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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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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린
작품등록일 :
2014.10.23 19:27
최근연재일 :
2015.09.18 00:05
연재수 :
1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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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7,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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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87,889

작성
14.10.24 06:00
조회
29,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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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5
글자
12쪽

새로운 인생 2

이글은 픽션입니다. 설정상 현대와 다른 점은 양해바랍니다. 이름이나 기타 회사명이 같은 것들은 우연입니다.




DUMMY

한강 변에 위치한 모 종합병원 특실에 이제 스물이나 됐을 정도의 남자가 병상에 누워있었다.

산소마스크를 쓴 채 가쁜 숨을 내쉬는 청년의 손을 꼭 잡고 기도하는 노인이 있었다.

청년의 조모로 보이는 그녀의 옷차림이 비싼 병실료를 감당할 정도로 보이지 않았지만, 병원비를 밀리진 않았는지 환자의 몸엔 여러 개의 링거가 꽂혀있었다.

병실 밖에선 의사와 중년의 남녀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제...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넘기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여태 버틴 것도 기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중년 남자의 말에 의사가 미안한 얼굴로 인사를 하곤 떠나갔다.

"결국, 어머니 노력도 다 허사가 되고 마는군요"

"그거야 어쩌겠어, 현대의학으론 발병원인은커녕 정확한 병명도 없는 불치병인데...."

"그러게 불치병이란 걸 알면서도 우리 형편에 이런 특실이 가당키나 해요?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거야.....중환자실에 있으면 애 볼 시간이 얼마 안 되니 그런거지"

"그게 말이 되는 거냐고요?"

"그만합시다, 우리 돈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왜 아니에요? 당신이 나 모르게 솔찮은 돈을 썼다는 걸 내가 모르는 줄 알아요?"

"엄마, 그만해.....오빠가 죽어가는데 그런 말이 나와?"

"내가 나을 수 있는 병이었으면 말도 않는다, 불치병에 보험도 안 되는 비싼 약을 들이부은 병원 놈들이나, 얼마 없는 땅까지 팔아서 병원비로 다 날린 니 할머니나 다 이해가 안 돼!"

"엄마! 그만해, 창피하게 왜 이래?"

"안 되는 일에 그렇게 있는 거 없는 거 다 쳐바르고 나중엔 내가 다 수발들 생각을 하니 열불이 나서 그런다. 왜?"

"그만합시다, 여보. 안에 다 들리겠어!"

"들리면 어때서요? 이제 나도 할 말 하고 살아야겠어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의사와 간호사가 황급히 뛰어오는 게 보였다.

그들도 무언가 짐작한 듯 황급히 병실로 따라들어갔다.

"심장 제세동기 준비하세요."

"네, 선생님"

간호사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준비를 마치자 의사가 간호사를 보고 눈짓을 했다. 청년의 손을 잡고 여전히 기도만 하는 할머니를 떼어놓으라는 뜻이었다.

"저, 할머니 손 좀 놓으세요..."

간호사가 손을 떼어놓으려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걸 보고 중년 사내가 의사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의사도 한숨을 내쉬곤 시계를 들여다봤다.

"201x년 5월17일 오후8시33분 임종하셨습니다."

"흑...오빠..."

소녀가 울음을 터트리고 남편에게 따져대던 중년 여인도 울음을 터트렸다.





눈앞이 흐릿해지면서 병실 천정에 붙어있는 등의 불빛까지 점점 어두워지는 듯했다.

“우리 아기는 아직 아무것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어린 생명입니다. 천지 신명이시여 제발 우리 아기 대신 절 데려가시고..”

자신의 손을 잡고 끝없이 기도하시는 할머니의 목소리도 점점 잦아들기 시작하더니 종내에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눈앞도 캄캄해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갑자기 자신의 몸을 누군가 쑥 잡아 끌어당기듯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게 느껴지면서 다시 눈앞이 밝아져 왔다

그의 눈앞에 병실의 광경이 그대로 들어오고 있었다. 병상에 여전히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고 자신의 손을 잡고 기도를 하는 할머니의 모습과 막 의사와 간호사가 급히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섦마, 내가 죽기라도 한 거야? 아니지? 이건 꿈일 거야. 모든 게 보이는데 죽을 리가 없잖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긴급조치를 취하려는 의사와 간호사가 할머니를 자신에게서 떼어 놓으려는 모습이 보였지만 요지부동인 할머니는 여전히 자신의 손을 잡고 기도만 하고 있었다. 그때 그의 귀로 서늘한 음성이 들려왔다.

“이름 조세린. 나이 19세, 맞지? 이제 그만 가자.”

섬뜩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서늘한 기운을 풍기는 사내가 자신의 손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정말 내가 죽은 거예요? 아직 해보지 못한게 ....아니, 제대로 뭘 해본 것도 하나도 없는데 벌써 죽었다는 거예요?”

“안됐지만 네 명이 그런 걸 어쩌겠느냐? 그만 가자.”

“안돼요, 아직은 아니라고요. 아빠도 그렇게 일찍 데려가 놓고 나까지 벌써 데려간다는 게 말이 돼요?”

“이승을 떠나면 그런 기억도 미련도 모두 사라질 것이야. 부질없는 짓 말고 가자.”

사자가 냉정히 말하고 그를 잡아당기자 세린은 힘없이 몸이 딸려가다가 멈추었다.

“응? 무슨 일이야? 왜 안 당겨지지?”

세린을 데려가려던 사자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세린의 한쪽 손이 여전히 할머니에게 잡혀있는 걸 보게 되었다.

“뭐야 이거? 어째서 영이 육신에서 떨어지지 않는 거야?”

당황한 사자가 몇 번을 당겨도 여전히 세린의 손은 할머니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만하시게, 저 아이의 할머니 염원이 워낙 간절해 영이 떠나질 못하는구먼.”

“선인이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내가 시간 여행을 하다가 날 이끄는 힘이 있어 내려와 보니 여기구만.”

“그럼 선인께서 절 좀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제가 이 일이 삼천 년을 넘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안될 일일세, 저 아이의 할머니 염원이 상제께도 닿았을 것이야. 자네의 명부를 확인해 보게나.”

“그럴 리가 없습니다. 선인.”

사자가 선인이라 부르는 사람을 보니 큰 키에 긴 은발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 뒤에서 비치는 후광 때문에 얼굴의 생김을 자세히 보지 못할 정도였다.

사자도 그의 말을 무시하진 못하겠는지 명부를 들어 확인해보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방금도 확인했는데….”

“확인했으면 그만 가보시게.”

“이, 이럴 리가 없습니다...이 아이를 명부로 데려가 확인해 보아야겠습니다.”

“자네도 알겠지만, 명부로 가면 이 아이는 다시는 제 육신을 찾을 수 없네. 자넨 그 책임을 질 수 있는가?”

“.....혹시 선인께서 그러신 거 아닙니까?”

“이제 날 의심하다니. 이대로 소멸당하고 싶은가?”

“아...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선인...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끝까지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사자가 순간 사라졌다.

“가, 감사합니다...선인님!”

“하하하, 나도 이 짓은 처음이구나. 네 할머니의 기도가 너무 간절해 개입하면 안 되는 일에 내가 개입했구나. 앞으로는 할머니께 효도하면서 한세상 잘 살다 오너라.”

“서, 선인님....”

“이대로는 네 생명이 얼마 못 갈 테니 내가 작은 선물을 하나 주도록 하마. 자유롭게 살되 인간의 도리는 저버리지 말도록 해라. 그리고 명심하거라. 네 할머니의 염원처럼 간절히 구하면 얻어질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선인이라 불린 은색 장발의 남자가 손을 그의 이마에 얹는 순간 무언가 모를 따듯한 기운이 머릿속으로 밀려들어 왔다.


&


“어머니, 이제 그만 하세요....흑흑...그만 세린일 보내주셔야죠...흑흑”

중년 여인이 할머니의 등을 끌어안고 말하는 순간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어, 엄마! 저, 저거 봐!”

소녀가 놀란 목소리로 여인의 어깨를 흔들며 심전도를 나타내는 기기를 가리켰다.

-띠~,띠~,띠~

심장이 일정한 간격으로 뛰는 걸 표시해주는 기기를 바라보고 모두가 놀라 넋이 나간 듯 말을 잃었다.

잠시 후 청년이 눈을 뜨고는 깜박이기 시작했다.

“세, 세린아! 내 말 들리니? 내 말 들려?”

청년이 눈을 깜박여 들린다는 표현을 하자 중년 사내가 오열을 터트렸다.

“흐흑...어머니, 어머니가 세린이를 살려냈어요!”

사내의 말에 할머니가 눈을 뜨고는 다시 잡은 손에 힘을 더했다.

“그려, 천지신명이 이 할미 소원을 들어주셨구나....흑.흑..”

심장이 멈추었던 환자가 깨어나 보호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의사의 눈에 놀람이 사라지고 착잡한 빛이 떠올랐다.

심장이 멈추었던 환자가 몇 분 후에 다시 깨어나는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그걸 직접 경험한 오늘 그 자신도 많이 놀라긴 했지만 그렇다고 환자가 완치되어 일어나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오래 잡아도 자신의 환자는 이번 주를 넘기지 못할 것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그 사실을 보호자에게 환기 시킬 필요는 없는 일이라 안타까운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병실 문을 나섰다.

잠시 눈을 뜨고 할머니와 숙부, 숙모와 사촌 동생의 얼굴을 확인한 세린이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전에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곰곰이 생각했다.

두 달이란 기간 동안 병실에 누워 진통제만 맞고 있던 자신은 산소호흡기를 쓰고도 제대로 호흡을 하지 못하고 가쁜 숨만 내쉬어야 했는데 이상하게도 지금은 호흡이 편해지고 고통도 많이 줄었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눈을 감자 머릿속에 따듯한 기운이 뭉쳐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그 선인님께서 내게 넣어주신 거 아닐까?.....아까 하신 말씀 중에 간절히 갈구하면 이루어질 거라고 하셨는데....과연 될까?’

세린은 두 달간 병원에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해 병실에 들리는 사람들의 태도를 관찰해왔다.

그러다 보니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자신이 죽음에 이르는 중병에 걸렸다는 건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나을 수 있다고 자기 자신한테 세뇌하듯 해왔는데 막상 오늘 일을 당하고 보니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깨어났다고 병이 나은 건 아니야, 지금 같은 상태면 언제 죽을지도 모르잖아. 난 살고 싶어! 아직 해보고 싶은 걸 아무것도 못 해봤다고! 제발 절 살려주세요, 선인님!’

세린이 간절히 마음속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본 선인이라면 자신의 병을 고쳐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간절히 갈구하는 그의 머릿속으로 다시 한 번 선인의 말이 떠올랐다.

“간절히 구하면 얻을 것이다.”

그 음성이 들려온 순간 머릿속에 있던 따듯한 기운이 움직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곧이어 머리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더니 그 느낌이 점점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불에 타는듯한 고통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크윽.....이건 뭐야? 온몸이 불에 타는 것 같애....’

안간힘을 쓰던 세린이 속으로 고통을 참아내다가 기어코 혼절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다시 깨어나고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가 다시 혼절하는 일이 되풀이되었다.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뒤틀다가 혼절하는 일을 반복하는 세린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이 타들어 갔다.

마치 죽었다가 깨어난 게 오히려 잘못된 일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차라리 아까 편하게 죽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사촌 동생 세라가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고 그의 할머니는 여전히 손주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렇게 세린은 밤새 사람들의 애간장을 다 태우고 있었다.

모두가 지쳐 침대맡에 고개를 묻고 잠이 든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세린이 할머니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깨어났구나...흑, 그래 지금은 좀 어떠냐? 내 새끼.”

“할머니, 저 집에 가고 싶어요.”

“그래그래, 조금만 나으면 집으로 가자, 내 새끼.”

“아니에요, 할머니. 나 이제 괜찮을 거예요. 이제 집에 갈래요.”

세린이 고통에서 벗어난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그의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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