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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발전 없는' 세르게이... 뒤로 가는 러시아 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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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최강병사' 세르게이 하리토노프(33·러시아)는 국내 팬들 사이에서 가장 아쉬운 파이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분명히 더 잘할 것 같은데 좀처럼 발전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실적대비 높은 인기를 감안했을 때 팬들의 한숨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금 더 냉정히 평가한다면 하리토노프는 떠오르는 신흥강자로 주목받았던 20대 중반 시절보다도 못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프라이드에서 뛰던 당시 그는 군인신분이었음에도 엄청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베레모에 군복을 입고 등장하던 하리토노프는 핏빛을 연상케 하는 붉은 팬츠에 뚜렷한 황금색 머리칼, 전사의 몸에 어울리는 큰 키와 잘 발달된 골격, 거기에 상대를 소름끼치게 만드는 오싹한 웃음까지…. 특별한 쇼맨십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그는 어떤 선수보다도 확실한 개성을 자랑했다. 

외모와 너무 잘 어울리는 파괴력 넘치고 공격적인 파이팅 스타일은 경기를 치를수록 팬수를 늘려갔는데, 당시 프라이드 주최 측 역시 이러한 점을 간파해 여러 가지 콘셉트를 통해 그를 키워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현역 군인출신이라는 점 역시 그를 타 파이터들과 다른 캐릭터로 만들어가는 데 일조했다. 싸늘한 표정으로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을 때는 상대 선수는 물론 지켜보는 관중들까지 순식간에 얼어붙어 버릴 정도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는 후문이다.

하리토노프는 듬직한 체구에 걸맞게 우직하고 힘이 넘치는 파이팅을 구사한다. 맷집이 워낙 좋은지라 잔매를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에서 난타전을 즐긴다. 표도르-알렉산더-알롭스키 등 다른 슬라브족의 전사들과 달리 현란한 스탭도, 빠른 핸드 스피드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순간적인 카운터에 능하고 주먹의 파괴력과 정확성이 워낙 뛰어나 이 같은 단점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특히 링 구석에 몰아넣고 펼치는 공격의 파괴력은 상대를 공포에 떨게 한다. 근거리에서 터지는 그의 돌주먹은 오차 없이 상대의 안면을 향해 날아든다. 바디블로우와 연계해서 터지는 컴비네이션 혹은 단발성 연타는 매우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맷집과 동체시력을 무기로 웬만한 공격은 그대로 맞으면서 카운터를 건다. 거기에 넘어진 상대를 향해 마치 폭격하듯 날아드는 '폭탄 파운딩'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였다.

2005년까지만 해도 하리토노프의 상승세는 파죽지세 그 자체였다. 타 무대 무패 전적으로 프라이드로 넘어온 그는 맞붙는 시합마다 연전연승을 거뒀는데, 2004년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에게 판정으로 패한 것을 빼면 14경기에서 무려 13승을 거두는 등 엄청난 승률을 올렸다. 더욱이 파브리시오 베우둠 전에서의 판정승을 제외하고는 승리의 전부를 타격이나 관절기로 끝내버리는 화끈함까지 과시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2004년과 2005년에 뿜어낸 그의 화력은 그야말로 러시아군 최강병사라는 닉네임이 딱 어울릴 정도로 엄청났다. 하위체급에서 겁 없이 헤비급에 도전했던 무릴로 닌자를 위력적인 펀치 연타로 처참하게 두들겨버리며 체급의 한계를 확실히 알게 해준것을 비롯 국내 팬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연승 행진을 이어가던 '부산중전차' 최무배마저 압도적인 기량차이를 보여주며 무릎 꿇게 했다.

어디 그뿐인가, 로우킥을 앞세워 UFC 옥타곤에서 최강 타격가로 명성을 떨쳤던 페드로 히조를 TKO로 잠재워 버렸으며 거인타격가 세미 쉴트에게는 살인적인 파운딩 맹폭으로 종합무대 활동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당시 유혈이 낭자한 모습으로 공포에 질려 몸을 떨던 슐트의 표정은 지금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이다.

이러한 임팩트를 보여줬던 하리토노프인지라 많은 팬들은 머지 않은 시일 안에 표도르, 크로캅, 노게이라 '빅3'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알리스타 오브레임과의 1차전을 기점으로 하리토노프는 예전의 포스를 상실하고 말았다. 당시 하리토노프는 오브레임에게 테이크다운을 빼앗긴 후 밑에 깔린 상태로 그라운드 니킥을 쉴 새 없이 허용했다. 이날의 하리토노프는 이상할 정도로 하위포지션에서 무기력했는데 이후 알려진 바에 의하면 어깨부상을 당해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없었다고 한다.

물론 전적만 살펴 봤을 때는 이후에도 하리토노프는 무난한 행보를 보였다. 연패는 단 한 번밖에 없었으며 이후에도 패보다 승이 훨씬 많았다. 통산 전적 역시 20승 5패로 괜찮은 수준이다.

그러나 문제는 경기내용이다. 그는 제프 몬슨-조쉬 바넷 등 어느 정도 네임밸류가 있는 상대들에게는 변변한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맷집과 돌주먹을 앞세운 타격은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였지만 그라운드로 끌려만가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그렇다고 테이크다운 방어가 좋은 것도 아닌지라 어느새 반쪽 타격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삼보를 앞세워 그라운드에서도 용맹하게 싸우던 프라이드 시절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하리토노프를 아끼는 팬들은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그라운드 바보로 불렸던 마크 헌트조차 선수생활 말년에 그래플링에서 장족의 발전을 보였는데 한창때 호드리고 노게이라와도 그라운드에서 굴렀던 하리토노프가 단순한 타격가로 망가진 것은 미스테리하기만 하다. 그라운드가 늘기는 커녕 퇴보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체중도 엄청 불어 예전의 늘씬하던 몸매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일까, 하리토노프는 메이저무대를 노리기보다는 입식과 종합을 오가며 적정선에서 꾸준히 경기를 뛰는 정도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내구력을 앞세운 스탠딩능력은 녹슬지 않은지라 얼마 전 있었던 입식 타격 경기에서는 '하이퍼 배틀 사이보그' 제롬 르 밴너를 무너 뜨리기도 했다. 불혹을 넘어선 밴너의 타격실력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종합출신으로서 거둔 성적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하다.

그라운드 보강의지가 그다지 보이지 않는 만큼 향후에도 종합보다 입식에 치중할 가능성도 높아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전의 포스를 기억하고 있는 팬들에게 지금의 하리토노프는 2%아쉽기만 하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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