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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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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린
작품등록일 :
2014.10.23 19:27
최근연재일 :
2015.09.18 00:05
연재수 :
1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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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7,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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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607
글자수 :
987,889

작성
14.10.28 01:08
조회
27,234
추천
709
글자
9쪽

새로운 인생 6

이글은 픽션입니다. 설정상 현대와 다른 점은 양해바랍니다. 이름이나 기타 회사명이 같은 것들은 우연입니다.




DUMMY

두 사람의 이상한 기류에 선영이 능글맞게 웃으며 그들에게 얼굴을 내밀고 번갈아 보며 물었다.

“세린아, 오빠! 둘이 뭐하는 거야?”

“어?...하긴 뭘 해? 네가 얘한테 관심이 있는 거 같아서 그냥 본 것뿐이지.”

“난 정말 이렇게 세린이를 만난 게 우연이 아닌 거 같애. 웃는 것도 너무 귀엽고 착하고 마음도 예쁜 거 같고....세린아 너 누나하고 의남매 맺을래?”

“의, 의남매....요?”

처음 본 여자가, 그것도 스타급 영화배우인 젊은 여배우가 자신의 말에 눈물을 흘려주고 갑자기 서슴없이 포옹해주고 하더니 기어이 의남매까지 맺자는 말까지 나오자 세린이 소위 말하는 멘붕 상태에 들어갔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세린이었다. 그것은 그녀와 사귀는 영민도 마찬가지인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누나...4차원도 아니고 8차원쯤 되는 거 아닐까?’

“그래, 너도 혼자잖니...누나도 무남독녀 외동딸이거든, 그래서 옛날부터 오빠나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거든, 오빠는 여기 영민이 오빠가 있으니까, 너만 좋으면 난 너를 동생 삼고 싶은데 어때?”

갑자기 의남매를 맺자는 선영을 보고 세린의 가슴이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요동쳤다. 한편으론 가슴 뭉클하면서 기쁜 감정이 들면서도 한 편으론 알 수 없는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그럼...형하고 누나가 의남매예요?”

“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 나하고 선영이는 결혼을 약속한 연인관계라고!”

“헐~~, 우리가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연인 사이야? 거기다 언제 프러포즈했어? 혹시 나 아니고 다른 여자를 말하는 거 아냐?”

“야, 야...그래도 우리 키스도 했잖아..”

“헐~~, 키스 한 번 했다고 그게 결혼 약속이 되는 거니? 지금이 조선 시대야? 오빠 정말 실망이야!”

“어…? 어어..,그,그게.. 나. 난 네가 원하면 언제든 결혼할 수 있다는...그런 말이지.”

“오빠, 경고하는데, 어디 가서 두 번 다시 연인이 어떻고 결혼이 어떻고 말하지 마!”

“어?...어..그래도 우리 사귀는 거 맞잖아….”

“지금 그거 엄청 후회가 되려고 하기 직전이거든, 다시 안보기 전에 조용히 하세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는 세린은 어째야 좋을지 몰랐다. 어떻게 보면 서로 짜고 하는 개그 같기도 하고 연극을 보는 거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세린과 달리 영민은 정말 당황하고 있었다.

선영이 평상시와 달리 이곳에서 세린을 만난 후로 안 하던 과감한 행동을 하며 자신을 당황하게 하고 세린에게 과도한 애정공세를 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알게 모르게 속을 끓이던 영민이 말 한마디 잘못해서 차이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위기모면을 생각하다가 세린을 바라봤다.

자신이 봐도 바보같이 웃는 순박한 웃음에 착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선영도 아마 거기에 반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어려서 부모님까지 잃었다는 말을 듣고 모성 본능이 발동한 게 틀림없었다.

선영의 의남매 제안에 그거라면 차라리 마음이 편할 거 같단 생각에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얼른 선영의 말에 맞장구를 쳐왔다.

“그래! 의남매!, 그거 좋겠다. 원하면 나도 네 형이 돼줄게!”

“헐~, 대체 몇 박자 늦게 나오는 거야? 오빠 음치지?”

산만한 덩치에 맞지 않게 가녀린 여자에게 쩔쩔매는 영민의 모습에 세린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누나, 형!...말은 고맙지만.....난 그런 거 안 믿어요. 말로 의남매, 의형제라고 규정하는 거...난 안 믿어요.”

“야! 어린 녀석이 왜 그렇게 부정적이니? 그냥 동생 같고 누나 같고 그러면 친남매처럼 친하게 지낼 수도 있는 거잖아.”

“...그렇지만 같은 부모 밑에서 같은 추억을 공유하면서 자란 친형제들도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헐뜯고 싸우고 그러잖아요, 부모님 모시는 것도 서로 미루고 ....남보다 못한 형제들도 많다고요.”

“헐~~,넌 어째....사내자식이 드라마만 보는 거니? 그것도 막장드라마만 골라 보는 모양이네...하여간 막장드라마 중에서도 아침 드라마가 제일 압권이야. 그런 건 미성년자 불가로 만들어야 해!”

“선영이 너는 스케줄이 그렇게 바쁜데 어떻게 그렇게 드라마 볼 시간이 있는 거니?”

“응?..아, 그건.... 내 일하고 관련도 있고 해서 시간 날 때 다시보기로 보는 거지.”

“그런데 어째 너도 막장드라마 꽤 좋아하는 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아니야?”

“..헤헤, 막장 막장하면서도 보는 재미는 그게 최고거든…. 헤헷”

선영이 쑥스러운 듯 혀를 날름 내밀고 찻잔을 들이마시는 시늉을 하며 얼굴을 돌렸다.


&


“다음엔 축구장에서 보길 바란다.”

“고마워요, 형”

“누나한테 톡톡 자주 해야 해! 씹으면 알지?”

주먹까지 쥐어 보이며 말하는 선영의 모습은 누나라기보단 귀여운 동생 같은 느낌이었다.

“헤헤...알았어요, 누나.”

“꺄아~~, 난 세린이 바보스러운 웃음에 반했어! 누나를 무장해제시키는 웃음이야.”

세린의 웃음을 보고 오버액션을 취하며 다시 포옹하는 선영을 보고 당황했지만, 이번엔 세린도 가볍게 마주 안아주었다.

왠지 연상의 여인의 향기와 뭉클한 가슴의 감촉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여자로서의 매력이 느껴졌다.

그리고 의외로 선영의 품에서 잊히지 않는 엄마의 향기가 배어 나와 가슴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레커차에 끌려가는 차에 올라타 뒤돌아보며 창밖으로 손을 흔드는 두 남녀를 배웅하고 돌아서는 세린이 울컥 치밀어 오른 감정에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애써 한구석에 묻어두고 꺼내지 않으려 애쓰던 엄마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의 엄마와 아빠는 같은 고향 친구이자 초등, 중학,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엄마는 어려서부터 인기가 많았다고 했다. 고등학교 다닐 무렵에는 진부에서 뿐만 아니라 인근 도시에까지 소문날 만큼 미인이었고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는 소위 지금 말로 대표 얼짱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조만간 연예인이 될 거라고 생각할 정도였단다.

반대로 아빠는 그저 착해빠진 순둥이였다고 했다. 공부를 특별히 잘하는 것도 아니고 운동을 특별히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런 보통 시골아이였다고 했다.

그런 그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해서 그녀를 아는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

어떻게 평범한 세린의 아빠가 얼짱 엄마를 꼬셨는지가 지금까지도 그 또래 진부 사람들의 불가사의라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한 이유였다. 고3 마지막 크리스마스 때 망년회에서 술에 취해 어찌어찌 하다 보니 뜨거운 청춘 남녀둘이 소위 말하는 사고를 쳐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덜컥 들어선 것이 세린이었고 뒤늦게 알게 된 양가부모가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시켜버린 것이었다.

그때부터 세린의 아빠는 생활을 책임지기 위해 친척의 소개로 일식집 주방보조로 들어가 일하기 시작했고 엄마는 세린을 키우며 살았다.

세린이 기억하는 어릴 때는 그래도 행복한 기억이 많았다. 그가 다섯 살 때는 주문진항의 횟집에서 부모가 같이 일했는데 틈나는 대로 바닷가에서 부모와 같이 놀기도 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세린이 열 살 되던 해에 갑자기 쓰러진 그의 엄마는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지만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그 후로 아빠가 조금씩 술에 취하는 날이 늘어갔다.


“네 엄마는 우리 또래뿐 아니라 누구든 한번 보면 가슴앓이를 할만한 미녀였다. 진부 최고의 스타였을 뿐 아니라 평창군 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춰서 고등학교 축제 때는 네 엄마 보려고 남자들이 학교강당에 미어터졌지. 실제로 문까지 부서졌었다. 그런 사람이 집에 갇혀서 살림만 하려니 얼마나 힘들었겠냐? 네엄마는 연예계로 나갔으면 아마 큰 성공을 거두었을 거다....나같은 놈을 만나 살림만 하려니 울화가 쌓여 병이 들었을 거야....”

세린의 아빠는 술에 취하면 세린을 앉혀놓고 가끔 이런 말로 자신을 탓하며 아내를 그리워했다. 그러다 아빠의 술이 점점 늘어가고 결국은 교통사고까지 당하게 된것이었다.

엄마의 얼굴은 어려서 돌아가셔서 점점 흐릿해져 갔다. 그럴 때면 지갑속에 넣어놓은 엄마와 아빠가 젊어서 찍은 사진을 꺼내 들여다보는 게 그의 습관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만나게 된 선영의 한마디가 다시 엄마를 생각나게 했다. 아니, 그녀를 보는 순간부터 어딘가 엄마를 많이 닮은듯한 모습에 집에까지 데려왔는지도 몰랐다.

“우리 아들 웃는 얼굴이 어쩜 이렇게 아빠하고 판박이니? 엄마가 아빠한테 넘어간 것도 이 바보스러운 미소 때문이었는데.....호호호. 바보 같긴 하지만 사람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매력이 있단 말이야, 호호호..”

볼을 꼬집어가며 웃던 엄마의 즐겁고 행복해하던 웃음소리가 지금도 생시같이 쟁쟁하게 울려왔다.

“엄마.....크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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