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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연필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선수가 야구궤적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물연필
작품등록일 :
2023.09.12 11:12
최근연재일 :
2023.09.29 11:4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31,629
추천수 :
644
글자수 :
134,930

작성
23.09.27 11:45
조회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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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12쪽

마구 헌터

DUMMY

와!


관중들이 응원도구를 흔들며 열광했다.


태호~태호~


2루 주자가 들어오고, 왕선수가 천천히 홈을 밟았다.


더그아웃에 들어오는 그를 감독과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로 환영했다.


“이제야, 홈런 마수걸이를 하네. 잘했어!”

“선배님, 감축드립니다!”


왕 선수가 내게 살짝 윙크를 했다.


나는 시나브로 팀에 젖어 들고 있었다.

그냥 스며드는 게 아니라 그들이 내 색깔에 물들게 말이다.


후속 타자의 불발로 4:1.


6회 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스카이 박스에서 보았던 스카우터들이 포수 뒤쪽에 몰려와 있었다.

보다 가까이서 관찰하겠다는 의도.


부담 백배인데. 하지만 멍석 깔렸을 때 잘해야지.


난 동섭에게 말했다.


“주자도 없으니까 너클 위주로 던질게.”

“오케이! 스카우터들에게 마음껏 시전하라고.”

“형, 블로킹 부탁해!”

“기꺼이!”


타자가 들어섰다.

스탯창, 능력치를 살폈다.

ㅡㅡㅡㅡㅡㅡㅡ

>스킬: 불꽃타격

ㅡㅡㅡㅡㅡㅡㅡ


스킬이 마구 헌터만 아니면 된다.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동섭에게 도발을 했다.


“야, 투수에게 너클 던지라고 해. 박살내 줄 테니까!”

“아, 네. 그런데 포수인 저도 잡기 어려운데, 방망이로 맞출수 있으시겠어요?”

“내가 마구 킬러야.”

“원하시는 대로. 가운데로 쎄게 던지라고 할게요.”

“트릭 쓰기 없기다.”

“남아일언 풍선껌이죠. 아니, 중천금인가?”


동섭이 손가락 4개를 폈다.

가속 너클이란 뜻이다.

난 고개를 끄덕끄덕.


제1구.


슉~

ㅡㅡㅡㅡㅡ

> 너클

> 135km/h

> 중앙

ㅡㅡㅡㅡㅡ


슈룩~


- 앗, 135짜리 고속 너클이 나왔어요!


타자는 황당했다.


‘이게 뭐야? 공이 날아오는 게 아니라 두둥실 떠오는 느낌이잖아. 에잌!’


방송으로 투구를 보는 것과 타석에서 투구를 보는 건 큰 차이가 있다.

방송이나 관중은 투수와 홈플레이트 사이의 18.44m거리를 먼 거리에서 옆에서, 혹은 사선으로 압축해서 보기에, 공에 속도감이 없고 궤적이 밋밋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선수 출신이거나, 아니더라도 유튜브에서 포수 시점의 캠을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실감할 수 있다.


타자 시점에서는 공이 옆으로 전개되는 게 아니라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오직 앞에서 한 점이 크게 다가올 뿐이다.


보통 투수의 투구 습관으로 구종과 궤적을 예측하거나, 카운트를 보고 머리 싸움으로 코스를 예측하는 거다.


아무튼, 투수 눈으로는 정해 놓은 타점을 설정하고 스윙하는데, 타자의 1,2m앞에서 공에 갑자기 큰 변화가 생기면 공이 타자의 눈 앞에서 확 사라져 버린다.


투심 패스트볼(스플리터, 싱커, 커터), 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스크류볼, 팜볼, 포크볼 써클체인지업 등은 다분히 투수 입장에서의 구종의 분류다.


미국 야구 용어는 철저하게 타자 중심 시점이다.

타자 시점의 구종은 세 가지다.


패스트볼(빠르게 오는 공인가), 브레이킹볼(느리게 오는 공인가), 오프스피드볼(떨어지는 공인가) 이 세 가지로만 보인다.


메이저리그 야구 중계를 보면 구종을 이 세 가지 용어를 해설진들이 자주 쓰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내 마구는 이런 세 가지 범주를 벗어난다.

한 점이 크게 오다가 타자의 히팅 포인트에서 별안간 사라져 버리는 것.


게다가 거의 회전이 없는 공이라 타자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착시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러고 나서 뒤늦게 배트를 돌리면 늦는다. 이렇게 말이다.


븅~


공이 급브레이크를 잡더니 사선으로 미끄러져 타자 눈 앞에서 사라져버렸다.


헛스윙~


동섭도 깜짝 놀라 미트를 쭉 뻗었다.

타자는 1구 만에 혼이 쏙 빠졌다.


“씨팔, 공이 개떡같아!”


주심이 주의를 줬다.


“입 조심하지 않으면 방송국 마이크 채우게 할 겁니다.”

“죄, 죄송합니다.”


- 와, 보셨나요? 공이 완전 미쳤어요! 어떻게 옆으로 삐져나가죠?

- 저 마구를 치는 선수에게 상금을 걸어야겠어요. 보는 저도 멘붕인데, 타자는 오죽하겠어요.


제2구.


슈룩~


이번엔 공이 계단 오르듯 점프를 했다.


붕~


헛스윙!


타자는 씩씩대며 배트를 세워 까딱거렸다.

3구도 고속 너클.


동섭이 타자에게 말했다.


"이번에도 너클이라는데요."

"..."


슉-


“으앗!”


타자는 자기 몸 쪽으로 공이 휘어져 날아오자 폭투인 줄 알고 깜짝 놀라 타석을 벗어나 피했다.


투구에서 스텝을 크로스하면 디셉션(발의 위치)이 30cm이상 1루 쪽에 쏠려서, 타자가 릴리스 포인트를 보기 어렵고, 공이 좌타자의 몸 쪽으로 날아가는 것처럼 보여서 타자가 겁을 먹고 몸을 피하게 된다.


사구 같은 공이 갑자기 보더 라인쪽으로 꺾였다.

양손을 힘차게 당기는 주심.


“스트라잌, 아웃!”


머리에 공을 맞은 듯한 표정의 타자.

믿을 수 없다는 듯 항의했다.


“이, 이게 들어왔다고요?”

“집에 가서 방송보세요.”

“아, 네.”


동섭이 깐족거렸다.


“죄송함돠, 행님!”

“...”


- 와~ 할 말이 없네요! 보기에도 아찔한데, 타자가 어떻게 치죠?

- 저도 공이 빠져서 사구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네비가 달렸는지, 공이 홈플레이트 찾아가네요. 이런 공을 타자가 어떻게 칩니까.

- 저러다가 공이 타자 뒤를 돌아 들어가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저 공을 잡는 포수가 더 신기하네요.

- 그래서 강타 투수의 전담 포수로 마동섭을 커플링한 거 같네요.


주심 뒤에 모여있던 스카우터들은 입을 쩍 벌린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런 궤적이 보더라인 안으로 우겨 들어가는 게 신기하네.”

“폭투가 10개 중 한, 두 개 밖에 안 나오는데. 타자들이 볼넷으로 걸어 나갈 수 없는 카운트야.”

“이거 간만에 대물 등장인 거 같은데.”


그렇게 난 두 타자의 멘탈을 수거하며 공 8개로 셧다운시켰다.


- 오늘은 볼넷도 없어요. 한 타자에 공 5개를 안 넘기네요.

- 메이저리그에서 저런 너클을 던지는 선수가 있나요?

- 제가 자료를 찾아보니까, 너클로 성공한 투수가 한 명 있더라고요.

- 있긴 있군요!

- 2012년 내셔널리그에서 전설의 너클볼로 최초 사이영상을 수상한 우완 투수 R.A 디키가 있어요. 그해 233.2이닝 동안 20승 8패, ERA 2.73에 탈삼진을 무려 230개나 속아냈어요. 9이닝 13K 완봉 장면은 압권이에요.

- 완봉까지!

- 95마일 투수가 흔한 메이저리그에서 평균 구속이 겨우 75~80마일대(120~128km/h)라니, 놀랠 노자지요.

- 와우!

- 더 놀라운 건, 그가 사이영상을 수상한 커리어 하이 시즌의 나이가 38세란 겁니다.

- 눼에? 38세요? 전성기를 한참 지난 나이잖아요?

- 네. 또 놀라운 점은 그에겐 팔에 인대가 없었어요.

- 네? 팔에 인대가 없이 어떻게 공을 던질 수 있죠?

- 불가사의한 일이죠. 디키는 처음엔 강속구 투수로 시작했다가 어깨 부상으로 조기 은퇴에 몰렸는데, 할아버지가 너클볼러였데요. 그래서 너클볼로 전향하자, 난리가 난거죠. 구속, 나이, 우완 모든 조건이 메이저리그에서 원하는 스탯이 아닌데도, 최상의 결과를 내니까요. 결국 전설의 흑마구 금자탑을 쌓은 겁니다. 너클볼이 몸에 무리가 없다는 걸 증명한 대표적인 사례죠.

- 그럼 강타 선수도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거네요. 같은 우완이기도 하고요.

- 물론이죠. 오히려 더 젊잖아요. 하지만 강타 선수는 비선수출신이라 증명할만한 커리어가 없다는 게 약점이죠. 시간이 증명해줄 겁니다.


안드로메다 행성까지 비행기를 태웠다.


6회 말.

동섭이 타석에 들어섰다.


“스트라이크!”

“볼!”


헛스윙!


투스트라이크에 몰렸다.


유인구 타이밍.


제4구.


슉-


하지만 내 눈에 투수 궤적은 존 안에 들어가는 속구였다.


배트를 내야 할 텐데. 아니면 커트라도...


내가 다 떨렸다.

동섭은 과감하게 배트를 돌렸다.

그의 지론이, 루킹삼진은 금지, 라는 공격적인 마인드다.


볼넷과 안타는 상극 같지만 사실은 비례 관계다.

선구안이 좋다면 카운트에 몰린 투수는 결국 존 안에 던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구안이 좋은 타자가 타율도 좋은 거다.


타자가 지켜보지 않는 다는 사실을 투수가 안다면, 교묘한 유인구로 헛스윙을 유도할 것이다.

그런데 정직한 직구라니, 동섭으로서는 신인이라 오히려 데이터가 없는 게 도움이 되었다.


붕-


딱-


- 큽니다! 우중간을 갈랐습니다! 펜스를 직격합니다!


그런데 수비수가 펜스에 맞고 나온 공을 바로 잡아 2루로 레이저 송구!

접전이다.


2루 심판의 손이 올라갔다.


“아웃!”


- 아, 펜스 플레이가 기가막혔습니다. 타구가 너무 빠른데다가, 송구하기 딱 좋게 바운드 되었요.

- 네, 정타가 저럴 때 가장 안타깝지요.


아까비! 약간만 어퍼 각도였으면 넘어가는 건데! 하지만 타력은 충분히 인정 받는 스윙이라 다행이다.


6회 득점 없이 7회초.


난 첫 타자, 두 번째 타자를 너클볼 9개로 하산시켰다.


드래곤즈 더그아웃은 무거운 분위기였다.

1.5군을 꾸렸는데도, 내 투구에 혈이 막혀 좀처럼 진루타가 나오지 않자, 코치진들이 해법을 찾으려고 머리를 맞댔다.

예능야구팀에게 진다면 2군 코치에겐 치명타다.


대타가 올라왔다.


앗! 이 선수는!


능력치 창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ㅡㅡㅡㅡㅡㅡㅡ

> 정확: 89

> 파워: 110

> 선구: 103

> 주력: 78

> 수비: 92

> 스킬: 마구 헌터

ㅡㅡㅡㅡㅡㅡㅡ


능력치는 파워가 좋은 평균인데, 바로 그 마구헌터!


미리 학습한 시뮬레이션에서, 이 선수에게 홈런을 때려 맞았다.

그는 공을 보고 치는 게 아니라 예측 스윙해서, 3번의 스윙 중에 하나가 걸리면 담장을 넘기는 스타일이다.


어드바이저 창도 떴다.

ㅡㅡㅡㅡㅡㅡㅡㅡ

▶너클은 삼가세요.

ㅡㅡㅡㅡㅡㅡㅡㅡ


음, 마구헌터라면 마구는 피해야지.

선구안도 괜찮아서 유인구없이 승부를 해야한다.


이를 모르는 동섭은 너클 손가락 2개를 폈다.

고개를 설레설레.

너클 사인을 모두 거절하고 택한 구종은 직구 정중앙 코스다.


눈을 껌벅거리는 동섭. 하지만 그는 나를 믿는다.


1구, 와인드업!


슉-


아니나 다를까, 타자는 기다렸다는 듯 풀 스윙으로 맞받아쳤다.


븅~


“스트라잌!”


약간 높은 스트라이크 코스였는데, 배트가 아래를 휩쓰는 예측 스윙을 한 것이다.


- 야심차게 돌렸는데, 차이가 컸어요. 중심에 몰린 공인데, 타자로선 아깝게 됐어요.

- 제2구!


슉~

ㅡㅡㅡㅡㅡㅡㅡㅡ

> 커브

> 111km/h

> 상중

ㅡㅡㅡㅡㅡㅡㅡㅡ


정직한 커브였다. 단지 타이밍만 슬로우.


“에잌!”


붕-


배트의 타이밍이 너무 빨랐다.


틱!


빗맞은 타구가 바운드되며 1루 쪽으로 통통 굴러 번트처럼 되었다.

동섭이 스프링처럼 튕겨 나가 공을 잡고 1루 송구.


타자는 뜻하지 않은 번트성 타구에 스타트가 늦었다.


“아웃!”


7회 종료.


난 8회에 빗맞은 안타, 몸에 맞는 볼 하나를 내줬지만,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우리도 점수를 내지 못하고 4:1이 유지된 채, 드래곤즈의 9회 초 마지막 공격.


감독이 내게물었다.


“더 던질 수 있겠어?”


중간 계투로 4회부터 등판하여 65개의 공을 던졌다.

선발보다 더 던졌기에 계투가 아니라 선발이 셈이다.


“물론입니다. 9회까지 끝을 보겠습니다.”

“음, 그래. 그럼 오늘 마무리까지 끝내.”

“넵.”


감독의 걱정은 오늘이 아니라 내일 2연전이다.

오늘 80개 가까운 공을 던지면, 내일 등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를 위기 이닝에 투입해 긴급 소방수로 쓰려했는데, 차질이 생긴 것이다.

오늘이라도 확실하게 승리를 굳히자는 게 감독의 결정이었다.


- 아, 강타 투수가 그대로 올라옵니다.

- 오늘 선발의 내구력이 있나, 시험대에 오르는 거네요. 여기서 마무리까지 확실하면 선발로 보직 변경될 가능성이 쑥 올라가는 겁니다.


동섭이 말했다.


“어깨 괜찮아?”

“물론이지. 난 한 번도 마운드에서 혹사당한 일이 없잖아. 쌩쌩하다고.”


나는 큰 소리 치고 마운드에 올랐다.




추천 꾹~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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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객사파공 +3 23.09.25 769 22 12쪽
20 젠장, 시프트 +4 23.09.24 821 22 11쪽
19 스카우터 +3 23.09.24 833 24 12쪽
18 육성 선수 1호 +4 23.09.23 924 18 12쪽
17 스카이 박스와 에이전트 +6 23.09.22 1,003 26 12쪽
16 면도날 제구 +6 23.09.21 1,040 25 12쪽
15 소년 가장 +8 23.09.21 1,025 28 12쪽
14 멘탈 지우개 +4 23.09.20 1,094 26 13쪽
13 위기는 기회 +3 23.09.19 1,113 22 12쪽
12 발에는 발 +8 23.09.18 1,170 28 12쪽
11 개막 라인업 +8 23.09.17 1,243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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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전담 포수 +2 23.09.15 1,322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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