지하라고 청부한 거네.”


드래곤즈의 선철환 선수는 1군에서 부상으로 내려와, 두 달간 2군에서 머물며 담금질하고 있는, 사실상 1군 투수였다.


그는 오늘 경기를 통해 1군 복귀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난 연우에게 정보를 얻어 분석하고 시뮬레이션까지 돌려 장단점 분석을 마친 상태였다.


능력치 창이 떴다.

ㅡㅡㅡㅡㅡㅡㅡㅡ

> 제구: 105

> 구위: 110

> 체력: 121

> 직구: 105

> 변화구: 112

> 스킬: 좌타킬러

ㅡㅡㅡㅡㅡㅡㅡㅡ


다행히 난 우타자라 그의 스킬을 피할 수 있다.


오버헤드로 던지는 정통파 투수로, 예리한 고속 슬라이더가 주특기.

선철환이 연습구를 던졌다.


슝-


난 조용히 지켜보며 투구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셋포지션의 체중이동, 상체의 벌어짐, 앞발 디딤, 릴리스 포인트가 전형적인 현대 투구 폼이고, 밸런스가 잡혀있다.

부상 회복 직후라 그런지 힘이 넘쳤다.


구속이 좀 나오겠는 걸.


마치 믹서기 날이 돌아가듯 붉은 실밥이 윙~ 고속 회전하며 대포알처럼 꽂혔다.


뻑!


포수 미트에 꽂힌 공을 본 블루몬즈 더그아웃은 난리가 났다.


“147(km/h)? 이 뭐꼬?”

“연습구에 147을 찍어버린다고?”

“이거 죽으라는 거잖아!”

“저거 맞으면 기저귀 찬데이!”

“병실에서 말년을 보내고 싶진 않은데.”

“쩝, 막강야구 프로 폐지 수순이로구나!”


음, 힘이 들어갔지만, 제구도 좋네. 초장부터 겁을 줘서 기를 죽이겠다 이거지.


- 선철환 선수,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듯하네요. 예전 구위가 되살아나고 있어요.

- 지금 블루몬즈 선수들은 공황상태입니다. 너무 잔인한 매치네요.


블루몬즈 1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투수는 초구부터 강속구 시위를 벌였다.


슉-


“스트라잌!”


- 아, 초구 151km/h찍혔어요.

- 강속구로 타자를 윽박지르고 있어요.


2구.


슉-


높은 패스트볼에 헛스윙~


볼카운트에 몰리자, 비슷하면 무조건 배트를 내야 하기에 투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 3구 던졌습니다.


헛스윙~


- 삼구삼진! 슬라이더에 당했어요. 슬라이더가 구속 140km/h가 나왔어요. 고속 슬라이더죠.

- 선철환 선수, 컨디션 좋아 보입니다.


1번 타자가 터덜터덜 걸어들어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겁나 빨라. 배트가 못 쫓아가.”


- 2번 타자 서동운.


딱-


3구째 쳤지만, 내야 플라이 아웃!


3번 타자인 내가 타석에 들어섰다.


- 지금까지 블루몬즈에서 가장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는 강타 선수입니다.

- 그래서 타순을 중심으로 옮겨 3번으로 기용한 거죠. 클러치 히터 역할인데, 앞선 타자들이 진루해 실패해서 리드오프 역할을 해야겠네요.

- 선철환 투수, 와인드업!


슉-


151km/h.

궤적이 바깥 보더 라인이 걸쳐 들어왔다.

볼인지 스트라크인지 애매한 코스.

난 감독의 충고대로 성급하게 배트 내는 걸 자제했다.


뻑!


포수의 미트질도 수준급이다.

주심의 손이 올라갔다.


“스트라잌!”


주심 성향이 후하네.


2구.


슉~

ㅡㅡㅡㅡㅡㅡㅡㅡ

> 구종: 커브

> 구속: 138km/h

> 궤적: 하좌외

ㅡㅡㅡㅡㅡㅡㅡㅡ


낮은 유인구였지만 볼 궤적이라 난 꿈적도 하지 않았다.


볼!


3구.


슉-

ㅡㅡㅡㅡㅡㅡㅡㅡ

> 구종: 직구

> 구속: 150km/h

> 궤적: 상우

ㅡㅡㅡㅡㅡㅡㅡㅡ


높은 스트라이크의 궤적이다.

난 배트로 체크 스윙을 하며 투구의 위력을 측정했다.


틱!


파울!


오, 공 끝이 살아있네.


4구. 볼!

5구, 볼!


내가 볼을 척척 골라내자 당황한 배터리.


더그아웃에서 우리 선수가 외쳤다.


“나이스 아이!”


풀카운트에 투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6구!

ㅡㅡㅡㅡㅡㅡㅡㅡ

> 구종: 직구

> 구속: 153km/h

> 궤적: 상우

ㅡㅡㅡㅡㅡㅡㅡㅡ


틱!

파울!


난 커트 신공을 발휘했다.

스트라이크이성으로 들어오는 공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커트했다.


파울!

파울!

파울!


10구까지 커트해 냈다.


관중들이 환호했다.


와!


짝, 짝, 짝!


중계진도 내 의도를 알아챘다.


- 투수가 힘이 빠지겠어요. 앞 타순에서는 공 7개로 투아웃인데, 지금 11구째 던져야 합니다. 다음은 4번 타자 왕태호 선수라 부담되거든요.

- 네, 저런 게 바로 팀배팅이죠! 안타를 치고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수의 힘을 빼면, 팀 전체에 공헌하게 되는 거죠. 여기에 볼넷으로 걸어나가면 금상첨화지요.


볼넷보다는 안타지. 슬슬 진루타를 쳐볼까.


그라운드의 수비 포지션을 보니 3루수와 유격수의 간격이 넓다.

타격 코스를 정한 나는 배트를 움켜쥐었다.


그냥 볼이 들어오면, 너무 싱거운데.


투수가 송진을 묻히더니 11구째 공을 뿌렸다.


슉-


주심이 콜하기 나름인, 안쪽의 애매한 스트라이크성 궤적이다.


난 거침없이 레벨 스윙 궤적으로 공을 마중나갔다.


따악-


타구가 총알같이 날아가는 바운드 땅볼이 내가 찍어둔 코스로 정확하게 날아갔다.


난 1루로 여유있게 달렸다.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꿰뚫은 땅볼을, 부랴부랴 좌익수가 달려와 글러브로 건져서, 장타를 막으려고 2루로 송구해야 하는데... 앗!  뭐야?  


손을 쭉 뻗은 유격수  글러브에 공이 들어가 있고, 1루로 송구 동작을 취하는 게 아닌가. 


쉬발, 저걸 잡다니! 어떻게 된 거지?


뒤늦게 1루로 전력 질주!


우다다다-


탁!


베이스를 밟았으나, 1루심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웃!”


이럴 수가! 젠장! 어떻게 된 거지? 분명 타격 코스는 정확했는데?


스카우터들의 비웃음이 환청처럼 들렸다.


‘여긴 아마추어가 아니지. 프로에서는 안 통하잖아.’

‘동네 콘택충이었네.’

‘역시 타격은 볼 게 없어. 이런 상태라면 투구도 물음표인걸.’


제길! 내 콘택트 스윙이 프로에서는 안 통한다는 거라고? 내 시스템이 단지 가상 시뮬레이션일 뿐이라고?


그라운드가 홀로그램 퍼즐처럼 자자작 금이 가더니, 조각조각 떨어지며 우수수 암흑 속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느낌이다.


이러면서 남을 가르친다고 나댔다니!


더그아웃에 어떻게 돌아갔는지 기억에 없다.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한 건 감독의  목소리다.


“잘 했어! 그렇게 물고 늘어지는 거야. 소임 완료야!”


잘 했다고? 위로야, 빈정거리는 거야?


어질한 현기증이 핑 돌면서 동섭 옆에 쓰러지듯 앉았다.

동섭이 주먹 박치기를 해서 반사적으로 응했다.


“강타, 나이스!”

“후~ 아웃이 뭐가 나이스야?”

“이건 타자가 못한 게 아니라, 수비가 엄청 잘 한 거야!”


위로가 동정으로 들린다.

내가 모래 위에 성을 지은 건가?

지금까지 내가 만든 XR과 훈련과 이론이 신기루였다는말인가?


난 넋두리처럼 뇌까렸다.


“어떻게 그걸 잡을 수 있지...불가능했는데...”

“자식, 자책하긴! 정말 수비가 메이저리그급 호수비였다니까.”

“수비가 타구를 보고 뛰는 시간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하하, 그런 게 바로 시프트야!”

“시프트?”

“시프트가 보고하는 건가? 예상 지역으로 뛰는 거지. 네가 말한 예측 스윙같은 거지.”


시프트란 단어에 어둠을 찢는 서광이 번뜩였다.


“설마, 내 타격 코스를 알고 있었다는 거야?”

“그래. 분석팀에서 저번 경기 모니터링하면서 너의 히트 맵 분석 끝냈을 거 아냐. 그래서 가능한 거야.”

“그럼 일부러 빈 곳을 크게 만들어 타격 코스를 유도하는 함정을 판 거였다고?”

“니가 빈 곳만 기가 막히게 골라 치니까 패턴을 읽은 거지. 그러니까 프로지.”

“아, 그렇구나!”


프로는 달랐다. 아마와 층을 달리하는 건 데이터 분석에서부터였다.

가장 많이 아는 자는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자라고 했다.


“뭐해? 수비 해야지.”

“아차!”


난 부랴부랴 유격수 포지션으로 달려갔다.


2회초.

상대 타자가 배트를 돌렸다.


딱-


투수를 지나는 강습이다.

치는 순간 타구의 궤적이 나타났음에도 워낙 강한 타구라 난 슬라이딩으로 몸을 던지며 글러브를 쭉 뻗었다.


글러브에 공이 들어간 느낌! 한 바퀴 돌아 글러브를 확인했다.


- 나이스 캐치! 굉장한 수비가 나왔습니다. 빠졌다고 봤거든요.

- 이전 타석에서 같은 코스로 아웃을 당한 걸 멋지게 갚네요




추천 꾹~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선수가 야구궤적을 숨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합니다 23.11.09 61 0 -
공지 판타지 메커니즘 베이스볼! 23.09.12 1,049 0 -
25 그랜드슬램 +7 23.09.29 651 23 12쪽
24 드래프트는 아니야 +4 23.09.28 657 19 12쪽
23 마구 헌터 +4 23.09.27 722 20 12쪽
22 보고있나 +3 23.09.26 770 17 12쪽
21 객사파공 +3 23.09.25 763 22 12쪽
» 젠장, 시프트 +4 23.09.24 814 22 11쪽
19 스카우터 +3 23.09.24 827 24 12쪽
18 육성 선수 1호 +4 23.09.23 917 18 12쪽
17 스카이 박스와 에이전트 +6 23.09.22 997 26 12쪽
16 면도날 제구 +6 23.09.21 1,035 25 12쪽
15 소년 가장 +8 23.09.21 1,019 28 12쪽
14 멘탈 지우개 +4 23.09.20 1,088 26 13쪽
13 위기는 기회 +3 23.09.19 1,108 22 12쪽
12 발에는 발 +8 23.09.18 1,164 28 12쪽
11 개막 라인업 +8 23.09.17 1,237 28 13쪽
10 땅을 꼬집어! +5 23.09.16 1,252 29 13쪽
9 전담 포수 +2 23.09.15 1,316 24 12쪽
8 첫 날부터 민폐 +3 23.09.15 1,363 23 13쪽
7 타격말고 스윙! +4 23.09.14 1,424 26 12쪽
6 흑마구의 영업비밀 +4 23.09.14 1,490 28 13쪽
5 올드 폼인데? 23.09.13 1,537 30 13쪽
4 컨트롤 콘택 배팅 +4 23.09.13 1,640 27 14쪽
3 타이밍 아닌가? +6 23.09.12 2,035 26 13쪽
2 확장된 현실 +7 23.09.12 2,747 35 13쪽
1 프롤로그 +4 23.09.12 2,843 46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