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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연필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선수가 야구궤적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물연필
작품등록일 :
2023.09.12 11:12
최근연재일 :
2023.09.29 11:45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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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50
추천수 :
644
글자수 :
134,930

작성
23.09.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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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스카우터

DUMMY

동섭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대박!”

“상체는 앞을 보지만 하체가 옆으로 이미 뒤틀려있어서, 공을 잡고 던지면 탑 포지션 회전까지 더해져, 동작도, 송구도 가속이 붙는다고. 지금 팝 타임이 1.67초밖에 안 돼.”

“와우! 정말 지린다! 이 구속이면 도루 다 잡겠어! 그런데 넌 어떻게 타이머도 없이 시간을 재는 거냐?”


그가 보기에 나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았다.

타이머 없이 구속을 잰다던지, 투구 궤적을 미리 말한다던지, 상대 선수의 장단점을 훤하게 파악한다던지, 투타는 물론이고 포수, 코치 지식까지 해박한 것 등등.


머릿속에서 동기화된 시뮬레이션이 표시해 준다는 걸 말할 순 없지.


“응, 동체시력으로 대충 때려잡는 거야.”

“동체시력 연습하면 별 게 다 되는구나.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


그에게 동체시력으로 공부도 잘하고 야구도 잘 하게 되었다고 둘러댔기 때문에, 동체시력은 그에게 이상향이었다.


범접할 수 없는 영역에는 이성적인 설명이 필요 없기에 그에게 요긴하게 써먹고 있었다.


“아 참, 송구 폼 연습해야지.”


그가 폼을 잡고 연습했다.


동섭은 내가 토스한 공이 오기 전에 왼쪽 다리 골반을 튕겨 절반쯤 옆으로 뒤틀며 일어날 준비 자세를 취했다. 그렇게 옆으로 틀어진 상태에서 하체의 송구를 마치고, 손으로는 공을 받아, 즉시 던졌다.


“읏차!”


슝-


“와! 된다! 시간이 절반은 단축되겠는데!”

“그래. 하체 준비 동작이 끝나있으니까, 상체로 던질 때는 탑포지션 회전력도 생긴다고. 출발 버튼이 왼다리 허벅지라는 걸 잊지 마.”

“오케이! 잊을 수가 없지.”


그가 다시 한번 던졌다.


슉!


”그거야! 지금 1.89초라고!“

“야, 너 선수 조련 진짜 잘한다. 아무리 봐도 코칭 능력이 탁월해.”

“다 형에 관한 관심 때문이다. 여기에 스킬 하나 만 더 하자고.”

“그래. 뭔데?”

“포수는 서서 공을 던지는 게 아니라 허리를 잘 못써. 그러다 보니 공을 팔로만 던진다고. 그럼 구속도 안 나고 어깨 다친다고.”

“맞아. 던지기가 불편해.”

“탑포지션 회전과 함께, 손목 스냅과 손가락을 잘 이용해. 연습으로 앉은 자세만 취하다보면, 다른 신체 부위에서 에너지가 나올 곳은 어깨와 손목, 손가락 뿐이야. 투수처럼 손끝으로 공을 채서 회전수를 높여봐”

“오케이!”


그가 앉은 자세에서 손목 스냅으로 공을 뿌리면서 손가락으로 실밥을 챘다.


슉-


공이 2루까지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갔다.


“와! 됐다!”


1.61초. 됐다!


“잘했어, 형! 이젠 자연 태그가 될 정도로 송구 방향에도 신경 쓰라고.”

“알겠습니다! 읏차!”


그렇게 송구 폼을 수없이 반복했다.


*


돔구장.

경기를 앞둔 3시간 전.

드래곤즈 팬과 블루몬즈 팬이 하나 둘 입장하고 있었다.


양 팀은 몸을 풀고 있었다.

역시 프로팀은 달랐다.

선수보다 코치가 더 많아 보일 정도로, 선수 주변에서 코치진들이 코칭을 하고 있었다.


그때 인편으로 연락이 왔다. 스카이 라운지로 오라는 연우의 전갈이었다.


“짜식, 경기 앞두고 왜 오라 가라 하는 거야? 벌써 갑질하는 거야?”


난 화장실 가는 척하고 슬그머니 빠져나와 3루 스카이 박스 라운지로 올라갔다.


*


스카이 라운지.

연우가 20여 명의 남자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 옆에는 스피드건, 망원 카메라, 쌍안경같은 파파라치 장비가 놓여 있다.

딱 봐도 스카우터들이다.


아, 이래서 오라가라 한 거였네!


셔츠 차림의 연우가 매우 비즈니스적인 태도로 맞이했다.


“강 선수, 인사드리세요. 각 구단 스카우터님 이십니다.”


스카우터들에게 나를 홍보하려고 부른 거다.


이런 게 비즈니스 서비스구나!


난 모자를 벗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타입니다!”

“반가워요. 오늘은 선발인가요?”

“선발은 김대은 투수입니다. 전 계투나, 마무리 보직이 될 듯합니다. 대신 선발로 유격수 포지션으로 나갑니다.”

“너클을 꼭 보고 싶은데...”

“...”


그들은 다소 실망한 표정이었다.

타자 선발로 나가면 투수로 등판하지 못하거나 기껏해야 마무리 정도로 예단한 듯했다.


그들은 투수 강타에만 관심이 있다.

내가 뻥뻥 홈런을 날리는 슬러거가 아니고, 현재 국내에 투타 겸업 선수가 없고, 내 피지컬이 오타니처럼 뛰어나지 않아서일 것이다.


연우가 나서서 타격도 어필했다.


“투구뿐 아니라 타격도 출루 머신입니다. 사회인 야구에서 6할대, 저번 두 경기에서 7할 대, 출루율 90%기록 중입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경이로운 기록이죠. 투타 겸업이 가능한 선수입니다.”

“생각보다 큰 체격은 아니군. 프로에 간다면 유격수보다는 투수에 집중해야지요.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거에요.”


그들 나름대로 충고였다.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라, 이런 게 구단의 요구로구나 실감했다.

이들의 편견을 깨려면 독보적인 성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연우가 스카우터들에게 설명했다.


“오늘부터 2연전 플레이니 눈 여겨 봐주십시오. 드래곤즈가 2군이라지만, 사실상 라인업이 프로 1.5군이거든요. 시즌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충분히 비교 가늠이 될 겁니다.”


스타우터가 내게 물었다.


“정말 카이스트 재학생인가요?”

“넵. 지금은 휴학 상태입니다.”

“돌아갈 곳이 있으니, 절박하지 않을 수 있겠네.”

“...”


좋은 학력 스팩이 오히려 저들의 편견을 부추기고 있었다.


“좋은 경기 하세요.”

“감사합니다!”


연우가 밖에까지 따라 나오며 말했다.


“내가 PD에게는 많은 이닝 던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은 해 놨어. 물론 선수 선발권은 감독에게 있지만, 충분히 전달되었을 거야.”


콜드 승을 기록한 저번 경기에서 내가 등판할 수 있게 입김을 넣은 게 이 자식이니 믿지 않을 수 없다.


“니가 고생이 많다.”

“에이전트가 하는 일이 그런 거지, 뭐.”


스카이 박스를 내려오면서, 내가 관리받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체감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난 계약서 초안만 받았고, 아직 정식 가입 계약서도 안 쓴 상태다.

연우가 스카우터들에게 자기 이름으로 나를 소개한 건, 이미 자기 소속이니 눈독 들이지 말라고 다른 에이전시에게 선수 친 자리였다.


“하~ 당했네! 내 홍보도 하면서, 자기 소속사라고 침 발라 놓은 자리였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네! 비즈니스 능력은 인정!”


*


PD의 얼굴을 보면 그날 시청률을 예상할 수 있다.

경기도 안 했는데, 송PD의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


“오호, 관심 집중인데! 이번 경기는 시청률 4%가 넘겠어!”


알고 보면 10개 구단 연합팀인 블루몬즈에 드래곤즈 팬들까지 합세한 덕에 1만 6천 관중석이 만석이다.


PD가 이 감독에게 상대팀의 오늘 최종 오더를 전달했다.


“감독님, 어제 명단과 차이가 많네요. 새 이름이 잔뜩 올라왔어요. 견제가 심하네요.”


며칠 전에 서로 라인업을 교환했지만, 곧이곧대로 배팅 오더를 내는 감독은 없다.

상대를 교란시키는 목적의 오더다.


상대 라인업을 살피던 감독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 이 투수는 1군 아닌가요?”

“1군 투수인데, 부상 회복하면서 2군에 있는 상태예요. 다음 주에 1군 복귀한다더니 오늘 선발에 올랐네요.”

“치사하게 라인업을 속이고, 1군 투수를 올리다니.”

“...”


이 투수 때문에 시뮬레이션 승률이 겨우 19%였던 것이다.


*


라커룸.

블루몬즈 감독이 선수들을 집합시켰다.


“상대는 2군이지만 엄연히 프로팀이다. 우리가 조금 불리한 거 안다.”

“...”(조금이 아니라 많이 불리한 데. 우린 진 해고, 저 팀은 뜨는 해 잖습니까.)


상대의 선발투수를 말하지도 않았는데, 분위기에 이미 다운되어 있었다.

작년 프로팀과 6전 4패 1승 1무였기 때문이다.


감독은 어떻게든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우리가 뭐가 불리한 줄 아나?”


침묵하며 듣고 있지만, 속마음을 이랬다.


“....”(유리한 게 있기나 있나?)

“기동력, 파워, 지구력이 부족할 뿐이다!”

“...”(그 정도면 다 부족한데.)

“하지만 밸런스, 타이밍, 정확도, 선구안, 실책, 작전, 심리전, 경험에선 유리가 유리할 수 있다. 언뜻 봐서도 유리한 점이 우리가 더 많지 않나?”

“...”(그럴 듯 한데, 설득력이 없는데.)

“진짜 우리가 불리한 건 체력이 아니라 멘탈이다.”

“...”

“각자 자기 스타일이 있잖아. 하지만 야구는 9명이 하는 것이다. 시너지만 발휘하면 우리가 밀리지 않는다. 그러니 절대 팀배팅 한다! 알겠습니까?”

“넵!”


감독이 오늘의 선발 투수 김대운에게 다가가 물었다.


“컨디션 어때?”

“뭐, 괜찮습니다.”

“음, 무리하지 마.”


그의 연습 투구를 보니 분명 저번 주의 경기 피로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것 같았다.

능력치 창을 보니, 역시나 이전 경기보다 평균 20점이상 다운되어있다.

이건 나의 마운드 등판이 빠를 수도 있다는 예고다.


투수의 노쇠화 현상은 블루몬즈의 고질적 약점이다. 이럴 땐 자원을 최대로 활용하는 벌떼 마운드가 최선이다.


선발이 5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게 아니라, 1,2회씩 던지는 중간 계투가 된다.

사실 지난 시즌에서 7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한 것도 신기할 정도로 선방한 것이다


감독이 투수조에 지시했다.


“김수창, 오주헌, 유이관 등 투수진 전부 몸 풀어!”

“네? 벌써요?”

“언제든 나갈 수 있게 준비해!”


7명의 투수를 닥닥 긁어 전부 대기 시켰다.


감독이 타순을 발표했다.

왕년에 전설인 선수들이 선발 라인업에 끼지 못하면 망신이기에 자기 이름이 불리길 갈망하는 눈빛이다.


“배팅 오더에 변화가 있다.”

“...”

“1번 정은우, 2번 서동운, 3번 강타.....”


내가 3번에 배치되었다.

코치진이 의논한 결과 내가 리드 오프로 나가도 후속 타자가 불발되어 잔루만 남기기 때문이다.

나를 중간에 넣어 클러치 히터로 쓰겠다는 것. 이야말로 내가 바라던 바다.


감독이 나를 불렀다.


“강타는 초구 타격이 절반이 넘어. 스트라이크면 무조건 배트가 나가더라고.”

“...”


뭐가 문제지?


“물론 자신 있으니까 스윙을 하겠지. 하지만 너무 성급해. 투수의 공을 많이 지켜 보라고. 상대 투구 수를 늘리는 것도 팀배팅이야.”

“아, 투구수! 그 생각까지는 못했습니다. 알겠습니다.”


내 콘택트 능력만 믿고 나만 출루하면 그만이란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왕 칠 거면 투수를 괴롭히다 치는 게 훌륭한 팀배팅이다.


*


블루몬즈 감독이 드래곤즈 감독과 만나 인사했다.

하지만 말과 속마음은 달랐다.


“감독님,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할 말이지요. 저희는 그저 연습경기다 생각하고 가볍게 몸 풀 겁니다.”

(전국에 중계되는 경기를 어떻게 살살해? 2군 선수들은 눈도장 찍어서 1군 갈 절호의 기회인데. 나도 만년 2군 감독만 할 수는 없잖아. 오늘 목표는 콜드 승이야!)


한마디로 이번 경기를 입신출세의 계기로 삼겠다는 것.


동섭은 나와 더그아웃에서 선배들의 장비를 챙기고 있었다.

신입이다 보니 할 일이 많았다.


“드래곤즈 포스가 장난이 아니야. 프로와 아마추어는 달라도 뭐가 다르네.”

“그러게. 선수들 눈빛에 독기가 있어. 1군에 가겠다는 욕망이 이글거려.”


타격 코치가 외쳤다.


“강타, 뭐 해? 준비해!”

“넵! 형, 수고해!”

“그래. 실력을 보여줘.”


내가 투수로 나가지 않으면 벤치를 지키는 신세가 동섭이다.


“플레이 볼!”


드래곤즈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블루몬즈의 김대운이 로진백을 주물럭거려 송진을 묻혔다.


과거 3게임 연속 완봉을 기록했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화려한 선수 시절을 마감한 그였지만, 마운드에 서면 언제나 긴장한다.


단지 덤덤한 척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안간힘을 쓸 뿐.


훅~


흰 송진 가루가 뽀얗게 허공에 날렸다.

오늘도 해설진은 편파중계를 시작했다.




추천 꾹~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 오늘 연참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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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젠장, 시프트 +4 23.09.24 821 22 11쪽
» 스카우터 +3 23.09.24 834 24 12쪽
18 육성 선수 1호 +4 23.09.23 926 18 12쪽
17 스카이 박스와 에이전트 +6 23.09.22 1,003 26 12쪽
16 면도날 제구 +6 23.09.21 1,040 25 12쪽
15 소년 가장 +8 23.09.21 1,026 28 12쪽
14 멘탈 지우개 +4 23.09.20 1,094 26 13쪽
13 위기는 기회 +3 23.09.19 1,113 22 12쪽
12 발에는 발 +8 23.09.18 1,170 28 12쪽
11 개막 라인업 +8 23.09.17 1,243 28 13쪽
10 땅을 꼬집어! +5 23.09.16 1,259 29 13쪽
9 전담 포수 +2 23.09.15 1,322 24 12쪽
8 첫 날부터 민폐 +3 23.09.15 1,370 23 13쪽
7 타격말고 스윙! +4 23.09.14 1,432 26 12쪽
6 흑마구의 영업비밀 +4 23.09.14 1,498 28 13쪽
5 올드 폼인데? 23.09.13 1,546 30 13쪽
4 컨트롤 콘택 배팅 +4 23.09.13 1,650 27 14쪽
3 타이밍 아닌가? +6 23.09.12 2,048 26 13쪽
2 확장된 현실 +7 23.09.12 2,767 3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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