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선수가 야구궤적을 숨김

보고있나

하지만 후속 타자의 연속 불발로 동섭은 결국 홈에 들어오지 못했다.

젠장! 내가 타석에 섰다면, 무사 2루에서 박살 내는 건데! 왜 투타를 같이 못 하게 하는 거야?

물론 나름대로 감독이 체력 안배를 하려는 조치인 줄은 알고 있지만, 그보다는 아직 불신이 남아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어쩌면 투타를 동시에 시도하는 자체가 낯선 모험이라 주저할 수도 있다.

시간이 해결하겠지.

5회 초. 여전히 1점 차 살얼음판 리드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이전 이닝에서 승부를 보지 못했던 3번 타자가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주자가 없으니 너클을 마음대로 던질 수 있다.

동섭도 이를 잘 알고 손가락 2개를 펴며 너클 사인을 냈다.

고개를 끄덕거렸다.

ㅡㅡㅡㅡㅡ

> 너클

> 118km/h

> 중상

ㅡㅡㅡㅡㅡ

고민할 것도 없다. 가운데로만 던지면, 그 다음은 공이 알아서 하니까.

“읏차!”

슉-

무회전 공을 확인한 타자는 꼼짝하지 않았다.

공은 보더라인 근처에서 살짝 미끄러졌다.

동섭이 능숙하게 가운데로 미트질.

주심의 손이 올라갔다.

“스트라잌!”

타자는 쓴 입맛을 쩍쩍 댔다.

“뭐야? 스트라이크도 되는 거야?”

타자는 머리가 복잡할 것이다. 다시 무회전이 오면 칠까, 말까?

이렇게 멘탈이 털리기 시작하는 거다.

제2구.

슉-

또다시 무회전 볼이 가운데로 들어왔다.

멈춘 것처럼 눈에 빤히 보이는 공을 보고만 있자니, 미칠 것이다.

빡!

간신히 참았지만, 주심은 콜.

“스트라이크!”

“젠장!”

카운트에 몰린 타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존 비슷하며 돌려야한다.

동섭이 손가락 3개를 폈다.

난 힘차게 던졌다.

슉~

무회전의 장점이 실밥이 거의 안 돌아가서 속도감의 차이가 안 난다는 것.

타자가 작심하고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공은 배트 훨씬 앞에서부터 격심하게 요동쳤다.

뚝-

붕!

헛스윙~

팍!

바운드 된 공을 동섭이 간신히 막고 공을 집어 선수를 터치했다.

- 와, 너클을 연속으로 3개 던져 삼진을 속아냅니다.

- 네, 타자로선 미칠 겁니다. 같은 궤적으로 날아온 공이 이때는 스트라이크, 저 때는 폭투니까요. 스트라이크 존에 저렇게 쏙쏙 들어가면 타자로선 답이 없겠는데요.

- 스트라이크 확률이 저렇게 높으면, 결정구로도 손색이 없는 거죠. 경기 전에 보니까 스카우터들도 와 있는 거 같던데, 잘 보고 있겠죠.

- 오, 벌써 스카우터가 떴나요? 강타 선수를 예능야구에서 오래 봤으면 했는데요.

- 신예 선수니까, 프로로 간다면 기쁘게 보내줘야죠.

스카이 박스에서는 비로소 탄성이 터졌다.

“와, 미친 공이네!”

“직접 보니 더 환상적인데!”

“저렇게 보더라인 안으로 좌충우돌 튕겨들어가면 누가 감히 치겠어!”

“그런데 너클이 제구도 가능한 거야?”

“그럴 리가.”

“운이 좋은 건가?”

여전히 반신반의였다.

4번 타자가 들어섰다.

스탯 창을 보니, 타율은 2할 8푼인데, 장타율이 4할대다.

1군 승격을 준비하는 슬러거 유망주다.

하지만 스윙이 크면 허점도 큰 법.

그의 스윙 궤적을 보니 바깥쪽 상단에 허점이 있다.

굳이 볼배합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스카이 박스에서 스카우터들이 내 마구를 보려고 망원 렌즈로 눈이 빠지게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팬들의 성원에 보답해야지.

손가락 세 개를 편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읏차!”

슉-

132km/h의 고속 너클이다.

타자는 앞발을 크게 내디디며 배트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공의 무브먼트가 최소화하도록 히팅 포인트를 앞에서 치겠다는 나름의 계산.

하지만 고속 너클은 공기의 저항이 커서 보다 더 일찍 미쳐버린다는 사실.

휘릭~

볼은 크게 소용돌이가 일었고, 배트가 묵직하게 돌진했다.

븅!

팍!

공은 옆으로 크게 휘어져, 아예 동섭의 뒤로 새버렸다.

주자가 없으니 볼이 빠져도 그냥 스트라이크일 뿐.

“흠, 흠.”

폭투에 몸이 돌아가 버린 타자는 머쓱해서 하며, 헬멧을 고쳐 쓰고 다시 타석에 자리를 잡았다.

달리 멘탈 지우개인가. 박박 지워주지.

동섭이 주심에게 새 공을 받아 내게 던졌다.

이번엔 1번 너클이다.

너클도 시간차가 있다는 걸 교육시켜주지.

올드폼은 폭발적인 가슴 근육의 팽창없이 밸런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리듬이 매우 중요하다.

“읏차!”

슉-

102km/h의 저속 너클이다.

타자는 또다시 무회전 볼에 조금 전보다 더 빨리 배트를 휘둘렀다.

“에잌!”

붕~

저속 너클이 당도하기도 전에 먼저 돌아가버리는 배트.

헛스윙~

혼이 쏙 빠진 타자는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이다.

저런 거 짤로 잡으면 개꿀이겠는데!

타자가 멧돼지처럼 씩씩거렸다.

“씨발, 공이 왜 이따위야?”

듣고 있던 동섭이 답했다.

“선배님, 솥뚜껑만 한 미트로도 못 잡는데, 나무 젓가락 같은 배트로 어떻게 쳐요?”

“...”

타자는 오기가 생겼다. 이판사판이다.

사실 주심도 몹시 곤혹스럽긴 마찬가지.

공이 마지막에 미쳐 날뛰니 제대로 못 보면 오심 제조기란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다.

마구가 일구, 일구 쌓일 때마다, 스피드를 체크하고 있는 스카우터들의 의심은 믿음으로 바뀌고 있었다.

“같은 너클인데도 구속이 20km나 차이가 나네. 굳이 다른 볼 배합이 필요 없겠어.”

“그러게. 정말 제구가 되는 거야?”

“거참! 너클은 제구가 안 되는 악마의 구종이라니까. 신이 던져도 안 된다고.”

딱-

“맞았다!”

내가 던진 3구를 타자가 강타했다.

“에이, 떴네.”

타자는 공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아래쪽으로 스윙했는데, 볼이 안쪽으로 너무 기어들어가서 거의 배트 손잡이 부분에 맞아 치솟은 것이다.

손이 울려서 뻐근할 것이다.

내가 한참을 기다렸다가 두 걸음 옮겨 잡았다.

5번 타자.

스탯 창을 보니, 이 팀에서 타율이 가장 높은 3할 3푼이다.

그가 빈 스윙을 하는 폼을 보니, 기존 영상의 궤적과 같이 철저하게 인-아웃 스윙하는 콘택트형 타자다.

궤적을 살펴봐도 큰 허점을 보이지 않는다. 선구안도 좋아 출루율이 3할 9푼.

유인구도 통하지 않는 다는 거다.

이런 타자는 철저하게 타이밍을 빼앗아야 한다.

포수의 사인을 골라 고개를 끄덕거렸다.

“읏차!”

슉-

140km/h짜리 직구다.

슉-

앞 타자들이 나가떨어지는 너클을 염두했던 터인데, 고회전 직구가 들어오자 흠칫하며 배트를 돌렸다.

틱-

타이밍이 늦어 뒷그물을 넘어가는 파울.

2구는 커브다.

슉-

조금 높게 날아가자 타자는 배트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궤적은 타자 2m앞에서 뚝 떨어졌다.

팍!

“스트라이크!”

복판에 꽂혔다.

스카우터들에게 다양한 구종을 시전하며, 너클 뿐 아니라 다른 구종도 수준급이라는 걸 어필했다.

3구는 결정구로 너클. 118km짜리 스트라이크를 노리는 구속이다.

너클을 손으로 잡을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손가락 마디에 끼는 법과 세 개의 손가락으로 실밥을 피해 쥐는 법이다.

마디 사이에 끼면 안정적이고, 손가락으로 집어으면 변화가 더 심하다.

보더라인 궤적에서 공이 3개 이상의 차이로 벌어진다.

카운트를 잡을 생각이면 손라락 마디를 사용하고, 카운트에 여유가 있으면 손가락으로 던진다.

너클을 제구하는 또 하나의 영업비밀이다.

- 중심타선인 3,4,5번을 말끔하게 삼자범퇴시키는데, 단 9개의 공만이 필요했습니다. 강타 투수, 대단한 피칭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 지금 상대하는 팀은 프로팀입니다. 라인업에서 보듯이 사실 1.5군이거든요. 그런데 강타 선수가 경기를 지배하고 있어요. 당장 프로 무대 데뷔해도 통할 것 같습니다.

- 신인왕을 넘어 골든글러브 후보로도 손색없지 않을까요?

- 네. 투타의 성적을 합한 팀기여도인 WAR로 보면 충분할 겁니다. 물론 부상없이 규정 이닝을 채워야 가능 하지겠지만요.

중계진은 고맙게도 나를 붕붕 띄우고 있었다.

혹시, 이것도 연우의 입김인가?

- 블루몬즈의 마운드는 단단하니, 이제 타선이 터져줘야 합니다.

- 그렇죠. 드래곤즈 마운드도 선방하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투구 수가 92개라, 이번 이닝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5회 말.

딱-

블루몬즈 선두 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갔다.

그런데 1루 송구가 빠져 실책으로 2루까지 안착했다.

- 아, 뼈아픈 실책이 나왔네요. 지금 무사거든요.

- 아, 투수 바꾸고 있습니다. 오늘 야심차게 마운드에 올랐는데, 뜻하지 않게 일격을 당하고 내려가게 되었네요. 하지만 큰 점수를 주지 않고 잘 던졌습니다.

바뀐 투수의 능력치를 보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

> 제구: 105

> 구위: 94

> 체력: 100

> 직구: 88

> 변화구: 104

> 견제: 68

> 스킬: 팔색변화구

ㅡㅡㅡㅡㅡㅡㅡㅡ

난 타석에 들어설 동섭에게 정보를 주었다.

“형, 저 투수는 변화구가 주특기야. 특히 포심이 주무기야.”

“그래? 넌 그런 걸 어떻게 아냐? 척 보면 알아?”

“뭐 검색해서 데이터 찾아보는 거지.”

“쩝, 난 컴맹인데. 컴맹이 야구에 지장이 될 줄은 몰랐다.”

내 영업비밀을 숨기는 게 일상이 되었다.

타자가 들어섰다.

1구.

슉~

타가가 크게 헛스윙.

“스트라잌!”

역시 초구가 포심이었다.

“와, 족집게다, 너!”

“잘 보면 보여.”

이야기를 옆에서 들었는지 왕태호가 물었다.

“막내야, 그럼 저 투수 공은 어떻게 쳐야 하냐?”

“아, 목소리가 너무 컸나요? 죄송합니다.”

그는 곧 나와 같은 에이전시에서 한솥밥을 먹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너 선구안이 좋잖아. 상대 분석도 잘하는 거 같고. 본인이 타석에 섰다 생각하고, 팁 좀 줘봐.”

“주제넘게 말씀드려도 될까요?”

부탁한다고 불쑥 조잘대면, 뒤에서 되바라진 놈이라고 한 소리 할 까봐, 마지못해서 말하는 것처럼 뜸을 들였다.

“겸손은. 팀끼린 정보 공유하는 거야.”

“네, 그럼... 3구 중에 하나는 반드시 포심을 던질 겁니다. 초구나 결정구 둘 중 하나죠. 이럴 땐 도 아니면 모지만, 어퍼스윙이죠.”

왕선수는 현역시절 홈런왕이었지만, 시즌1 중반부터 합류해서, 타율은 3할 1푼이면서도, 이상하리만큼 홈런이 하나도 없었다.

홈런을 기대하는 팬들은 댓글로 채근을 하는 바람에 마음고생이 심한 상태였다.

그래서 대선배 체면불구하고 내게 팁을 구하는 것이다.

내 생각으로 연습부족으로 체중이 0.13톤으로 불어 배트 스피드가 떨어져 타이밍이 늦고, 스윙 궤적을 작게 하니 홈런이 나올 리 없었다.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아예 코스를 노리고 크게 퍼올리는 어퍼 스윙을 제안한 것이다. 말 그대로, 도 아니면 모.

홈런을 갈구하는 그의 갈망에 맞춘 솔루션이다.

“음, 포심을 노리고 들어가라...”

3번 타자가 삼진을 당하고, 왕태호가 뚜벅뚜벅 걸어나갔다.

관중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태호~태호~

홈런 치라는 연호였지만, 그에겐 압박이었다.

동섭이 물었다.

“왕선배가 니 말을 들을까?”

“글쎄? 알아서 하시겠지.”

원아웃에 2루라, 이번엔 고의 사구없이 정면 승부했다.

1구, 볼!

왕태호도 선구안하면 뒤지지 않는 스탯이었기에, 내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첫 구가 슬라이더라 포심 스윙을 노리는 확률이 높아졌다.

2구, 볼!

패스트볼이었으나 유인구성으로 많이 벗어났다.

아무리 간이 커도 왕태호에게 직구를 한 복판에 던질 순 없다.

왕태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번졌다.

내 말대로라면 카운트를 잡아야하는 이번이나 다음이 포크볼 타임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두 번의 스윙 기회가 있다.

- 3구 던졌습니다!

슉!

정가운데로 날아왔다.

보통은 이런 궤적에서 직구를 예상하고 풀스윙을 하지만, 뚝 떨어지는 포크볼이라 헛스윙하기 십상이다.

볼카운트도 여유 있겠다, 왕태호는 기다렸다는 배트를 힘껏 쳐올렸다.

“흣짜!”

붕-

따악-

맞는 순간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마치 유성이 돌진하듯 하늘에 호쾌한 궤적이 그려졌다.

- 앗, 큽니다! 까마득하게 날아갑니다!

더그아웃은 물론이고 관중들도 벌떡 일어났다.

- 갔어요, 갔어!

- 홈런! 관중석 상담을 맞는 대형 홈런!

- 왕태호 선수의 예능야구 첫 홈런이네요. 신고식을 이제야 했어요!

- 집들이가 너무 늦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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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꾹~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 출판사에서 선작 수가 1200 안 넘는다고 유료화 포기하고 신작 집필을 권하네요ㅠㅠ

25화 쯤에서 선작이 1000이 넘어야 연재 지속을 권하거든요.

나름 심혈을 들인 작품인데.... 고심 중입니다ㅜㅜ

[푸우6226]

비 오는 날 점심 메뉴가 궁금하네요...
맛 점 하셨죠..??
오늘 오후도 행복하게...^^

[물연필]

점심 겸 저녁으로 푸짐하게 먹으려고요^^

[ly******..]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